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pay, or not to pay 지를 것인가 말 것인가

공사비에서 아낀 돈을 가구에 투자하는 것에 관하여
Man paying with credit card on smart phone at home 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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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를 것인가, 말 것인가-그것이 문제로다. To pay, or not to pay-that is the question.”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희곡 ‘햄릿The Tragedy of Hamlet, Prince of Denmark’에서 실존과 부재에서 고뇌하는 한 인간 심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사를 저런 식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먼저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 하지만 근대사회로 접어들고, 자본에 의한 가치 교환이 보편화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실존의 문제는 재화에 대한 지불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와 직결되버렸다. 즉 단순하게 지불은 생존을 위한 최소 수단이며, 지불을 위한 경제활동은 우리의 존재를 유지시키는 기본조건이 되어 있다.

물론 ‘지른다’는 의미는 굳이 지불해도 되지 않는 재화를 심리적인 만족을 위해 지불하는 행위에 대한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는 인간이 이성적이며, 합리적이며,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소비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경제학이 심리학에 손길을 뻗어 소비심리, 행위분석 등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리적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러한 문제에 대한 전문가도 아니니, 복잡하고 어려운 얘기는 이쯤에서 생략하고 본래 이야기 하려던 ‘공사비를 아낀 돈을 가구에 투자하는 것’에 관해 살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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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일반적으로 가구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의자를 예로 들어보자. 집에 의자를 하나 선택할 때도 우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용도가 무엇인지, 어디에 놓을 것인지, 어떤 색상을 고를지, 다른 가구와 어울리는지, 사이즈는 적당한지, 바닥에 흠을 내는 것은 아닌지, 튼튼한지, 원목인지, 철제인지, 녹이 슬진 않는지, 페브릭 또는 가죽 재질인지, 세탁 및 청소가 용이한지, 아이들이 있다면 인체에 무해한 소재인지 등등. 고려를 하자면 끝도 없을 수 있다. 물론 이사갈 동안 대략 2년~4년만 사용할 용도로 예산을 책정하고 가장 저렴한 제품 중 용도에 맞는 것을 구입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1인 가구라면 자신의 취향, 목적, 용도, 색상, 재질, 스타일, 크기, 그리고 가격 등과 같은 위의 요소를 고려할 것이고, 2인 이상이라면 덧붙여서 인원수, 공통된 스타일 등이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다. 거기에 브랜드, 내구성, 친환경적 소재 같은 요소가 추가 될 수도 있다. 상당히 간결해보이지만 인테리어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이러한 선택에도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것을 수긍할 것이다.

합리적이며, 이성적이고, 경제적이며, 논리적인 올바른 선택 기준은 정말 필요한 재화를 주어진 예산내에서 가격대 성능비를 고려해 구매하는 것이겠지만, 대개의 경우 이런 행위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 지불할 능력이 있는 것과 지불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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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사를 할때 보통 도배와 장판, 그리고 하자 있는 부분을 수리 한다. 물이 샌다거나, 수압이 낮다거나, 벽에 금이 가있다거나, 전선 정리가 안됐다거나, 창문 유리가 깨졌다거나 등은 먼저 해결해야한다. 지붕이 없고 벽이 뚫린 집에서 아무리 냉난방기가 잘 돌아가도 아무 소용이 없듯, 집이라는 공간은 기능적 그리고 구조적으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한다. 합리적이며, 이성적이고, 경제적이며, 논리적으로 올바른 선택은 적어도 이 부분에서는 발휘되어야 하는 것 같다. 집이라는 공간이 갖는 기본적인 기능을 유지시키는 비용은 지불하는 것이 맞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조건이 만족된 상황에서 우리는 편안한 침대와 취향에 맞는 가구와 조리가 편한 싱크대 등을 선택하며 비용을 지불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선택을 상식선에서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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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종종 우리는 집을 수리하는데 필요한 공사비를 아껴서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선택을 하곤한다. 좋은 집이 만들어지기 위한 기본조건은 충분한 설계기간, 충분한 공사기간, 그리고 충분한 예산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만족할만한 사람들은 많지않다. 대개의 경우 설계는 건너뛰고, 기간은 길어야 일주일 이내로, 예산은 최대한 적게 책정하고 공사를 진행한다. 물론 집을 기본적인 수리를 하는데 설계를 하고, 한달이 넘는 공사기간을 갖고,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은 아니다.

낡은 배에 최신 트렌드의 디자인이 반영된 돛을 달고, 유명 브랜드의 도료로 도색을 하고, 최고품질의 밧줄을 구비한다고해서 그 배의 성능이 더 좋아지거나, 내구성이 더 견고해지진 않을 것이다. 우선 필요한 것은 낡은 부분은 점검하고, 부품을 교체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서 안전한 항해가 보장될 때 멋진 돛과 화려한 도료와 최고의 밧줄은 더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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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24시간 365일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이다. 물론 대개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현대인들에게는 잠만 자는 공간일 수도 있다. 비록 잠만 자는 공간일지라도 우리는 그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얻고, 기운을 차리고, 여가를 보내고, 가장 편안한 환경을 추구한다. 공간이 주는, 환경이 주는 심리적인 영향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테리어 부분도 물론 중요하다.

알맞은 재료로 올바른 공사를 통해 보수되고 수리된 집은 그만큼의 역할을 수행한다. 값싸고 부실한 재료로 좋은 품질을 기대하는건 아무래도 불가능하다. 적절한 비용과 적정한 재료를 선택하고, 안전과 품질의 수준을 유지시키는 공사와 그 위에 취향과 심리적 안정, 편안함과 기분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인테리어가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집과 그리고 그 집에 사는 우리에게 있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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