단순한 반복 그리고 일정한 변주

stpmj 건축의 '조적집 THE MASONRY'
ⓒYousub Song
글. <브리크 brique>  자료. stpmj Architecture

 

예측 가능한 규칙, 패턴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서, 일정한 장소에서 세면을 하고, 일정한 시간에 집을 나서, 일정한 교통수단을 일정한 시간에 타고, 일정한 장소의 일정한 직장에서, 일정의 일을 하는 규칙 또는 패턴은 단조롭긴 해도 안정적이다.

한번쯤 일상의 일탈을 꿈꾸지만 대부분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과 ‘집보다 좋은 곳은 없다’라는 말에 수긍하게 되는 것은 단조로움과 지루함이 주는 안정감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매일매일 매시간시간이 드라마틱한 새로운 변화와 일탈, 사건과 사고의 연속이라면 심장마비에 걸리거나 신경쇠약에 걸리거나 아니면 둘 다 걸리거나 일 것이다.

예측가능하다는 것은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며 대개의 경우 스스로 조정할 수 있는 상황을 우리는 바란다. 단조로움과 변화무쌍함의 중간지점. 적당히 안정적이면서, 적당히 변화가 있고, 적당한 여유와 긴장이 공존하는 생활. 사실 그런 것이 가장 이상적인 일상일지도 모른다. 물론 ‘모든 상황은 내가 조정 가능할 것!’ 이라는 단서가 여전히 붙겠지만. 하지만 때때로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작과 일정한 변주의 결과들이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가져오기도 한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에는 ‘단순한 반복’과 ‘일정한 변주’가 꼭 필요하다.

 

ⓒYousub Song

 

‘벽돌을 쌓는다’는 의미의 ‘조적組積:masonry’은 단순한 행위, 반복적인 동작 그리고 일정한 변주가 기하학적 아름다움으로 이어지는 건축에 있어서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에스티피엠제이 건축 stpmj Architecture의 조적집 THE MASONRY은 그런 의미에서 단순하지만 단조롭지 않고, 변주를 주고 있지만 너무 튀지 않는 적당함을 보여준다. 직선의 도시 위에 유일한 변주는 어쩌면 직각을 벗어난 사선이다. 지붕의 사선과 외벽의 사선이 묘한 이질감과 함께 경계를 이루고, 그 경계를 통해 두 개의 서로 다른 물질(크기와 모양이 다른 두 종류의 벽돌)의 불균질함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러한 극명함은 오히려 각각의 벽돌들이 더욱 균질하게 느껴지도록 한다.

 

ⓒYousub Song
ⓒYousub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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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입면을 한 채처럼 보이돼 두 가족이 사는 것을 표현해달라는 요구가 반영된 것이 지금 ‘조적집THE MASONRY’의 모습이다. 대각선으로 쌓인 두 종류의 벽돌(100mm x 200mm)과 시멘트 블록(200mm x 400mm)이 하나의 건물 입면을 형성하면서 동시에 두 세대를 표현하고 있다. 솔직히 두 세대를 표현한다고 인지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패턴의 반복과 변주는 충분히 그 자체로 재미를 준다.

내부로 들어가면 전체적으로 단순함이 반복되는 가운데 이따금의 변주가 지속되는 느낌을 준다. 흰색 페인트로 마감된 실내는 창문과 창틀, 기본적인 가구의 색상에까지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고, 바닥재로 사용된 나무무늬들은 주방과 통로, 계단과 일부 가구의 색상으로 이어진다. 공간의 중앙에 위치한 계단은 수평의 공간을 나눠주면서 수직의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가장 큰 공간의 중앙을 관통하며 존재하는 계단은 목적보다는 과정, 경유에 그 방점이 있다고 느껴진다. 현관에서 바로 개인공간이 아닌 공유공간을 지나 개인공간으로 향하는 동선은 함께 생활하는 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관계에 있어서 긍정적이다. 집이라는 공간이 사무실 또는 상점, 공적인 공간과는 구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Yousub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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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와 색상, 패턴과 유형에 있어서 유사함과 차이가 존재하면서 일관성을 갖는다는 것이 사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재료와 색으로 공간을 분리하고 이어주며, ‘비교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수준이 ‘비교적’ 완성도가 높은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외적인 부분이 주는 차별의 일관성이 내부까지 이어지면서 공간을 구성하는 부분은 흥미로운 지점이다.

인간이 여전히 환경에 지배를 받고, 또 환경을 지배하며 상호작용한다는 전제를 받아들인다면, 단순함과 변주로 이어지는 공간에서 일상은 안정감과 긴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뭐 꼭 그렇지 않더라도, 단순함에서 오는 변주가 시각적인 즐거움은 준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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