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편한 집을 짓기 위해 고민합니다

[Interview] 정구원 디에이엘 건축사사무소 책임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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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장경림  사진. 최진보  자료. 디에이엘 건축사사무소 DAAL

 

서울역을 마주 보는 동자동의 굽이진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수십 년 전 지어진 건물들이 그 자리에 멈춰있다. 건축가를 만나기 위해 동네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가파른 경사로와 연식이 있는 몇 개의 집을 지나서야 ‘디에이엘 건축사사무소’가 적힌 문패를 발견했다. 작은 넝쿨과 오래된 철문, 사무소라기보다 어떤 이의 집처럼 보이는 이곳에서 아우어 하우스를 설계한 정구원 건축가를 만났다. 설계했던 집과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사무소는 그가 지닌 공간에 대한 태도 역시 담고 있었다. 건축가로서 살아가는 그의 경험에 깊이 귀를 기울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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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어 하우스에 직접 가보니 건축주의 취향이 그대로 드러나더라고요. 처음부터 요청한 사항이 분명하게 있었나요?

집에 관한 생각을 명확하게 가지고 계셨어요. 1층은 작업실로 만들고, 2층부터는 두 분이 사는 집이길 원하셨고. 방이 있는 집이 싫다고 하셨어요. 벽이 없고 통으로 뚫려있는 집이죠. 미팅을 하면서 두 분은 일반적인 집이 아니어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보통 평수나 내부에 방이 몇 개인지 따지잖아요.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은 분들이라고 생각했죠. 법규 검토를 하고, 구성을 함께 잡아가면서 설계를 시작했어요. 공사비에 대한 제한도 있었으니 조건 안에서 최대한으로 작업실과 주거의 비율을 맞춰나갔죠. 초기에 아내분의 작업실을 따로 만들 계획도 있었어요. 지금 낮잠 자는 공간이 원래 침실이었고, 3층은 작업실이었는데 짓고 나서 침실로 쓰게 됐지만요.

 

건축주가 원하는 모습이 명확할 때도 있지만, 때에 따라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잖아요.

우연이겠지만 지금까지 프로젝트는 의사가 뚜렷하고, 원하는 바가 분명한 분이 많았어요. 이럴 땐 큰 흐름을 결정해서 뒤집지 않고, 작은 요소들을 조금씩 바꿔나가면 돼요. 반대로 집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파악하지 못한 분도 계시죠. 생각할 거리를 던져드리면서 구체적으로 그려나가는데요. 본인의 욕구가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어렵긴 해요. 건축가로서 주택은 평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공간 구성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늘 드려요. 이런 경우엔 기존에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이 반영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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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어 하우스를 지을 때 영향을 주신 김상인 씨의 선생님 집을 먼저 지으셨다고요. 선생님께서 권유하지 않으셨다면 두 분은 집 짓기를 포기했을지도 모른다고 하셨어요. (웃음)

이 집을 맡게 된 것도 그분을 통해 인연이 닿았어요. 몇 년 전 평창동에 단독주택을 지으셨거든요. 그때 설계를 맡았어요. 그 뒤로 지인을 많이 소개해 주셨죠. 돌이켜 보면 특이하게도 동화 작가나 사진가, 영화감독처럼 예술계에 종사하는 분의 주택 프로젝트를 주로 했네요. 그러다 보니 개성 있고, 주관이 뚜렷한 건축주를 주로 만난 거겠죠. 선생님 집도 층고가 높고, 마당이 있어서 비슷한 점이 있어요.

 

정구원 소장이 설계한 김상인 씨의 선생님 집 ⓒDAAL

 

높은 층고가 보편적인 집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주더라고요. 많은 분이 집을 지을 때 도움이 되도록 장단점을 여쭤보고 싶은데요.

층고가 높은 집이 옛날엔 춥다고들 했거든요. 요즘은 단열도 잘 되고, 창의 성능도 좋아지다 보니 몇 군데 해봐도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심리적으로 시원함을 느끼거나, 해방감이 확실히 있죠. 또 이런 시도를 통해 집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이지 않은 곳이 되잖아요. 첫 주택 프로젝트에 지하부터 5.5m 층고가 있었는데, 짓고 보니 저도 정말 좋았거든요. 그 경험 때문인지 할 수 있다면 층고를 높이도록 권유를 하기도 하죠. 단점이 있다면 조명을 달 때 펜던트 방식으로 달아야 한다는 게 어렵긴 해요. 공사비는 확실히 올라갈 수밖에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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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창문도 많고, 지붕에도 창을 냈어요. 설계하면서 걱정은 없으셨나요?

상업 건물에서 티가 나지 않던 것도 주택으로 가면 문제가 커지고, 결로 현상도 생겨나요. 사람마다 생활 습성이 다르니까요. 이 집은 외단열을 선택해서 내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주로 창문이랑 벽이라 만나는 부분에 문제가 생기곤 하죠. 따뜻한 게 지나가고 냉기가 들어오는 과정에 결로가 생겨요. 이때 곰팡이도 생기고요. 그래서 단열이나, 창문 종류에 신경을 많이 썼죠. 이번 프로젝트에서 특이했던 건 보통은 시스템 창호를 쓰는데, 열리지 않는 창문에 유리로 선택을 하셨어요. 단열로 보면 위험한 행위인데, 건축주가 요청하니 다짐을 받고 했죠. (웃음) 최대한 물방울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지만 생길 수도 있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집에 천창이 두 개예요. 침실에 열리는 창문이 한 개가 있고, 거실에 열리지 않는 창문이 한 개가 있는데 아무래도 열리는 창은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겨울에 물이 맺힐 수도 있으니 이 점을 당부드렸죠. 두 분이 원하시는 바가 워낙 명확하셔서 그런 말씀을 미리 드리고 최대한 안전하게 마무리했습니다.

 

공사 비용의 제한이 있음에도 원하는 건 고민 없이 확실히 결정하셨네요. 이런 점에서 의사가 확실한 건축주에 속하겠죠?

집을 지을 때 주변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이 가장 위험한 법인데요. 항상 위기가 오는 시기는 건축가와 건축주가 이야기가 잘 통하더라도, 주변에서 파는 것부터 걱정하시는 경우에요. 집이 아니라 부동산으로만 보기 시작할 때 문제가 생겼거든요. 이런 위기를 넘기면 건축주가 진짜 원하는 공간이 나와요. 집은 살 사람이 가장 편하고, 무슨 짓을 해도 만족스러워야 할 공간이잖아요. 그런 면에서 두 분은 원하는 것을 잘 결정하시고, 담아냈다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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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어 하우스가 들어서기 전 있던 집의 모습 ⓒDAAL

 

대지나 주변 환경은 어땠나요? 여타 서울의 주거 지역과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고요.

홍제동을 처음 가봤어요. 괜찮은 동네더라고요. 옆에 천도 있고. 내부순환도로가 지나가서 섬 같은 동네라고 느껴졌죠.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오래된 주택들이 비슷한 규모로 모여있어서 주거지 다운 주거지구나 생각했어요. 이런 곳은 뜨내기들이 오지 않아요. 옛날 작은 집들을 허물어 작은 공원 형태로 만들어놨더라고요. 여기서 애를 키우고 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그 정도로 안전한 동네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파트도 많이 없고 조용한 곳이에요.

 

공사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법적인 규제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었어요.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건, 이 땅이 문화재가 나오지 않는지 검사하는 땅으로 지정되어 있었어요. 착공하기 전에 대지에 이상이 없다는 보고서를 내야 했죠. 전문가가 직접 오셔서 포클레인poclain으로 땅을 파고 검토를 하시더라고요. 유물이 나오면 집을 못 짓는 상황이 생길 뻔했지만, 무사히 완공했네요. (웃음) 법적 제한보다는 공사비 예산이 있었기 때문에 맞춰서 설계를 했죠. 주차 위치에 어려운 점도 없었고, 좋은 땅을 구하셨어요. 건물이 남서향이라 빛도 잘 들어와요.

 

ⓒDAAL

 

햇빛이 잘 드는 위치에 작은 테라스도 있더라고요. 아내분이 특히 만족스러워하셨어요.

집 안에 작은 정원이라도 생기면 사람이 게을러지지 않고, 집이 주는 느낌이 달라져요. 건축주와 제가 정원 형태의 외부 공간을 만드는 점에서 의견이 잘 맞았어요. 전 어릴 때부터 정원이 있는 걸 좋아했거든요. 지금 사무소 마당에도 딸기를 키우고 있는데, 얼마나 잘 자라던지. (웃음)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가꿀 수 있는 마당 형태가 다 제거된 상태니까 그런 구조만 보던 분들의 생각을 바꾸기가 꽤 어려워요. 평수에 대해 집착을 하기도 하고, 모든 것이 다 내부 공간이어야 한다는 관념이 있으시죠. ‘내부 공간의 크기가 내 세상의 크기’라고 느끼시는 거예요.

 

생각해보면 저도 그랬어요. 내부 면적이 제가 소유한 재산의 크기처럼 느껴지거든요. (웃음)

외부의 영역도 내가 가진 집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이 집의 테라스가 벽으로 막혀 있다고 생각하면 밋밋하지 않을까요? 외부에 공간을 하나씩 넣게 되면 집에 개성도 생기고, 생활 만족도도 결국 올라가더라고요.

 

디에이엘 건축사사무소 ⓒBRIQUE Magazine

 

건축사사무소의 위치나 내부를 둘러보면, 소장님의 개성도 엿보이는데요. 서울역 건너편 가파른 주택 단지에 있어 놀랐어요. 건물도 오래된 적산가옥이더라고요.

10년 전쯤에 독립했고, 원래 연남동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시작했어요. 그땐 연남동이 지금처럼 유명하지도 않았고, 임대료도 저렴했죠. 오피스 형태로 얻기는 싫어서 아내와 연남동에 정착했었는데 임대료가 갑자기 확 올라갔어요. 그 뒤로 다른 곳을 물색하다 보니 우연히 여길 발견했네요. 저희 부부는 옛 동네를 좋아해요. 서울역에 주변을 돌아보다 발견하고, 사무소를 차리면 좋겠다고 해서 옮겨온 거죠. 이 동네의 다른 주택에 있던 적도 있었어요. 협소해서 옮기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천장도 다 드러내고, 공사도 직접 했어요.

 

사무소에서 아내분도 함께 일하시는 건가요? 아내분의 자리도 보이는데요.

저희가 결혼한 지 18년이 됐는데 붙어있는 걸 마다하지 않아요. 아내는 작가로도 일하고 있어서 작업실이 필요했고, 저도 조그맣게 사무소가 필요하니까 같이 사용하고 있죠. 10년 전쯤에 같이 근대 문화유산 답사를 다녀와 공동 저자로 책을 쓴 경험도 있는데, 이 책도 옛 동네를 답사하고 썼어요. 저희 부부는 딩크족인데요. 특이하게 저희처럼 아이 없이 사는 부부의 집도 여러 번 했네요. 설계한 집을 완공하면 꼭 함께 가봐요. 보통은 아내가 이런 말을 안 하는데, 아우어 하우스는 우리가 살아도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동네도, 집도 저희 취향과도 맞았나 봐요.

 

디에이엘 건축사사무소 내부 ⓒBRIQUE Magazine

 

소장님도 건축에 대한 글을 신문에 기고하고 계시잖아요. 생각을 글로 많이 표현하시니 집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어요. 예술계에 종사하는 건축주를 많이 만나, ‘집’이라는 공간을 바라보는 관점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 같은데요.

글은 건축에 대해 소소한 이야기를 쓰는 건데요. 아내가 많이 도와준 덕분에 할 수 있는 겁니다. (웃음) 프로젝트 작업을 하면서는 ‘집이 이래도 되는구나’라고 여러 번 느꼈어요. 집에 정해진 형태는 사실 없잖아요. 편하려면 집이 자기 마음대로 돼야 해요. 아까 말했듯이, 집을 짓는 과정에서 ‘팔 때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는 말이 늘 끼어들어요. 이 생각이 강해지면, 내 집인데 결국 마음대로 못하게 되는 거죠. 집을 짓는다는 게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일에서조차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을 보면 안타까워요. 온전한 ‘나만의 집’을 지을 수 없는 거죠. 지금 집들은 너무 당연하게, 뻔하게 넣는 공간이 많아요. 40평의 평면에 거실, 주방, 방은 3개, 화장실은 2개가 있는 집 말이죠.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 바라보면 집이 여유로워져요. 자신의 라이프스타일도 고민하게 되죠. 이 집도 방이랄 게 없잖아요. 건축주의 삶이 고스란히 반영된 건데, 그런 모습을 보면 재밌어요. 제 사무실도 ‘이러면 어때?’라는 생각이 깔려 있거든요. 건축주가 상담하러 오셔서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인연이 아닌 거죠. 뭐. (웃음)

 

구조에 생활이 반영되고, 집이 각기 다른 모습을 보면 설계하는 건축가로서도 흥미로울 거 같네요.

이 일도 사람을 만나는 게 좋아서 하는 이유가 제일 커요. 개인 사무소로 독립해서 건축주를 직접 만나 설득하고,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 바로 되니까 즐거웠어요. 저도 디자인에 대한 욕심이 있지만, 조형적으로 완벽을 추구하거나 고집이 센 성향은 아니거든요. 제가 일하는 스타일은 상대방이 진짜 ‘편하게’ 생각하는 집이 무엇일지 같이 고민하고, 과제도 드리고, 함께 답을 찾아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건 ‘나 같은 건축가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집이 대단한 게 아니라 결국 안에서 먹고, 자고, 일상을 보내는 곳이잖아요. 어느 곳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 되어야 하죠. 제 역할은 그게 무엇인지 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거고요.

 

디에이엘 건축사사무소 내부 ⓒBRIQUE Magazine

 

 

‘아우어 하우스’ 전체 이야기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5

 

 

ⓒBRIQUE Magazine

*책 소개 자세히 보기  magazine.brique.co/book/vol-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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