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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허무는 사람들

[Interview] ‘후암동 복합주거’의 건축가, 경계없는작업실
ⓒBRIQUE Magazine
글 & 사진. 김윤선

 

경계없는작업실은 이제 막 30대 중반에 들어선 젊은 건축가들이다. 2018년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하기도 한 그들은 스스로를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공간개발 그룹’이라 소개한다. 단순히 ‘건축설계사무소’라는 카테고리에 갇혀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일까.

‘후암동 복합주거’는 경계없는작업실이 토지매입부터 사업성 검토, 사업 계획 실행과 건축설계, 임차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로, 빅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공간 가치의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그들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준다. 시대가 원하는 건축가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들의 영민함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제는 공간 브랜딩을 비롯한 건축 토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다는 그들이 확장할 수 있는 경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경계를 허문 자리 위에, 또다시 새로운 경계를 지어나가고 있는 사람들, 경계없는작업실의 문주호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경계없는작업실 문주호 대표 ⓒBRIQUE Magazine

 

‘후암동 복합주거’는 토지 매입부터 설계, 임차까지 진행한 프로젝트죠. 건축가가 모든 걸 다 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한 명의 건축가가 아니라 ‘팀 Team’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요. 경계없는 작업실은 지금 공간 건축가와 브랜딩 건축가, 이번에 새로 영입한 사업성 관련 건축가 이렇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어요. 이제는 그 역할을 넓혀 브랜드 유치와 콘텐츠 매칭까지도 확장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사무소 이름처럼 경계를 끊임없이 허물고 또 갱신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브랜드 유치라면, 건물의 세부적인 프로그램까지 제안한다는 관점인가요?

그래야 비로소 건물이 완성되더라고요. 우선 간단한 시도들을 해보고 있어요. 하지만 이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인 것 같아요. 저희 스스로 많은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하고요. 지금은 저희가 그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있고, 우리가 왜 그 역할을 해야 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구하는 과정에 있어요.

 

집을 지으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땅의 형태가 독특하고 법규적 제약이 많았고 우리가 담고 싶은 가치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거기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찾아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매스 디자인과 내부 기능을 반영한 입면의 리듬감에 대해서도 팀원들과 함께 아주 많은 스터디를 거쳤죠.
시공사와는 협의의 연속이었어요. 실제로 건물을 짓다 보면 도면만으로는 파악과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 현장에서 무조건 발생해요. 일례로 4층 복도부분은 시공상 배관 때문에 천장이 조금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어요. 급히 인테리어를 변경해서 복도의 공간감을 살리는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죠.
화장실 변기는 벽 매입 수전으로 설계했는데, 독일 제품을 쓰려고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었어요. 시공사 측에서 시공 경험이 없는 생소한 제품이라 공부하고 연구해가면서 만들어주셨어요. 현장에서는 이렇듯 갑자기 생겨나는 소소한 문제들이 많아요. 결국 함께하는 사람들의 합이 중요해요. 각자 힘든 부분이 있지만, 공간을 잘 완성시키자는 하나의 목표 아래 모두의 합심이 필요합니다.

 

배관 문제로 내려온 천장은 복도의 공간감을 살리는 디자인 요소로 활용했다. ⓒKyungsub Shin

 

서울에서 신축을 한다는 건 민원과의 싸움이라던데, 어떠셨나요?

민원이 없는 현장은 거의 없어요. 그래도 후암동은 동네 분위기와 주민들이 정감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특별한 민원은 없었어요. 다만 1층에서 2층으로 올라왔을 때 2층 부분에 시야가 뚫려 있거든요. 그래서 뒷집의 마당이 보여요. 2층은 근린생활시설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곳이라 뒷집 입장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겠죠. 결국에는 그 뒷집 주인분이 조금 차단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간유리로 일부를 막았죠.
저는 현장에서 민원이 발생하면 그 민원인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는 편이에요. 나중에 건축주에게 들었는데 공사 중에 주변 이웃분들이 저를 ‘꽃돌이’라고 부르셨대요. (웃음) 원하는 점을 정중하게 잘 이야기해서 그런 것 같아요. 어차피 오랫동안 동네에서 함께 할 사람들이고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니까 커뮤니케이션을 신경써서 하면 좋죠. 보통 민원 해결은 현장소장님의 역할이지만, 건축가가 직접 나서면 해결에 유리한 부분이 있어요.

 

‘랜드북 Landbook’이라는 프로그램도 개발하셨죠. 주소만 입력하면 건축 가능한 볼륨이 바로 나오니까 신기하던데요.

경계없는작업실의 공동 창업자이자 파트너인 스페이스 워크의 조성현 대표가 랜드북 개발에 힘을 쏟았어요. 지금 스페이스 워크는 벤처회사로 산업을 만들고, 경계없는작업실은 공간 경험의 가치에 집중해서 디자인과 기획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랜드북은 건축가들이 설계할 때 초기 검토에 드는 시간을 많이 줄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기술적인 업무시간을 줄이고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죠. 경계없는작업실도 스페이스 워크와 함께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계속해서 개발해나가는 과정에서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시켜 보기도 하고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랜드북 (https://www.landbook.net/)

 

계기가 있었나요?

경계없는작업실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시작을 했어요. 조성현 대표는 원래 기술과 산업에 관심이 많았고요. 창업 초창기에 규모 검토를 하다가 이걸 자동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겠다 싶었죠. 조성현 대표가 본인에게 3주 정도만 시간을 달라더군요. 하지만 그땐 실패했어요. (웃음) 그러다가 회사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기획들이 생겼고, 스페이스 워크라는 이름으로 분사를 해서 알고리즘과 건축 자동 기술을 통해서, 사람이 하는 로직을 인공지능에 반영해 개발에 성공했죠. 지금은 다시 회사를 합쳐서 경계없는작업실이 그 개발에 계속 참여하고 있어요.

 

경계없는작업실의 사무소 한 편, 고민의 결과물인 모형들이 경계없이 쌓여 있다. ⓒBRIQUE Magazine

 

경계없는작업실은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부동산 개발이나 솔루션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점에서 여타 사무소와 차별화되는 포지션에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건축 토털 솔루션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아요. (웃음) 하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축의 역할, 건축가의 역할이 아니라 건축의 역할이 바로 그 부분인 것 같아요. 
단순히 생각하면 저희가 하는 일이 크게 두 개의 갈래가 있어요. 개인의 의지로 지어지는 민간의 일, 도시 재생과 같은 관이 주도하는 일. 지금 저희가 해나가고 있는 일들이 저희는 ‘후암동 복합주거’와 같은 전자의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런 건물들은 이러한 역할을 건축주 개개인이 다 할 수가 없어요. 개인의 플레이어들, 즉 민간의 의지에 저희의 실력과 기술, 그리고 창의성을 담아서 최적의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인의 플레이어들과 힘을 합쳐서 좋은 공간, 의미있는 공간, 도시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나가려고 하고 있어요. 할 수 있을까 고민은 많지만, 한다면 무조건 좋을테니까 한번 해보자, 하는 생각이죠. 그리고 좋은 공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경험하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건축가로서 ‘좋은 공간, 좋은 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집은 물리적으로는 단단하지만 공간은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요. 집은 그가 자리 잡은 땅을 잘 반영해서 짓고, 시대의 변화에도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해요. 그래서 오랫동안 끊임없이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좋은 공간이자 좋은 집이죠. 그리고 거기에 머무는 사람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 저는 아직도 공간이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에요. 공간은 사람에게 어떤 식으로든 계속해서 영향을 줄 수밖에 없거든요. 좋은 영향을 주는 공간을 만든다면, 결국 공간이 사람의 삶을 더 좋은 방향으로 디자인할 수 있겠죠.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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