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공방 | 심희준, 박수정 공동 대표

"건축의 기본을 지켜내기 위해 격의 없이 토론하고 함께 만들어가요."
©MAGAZINE BRIQUE
글 & 사진. <브리크 brique>

 

건축공방(ArchiWorkshop)을 이끌고 있는 심희준, 박수정 대표는 부부다. 해외 유학시절 만나 건축을 주제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자연스레 가까와졌다.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다 2012년 7월 국내 모 대기업 사옥 프로젝트 때문에 6개월 일정으로 잠시 귀국했다가 우리나라 건축시장의 여러 이슈에 눈을 뜨고 연구과제를 발견하면서 정착하게 됐다.
심희준 대표는 “당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한국의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면, 긍정적인 면 모두를 보게 됐다”면서 “유학시절 배운 것과 유럽 현지에서 쌓은 경험을 우리나라에 녹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심희준, 박수정 대표 ⒸMAGAZINE BRIQUE

 

결국 이듬해 창업에 나선 두 사람은 ‘공예가의 작업실(workshop)’, ‘서로 공격하고 방어하는 토론(discussion)’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은 ‘공방’을 차리게 된다. 첫 프로젝트는 20평대 소형 아파트 리모델링. ‘Project 001’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말그대로 ‘너무도 한국적인 소형 아파트의 진화’가 목표였다.

 

“아파트라고해서 ‘무조건 맞춰 살아야하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 거주자마다 세대 구성도 다양하고 라이프스타일도 다르잖아요. 더욱이 소형 아파트는 외부와 내부 완충 공간이 없기 때문에 거주자들이 안정감을 느끼기가 어려운 구조였어요. 그래서 우선 베란다(verands)부터 개념을 바꾸기로 했죠.”

 

박수정 대표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죽은 공간이 돼버린 베란다를 마치 앞마당 정원처럼 바꾸기 위해 외부 창을 없앴다. 그랬더니 햇볕이 거실 깊숙히 들어와 아늑한 느낌을 줬다. 비가 들이치지 않게하고 난방과 냉방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베란다와 거실 사이에는 시스템 창호를 적용했다. 소형 아파트 특성상 현관과 주방, 거실이 일자로 연결돼 있어 구분되지 않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슬라이딩 도어를 적용, 필요할 때면 공간을 나눠 쓸 수 있도록 했다. 또 마이너스 몰딩으로 공간감을 확대하고 심미성을 높였다. 이 프로젝트는 여러 사람들에게 아파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역할을 했고, 두 사람에게는 우리나라 주거 문제에 대해 좀 더 깊이 천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박수정 대표 ©MAGAZINE BRIQUE

 

건축공방의 대표적인 주거 건축물 프로젝트 중 또다른 하나는 서울시 중랑구 망우동의 ‘화이트 큐브(Project 009, 2014)’다. 망우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으로 상당수가 30년 넘어 현대적 공간으로 재해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건축주였던 60대 부부가 원했던 것은 딱 한가지였습니다. ‘따뜻한 집’이었죠. 아주 기본적인 욕구였지만 수십 년간 채워지지 않았던 것이죠. 그래서 채광과 단열에 중점을 두고 설계했습니다.”

 

심 대표는 우선 창문의 크기와 방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사생활이 노출될만큼 주택이 밀집해있는 지역인 탓에 창문을 크게 내기가 어려웠다. 정북방향 사선제한을 규정을 반영하면서 기존 창문과는 전혀 다른 직사각형 연결 디자인과 배치를 도입했다. 내부공간에 빛이 반사되는 하늘 발코니도 적용했다. 3중 시스템 창호와 외벽과 내벽의 이중단열은 기본이었다. 낙후된 빌라로 가득했던 망우동에 따뜻하고 살기좋은 ‘하얀 네모집’이 들어선 이후, 인근에는 재건축의 새로운 형태가 시도되기 시작했다.

 

심희준 대표 ©MAGAZINE BRIQUE

 

이처럼 큰 벌이가 안되는 주거 건축물 프로젝트를 다루는데 대해 박 대표는 “일상의 공간, 기본이 되는 건축부터 제대로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늘 머무르는 집이나 사무실 같은 일상의 공간이 사람들에게 주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평안함과 창의성을 덧붙이는 일이야말로 건축가로서 최대의 직업적 소명으로 본다는 설명이었다.

하루종일 같은 공간에 있고, 매번 ‘공방’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하는 두 사람에게 불편함이 없는 지 물었다. 박 대표는 “유럽에서는 파트너 건축가들과 토론하면서 공동 작업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다”면서 “각 자 존중하면서 격의없이 토론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각 자의 역할에서 보완되는 부분이 많아 든든하다”고 덧붙였다.

‘새건축사협회’ 운영진으로도 함께 활동하는 두 사람의 건전한 공방이 우리나라 주거 건축 문화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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