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전원생활 만끽해요”…노부모를 위한 주택 짓기

세곡동 택지에 다세대 주택 지은 40대 아들 이야기
ⓒBRIQUE Magazine
글. <브리크 brique>   사진.  A+PLATFORM, BRIQUE Magazine

 

노후의 한가롭고 여유로운 일상을 그려보라면 상당수는 도심을 벗어난 전원생활을 떠올린다. 집 앞에는 개울이 흐르고 푸른 잔디와 나무가 가득한 정원, 뒷 마당에서 텃밭을 가꾸는 전원 속 주택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벅차다. 그러나 그 모습이 얼마나 많은 댓가를 치르게하는지, 노후 생활의 대안으로 삼기에는 여러 난제가 있다는 것은 이미 다양한 사례를 통해 입증됐다.

 

건물 뒷 편에 있는 공동주택지역의 경관녹지를 1층 거실 발코니와 연결해 노부모가 앞마당처럼 쓸 수 있도록 했다. ⓒBRIQUE Magazine

 

세곡동 3가구 주택의 건축주는 오랜 아파트 생활을 했던 부모님이 살기에 불편하지 않으면서도 전원생활 같은 환경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병원이나 백화점, 문화공간 등 도심생활의 인프라를 누리면서도 화분과 텃밭을 가꾸고 녹지를 접하려면 단독주택이어야했다. 여기에 건축비 부담을 상쇄시키려면 임대수익을 거둘 수 있는 다가구여야했다. 노부모의 활동력이나 임대의 용이성까지 고려한다면 대중교통 인프라도 연결돼야했다. 만만치 않은 전제조건이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SH공사가 지난 2014년 분양했던 강남 세곡2지구 단독주택 필지. 그야말로 관심의 열기가 가득했던 땅이었다. 10분 거리에 3호선 수서역이 있고, 고속열차 SRT 개통을 앞두고 있었던 시점이었다. 교통 편리하고 녹지를 갖춘 지역이라 분양가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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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곡동은 단독주택 필지로는 A급이었습니다. 그만큼 비싸다는 얘기죠. 이 부분에서 부모님과 많은 이견이 있었습니다. 외곽으로 나가면 될 걸, 왜 이렇게 비싼 땅을 사냐는 지적이셨죠. 그러나 부모님이 겪을 전원생활의 어려움과 향후 투자회수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건축주 오희승(44)씨는 어렵게 부모님을 설득한만큼 집은 제대로 지어보겠다고 결심했다. 최근 창업한 본인의 회사에 건축사업부문을 추가해 시공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생각이 젊고 함께 파트너십을 이뤄줄 젊은 건축가그룹을 찾는 도중에 틔움건축을 만나 손을 잡았다. 세곡2지구에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 접근법을 이뤄낸 다가구 주택이 선보이게 된 배경이었다.

 

©A+PLAT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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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푸른 뒷마당

대부분의 다가구 주택에는 최상 층에 건축주가 산다. 다락과 옥상 등 더 넓은 공간을 누리기 위해서다. 반면 이 집은 노부모를 중심에 두고 설계했기 때문에 1층에 건축주가 산다. 대신 임대세대가 2층과 3층으로 이어지는 복층 구조를 누리도록 했다.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뒷마당까지 이어지는 복도가 등장한다. 건축가는 이를 두고 ‘건축적 산책로’라고 표현했다. 산책을 하듯 보행의 즐거움을 주면서 자연환경을 내부로 끌어들이는 역할이다. 뒷마당으로 나가는 복도의 바닥소재도 툇마루가 연결된 느낌이 날 수 있도록 같은 소재로 연결했다. 왼쪽 거실과 오른쪽 침실의 전경도 뒷마당 녹지가 보인다. 또 동향이어서 아침부터 일조량이 많아 시골 아침과 같은 채광과 기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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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자형 경사 지붕 + 쪽창 하나만 낸 정면 디자인

건축주가 요구한 까다로운 사안 중 하나가 집이 외형적으로 커보이면서도 지붕을 안보이게 해달라는 점이었다. 이를 위해 건축가는 택지 규정에 반영된 경사 지붕을 역으로 설계하고 정면에 마치 차폐벽을 세운 듯 단조로운 사각형의 외관 디자인을 도입함으로써 볼륨감은 키우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완성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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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열린 천청과 독립성을 지원하는 큐블럭

이 집의 또하나의 특징은 임대세대를 위한 2~3층 공간. 1층 전체에 건축주가 거주하는 만큼 2층 위의 공간에서는 임대세대를 위한 독립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디자인이 필요했다. 건축가는 이에 임대세대를 좌우로 대칭되도록 배치하고 채광과 감성을 모두 충족시키 수 있는 천청을 제안한다. 자재조달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임대세대의 하이라이트가 됐다. 여기에 옥상정원을 만들어 큐블럭으로 외부와 차단하면서 사생활 보호는 물론, 독립적 공간감을 확보했다.

 

©A+PLAT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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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 충실한 집 짓기 지속하고 싶어요”

건축주이자 ES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는 오씨는 이번 세곡 3가구 집 건축의 경험이 여러가지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오씨는 앞서 위례신도시에 상가주택을 위탁해 지어본 경험이 있다. 디자인과 마감 모두 만족스럽지 못해 스스로 뼈저린 실패라고 반성했다. 반면 세곡동 집 건축에서는 공사기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원칙을 고수하려했던 노력이 고스란히 성장의 경험으로 남았다고 자평했다.
오씨는 “집은 얼마나 견고하고 건강하게 짓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이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젊은 건축가를 만나 또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건축주 오희승씨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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