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대신 ‘솔루션’을 팝니다

[Edit your space] ③ 도심 접점형 이케아 매장,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종우  사진. 김동규, 이동웅, 김현경  자료. 이케아 코리아

 

이제 더이상 가구 회사들은 가구만 팔지 않는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공간을 변화시킬 방법을 제안한다.
종합가구업체 한샘은 ‘스페이스 코디네이터Space Coordinator’라는 직군을 만들어 대규모로 인력을 채용, 매장 방문객 대응뿐 아니라 공간별 인테리어 콘셉트를 제안하고 그에 적합한 상품들을 추천하고 있다. 사무가구업체 퍼시스는 사무환경 전문가 ‘오피스 컨설턴트Office Consultant’가 고객 사무실로 직접 찾아가 기업문화와 업무 특성에 적합한 사무공간을 제안한다. 이외에도 현대리바트 등 국내 가구 및 인테리어 브랜드들이 고객들을 위한 공간 컨설팅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홈퍼니싱 리테일 기업 이케아는 올해 들어 컨설팅 서비스에 주력한 도심 접점형 매장,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IKEA Planning Studio’를 잇따라 오픈하고 있다. 지난 4월 30일에는 천호동, 지난 8월 27일에는 신도림동에 각각 새 매장을 열었다. 이어 지난 11월 5일에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지속가능성’을 체험할 수 있는 팝업 공간 ‘이케아 랩IKEA Lab’을 공식 오픈했다.

이처럼 이케아가 개별 상품을 판매하는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고객 컨설팅에 특화하거나 체험형 매장을 늘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기존 가구 및 인테리어 브랜드들의 그것과는 어떻게 차별화될까?

보다 구체적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점과 신도림점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또 신도림점에서는 에디터가 직접 컨설팅 서비스를 신청해 과정을 체험해 봤다.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신도림점 ⓒBRIQUE Magazine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점 ⓒBRIQUE Magazine

 

작지만 가까운 도심 접점형 매장

이케아의 국내 매장은 올해 4월 전까지만 해도 기흥, 광명, 고양 등 대부분 수도권 외곽 지역에 위치한 창고형 매장이었다. 소비자들은 마치 놀이공원에 가듯 하루 동안 시간을 내어 매장 곳곳을 누비며 직접 자신에게 필요한 가구들을 골라야 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대단히 재밌고 인상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다.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이하 플래닝 스튜디오)는 서울 도심 안, 그 중에서도 지하철역과 매우 가까워 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다.

“플래닝 스튜디오는 ‘도심 접점형’이라고 해서, 수도권 외곽에 있지 않고 고객들이 좀 더 쉽게 방문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요. 이 곳 천호점도 5호선과 8호선이 함께 있어서 교통이 굉장히 편리해요.”
– 천호점 전혜영 매니저

“광명, 고양, 기흥 등에 위치한 창고형 매장은 교통편 때문에 접근이 어려운 분들이 더러 있어요. 그래서 대중교통으로 방문 가능한 신도림점이나 천호점으로 많이 방문하시는 것 같아요. 평소 이케아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묻고 싶었거나, 배송 및 조립 서비스로 이케아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만족하시죠.”
– 신도림점 김민아 팀리더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신도림점 ⓒBRIQUE Magazine

 

플래닝 스튜디오는 접근성을 높인 대신 규모를 줄였다. 천호점과 신도림점 모두 백화점에 입점했고, 수도권 외곽의 창고형 매장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광명, 기흥, 고양 매장처럼 넓은 매장에서 제품을 현장에서 구입 후 바로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대신 플래닝 스튜디오에서는 제품들을 콘셉트에 맞게 구현해 배치한 쇼룸을 구경하거나, 1:1 상담을 진행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이케아 제품이 실생활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사례들을 직접 보며 자신의 집에 어떻게 배치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1:1 상담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 가능한지 ‘계획(planning)’하는 것이다. 이케아의 새로운 도심 접점형 매장 명칭이 ‘플래닝 스튜디오’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점의 쇼룸 ⓒBRIQUE Magazine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신도림점의 쇼룸 ⓒIKEA

 

“플래닝 스튜디오라는 명칭을 사용해 강조한 이유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 고객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골라드리겠다(플래닝planning)는 의미예요.” – 천호점 전혜영 매니저

“방 하나에 들어갈 가구를 찾을 때, 창고형 매장에서는 물건이 재고만 있다면 바로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직원을 찾기 힘들 때가 많을 거예요. 서재 코너에 가서 책상에 대해 상담 받고, 침대 코너 가서 매트리스에 대해 상담 받으면서 구매 결정을 하기 위한 긴 여정을 떠나셔야 하죠. 플래닝 스튜디오에서는 1:1 무료 플래닝 상담을 받으면서 ‘토탈 솔루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 니즈에 맞게 최적으로 적용하면서 결제까지 끝낼 수 있죠.” – 신도림점 김민아 팀리더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점과 신도림점. 똑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두 매장이지만, 다른 점도 있을까? 기능이나 역할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성향에서 차이가 있었다. 

“신도림점을 방문하는 분들이 천호점을 방문하는 손님들보다 대체로 연령층이 낮다는 걸 느껴요. 신도림점에서 플래닝 서비스를 받는 손님들 중 약 60% 이상이 20-30대에요. 특히 신도림점에는 모듈식 제품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제품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아요. 잘 팔리는 제품 구성을 그대로 구입하기보다 자신에게 맞춘 제품으로 커스터마이징 하길 원하세요. 포인트 컬러가 꼭 하나씩 있으면 좋겠다고 요청하시기도 하고요.” – 신도림점 김민아 팀리더

“학생들도 많이 오세요. 고등학생, 대학생들도 오셔서 방을 꾸미고 싶어서 컨설팅 받으러 왔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아무래도 천호 현대백화점과 신도림 디큐브 시티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달라서 그런 것 같아요.”
– 신도림점 김지영 컨설턴트

 

고객 한 명을 위한 컨설팅 

플래닝 스튜디오의 제일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컨설팅.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까? 플래닝 스튜디오에서 진행되는 본 상담에 앞서, 상담을 원하는 고객은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미리 입력한다. 상담 가능한 날짜를 선택하는 것 뿐 아니라, 상담이 필요한 공간의 용도와 공간의 크기를 구체적으로 입력할 수 있다. 자세한 정보가 많을수록 구체적인 컨설팅이 가능하다.

“상담 예약하실 때 미리 컨설팅 받을 공간을 실측하시도록 제안드리고 있어요. 그래야 본 상담에서 실측한 사이즈에 맞는 가구를 추천해드릴 수 있으니까요. 침대 하나도 침대 프레임마다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이죠. 그외에도 공간 사진을 찍어오신다거나 평면도까지 가져오신다면, 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상담이 가능해요.” – 신도림점 김지영 컨설턴트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신도림점에서 컨설팅을 진행하는 모습 ⓒBRIQUE Magazine

 

상담은 플래닝 스튜디오에 상주하는 컨설턴트와 1:1로 진행된다. 이케아의 자체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실측된 사이즈 그대로 방을 구현해, 그 안에서 고객의 취향에 따라 문고리 하나까지 맞춤형으로 만들어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컨설턴트는 가족 구성원 수, 평소 생활 습관 등을 질문해 고객에게 적합한 공간을 만들고, 그에 맞는 가구를 추천하는 식으로 상담을 진행한다. 기존에 사용하는 가구와 어울리는 이케아 제품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

“모든 가구를 이케아 제품으로 바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우는 신혼부부 외에는 거의 없어요. 그래서 저희가 방 사진을 찍어서 보여달라는 말씀을 드려요. 아무래도 고객들보다는 저희가 여러 상황에서 어울리는 상품을 더 많이 알고있다보니, 실제 방 사진을 보고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드려요. 타사 제품과 어울리도록 상품 제안서를 제공하기도 해요.” – 천호점 전혜영 매니저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점 전혜영 매니저 ⓒBRIQUE Magazine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의 주된 요구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 담당자들은 대부분의 고객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사는 공간에 정말로 어울리는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컨설턴트의 역할이 상담을 통해 고객들이 모호하게 표현하는 요구사항을 구체화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다만 상담을 하다보면 모호하지만 많은 고객들이 공통으로 원하는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수납에 대한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예요. 옷장 하나를 구매해도, 수납 활용도가 꽉찬 옷장 내부를 만들고 싶어하시죠. 수납장 하나를 사도 수납 칸 모양이나 크기를 변형할 수 있는지 질문하는 손님들도 많아요.” – 신도림점 김지영 컨설턴트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신도림점의 김지영 컨설턴트(좌)와 김민아 팀리더 ⓒBRIQUE Magazine

 

경계를 넘는 홈퍼니싱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점과 신도림점 모두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오픈해 운영 중이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변화를 앞당겼다. 인테리어와 가구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재택 근무가 일상화되고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그만큼 인테리어와 가구, 가전 기기에 신경 쓰는 비중도 늘었다. 매장에서 직접 고객을 맞아 상담을 하는 플래닝 스튜디오 직원들이라면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체감하지 않을까?

“코로나19 이전에는 거실에는 거실용 가구, 서재에는 서재용 가구, 침실에는 침실용 가구. 이렇게 규격화된 영역이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걸 느껴요. 요즘에는 거실이 홈 오피스도 되고 아이들의 놀이터도 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잖아요. 주방을 홈 오피스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시는 분도 있었어요.” – 신도림점 김지영 컨설턴트

“외식보다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큰 테이블이나 요리 관련 제품들 판매가 늘었어요. 온라인 수업과 원격 근무 때문에 책상 관련 문의도 많아졌고요. 그리고 집에서 오래 생활하면서 좀 더 크고 편안한 소파나 의자를 찾는 경우도 이전보다 늘었어요. 고객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오래 있으면서 잠재되어 있던 ‘니즈needs’를 느끼게 된 것 같아요.”  – 천호점 전혜영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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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영역이 분명히 정해진 공간들이 다르게 쓰이게 되었다. 침실이 온라인 수업을 위해 쓰이기도 하고, 식탁이 업무 공간으로 변한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컨설팅과 이케아 제품을 향한 수요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가구 및 인테리어 업계의 변화를 앞당기고 있지만, 이전부터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었다. SNS를 통해 집의 인테리어를 공개하는 문화가 널리 퍼지며 과거와는 양상으로 가구 및 인테리어 트렌드가 변화 중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이루어지던 인테리어 트렌드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

“이케아는 주기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직접 방문해서 조사하고 있어요. 이케아가 한국에 처음 진출할 당시 한국인들은 벽에 못 박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본인 집이 아닌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들어 벽을 활용한 인테리어가 많아졌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벽에 선반을 설치하거나 벽꽂이 핀을 이용해 사진을 걸기도 하더라고요.” – 천호점 전혜영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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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인테리어와 가구 트렌드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고, 코로나19가 그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고자 이케아를 포함해 한샘, 퍼시스, 현대리바트 등 가구 및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고객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브랜드를 막론하고 이토록 많은 기업들이 컨설팅 서비스에 몰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매장에서 직접 컨설팅 업무를 진행하고 손님을 맞는 담당자들에게 물어보았다.

“‘확실히 내가 할 수 있다’라는 인식이 갖추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가구는 가구 회사에 맡겨야 하고, 인테리어는 인테리어 회사에 맡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거죠. 오래된 가구를 내가 직접 리폼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요. 가구도 인테리어도 나에게 맞게 사용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자연스럽게 기업들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 게 아닐까요?” – 신도림점 김지영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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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집에 대한 인식이 점점 바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겠지만, 집이 쉬는 공간이나 자는 공간 정도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집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됐잖아요. 어떻게 하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을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이케아뿐만 아니라 다른 홈퍼니싱 관련 기업들도 컨설팅 서비스를 주목하고 계신 것 같아요.” – 신도림점 김민아 팀리더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집이란 어떤 곳이어야 하는 지를 고민하게 되는 요즘. 이케아는 플래닝 스튜디오를 통해, 고객들이 자신들만의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홈퍼니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는 동종업계 브랜드들과 달리, 컨설팅에 특화된 매장을 별도로 운영하며 새로운 방법으로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양산된 제품을 무조건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공간과 삶의 방식에 맞게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현상. 이 변화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결국 가구 및 인테리어 업계에 도달했을 미래이다. 이케아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오픈해 운영함으로써, 앞당겨진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IKEA

 

 

‘이케아 플래닝 스튜디오’ 전체 이야기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5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magazine.brique.co/book/vol-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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