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구가 사는 집
<4인 가족의 집>과 <집사의 집>. 이렇게 놓고 보면 마치 집주인과 집사가 같이 사는 대저택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16세기 르네상스의 근사한 대저택을 상상했다면 안타깝게도 잘못된 상상이다.
판교에 위치한 ‘온당(ONDANG)’이라는 이름의 듀플렉스는 두 아이를 둔 30대 부부와 고양이와 동거하는 독신 남성이 살고 있다. 마치 ‘이건 집입니다!’라고 말을 하는 듯한 전형적인 주택의 모양을 보이는 외관은 짙은 녹색이 감도는 지붕과 하얀색의 외벽, 그리고 강렬한 파란색의 대문으로 단순함을 드러낸다.
단순하고 심플하게. 최근의 모든 디자인 트렌드가 그렇듯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기능적인 디자인이 호평을 받고 있다. 물론 이 부분도 취향의 문제다. 복잡하고 세심하며 혼돈스러운 ‘아르누보’의 영향 가득한 알폰스 무하의 작품과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과 같은 단순하면서도 대비되는 몬드리안의 작업처럼. 어쨌건 이 집은 후자에 속해보인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한 집에 살아가는건 사실 상당히 힘든 일이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적인 공간 또는 생활이 일정 부분 침해되는 경우가 있고, 개인생활이 보편화된 젊은 세대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난처함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4인 가족의 삶, 그리고 독신자를 위한 삶
마당있는 집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며, 부부가 함께 식사를 준비하고, 가족들이 함께 독서를 하고, 또 대화를 나누는 일상. 이상적인 가족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이나 로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이와 같지는 않다. 때론 혼자 살아가는 남성 또는 여성이 있을 수 있고, 직업과 삶의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공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건축가의 ‘시선과 동선을 분리’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침해되는 부분을 최소화하면서 오히려 건강한 이웃 관계를 이루기 위한 고민의 흔적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층 구조의 주택이 서로 높이가 다르게 구상됐다. 4인 가족의 공간이 1층 거실과 주방, 2층 침실과 옷방, 세탁실, 다락인 3층이 보편적인 구조의 주택이라면 독신가구의 공간은 1층을 스킵플로어의 개념으로 건너뛰면서 복층 구조를 변형했다. 위의 사진에서 보여지듯 집은 크게 오른쪽 4인가족의 공간, 왼쪽 독신자의 공간으로 나뉘어진다. 주차장도, 집으로 들어서는 입구도, 공간의 높이도 서로 다르다. 하나의 집이지만 두 개의 거대한 공간이며, 이웃이지만 한지붕 아래 사는 사람들이다.
4인 가족의 공간을 하얀색과 나무색, 독신 가구의 공간을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나눈 색상을 통한 분리도 눈길을 끈다. 모던하고 심플한 외관과 기능적이며 구조적인 내관, 그리고 과하거나 모자라지 않는 선을 보여준다. 집이라는 공간이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4인 가족뿐 아니라 집사의 삶도 낭창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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