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솜+어소시에이츠 sommm + associates
정릉에 몇 남지 않은 오래된 한옥 중 하나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 한옥에 붉은 벽돌의 옷을 입은 개량 한옥쯤 됐다. 입구는 기존 마루 공간을 이용해 붉은 벽돌을 쌓아 올려 현관을 만들어 놓은 탓에 마당에서 거실로 들어오는 빛을 현관이 막게 돼 실내가 어두침침했다. 한옥의 서까래는 거실만에 노출돼 있어 아름다운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다.
‘ㄴ’자 한옥으로 거실을 지나 복도에 들어서면 마당을 보고 있는 두 개의 방이 나타난다. 현재의 복도 공간이 예전에는 마당을 보는 마루였지만, 마찬가지로 붉은 벽돌을 쌓아 복도 공간으로 만들어 놨다. 복도에서 마당을 바라보면 사랑채가 보인다. 본채는 ‘ㄴ’자지만 전체적으로는 마당을 감싸고 있는 ‘ㄷ’자 한옥이다. 외장재는 한옥 나무의 색상과 잘 어울리는 붉은 벽돌이었고, 창 또한 예전 창살 모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외장과 창은 최대한 손대지 않는 것으로 했다.
건축주는 젊은 부부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실제 생활은 거의 거실에서 했기 때문에 주방과 거실의 연계를 고민했다. 또 마당으로 들어오는 빛을 가리는 현관을 보완하고 거실에 빛을 최대한 들이며 모든 공간에서 마당을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었다.
거실은 기존 집주인이 방을 새로 계획하면서 거실을 가로지르는 벽을 만들어 두었다. 그로 인해 물리적으로 크기가 줄었으며 애매한 공간의 크기만큼 모호한 크기로 천장 서까래가 노출돼 있었다. 우선 벽을 철거해 거실의 공간을 넓히는 동시에 거실과 주방의 천정을 모두 철거해 서까래를 예전 한옥 느낌 그대로 드러내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넓어진 거실과 주방은 일자로 정렬시켜 요리를 하면서 거실에 있는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의 채광을 막고 있던 현관도 철거하고 통 창을 설치해 아침에 떠오르는 동쪽 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마당을 조금 더 가까이 볼 수 있게 했다.
기존 화장실은 좁고 긴 형태로 창이 없어 어두운 공간이었지만 어두운 타일까지 더해져 더욱 어두웠다. 도기와 샤워기구 등을 모두 교체하고 타일도 밝은색으로 바꿔 좁고 길지만 어둡지 않고 화사한 욕실을 만드는데 주안점을 뒀다.
이 프로젝트는 시간을 찾는 작업이었다. 개량한옥이었지만 곳곳에 한옥의 느낌을 숨기고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한옥 날 것을 드러내며 예전의 고즈넉함을 다시 찾고 싶었다. 또 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건축주의 생활양식을 최대한 반영하고 싶었다. 거창하지 않지만 소소하고 따뜻함을 담은 공간들이 만들어지길 바랐다.
예정한 공사기간은 한 달이었지만 연휴가 끼여 실제 시간은 3주 남짓했다. 이 시간동안 철거, 서까래 노출부위 보수, 창호 교체, 바닥 방통, 마당데크 작업까지 모든 마감 작업을 수행해야 했다.
그런데 서까래를 노출하기 위해 철거하고 보니 너무 오랜 시간 관리되지 방치돼서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짧은 공사기간에 서까래를 살리는 세심한 작업까지 추가해야해 공사자들이 애를 많이 썼다.
한옥 리노베이션은 철거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의 상태에 따라 비용과 공사기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반 주택 개조와 다르게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계획하는 것이 좋다. 한옥은 자연의 재료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이 만든 것처럼 모든 기둥이 각이 맞을 수 없고 똑바를 수 없다. 생각 없이 창호를 제작하면 분명 아귀가 맞지 않는 공간이 생긴다. 이 또한 충분히 생각하고 고민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