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리을도랑 Rieuldorang
신도시에 세워지는 상가주택의 유형은 대체로 단순하다. 그 이유는 예산과 법규제 때문이다. 1층 상가를 넣어 최대한의 임대료를 받아 공사비 대출금을 일부 보전하고, 한 개 층은 자신의 주거로 사용하고 나머지 한 개 층은 임대주택으로 대출이자나 생활비 보조금으로 사용하기에 건물의 프로그램은 자연스럽게 이런 식으로 정해진다. 여기에 다락을 불법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는데다 옥상없이 경사지붕을 넣어야하는 법규제까지 등장해 비슷비슷한 형태의 건물들이 신도시를 꽉 매우게 됐다. 반면 이 프로젝트는 모든 공간을 임대용으로 계획하는 수익성 건물이었다.
우리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는 수요층을 고려해 일반적인 방법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건축주는 주변의 집들보다는 임대자 입장에서 좀더 살기좋은 공간을 원했다. 더욱이 위치가 대학병원 인근이라 레지던트 의사나 간호사들이 수요자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차별화가 필요했다.
생각해낸 것은 보다 강화된 사생활 보호와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배려였다. 보통 임대세대의 발코니는 외부 노출 면적이 크다. 그래서 빨래를 널더라도 밖에서 사는 이의 성별까지 분간할 수 있다. 우리는 대신 발코니의 방향을 안쪽으로 깊은 긴 형태로 바꿨고, 외부에서 발코니를 볼 수 있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깊게 배치했다.
또 주거용 임대공간이 두 개 층임을 감안해 세로로 나눈 로프트하우스(복층주택)로 계획했다. 층간 소음도 줄이고 사생활 보호에도 유리하다. 외부에서 볼 때에는 한 지붕 한집으로 인식할 수 있어 임대주거라도 자신만의 집이라는 독립성을 줄 수 있다고 봤다.
이 집의 가장 큰 특징은 전면의 W형태의 블라인드 같은 루버다. 임대면적을 최대로 늘리다보니 창 앞에 처마가 없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 루버가 햇빛을 가리는 차양 역할을 한다. 또 이 루버가 사생활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내부에선 외부의 밝은 빛이 들어오나 외부에선 내부를 볼 수 없다. 일반적인 일자형 루버도 블라인드 역할을 하는데 W형태로 꺾여있어서 내부가 더 안 보이는 효과가 있다. 건축주는 감옥같이 갑갑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실제 시공된 모습을 보면서 좀 단단해 보이는 블라인드처럼 느낌도 더 좋다고 했다.
요즘 TV매체의 영향을 받아 요리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다. 즉,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것 이상으로 식사에 대한 질적인 관심도가 높아진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수용해 주거면적대비 큰 싱크대를 갖추었다. 부엌 앞에 안으로 깊은 발코니를 배치해 보다 쾌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난한 공간을 만들어 임대수익을 올리고 싶지 않다는 건축주를 만났고, 그 요청에 감동해 새로운 시각으로 임대공간을 만든 로프트하우스W에 마음이 부자인 거주자들이 들어오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