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자료. ARCH 166
Design background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생활자들에게 주거의 형태는 1980~90년대 들어서 획일화된 한국식 아파트의 공간구성이 기준이 되었다. 난 다르게 살 순 없을까? 이런 단순하지만 새로운 주거 형태의 욕구는 사회전반의 구석구석에서 나타났다. 주거형태 뿐만 아니라 개발 폐해를 뜻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용어도 사회저변에서부터 획일화에 대한 반발로 생겨나 이제는 그리 낯설지 않게 됐다. 아파트! 풍요와 부동산의 상징으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하는 동안 우리는 주거의 참된 의미를 잊어버렸다. 서울-21세기 메가씨티의 민낯처럼.
주거공간이란 삶을 영위하는 곳이다. 내가 살아가는 공간의 가치에서 부동산이란 투자 목적을 어느 정도 제거하면 나에게 맞는 공간이란…?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하게 된다. 하지만 그 생각이 구체화 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파트 구조와 형태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거실은 TV를 보기 위한 장소로 인식해 가족들이 둘러앉아 이야기 할 수 있는 가구 배치를 하지 않았다. 또한 거실을 중심으로 4방향으로 나누어진 방들의 배치는 가족 구성원들의 단절과 박스 안에서 삶의 행동을 2차원적으로 규약하는 역효과를 만들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 단지, 세대별로 단절된 삶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악화됐다.
바나나하우스 프로젝트는 이런 문제점에 대한 창의적 반발성에서 시작됐다.
바나나하우스
천창 아래 중심부에 있는 계단실 주위로 바나나 열매처럼 주거들이 둘러쌓여져 간다. 각 세대의 구성은 엮인 구성으로 모든 세대가 복층의 구조를 갖는다. 엮인 공간은 거실과 침실의 수직적 분리로 거실은 좀 더 구성원들의 모임의 장소로, 침실은 보다 더 개인적인 공간이 된다.
줄기
바나나의 줄기처럼 바나나하우스의 주요 진입의 계단실은 건물 정중앙에 놓여져 있다. 그 위로는 천창을 남향에 두어 자연채광을 최대한 계단실 안으로 끌어들였다. 빛이 충만한 공간은 여러방향으로 연결돼 세대와 세대의 만남을 주선하는 오솔길이 된다.
바나나
햇살 가득한 줄기 주위로 매달려 지어진 각 세대는 3차원 테트리스처럼 연결돼 실내 공간에서의 다양성이 연출된다. 거실은 2층 나의 침실은 1층 혹은 그 반대, 이렇게 좁지만 수직적으로 연결된 공간은 내 삶의 공간에 깊이감을 더해준다. 역설적으로 상하로 분리된 공간은 계단을 오르는 또는 내려가는 행동으로 만남의 횟수를 늘려준다.
복층
복층의 형태는 대형아파트의 펜트하우스나 혹은 단독주택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총 연면적이 374.86㎡(113평), 세대별 16.5평서부터 23평 정도의 면적에 복층을 구성하면서 다양한 주거의 삶을 제안하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 해결책으로 각 세대를 서로 엮어서 테트리스 블럭의 조합처럼 공간을 대각선 방향으로 확장시켰다.
외벽에서 나타난 마감석재의 색상의 차이는 미적인 부분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세대의 경계선을 구분짓고 있다. 교차, 엮음, 둘러쌓음의 공간적 연결이 작은 평수에서도 색다른 삶의 입맛을 자극할 수 있는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다. 획일성과 대형건설사에서 제공된 기성복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맞춤 양복같은 공간을 선보이고 싶었던 것이 바나나하우스 프로젝트의 디자인 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