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튜닝 vs 집 리노베이션

근린복합 공유주택 증개축 : 어반소사이어티 '리브 어반-망원 Live Urban-Mangwon'
ⓒNamsun Lee

국내에서는 ‘분노의 질주’로 알려진 영화 ‘The Fast and the Furious(2001 film)’는 길거리 자동차 경주와 범죄 액션을 다루는 팝콘무비다. 2001년부터 시작된 이 영화가 히트를 치면서 공식적인 시리즈가 8편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삭발한 근육질 배우 반 디젤과 고인이 된 폴 워커의 ‘버디 무비Buddy Movie+패밀리 무비Family Movie’로 우리나라에서도 큰 흥행 성과를 거뒀다.

이 영화의 또다른 재미요소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물론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자동차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미 단종된 희귀종이거나 미국 10대~20대가 좋아하는 자동차, 그리고 그 자동차들을 튜닝Tuning한 트랜스포머들이 선보여 일종의 대리만족과 판타지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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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문화는 서구에서는 일반적인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성능이 검증된 모델을 자신의 기호와 필요에 의해 커스터마이즈Customize(원래 무엇을 주문 받아서 만들다는 의미로, 이용자가 사용 방법과 기호에 맞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설정하거나 기능을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 편집자 주)하는데 익숙한 환경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싶다.

예를 들면 내비게이션과 에어백 장치가 없는 클래식 자동차에 이런 장치를 장착해 안전하게 운행한다거나, 기계식 장치로 움직이는 예전 모델의 자동차에 최신 운행기술이 가능하도록 엔진 등을 교체해 스타일은 유지하되 성능은 최신으로 바꾸는 식이다. 온전히 그것은 아니지만 일정정도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장점이 있다.

튜닝의 목적은 사실 자동차 경주에서의 우위보다는 유지 관리에 있다. 좋은 자동차를 계속해서 관리하고 정비하면서 차량을 운행하는 문화가 생활 깊이 투영된 결과다.

때문에 집을 고치고, 수리하고, 증축하고, 개축하는 식의 문화 역시 생활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유럽의 경우, 구도심에 새롭게 건물을 짓는 것이 엄격하게 제한돼 있는 경우가 많다.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과거의 건물을 고쳐쓰는데 익숙하다고도 볼 수 있다. 베토벤의 생가, 피카소의 학교, 고흐의 침실 등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배경이며, 옛 건물의 내부만 리모델링한 호텔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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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튜닝 Car Tuning  vs 집 리노베이션 Renovating the House

세월의 흔적이 여전한 서울 망원동 골목 어귀에 자리잡은 작은 건물들 위로 어느 날 마치 중세시대 기사의 갑옷을 입힌 듯한 외형이 들어섰다. 그것은 SF영화의 고전이 돼버린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와 오오토모 카츠히로 감독의 ‘아키라Akira’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어반 소사이어티Urban Society의 ‘리브 어반 망원Live Urban–Mangwon’ 얘기다. 그 첫 모습은 옛 것인데, 마치 튜닝한 자동차의 모습처럼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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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에서 나온 새싹은 가녀리거나 연약하지 않고, 꽤나 단단하고 매끈한 형태의 구조를 지녔다. 노쇠한 나무를 보호하려는 의지가 투영된 것처럼 되레 젊은 힘이 느껴진다.

‘리브 어반-망원’은 마치 긴 시간을 품은 옛 동네가 새로운 미래도시로 탈바꿈하는 과정의 한 장면처럼 묘한 힘이 건물의 외관에서 전해졌다.

1989년에 만들어진 이 건물은 라멘Rahmen 구조(건물의 수직 힘을 지탱하는 기둥과 수평 힘을 지탱해 주는 보로 구성된 건축구조로 경량화, 단순화된 구조다. 재료는 철골 및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하며, 시공의 편의성 때문에 현대건축에서 많이 이용한다. – 편집자 주)의 저층과 내력벽 구조 耐力壁 構造 Box-frame construction(수직 하중 및 수평 하중을 내력벽으로 지지하는 구조 – 편집자 주)의 상층으로 2가지 형식이 혼용됐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전형적인 근린생활 건물로 내력벽 구조였던 2, 3층을 기존 라멘조와 접합시킨 철골조로 변경하고, 이러한 하층 구조보강을 통해 기존 옥상위로 2개층을 수직증축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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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다 된 옛 건물에 철근으로 골조를 보강하고, 그러한 보강된 구조를 바탕으로 새롭게 2개 층을 증축해서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건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마치 오래된 낡은 자동차를 다시 새롭게 복원하고, 개선하는 튜닝의 결과물을 보는 듯했다. Live Urban은 도심에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의지의 작명인듯 한데, 꽤나 어울리는 작명이란 생각이다.

어쨌든 새롭게 탄생한 이 건물은 근생과 주거 부분을 각각 3개층씩 사용하는 복합형 도시형 건물이 되었다. 지하층은 제작공간, 1층은 상업공간, 2층은 업무공간, 3층은 스튜디오형 주거, 4층은 공유주방과 쉐어하우스, 5층은 복층형 스튜디오와 옥상정원으로 마무리됐다. 상부 3개층 주거공간은 쉐어하우스 개념으로 7명의 독립된 거주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옥상 텃밭, 영화 상영, 커뮤니티 행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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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지는 않고, 오래된 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그걸 잊고, 유행과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열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유행은 정말 돌고 돌며, 과거의 역사는 미래를 예측하고, 과거의 실수는 여전히 미래의 우리에게 교훈이 된다.

ⓒMAGAZINE BR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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