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의 인상을 좌우하는 최후의 디테일

[Brand Story] 수전계의 오트 쿠튀르, 볼라VOLA #1
ⓒVOLA
에디터. 오상희  자료. 볼라VOLA

 

주거지나 상업 공간 혹은 호텔 등에서 가구나 소품, 향기까지 찬찬히 들여다보면 주인 혹은 소유주의 취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수전이나 배선 등 기능적 수단을 위한 장치들은 관심 밖이었다. 정확히는 소비자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대량생산이나 관리 측면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이나 내구성을 갖는 일은 취향과는 매치할 수 없는 다른 카테고리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간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건 결국 그런 디테일에서 나온다. 욕실이나 부엌의 수전까지 완벽한 내 취향에 맞출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그 답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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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 디자인, 그 절대적 가치
마치 작품처럼 혹은 오브제처럼 공간에 화룡점정을 찍은 듯한 풍경을 만드는 한 끗 차이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수전 브랜드 볼라VOLA가 탄생한 건 1968년이다. 디자인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터이며 일상에서도 우리는 어렵지 않게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기능적이면서도 심플하고, 쉽게 질리지 않는 형태, 소재와 컬러에 대한 실험을 꾀하며 장인 정신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디자인은 지금까지 수많은 애호가를 양산하며 일상 속에서 애용되고 있다. 건축부터 가구, 소품에 이르기까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우리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이다.

 

ⓒVOLA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수전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탄생지였던 유럽이지만 1960년대 당시는 욕실의 가치나 개념에 대한 정립은 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수전 공장을 운영하며 주로 병원에 수전을 납품하던 베르너 오버고어Verner Overgaard는 복잡한 파이프라인을 동반할 수밖에 없던 수전의 형태와 제작 방식이 아닌, 심플한 수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사실 설비와 관리가 우선시되어야 하는 수전에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베르너 오버고어는 핸들과 토수구만 보이는 심플한 수전을 떠올렸고, 북유럽 가구의 거장이나 건축가인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 ⓒVOLA

 

아르네 야콥센의 디자인
아르네 야콥센은 미니멀하고 실용적인, 그러면서도 모던한 디자인을 구현하는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선구자다. 그는 주거 공간을 비롯해 코펜하겐의 로얄 호텔, 덴마크 국제은행 건축을 비롯, 우리에게는 특히 앤트Ant 체어, 시리즈Series7 체어, 스완Swan 라운지 체어와 에그Egg체어의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조명·제품 디자인, 타이포그래피 등 분야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디자인했다. 그런 그에게 ‘수전’은 공간을 완성하는 궁극의 디테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베르너 오버고어가 아르네 야콥센에게 수전 디자인을 의뢰했을 때 아르네 야콥센이 ‘기꺼이’ 디자인 작업에 임했다고 하니, 볼라와 아르네 야콥센의 만남은 그 자체가 볼라의 아이덴티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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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리스한 제품, 111의 탄생
아르네 야콥센이 고안한 볼라의 첫 번째 수전 111은 볼라의 디자인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시그니처 제품 중 하나다. 기계적인 요소들이 모두 숨겨져 있고 벽 매립형의 핸들과 토수구만 보이는 이 수전은 출시 당시 그야말로 센세이셔널했다. 소비자들에게 ‘수전이 디자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었을 뿐만 아니라 욕실 경험이 완전히 달라지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히 기존에 보지 못했던 스타일에만 있지 않다. 이후 111 시리즈는 모듈식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며 다양한 컬러와 마감으로 거의 무한한 변주가 가능해졌다. 111제품이 출시 이듬해인 1969년 덴마크 디자인상 수상한 데 이어 지난 2019년에 다시 한번 독일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것을 보면 진정한 타임리스 디자인이 무엇인지 깨닫게 만든다. 111을 시작으로 욕실 세면수전 HV1을 비롯해 볼라에서 출시한 모든 제품은 주문 제작으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원칙은 모두 첫 제품 출시와 함께 정립되었으며, 볼라는 지금까지도 아르네 야콥센이 구현한 볼라의 디자인 원형을 모든 제품 라인에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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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의 손길이 담긴 예술품
욕실이나 부엌의 수전은 소모품에 가깝다. 사용하면서 생기는 물때나 빛바램, 마모 등은 피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볼라의 제품은 ‘기능을 디자인에 담아낸’ 기술력의 정수를 보여준다. 특히 볼라는 모든 제품을 덴마크에서만 디자인하고 생산한다. 제품의 세심한 각도와 커브, 정교한 메탈 표면과 매끄러운 이음새는 장인들의 손에서만 가능하다. 주둥이를 구부리거나 완벽한 납땜과 표면 마감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경험과 수련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단순한 수전이 아닌, 공간에 놓인 하나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한다. 볼라가 많은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에게 먼저 인정받고, 이들과 협업하는 것 또한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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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컬러
디자이너 입장에서 볼라는 볼라는 외형뿐만 아니라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이 가능해 공간에 주요한 포인트가 된다. 볼라가 제품에 컬러를 입히기 시작한 것은 1968년 그레이(color02)와 오렌지(color05)가 시작으로, 특히 그레이는 아르네 야콥센이 가장 좋아한 컬러이기도 하다. 볼라의 영향으로 1970~80년대 유럽의 욕실에 그야말로 컬러의 혁명이 불었다. 욕실 디자인에 다양한 컬러가 적용한 것은 획기적인 시도였고, 이는 오늘날 인테리어 미학의 시초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볼라는 15가지의 컬러 옵션, 메탈릭 마감이 주를 이루는 익스클루시브exclusive 컬러까지 더하며 디자인 영감을 더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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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하나에 담아낸 치밀한 아름다움
볼라는 물이 어떻게 흐르는지, 촉각적으로 사용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물을 가장 효율적이고 만족스러운 방법으로 제어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FS1 프리 스탠딩 욕조 믹서의 경우 조각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에 현대 기술을 결합했다. 물 흐름의 정확성, 반응 제어, 그리고 물이 흘러 욕조에 닿았을 때의 환경까지 고려되어 어떤 욕실이나 스파 시설에도 어우러져 유연하고 아름다우며 기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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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디자인과 기술
[Brand Story] 수전계의 오트 쿠튀르, 볼라VOLA #2

 

‘볼라VOLA’  전체 이야기 담은 <브리크brique> vol.9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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