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인 직선의 결과물, 나비집

남동 단독주택: 에이치에이치아키텍스 '나비집'
©Sun Namg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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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창조한 세계에 직선은 존재하지 않는다. 직선은 인간의 영역이며 인간은 직선을 창조했다.

‘자연에는 직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명제를 가지고 두 사람은 정반대의 길을 간다. 한 사람은 자연에 순응하는 곡선을 만들고, 한 사람은 자연을 거부하는 직선을 만든다. 전자는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i이고, 후자는 네덜란드 출신의 화가 피에트 모드리안Piet Mondrian 이다.

“La línea recta es del hombre, la curva pertenece a Dios.”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

– Antoni Gaudi –

“Curves are so emotional.” 곡선은 너무 감정적이다.

– Piet Mondrian – 

 

아이러니하게도 가우디는 곡선을 통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건축물을 만들었고, 몬드리안은 직선을 통해 일상에 존재하지 않는 기하학적 추상을 일궈냈다. 인간의 몸이 거주하는 곳에 신의 곡선이, 신적 영역을 고민하는 인간의 머리에 인간의 곡선이… 묘하게 이율배반적이다.

1층 평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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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에이치 아키텍스HH Architects의 남동 나비집은 몬드리안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듯 보인다. 인간이 만든 직선의 날카로움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직선은 이내 우리에게 혼란을 던져준다.

책상 위에 줄을 맞춰 가지런히 놓아둔 연필을 누군가 흐트려놓은 듯, 이 건축물의 외형은 우리가 익숙하게 추구하던 네모반듯한 방의 모습, 집의 모습에서 상당부분 떨어져있다.

아이러니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사용하자면 이 집의 외형은 너무 ‘감정적인 직선’이다.

이 건축물은 용인의 전원주택 단지인 라움빌리지 내에 40대 초반의 부부가 두 아이들과 함께 마당있는 삶을 꿈 꾼 결과물이다. 4m 고저차의 경사지로 인해 건축물의 후면은 두 개의 직선을 갖게 됐고, 전면은 최대한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도록 확보하면서 그런 아이들을 항상 부부가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구조로 인해 또다른 두 개의 직선을 갖게 됐다.

©Sun Namgung

날카로운 직선들로 이루어진 공간이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가족구성원간의 생활을 고민하고 배려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은 당혹스럽다. 이 지점에서 카페 또는 갤러리같은 모습으로 보이던 이 건축물이 감정적인 해석과 고민의 결과물로 변한다. 다분히 감정적인 직선으로, 그리고 감정적인 공간으로 인지된다.

SITE PLANNING + MASS PROCESS
©Sun Namgung

북미와 유럽,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많은 나라에서 흔히 접하는 수영장과 정원, 앞마당이 있는 집을 모처럼 한국이라는 공간에서 만나는 건 또다른 반가움이다. 그것이 폐쇄적 직선들의 집합체인 도심 속 아파트라는 공간과는 별개로, 개방적 직선들의 집합체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반갑다.

직선과 곡선을 나눈 건 어쩌면 인간인지도 모른다. 신은 그저 선만을 만들어 둔 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린 선을 사용하는 방법을 아직 배워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MAGAZINE BR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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