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주자가 그리는 빈 도화지의 공간

[Interview] 최중호 디자이너가 말하는 '에피소드 성수 101'의 핵심 가치
최중호 디자이너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경섭 인터뷰. 전종현 자료. 최중호 스튜디오

 

최중호는 3M의 테이프 디스펜서, 아메리칸 스탠다드의 플랫 비데와 쿠쿠의 전기압력밥솥 트윈프레셔 등 각종 제품은 물론이고 미려 체어와 코비 소파 같은 가구, 그리고 조명과 공간 디자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바쁜 시간을 쪼개 사방팔방 활동하는 최중호 스튜디오의 수장이다. 큰 화제를 모은 레스토랑 보버 라운지, 샤누를 비롯해 샘표 본사의 ‘우리맛 연구’ 쿠킹 스테이션, 소셜 아파트먼트를 지향하는 t’able의 커뮤니티 라운지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겨 온 그가 이번에는 주거 공간에 도전했다. 최중호 대표가 디자인 전략 단계부터 참여한 ‘에피소드 성수 101’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는 무엇일까.

 

최중호 디자이너 ⓒJOONGHO CHOI STUDIO

 

새로운 도전, 새로운 공간을 만들다

에피소드 성수 101 덕분에 굉장히 바쁜 시간을 보내셨다고 들었어요.

한 1년 가까이 폐쇄적으로 지낸 것 같아요. 외부 활동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에피소드 프로젝트에 집중했거든요. 사실 3주 전에 인터뷰를 한 번 했는데 그게 1년 만에 하는 거였어요. 에피소드 성수 101이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잠시 숨돌릴 시간이 생긴 기분입니다. 에피소드 성수 101은 저희의 첫 주거 프로젝트에요. 상업 공간과는 결이 다른 지점이 많아서 정말 끝없이 공부하고 배우면서 진행했어요. 상업 공간은 상식을 파괴하면서 공간의 미감을 높일 수 있는데 주거 공간은 보수적이고 조심스레 접근해야 하는 면이 있더군요. 그러면서도 기존 주거 공간과 달라야 했으니까 고민이 컸죠. 더불어 주거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을 동시에 맡았던 지라 여러모로 난도가 높았어요.

에피소드 성수 101은 최중호 스튜디오가 SK D&D와 협업한 두 번째 공간 프로젝트입니다. 처음은 소셜 아파트먼트 t’able이었죠. 연이어 작업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t’able 때는 입주민 공용 공간인 커뮤니티 라운지를 만들었어요. 그러다 SK D&D에서 t’able 이후 본격적인 주거 서비스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던 차에 저희도 참여하게 되었죠. 보통 건축은 외관에서 시작해 내부로 들어오는 관점을 갖는다고 생각하는데 SK D&D는 사람들이 사는 모습에서 시작해 내부 공간을 먼저 생각하고 마지막에 건물의 형태를 다루길 원했어요. 거주민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내부 공간의 치수를 규정하고, 그 개별 공간을 유닛 삼아 모인 집합체로서 에피소드 성수 101이 기능해야 한다고 생각한 거죠. 이번 프로젝트는 마스터 리스 방식으로 개발된 터라 지난 1년 동안 고민한 바를 모두 구현하지는 못했어요.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드리려 합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10층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주거 공간, 커뮤니티 공간이 혼재돼 있죠. 최중호 스튜디오의 진가가 드러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에피소드 성수 101의 모든 공간을 저희가 오롯이 맡은 건 아니에요. 지하에 위치한 커뮤니티 라운지, 1층 로비, 그리고 8층과 10층의 주거 공간을 저희가 담당했습니다. ‘이케아 해킹’(*서로 호환 가능한 이케아 부품을 활용하여 자신만의 이케아 제품을 만드는 행위)이라는 콘셉트를 제안하면서 결과적으로 9층에 이케아 타입 룸이 생기기도 했죠. 2층 공용 공간, 9층 루프탑 바, 그리고 3층부터 7층까지의 주거 공간은 SK D&D 측에서 더 적극적으로 진행한 부분입니다.

 

최중호 스튜디오 ⓒBRIQUE Magazine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생각한 건 무엇이었나요?

저희 입장에서는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만족하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훈련하는 시간이었어요. 기존의 개성 없는 오피스텔과는 다르게 각 실마다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하고 싶었죠. 근데 이런 시도가 공급자 입장에서 금전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는 부분이더군요. 그래서 방을 다양한 제품의 결합이라고 생각하고, 제품의 부품은 동일하게 세팅해놓고 그 조립 방식과 과정에 따라 방이 달라지는 콘셉트를 제안했어요. 에피소드 성수 101의 공간 디자인에서 이케아 해킹이 중요한 이유가 그 때문이죠. 이케아에서 사용하는 부품을 그대로 가져온 후 여러 조합을 보여주며 거주자를 위한 다양한 예시를 제시하려고 했어요. 이런 다양성에 대한 추구는 가구와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와도 맥을 같이 하죠.

에피소드 성수 101은 1인, 2인 가구를 위한 작은 공간입니다. 좁더라도 질 높은 주거 공간은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이번 프로젝트를 맡고 아이디어를 구상할 때 옛날에 제가 원룸에 살던 기억과 느낌을 되살리려고 노력했어요. 원룸에 살다 보면 처음에 마무리한 공간 배치가 이사 갈 때까지 가만히 유지되는 경우는 드물어요. 본인이 사는 공간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방향으로 바뀌죠.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화하는 건데요. 이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욕구라고 생각해요. 작더라도 침대 위치를 바꿀 수 있는 등 미세한 조정이 가능하도록 여지를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모듈 시스템을 활용해 맞춤식 주거 공간을 구현하다

부품을 조합해 각기 다른 주거 공간으로 진화시키는 아이디어에 대해 좀 더 듣고 싶습니다.

원래 기획 의도는 거주자가 입주 후에도 별도로 시공할 필요가 전혀 없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었어요. 보통 이사 오면 벽지를 새로 바르거나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잖아요. 저희는 벽체까지 포함해 A세트의 부품을 조합하면 A타입 방이 되고, B세트 부품을 설치하면 B타입 방이 되는 걸 생각했어요.

모듈러 건축의 기본 사항인 ‘사전 제작(prefabrication)’과 비슷한 개념이네요.

맞아요. 미리 부품들을 만들어 놓은 후 이를 완성형이나 반조립 상태로 현장에 가져가서 설치하면 방 하나가 뚝딱 만들어지는 거죠. 다만 이런 부품을 모두 자체적으로 만들면 금전적으로 부담이 크고 재고 처리도 애매해져요. 개별 공간의 틀만 대량 생산하고, 공간을 채우는 부품들-선반, 조명, 각종 오브제 등-은 기존 타 회사와 협업해 충당할 경우 앞서 말한 생산, 재고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케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했죠. 이케아 역시 저희 제안에 긍정적으로 응하면서 다른 층뿐만 아니라 아예 9층 전체를 이케아 타입 룸으로 꾸미는 일이 생기게 됐죠.

 

8층 내부 공간 모델링 ⓒJOONGHO CHOI STUDIO
10층 내부 공간 모델링 ⓒJOONGHO CHOI STUDIO
월 패널 모듈시스템 원리 ⓒJOONGHO CHOI STUDIO
지하 1층 제로 라운지 공간 모델링 ⓒJOONGHO CHOI STUDIO

 

그럼 모듈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부품이 꼭 이케아일 필요는 없네요?

그렇죠. 하지만 현재 가구 시장에서 이케아만큼 다양한 부품을 많이 보유하면서도 가격대까지 합리적인 브랜드는 드물어요. 부품 수급도 원활해서 리스크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요. 지금 에피소드 성수 101의 모습은 현시점에서 가장 적절한 해결책을 적용한 결과물이기에 향후 에피소드의 다른 지점들도 똑같이 진행되라는 법은 없죠. 다만 지금은 에피소드만의 모듈 시스템을 찾아 나가는 시기니까 이케아를 활용하는 게 현명하고 효율적인 판단이었다고 생각해요.

에피소드 성수 101에서 이케아 부품을 활용한 모듈 시스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예시는 무엇일까요?

방에 들어가 보면 벽에 패널이 있어요. 이 월 패널에 부착한 부품이 바로 이케아 알고트Algot 라인이에요. 무척 유명한 제품인데요. 가장 크고 기본적인 월 패널에 알고트 라인을 달아두고, 이후에 여기에 맞는 부품과 제품들을 결합하면 자기만의 방을 쉽게 꾸밀 수 있죠. 어떤 알고트 부품을 쓰느냐에 따라 테이블, 선반, 옷걸이까지 변화의 유연성이 뛰어납니다. 부품 가격이 비싸지 않은데 월 패널과 조합하면 디자인적으로 한층 고급스러운 표현이 가능해요. 전체 틀과 결합 가능한 단위별 예시를 마련한 후에 거주자에게 제시하면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는 그들에게 달린 거죠. 8층 큐레이티드 타입 룸에 있는 어떤 의자는 기본 구조가 이케아 철제 프레임이에요. 여기에 저희가 디자인한 좌판과 등판을 결합하니 전에 못 보던 새로운 의자가 손쉽게 탄생했죠. 옷장 또한 문이나 커튼을 달 수 있고, 아예 오픈형으로 사용할 수도 있도록 해놨어요.

거주자가 직접 구매한 이케아 제품이나 이케아를 해킹한 다른 제품을 기본 모듈에 결합하는 것도 가능하겠네요.

그렇게 시스템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상상할수록 변화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져요. 재미가 생기죠. 앞으로 거주자의 아이디어를 자극하는 예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제공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큐레이티드 타입 룸을 따로 마련해둔 것도 거주자들이 여기서 영감받아 개인의 개성을 발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케아의 완제품이 아니라 제품을 구성하는 부품을 가져와 모듈 시스템에 편입시킨 것 역시 상상과 선택의 폭을 극대화하는 기본 개념에 충실할 수 있어서죠. 더불어 이케아라는 브랜드가 스스로 자사 제품의 해킹을 장려하는 브랜드라는 점도 중요했지요.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공간의 모듈화를 고민한 게 독특해요. 보통 모듈화는 건축에서 자주 시도하잖아요.

주거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스타일을 추구할수록 공급자 입장에서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계속 늘어나더라고요. 그래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고민하게 됐는데 그게 모듈 시스템이었어요. 보통 제품 디자인에 집중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커스터마이징에 대한 다양한 옵션을 고려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은데요. 저희는 가구 디자인도 자주 했잖아요. 가구에서는 기본 구조에 부품을 다르게 조합해 커스터마이징을 이루는 경우가 잦거든요. 이런 경험이 공간에 투영되니까 모듈 시스템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이런 디자인적 시각과 함께 건축적 관점을 균형 있게 가져가려고 자연스럽게 노력하게 되었죠.

 

CURATED TYPE ROOM ⓒJOONGHO CHOI STUDIO
오픈형 세면대의 모습 ⓒJOONGHO CHOI STUDIO
오픈형 세면대의 모델링 ⓒJOONGHO CHOI STUDIO
에피소드 성수 101 CURATED TYPE ROOM ⓒJOONGHO CHOI STUDIO

 

주거 공간, 사는 곳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다

 

에피소드 성수 101에는 주거 공간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단 8층과 10층은 저희가 중점적으로 맡아 진행했고, 9층에는 이케아 타입 룸이 존재하죠. 3층부터 7층까지 베이직 타입 룸은 최중호 스튜디오와 SK D&D가 함께 수립한 디자인 전략을 적용하는 차원으로 진행했죠. 8층에 있는 ep80과 ep83은 특히 저희가 가구까지 맡아 큐레이팅한 풀퍼니시드 룸이에요. 같은 층의 다른 방은 가구와 가전제품 렌털 서비스를 통해 거주자의 취향에 맞는 방을 구성할 수 있지요. 복층 구조인 10층에는 총 네 개의 룸이 있어요. 그중 ep97은 ep80, ep83처럼 풀퍼니시드 룸이죠. 9층에 위치한 이케아 타입 룸 여섯 곳은 이케아 코리아의 인테리어 디자인 리더인 안톤 호크비스트가 스타일링한 곳입니다.

8층과 10층에 위치한 모든 방을 풀퍼니시드 룸으로 구성하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물리적으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아서요.

에피소드는 기본적으로 이런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세상 어떤 사람이 머물더라도 자기만의 색을 방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특정 디자이너, 특정 가구 브랜드로 홈퍼니싱을 멋지게 끝내는 게 중요한 이슈가 아니란 의미입니다. 사는 사람 저마다의 에피소드가 한 건물 안에서 다양하게 형성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게 중요해요. 거주자의 다양한 취향이 공간으로 실현되도록 틀을 짜는 게 에피소드의 디자인 전략과 주거 서비스의 핵심입니다.

8층, 10층의 오픈형 세면대는 명물로 화제가 되었던데요.

8층과 10층의 일부 룸에 오픈형 세면대를 적용해봤어요. 화장실과 다른 공간 사이에 세면대를 놓고 화장실의 외벽과 문을 자유롭게 밀고 닫을 수 있게 한 건데요. 좁은 공간을 최대한 넓게 사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온 아이디어였어요. 시각적으로 현관문을 열고 내부로 진입했을 때 탁 트인 개방감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세면대와 붙은 화장실 공간은 슬라이딩 도어로 되어있어서 혹시 평소에 항시 열어두어도 무방하게 만드는 데 신경을 많이 썼죠. 거주자 동선 측면에서도 화장실, 생활 공간 그 어디에서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니 공간을 좀 더 풍요롭게 활용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8층 CURATED TYPE ROOM 내부 가구 배치 모델링 ⓒJOONGHO CHOI STUDIO
10층 복층 계단 모델링 ⓒJOONGHO CHOI STUDIO
제로 라운지 금속 월 패널 ⓒJOONGHO CHOI STUDIO

 

커뮤니티 공간, 우연성에 기반해 유연함을 추구하다

 

단일 공간으로서 가장 중요한 곳을 꼽으라면 아마도 지하 1층의 커뮤니티 공간일 것 같습니다. 이름이 ‘제로 라운지’던가요.

커뮤니티 공간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에요. 공공시설은 어떤 한 개인의 사적인 공간이라고 말하기엔 어폐가 있죠.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의 대표적인 예로 길거리를 생각해봤어요. 누구나 오가는 공간이라 사람들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공존하죠. 커피를 마시는 모습만 하더라도 카페의 테라스, 벤치, 혹은 건물 앞 계단에 앉는 등 여러 다채로운 광경이 연출되잖아요. 이런 길거리의 다양성을 제로 라운지의 ‘커뮤니티 속성’에 반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가구와 각종 오브제에 스트리트 무드를 가미하기도 했지요.

그런 무드가 가장 잘 보이는 곳이 라운지에 길게 세워진 금속 월 패널인 것 같습니다.

월 패널은 매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변주가 가능해요. 금속으로 제작한 지라 자석을 이용하면 여러 이미지와 포스터를 부착할 수 있어서 이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도 있고, 빔 프로젝터를 통해 영상을 비출 수도 있죠. 지금 결합된 거대한 월 이미지 또한 바꿀 수 있어요. 실제 지난 2월 이케아 행사가 열렸을 때는 이케아 관련 이미지로 교체되기도 했죠. 어떤 이미지와 무드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둔 공간입니다.

 

자유로운 스트리트 감성이 물씬 나는 제로 라운지 풍경 ⓒJOONGHO CHOI STUDIO
제로 라운지 Cafe&Bar ⓒJOONGHO CHOI STUDIO

 

제로 라운지는 카페&바, 작업실, 뮤직 스테이지, 쿠킹 스튜디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공존하는데요. 각 공간의 실 구획이 명확하지 않은 게 특징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커뮤니티 라운지를 마치 콘서트홀처럼 세분화된 기능에 따라 고정적인 공간으로 나눌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실 구획을 명확히 구분 짓지 않았죠. 프로그램이 서로 자연스럽게 섞였으면 했어요. 사람들이 앉았을 때의 방향과 위치에 따라 시선이 가는 모든 곳이 무대가 되는 거죠. 라운지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서로 일상적인 교류가 생기기를 바랐고요. 우연성에 기반해 유연함이 계속 살아있는, 끊임없이 갱신되는 공간을 의도했습니다.
커뮤니티 공간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개방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공간에 진입했을 때 사람들이 떠들고 서로 어울리는 모습이 자연스레 보여야 하는 거죠. 게다가 요즘 커뮤니티 공간에서 벌어지는 활동 범주는 굉장히 넓어요. 공연, 쿠킹 클래스부터 단체 게임, 영화 관람까지 말이죠. 기계적으로 실 구획을 구분 짓고 기능을 고정하면 오히려 커뮤니티 활동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개방된 공간을 끌어내 상황에 따라 적절한 스타일링과 연출을 가미하면 커뮤니티 활동이 일어나는 장소로서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좋은 공간 디자인을 꿈꾸다

지금까지 다양한 공간 디자인 프로젝트를 맡아왔는데, 좋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팁이 있을까요?

공간 디자인을 잘 하기 위해서 경험만한 게 없죠. 직접 방문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존재감이란 게 있으니까요.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호텔 공간을 방문하려고 노력했어요. 로비 등 공용 공간이 많으면서 작은 주거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예죠. 특히 커뮤니티 공간, 공용 공간의 경우에는 호텔에서 지혜를 얻는 부분이 많아요. 거주의 개념이 아닌, 머물기의 차원이라 깊이 있는 주거 공간의 특성을 습득할 수는 없지만 대신 개인별로 머무는 공간에 대한 해결책이 호텔마다 다르거든요. 여러 공간에서 느낀 감도를 유지한 채로 프로젝트에 임하는 것만으로도 디자인 전략을 상정하고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최중호 디자이너 ⓒBRIQUE Magazine

 

최중호 스튜디오는 제품과 가구를 구별하지 않고 ‘리빙 오브제’라고 부른다고 들었습니다. 이들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배치되는지 고민하는 태도가 공간 구성에 대한 해결책으로 이어졌을 것 같아요. 종래에는 사용자 경험을 다루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겠죠?

저희 스튜디오가 다소 특이한 케이스에 속하긴 해요. 국내에서 제품과 가구 디자인을 함께 하면서 공간 디자인도 꾸준히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간 해온 작업과 여기서 파생된 고민과 해결점이 새로운 공간 디자인을 추구하는 데 나름의 자산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확실히 존재해요. 현실적인 해결점을 찾아내기 위해 선택지를 좁히는 과정이라든가, 제작 공정 상 어쩔 수 없는 제약 조건 아래서 적정 값을 발굴하는 단계를 밟아가는 일에 익숙한 점 등이 대표적입니다. 대량 생산 체제에 대한 이해력도 있고요. 무엇보다 제품, 가구 디자인이 워낙 섬세한 사고를 요구하는 영역이다 보니까 공간을 디자인할 때도 기획을 세밀하게 짜는 역량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 짓는 입장에서 혹 아쉬움이 있을까요?

불만족의 관점에서 아쉬움이 생긴다기보다 꼭 알리고 싶은 부분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주거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을 모듈 시스템에 기초해 오픈형 세면대, 월 패널, 렌털 서비스 등 여러 예시를 통해 설명했는데요. 핵심은 이런 서비스와 물리적 요소를 바탕으로 에피소드 성수 101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공간에 자신만의 개성과 취향을 녹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열려있다는 점이죠. 디자이너 입장에서 공간에 담긴 철학과 그간 고민한 점에 대한 해결책을 말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웃음)

 

최중호 스튜디오 사무실 ⓒBRIQUE Magazine

 

에피소드 성수 101의 시각적인 데코레이션에 내재된 근본적인 구조를 알리고 싶다는 바람이시군요.

네 바로 그렇습니다. 직관적으로 이해 가능한 언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참 어렵네요. 저희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거주자들에게 이 공간이 어떻게 기억되길 바라나요?

일상의 질을 높이는 서비스를 누리는 공간이자 본인의 삶에서 어떤 게 필요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공간으로 기능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주거라는 기능을 충족하는 공간을 넘어 삶을 영위하는 곳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직장을 다니다 보면 단조로운 삶에 무료함을 느끼기 쉽잖아요. 퇴근 후 돌아온 주거 공간에서 다양한 자극과 영감을 기대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CURATED TYPE ROOM ⓒJOONGHO CHOI STUDIO
에피소드 성수 101 ⓒBRIQUE Magazine

 


관련 기사 :

에피소드 성수 101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3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brique.co/book/brique-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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