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도, 육아도, 돈벌이도 같이 해요”

21세기형 가족공동체: 목동 '동심원'에 모여사는 세 가족 이야기
ⓒMAGAZINE BRIQUE
글 & 사진. <브리크 brique>

 

그들은 이미 한 집에 사는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린이집 보육 교사였던 큰 딸(37)은 아침 일찍 친정 엄마(63) 집에 들러 아이를 맡기고 일터로 갔고, 카페를 운영하던 둘째 딸(35)은 아예 친정 부모랑 살림을 합친 상태였다. 손자들을 먹이고 씻기고 가르치는 것은 물론, 아침 저녁으로 딸과 사위의 식사를 챙기는 것도 고스란히 친정엄마 몫이 됐다.

 

“이럴 바엔 차라리 같이 살자.”

 

친정 아버지가 푸념처럼 꺼낸 얘기였지만, 모두 동의할 수 밖에 없는 대안이었다. 그렇게해서 건축주인 친정 부모와 출가한 두 딸 내외, 그들의 자녀 등 총 10명이 함께 사는 다세대 주택 ‘동심원’이 탄생하게 됐다.

 

무산된 계획들, 공동 주거 건축물로 용도 변경

 

동심원 자리는 노후 주택이 있던 자리다. 서울 양천구 목동이라는 입지 조건이 나쁘지 않아 건축주는 내심 재건축을 기대하면서 10년전 매입했던 건물이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자녀들의 생업에 도움이 되는 근린생활시설을 지을 수도 있으려니 했다는 게 건축주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책적 판단에 기대했던 재건축이 무산되고, 어린이집 개원을 위해 용도 변경을 고민했던 큰 딸이 결혼과 출산을 하면서 당초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즈음, 모계사회에 준하는 엄마와 자매의 공동 주거를 위한 건물 용도가 구체화됐다.

 
“우리 공간을 고민해줄 믿을만한 건축가를 만났어요”

 

집을 짓는다는 결정은 했지만 구체적인 것이 없었다. 건축가를 통해 집을 설계해 짓는다는 것을 듣기는 했으나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자금이 투입되는 대형 건축물에나 어울리는…
둘째 딸은 “친한 친구의 오빠가 건축가라는 사실이 그 때 떠올랐죠. 근데 저희 집 같은 작은 집도 지어줄 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혹시나 싶어서 친구에게 물어봤는데, 때마침 독립해서 건축주를 찾고 있었던 시기더라구요. 운이 좋았죠”라고 전했다. 소수건축사사무소와 건축주의 인연이 시작된 지점이었다.

 

왼쪽부터 김미희, 고석홍 대표 ©MAGAZINE BRIQUE

 

덕분에 믿을만한 파트너를 만난 건축주들은 그들의 다양한 바람과  기대들을 다 풀어놓았다. 세대 간 의견이 달랐고, 도중에 설계의 큰 축이 변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1층 카페. 당초 가족 모두가 함께 밥을 먹는 공동 식당이 될 뻔했으나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인 카페에 대한 건축가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동심원 설계와 공사를 맡았던 소수건축사사무소 고석홍, 김미희 공동 대표는 “각 세대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공동 공간에 대한 해법, 인근 환경과의 조화와 차별성 등을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공동 육아, 공동 주거, 공동 생업을 한꺼번에

 

동심원은 여타 다세대 주택과는 좀 다른 특징이 있다. 보통 다세대는 임대를 위한 표준 공간 배치가 많은 반면, 동심원은 공동의 목적에 부합한 공용 공간이 많다.

  • 함께 식사하는 공간 : 2층 엄마네 주방
  • 아이들을 한꺼번에 돌볼 수 있는 공간 : 3층 큰 딸네 다목적 거실
  • 품앗이 노동으로 공동 경비를 벌어들이는 공간 : 1층 카페 

 

 

2층 엄마의 부엌은 이 집에 사는 구성원 모두의 식사 장소다. 낮에는 여자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먹이고,  퇴근하는 아버지는 저녁에, 야근이 잦은 사위는 새벽에 혼자 들어와 식사를 챙기기도 한다.

1층 카페 ‘HOM(House Of Mother, 엄마의 집)’은 큰 딸과 작은 딸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나오는 수익은 이 건물의 공동 경비로 지출하고 적립해두기도 한다. 둘째 딸은 “동네 사람들이 카페에 와서 집 짓는 과정과 관련 정보에 대한 얘기를 더 많이 한다”고 전했다.

건축주는 “딸의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면이 많다”면서도 “딸 내외가 일에도 자리를 잡고 손자들이 가족의 소중함을 알면서 밝은 성격으로 자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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