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주택=앤틱+레트로하우스, 그게 또다른 해법이 아닐까?

쌍문동 노후주택 리모델링: 틔움건축 'Alicia House'
©England Butler
글. <브리크 brique>  자료. 틔움건축

 

가로수길을 지나, 세로수길도 지나, 경리단길을 거쳐 망리단길이라는 말이 유행을 하고 있다. (물론 이런 명칭에 대해 거부감과 반감을 가진 분들도 많다는 것을 미리 밝힌다.)

소위 핫하고 힙하다는 플레이스에는(유명해진 거리 또는 동네라고 쓰고 싶었지만 뭔가 첨단 유행을 걷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저 표현을 씁니다.) 노출콘크리트, 노출형 배관과 배선, 20~30년대 유럽 스타일의 조명등, 탁자, 접시, 그러한 구조물을 본딴 인테리어가 눈길을 잡아끈다. 어린시절 유행하던 킥보드와 힐리스가 다시 어린 친구들의 힙한 유행이 되는 걸 보면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건가라는 기분이 든다.

©England Butler

 

이렇게 젊은 친구들에게 소비되는 공간의 문화는 아이러니하게도 낡고 구닥다리 취급을 받던 골동품들이다. 동네책방이, 문방구가, 시장구석의 분식집이 e-Book보다, A#보다,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더 새롭고 신기하며 낯선 공간이 되었고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물론 지금의 속도를 보면 순식간에 유물이 되어 뒤쳐진 유행의 한 공간에 자리잡을지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시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는 것은 다양한 취향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것이고, 그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England Butler

 

‘알리샤 하우스(Alicia House)’라고 이름 붙여진 쌍문동 노후주택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본 첫 인상은 1980~1990년대 미국에서 보던 카페와 소호(SOHO: Small Office Home Office)의 느낌이었다. 익숙한 한없이 익숙한… 그렇지만 낯선.

틔움건축(TIUM ARCHITECTS)이 리모델링한 쌍문동 노후주택은 하나의 취향을 드러낸다. 앤디 워홀의 페이팅 포스터가 놓여진 현관과 천정을 뚫고 지나가는 책꽂이, 흰색 페인트의 철제구조와 목조가 뒤엉킨 공간은 옳고 그르고의 기준이 아니라 좋고 싫고의 확실한 취향이 느껴진다. 사실 이 지점에서 앤틱이라든지 레트로라든지 하는 규정의 모호한 단어는 무의미하다. 그저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즐기는 그 방식 자체로 유효한게 아닐까?

건축주는 사실 이 건축사무소의 건축가다. 비록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친숙해진 쌍문동이지만 이미 40년된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작업은 건축가인 그로서도 녹록치 않은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느 건축주와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흥분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현실과 타협을 해야 하는 부분, 이상을 실현하고 싶은 부분의 갈등, 모두가 만족할만한 해법, 부족하지만 이해해야 하는 상황 등이 공간공간 느껴진다.

 

©England Bu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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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and Butler

 

하얀색 도화지에 새롭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쉽다. 완성도는 건축가 개개인의 실력에서 오겠지만 적어도 스스로의 머릿속에 존재하던 것들이 구체화되는데 있어서 다른 제약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타인이 그려놓은 그림의 주요 스케치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새롭게 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건축이 새로운 것을 채워넣는 과정이라면 리모델링은 기존을 것을 비우고 교체하는 과정이다. 오히려 기존 건축보다 더 의욕적이고 생동감이 넘칠수도 있다. 그래서일까 공간 하나하나가 그 존재이유를 확연하게 드러내는 느낌이다.

 

©England But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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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에 정답이 없듯 삶의 공간에도 정답은 없다. 아파트의 삶도, 주택의 삶도, 리모델링의 삶도 취향의 문제이고, 선택의 문제이며 수 많은 해법중에 한가지일 뿐이다. 그리고 그 해법이 꼭 정답일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족할 공간을 만들고 그런 삶을 즐기며 또다른 꿈을 꾸는 과정은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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