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건축사사무소 서가 seoga architects
‘하루에 절반 이상의 시간을 어린 자녀와 보내는 집보다 삶에서 더 우선시 되는 것이 있을까?’ 이런 생각으로 젊은 부부는 넉넉지 않은 예산에도 불구하고 집짓기를 앞당겨 실행했다. 대전광역시의 외곽에 터를 잡은 이 집은 젊은 가족을 위한 집이다. 남쪽으로 낮은 산자락이 흘러 내려오고, 북쪽으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논밭이 펼쳐져 있다. 대지 주변으로는 오래된 농가 주택들과 점집 등이 혼재돼 있어, 아직 어린 자녀들이 있는 건축주에겐 건축 공사를 시작하기에 다소 녹록치 않은 환경이었다.
안주인은 유치원 선생님으로 새로운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새로 지어질 집은 작은 홈스쿨을 위한 공간으로도 사용할 계획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요리도 하고, 공부도 하는 공간은 집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또한 이 공간은 아이들의 친구들과 부모가 모여 공유할 수도 있는 곳이다. 집이지만 외부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공간이기에, 집의 큰 틀을 ‘ㄱ’자 매스로 배치해 거실, 주방, 식당은 출입구와 연결된 오픈된 형태의 공간으로 만들고, 사적인 방들은 안쪽 공간에 배치해 미닫이 문을 통해 공용공간과 분리되는 구조로 계획했다.
길게 늘여진 복도에 아이방, 화장실, 손님방, 부부 침실과 드레스룸이 연결돼 있다. 복도는 공간을 연결하는 성격과 더불어 아이들이 서재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성인에게는 다소 좁은 복도 공간이지만, 아이들에겐 원하는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넉넉한 책방이 된다. 그리고 화장실은 파우더룸, 샤워실로 나눠 4인 가족이 쓰임에 따라 분리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2층은 지인 가족이 사는 공간이다. 1층의 ‘ㄱ’ 매스에 ‘ㄴ’ 매스를 적층함으로 두 집이 공유할 수 있는 중정 마당을 만들었다. 이 중정 마당은 외부의 거친 환경로부터 적절히 닫혀 있는 공간이다. 또한 각각의 집으로 이르는 진입공간인 동시에, 두 집이 가까운 이웃으로 만나는 공유 공간이 된다. 시작부터 충분하지 않았던 예산이었기에 걱정이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건축주, 설계자, 시공사가 뜻을 모아 작업을 진행했기에 낭비하는 비용없이 적절하게 예산을 활용할 수 있었다. 완공된 집에 머물게 될 아이들과 부모들이 공간을 더 풍성하게 채우고, 정겨운 집을 만들어 가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