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프렌즈 Friends’에는 주인공 로스가 새 소파를 사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소파를 집에 들일 때 운송료를 아낀답시고 레이첼과 챈들러를 동원해 계단으로 옮기려다 결국 큰 사단이 나는 장면은 큰 웃음을 자아낸다. 이때 수없이 등장한 단어는 소파Sofa가 아닌 카우치Couch였다.
등받이가 있고 -팔걸이 유무는 상관없이- 겉천이 씌었으며 2명 이상이 앉을 수 있는 의자를 소파라고 한다. 그렇다면 카우치와 소파는 다른 것일까? 이 둘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그 외 세티Settee나 러브시트Loveseat, 체스터필드Chesterfield 같은 단어는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늑해지는 소파, 그 위에 눕기 전 이 고마운 가구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카우치Couch
소파Sofa
고대 중동지방의 언어인 아람어 ‘sippa: 현관 등에 까는 매트’에서 시작돼 아랍어인 ‘suffah: 나무나 돌로 된 벤치’가 17세기 유럽에 넘어오면서 sofa로 변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소파를 주로 쓰지만 영국에서는 상류층Upper Class가 중산층Middle Class의 카우치나 세티에 상응하는 단어로 사용했다. 보여주기 위한 가구의 개념과 손님을 맞이하는 자리로의 의미가 커 편히 누울 수 있는 카우치와 달리 ‘앉는’ 개념에 더 충실한 게 소파이다.
‘더 심슨즈The Simpsons’의 트레이드마크 오프닝을 ‘카우치 개그Couch Gag’라 하고, 브루노 마스의 ‘레이지 송Lazy Song’에는 ″I’ll be lying on the couch just chillin’ in my snuggie(난 카우치에 누워 담요를 덮고 쉴 거야)″라는 가사가 나온다. 에드 시런은 ‘Sofa’라는 곡에서 연인과 하루 종일 소파에 누워 있고 싶다고 노래한다.
러브시트Loveseat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하는 사람과 나란히 앉는 자리를 가리킨다. 두 사람이 붙어 앉아 사랑의 눈 맞춤을 하게끔 면적이 넓지 않으며, 미니 카우치 개념으로 보면 될 듯하다.
세티Settee
높은 등받이와 팔걸이가 있는 긴 벤치를 가리키는 고대 영어 ‘setl’에서 유래됐다. 현재에는 쿠션을 넣고 겉감을 입힌 의자라면 모두 세티라고 부르는 추세다. 소파보다 길이는 짧고 좌석 높이는 높은 제품이 많다.
섹셔널Sectional
부분으로 나누어져 여럿이 앉을 수 있는 세트형 소파를 일컫는다. 대개 2~4개 피스가 맞붙어 L자 혹은 U자형을 이룬다.
체스터필드Chesterfield
17세기 영국 왕실에서부터 쓰였다. 가죽 등으로 겉천을 누벼 일정 간격의 주름을 버튼 장식으로 마감한 소파로써 팔걸이가 등받이의 높이와 같은 게 특징이다.
데이븐포트Davenport
우리가 흔히 아는 소파의 형태로 넓게 앉거나 누울 수 있다. 침대와 소파의 두 가지 기능을 가진 소파베드의 오리지널 격. 미국의 A. H. Davenport and Company 社가 만든 소파 시리즈에서 따온 이름인데 회사는 문을 닫고 제품명만 남았다.
카나페Canapé
정교하게 깎은 나무로 프레임과 다리를 만들고 부드러운 소재의 겉감으로 등받이와 앉는 부분을 감싼 의자로 세티와 비슷하다. 18세기 프랑스의 루이 15세 때 탄생해 19세기에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다. 크래커나 빵 따위의 작은 조각 위에 치즈나 고기 등을 얹어 먹는 핑거푸드 ‘카나페’는 이 카나페 위에 사람이 앉은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외에도 쿠션은 있으나 등받이와 팔걸이가 붙어 있지 않은 디방Divan, 다리를 뻗을 수 있고 팔걸이는 한쪽에만 있거나 아예 없는 쉐이즈 롱Chaise Longue 등이 소파와 같은 의미로 쓰인다.
우리가 의자란 단어를 주로 쓰지만 시대와 쓰임에 따라 걸상, 좌석, 교의 등 여러 이름을 갖듯이 소파와 카우치 역시 그렇다. 소파라는 명칭이 익숙한 우리나라에서는 카우치마저도 낯선 단어로 여겨지지만 가구를 선택할 때 각각의 역할과 이름을 구분해 익힌다면 스타일을 완성하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알아두면 쓸모있는 소파 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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