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에스아이 건축사무소 SIE: Architecture
세 지붕이라 삼봉집.
3개의 특별한 공간이 형상화돼 삼봉집.
세 식구 각자가 주인이 돼 사는 집이라 삼봉집.
삼봉집은 아직도 아내를 너무 사랑한다고 쑥스럽게 얘기하는 남편과 매일같이 드라마나 영화를 봐야하는 직업을 가진 아내, 딸 같은 아들 하나, 그리고 외국에 거주하지만 가끔은 장기간 한국에 체류하며 작업을 하는 어머니를 위한 집이다.
건축주는 집 지을 동네를 정한 뒤 여러 지번을 갖고 상담하고, 그 중 최적의 대지를 구매할 정도로 오랜 시간 집 지을 준비를 했다. 대지를 건축가와 상의해 정할만큼 치밀한 성격의 건축주는 설계를 위한 요구 사항도 명확했고 그 외의 나머지는 전문가에게 일임하겠다는 명쾌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
실은 몇 개여야하고, 각 실이 만족해야 하는 일반적인 조건들이 있었다. 특별한 조건은 거실보다 식당이 중요하고, 식당보다 온 가족이 매일 함께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다용도의 서재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외화 번역을 하는 아내를 위한 미디어실과 외국 생활에 익숙하신 어머니가 불편하지 않을 호텔같은 방으로 긴 한지를 깔고 작업할 수 있는 공간도 각각 필요했다. 외장재는 벽돌이면 좋겠고 덧붙여 법규상 필수적인 경사지붕을 사용해 태양열 집열판을 보기 싫지 않게 사용해 달라고 했다.
대지는 용인에 새로 조성된 주택단지 안에 북동쪽으로 도로를 접한 평범한 바둑판 모양의 필지였다. 평면계획은 세 식구가 각자의 사적 공간을 가지면서도 주가 되는 공유공간-식당·서재·미디어실 및 다락 등을 수직으로 배치하여 그들이 외부공간과 어우러지는 공간감을 강조했다. 외관은 건축주의 이미지처럼 선명함을 주로 하고 그 사이 알콩달콩한 가족들의 생활이 엿보이도록 마당 안과 밖을 차별화했으며 가족 구성원을 닮은 공간적 특징을 극대화하기 위해 3개의 지붕을 계획했다.
외장은 벽돌 한 가지를 써서 재료 자체의 탄탄한 물성이 도드라져 보이게 했으며 단정하면서도 반짝이는 색감을 위해 벽돌 제작사와 여러 번의 협의를 거쳐 기성의 벽돌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벽돌을 제작했다. 제작 공정의 어려움으로 완성된 샘플을 보지 못하고 시공하게돼 건축주나 건축가는 걱정을 했지만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결과적으로 삼봉집은 삼봉집만을 위해 재단된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재료로 만들어진 맞춤복을 입은 셈이다.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순하지만 밋밋하지 않은 연출인데 가구와 조명계획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통상 가구는 가구처럼 보여야 하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특별해야 하는 가구를 제외한 대부분은 공간에 묻히거나 벽의 일부처럼 계획돼 움직이는 가구나 사람들의 배경이 되어 그들을 공간 내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게 한다. 조명 또한 드러나는 것과 숨은 것 그리고 색온도를 적절히 조합해 일상의 변화에 의해 공간의 분위기 또한 반응하도록 한다. 모든 가구들, 심지어는 벽에 붙은 장식 거울조차도 집과 어울리게 디자인되고 재료를 선정해 그 위를 비추는 빛에 의해 서로가 서로를 돋보일 수 있도록 계획된 점이 삼봉집 공간의 강점이다.
삼봉집을 공사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고민했고 까다로웠던 공정은 경사지붕을 활용한 태양열 집열판 설치였다. 주변을 돌아보면 태양열 집열판은 지붕과 별개의 요소로 덧붙여져 잘 정리된 집을 망가뜨리는 주범으로 전락된 경우가 일반적이다. 법규상·기술상 집열판을 설치할 장소는 정면 박공지붕의 남쪽 면밖에 없는데 여기에 일반적인 시공방법으로 집열판을 설치하면 잘생긴 얼굴에 시커먼 일자눈썹을 붙이는 꼴과 무엇이 다를까? 따라서 설계 시작단계부터 집열판도 계획의 일부로 지붕과 일체화해 설계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시공 관련자들과 수없이 논의를 하고 도면을 그린 노력이 가장 큰 기술적 성과라고 하겠다.
삼봉집. 세 지붕이라 삼봉집. 3개의 특별한 공간이 형상화되어 삼봉집. 세 식구 각자가 주인이 되어 사는 집이라 삼봉집. 그렇지만 다소 촌스러운 어감에 주저하며 가족들에게 집 이름을 건넸더니 “어머 신기해라. 저희도 삼봉집 생각했어요. 남편 이름이 좀 촌스러운데 남편 이름과도 비슷하고. 저희는 너무 좋아요!”라며 박수치며 좋아해 주는 건축주의 쾌활한 표정처럼 만남부터 지금까지 소탈하고 즐거운 웃음으로 작업이 끝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