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스튜디오 메조 STUDIO MEZZO
서울 양재천수영장 건너편에 위치한 이 대지는 동남쪽으로는 양재천이 보이고 뒤로는 바우뫼산이 근접해 앞뒤로 좋은 경관을 갖고 있으며 양재천 주위로 산책할 수 있는 코스가 있다. 3~4층 정도의 나지막한 건물들이 군집한 곳으로 소규모 카페나 음식점, 사무실들과 다세대주택들이 들어서 있으며 아직 색깔이 드러나지 않은 일반적인 동네였다.
동네를 보다
소규모 주거가 밀집해 있는 동네의 길을 보면 보행이 이뤄지는 가로변은 모두 주차장으로 변해 사람과 건물이 처음 만나는 곳이 사람을 위한 곳인지, 차를 위한 곳인지 모를 곳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주거로 향하는 출입구는 통제 없이 누구나 드나들고,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과는 상관없이 투룸, 원룸이라고 불리는 집들. 이 모습이 우리 주변에 산재한 다세대주택이 들어선 보편적인 동네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 대지만이라도 차가 우선으로 다니는 골목이 아니라 늘 사람들이 있는 밝은 곳이길 원했다. 이를 위해 저층의 상가와 상부의 주거라는 기본 개념을, 적어도 우리 건물 앞은 차가 아닌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채우겠다는 개념을 고수해 사람과 건물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계획했다.
먼저 건물의 우측에 작은 썬큰을 계획해 그 곳에 지하 상가와 2층 상가를 전용으로 이동할 수 있는 외부 계단을 설치했다. 이는 주거와 상가의 동선을 분리할 뿐만 아니라 편의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썬큰은 기능뿐 아니라 작은 건물의 숨구멍이 되고 빛을 지하까지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봤다.
집합 VS 공동체
우리의 삶을 연속시켜주는 공동체적 삶이 상실된 현재의 집합주거는 말그대로 집합체일 뿐이다. 주거와 직장의 분리로 소규모 주택단지 역시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으며 치안의 불안과 편의시설의 부재로 인한 불편함과 도로의 주차장화 때문에 사실상 보행이 불가한 거리로 꽉 있다. 그러니 당연히 공동체적 삶은 부재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첫째는 물리적인 편의성 및 안정성을 최대한 설계에 반영하고 공동체적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이다. 주거로 접근하는 출입구의 보안과 무인택배시스템과 1층 로비에서 대기와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세대 내에 수용 할 수 없는 아웃도어용품의 보관소 등을 계획했다.
공동체적 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2층 커뮤니티룸과 테라스를 계획해 마을 어귀의 평상처럼 개인 집이 아니더라도 외부 손님 혹은 주민들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옥상정원을 계획해 가벼운 운동과 바비큐 파티 등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해 최대한 직접적인 만남을 유도했다.
작은 시도들이 도시적 스케일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지만 건축가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작은 건물을 계기로 도시의 자발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으며 공동체적인 삶을 가꿔 나갈 수 있는 시작점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라이프 스타일
좀 더 개인의 삶으로 들어가 보자. 도심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각양각색의 삶으로 변해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자신의 개성이 닮긴 삶이 존중되고 구현되길 원하고 있다. 3대 혹은 2대가 같이 사는 가족구성원에서 싱글(SINGLE),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s), DINK PET, DEWK(Double Employed With Kids), TONK(Two Only No Kids) 같은 1세대 혹은 여러 유형의 가족구성으로 변해가고 있다. 구성원이 달라진 만큼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달라졌으며 삶을 담는 공간의 구성도 각양각색으로 변화해가고 구성원이 점점 줄어들면서 그들이 점유하는 공간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는 목적에 맞는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잠잘 때는 침실이, 가족과 혹은 타인과 모일 때는 거실이, 식사를 할 때는 주방과 식당이, 일을 할 때는 작업실이, 그리고 화장실과 같은 공간들이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소규모 가족 구성원들이 사는 작은 공간에 이 모든 것을 넣을 수는 없다. 목적에 맞게 공간이 변화해야 한다. 변화할 수 있는 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팝업(POP UP)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공간을 계획했다.
물리적으로 움직이거나 변화할 수 없는 현관, 주방 씽크대, 화장실과 같은 공간은 서비스 시설로 고정하고 나머지 공간을 목적에 맞게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때로는 침실이 작업실이 되고, 작업실이 파티룸이 되며 식당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즉 벽과 가구의 경계를 넘어 목적에 맞게 팝업(POP UP)이라는 기능을 이용해 벽과 가구를 ROTATE(회전하다), TILT(젖히다), SLIDE(움직이다) 해서 목적에 맞는 공간을 재구성 할 수 있는 계획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