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맵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Maaps Architects
사이트는 공업 도시로 대표되는 울산광역시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었다. 사이트와 바다 사이엔 지금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있고, 거대한 산업시설의 공간 스케일(space scale)과 용접봉 타는 냄새, 그리고 바다 짠내가 섞인 독특한 냄새가 각인된 이미지로 남아 있다.
‘버티컬 오션(Vertical Ocean)’에 대한 설계를 처음 의뢰 받았을 때 떠오른 생각은 여기서 출발했다. 대한민국의 여느 오피스텔처럼 이 곳도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임대하는 주거형 오피스텔이다. 때문에 시행사들은 평범한 오피스텔을 싸게 짓고 판매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다른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시작됐다. 대단한 것이 아니더라도 오피스텔을 짓는 습관적인 건축 행태를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이 생각의 실현을 우리는 각 자의 삶의 특성을 담을 수 있는 라이프 셀(LIFE CELL)의 집합으로 이루고자했다. 보편적인 삶의 방식에 따라 단일적으로 만들어지는 주거모듈 대신, 개개인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는 맞춤형 유니트를 제안했다.
주거유형은 크게 파노라마, 24 라이프, 아트 스튜디오, 테라스 등 4가지 형태로 나눴다. 파노라마는 바다에 접하는 전면으로 가장 넓은 개방창을 줘 바다풍경을 담아냈고, 24 라이프는 북측면에 접해 야간근로자, 예술가, 스튜디오형 작가 등 낮시간 동안에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특화된 유니트로 계획했다. 아트 스튜디오는 예술소비계층을 타겟으로 도심 속 작업실 겸 별장으로 구상했고, 가로형 복층구조로서 다양한 높이의 벽면을 이용한 갤러리월, 전시, 파티 등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테라스형은 전면 테라스를 통해 도심 속에서 자연의 공간을 주거와 함께 갖기를 원하는 수용계층을 위해 계획했다.
상업지역이라곤 하지만 주변은 5층 정도의 비교적 오래된 입면의 가로풍경이었다. 이는 투자가치가 높지 않아 실행용적률이 낮고 활기가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고, 아주 빠른 자동차 소리만 가득했다. 도시 풍경에 활력을 불어줄 역동적인 건축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다의 물결과 테라스, 역동적인 두 가지 레이어(Double layer)의 유리 입면을 하나의 건축 매스(mass)로 재구축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물결의 흐름 속에 테라스와 디자인을 되도록 자연스럽게 놓도록 의도했다.
전면의 25미터 도로는 아침, 저녁이면 수 만 대의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출퇴근하는 장관을 만들어 내는 도로이다. 따라서 소음이 문제였다. 상업공간을 주변 건축물의 높이 5층까지 끌어 올린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확히 6층의 높이에서부터 바다의 전망이 조선소를 넘어 창안에 가득 찼다. 조선소의 풍경을 바다와 함께 바라보는 느낌도 새롭고 좋았다.
1층 상가에서 시작해 16층의 옥상정원에 이르기까지 테라스는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 새로운 오피스텔(Vertical Ocean)의 입면을 완성했다. 이를 위해 단위세대는 동향으로 배치했고, 전 세대가 바다 조망 면적을 최대한 나눠 갖도록 코어시스템은 모두 서측으로 몰아서 디자인했다. 입면에 노출되는 에어컨 그릴과 보일러 연도는 늘 문제가 된다. 그래서 층마다 통합설비를 둬, 후면 코어 속으로 배치해 건축물의 입면 전체에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단위 세대의 4미터의 높은 층고, 서비스 테라스, 복층형 유닛, 시원한 바다전망을 통한 분양성, 그리고 활기찬 외관 이미지는 비교적 높은 시공난이도와 건축비용에도 불구하고 시행사의 동의를 받아냈고, 2년 후 완성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