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에스아이 건축사무소 SIE: Architecture
“각기 독립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그리고 후일 하나의 주택이 될 수 있는 집을 설계해야 했다.”
이 집은 국외 체류가 잦은 가족과 일부 임대를 줄 수 있는 두 가구를 위한 집이다. 꼭 땅콩주택을 원하진 않았지만 그처럼 각기 독립적인 생활이 보장되는, 그리고 후일 하나의 주택이 될 수 있는 집을 설계해야 했다. 하나의 대지에 두 가구가 존재하더라도 토지분할이 불가능한 현재 신도시에서 결국 하나의 대지에는 한 채의 주택 밖에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으로, 계단이나 복도 등의 서비스 면적이 2중 적용되는 그런 개념보다는 후일 하나의 주택으로 완전할 수 있는 층간 구분이 되는 집을 권했다.
두 가구가 쓰기에 넉넉하지만은 않은 공간을 위해 다락방을 올릴 것인지 지하를 내릴 것인지에 관한 고민 중, 예정된 예산을 감안해 지하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다락방은 상황에 따라 증축이 가능하지만, 판교처럼 값비싼 대지에서 건축이 시작된 후 지하는 더 이상 어쩔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가장 검소하고 단순한 외관과 최대한 넓고 깨끗한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설계의 관건이었다. 지중해 연안에서 주재원으로서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건축주의 가족들은 그 태양 아래 빛나는 하얀 스터코의 기억을 여전히 아름답게 간직한 상태였다.
정해진 연면적에서 두 가구로 인해 많아진 방의 개 수, 상대적으로 협소해질 수밖에 없는 각 실들의 시원한 느낌을 위해서는 공간의 분리를 최대한 지양해야 했다. 1층 안방과 부속실(옷방/욕실)들을 호텔에서나 봄직한 구조로 대체해 자칫 무료할 수 있는 50대 부부에게 신선한 감각을 연출한다거나, 거실-주방-식당을 일체화해 탁 트인 공간감을 기대함과 동시에 요즘 더 중요시되는 식당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 또다른 공간의 활용 방안이다.
2층에서는 방, 거실, 식당, 테라스를 모두 일체화할 수 있는 일자형 구조로 쓰임에 맞게 적절히 공간을 닫거나 열 수 있다. 주택의 가장 강한 매력인 마당은 1층에서는 도심형 주거에 적합한 중정형으로 외부에 대해 사생활을 보호하고, 그에 상응하는 마당을 2층 가족들에게도 돌려주기 위해 아파트의 천편일률적인 평면의 방 개수 맞추기보다는 적절한 기능의 실들과 쓰임새 있는 수납으로 여유를 만들어 1층 지붕을 이용한 두 개의 마당을 제안했다.
후일 이 집의 2층에는 두 딸 중 한 사람이 출가 후에도 같이 살았으면하는 부모의 바람을 담아 완전한 분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개조로 1층과 2층이 소통할 수 있도록 미리 구조적인 계획이 숨어있다.
유독 눈이 많았던 겨우내 푸른 비닐 천막으로 꽁꽁 싸여 공사가 진행되었는데, 비계를 해체하면서 푸른 코트를 벗은 하얀 집은 정말 지중해의 강한 태양 아래 빛나는 하얀 스터코처럼 반짝거리는 각설탕을 연상케 하는 첫 만남의 인상이었다. 시선을 끄는 어떤 특별함은 없지만 정사각형의 파란 하늘을 넘칠듯 담아내는 마당, 이것이 어쩌면 이 집의 특별함인지도 모르겠다. 작업에 대한 욕심보다는 앞으로 이 집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모습을 솔직하게 고민한 결과가 각설탕의 달달함으로 녹아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 작업을 끝낸 건축가로서의 감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