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주거의 비밀

[스페이스 리그램] ] ⑤ 방과 거리 - 맹그로브 숭인
ⓒBRIQUE Magazine
글. 김은산  자료. MGRV

 

‘기억극장(아트북스, 2017)’,  ‘애완의 시대(문학동네, 2013)’, ‘비밀 많은 디자인씨(양철북, 2010)’  등을 통해 사회적인 분석과 미학적인 시선이 교차하는 영역에서 작업해온 김은산 작가가 ‘스페이스 리그램space regram’이라는 연재로 <브리크brique> 독자와 대화의 문을 엽니다. 인문학과 영상문화이론을 전공한 그는 인문서점 운영과 사회주택 기획, 지역 매체 창간 등을 통해 공간과 사람을 매개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한 컷의 사진을 매개로 도시인의 일상을 돌아보는 그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독자 여러분도 짧은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기대합니다. 

 

지금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커뮤니티’일 것 같다.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지속하게 만드는 일이 사업의 핵심일 것 같다. 커뮤니티는 그들이 원하는 고객의 바람직한 형태이며, 그들이 파악하고 싶은 집단의 이름이며 뿔뿔이 흩어진 개인을 한데 묶는 가치이기도 하다.

건축도 예외는 아니다. 도시 공간의 새로운 주거 형태로 등장한 공유주거는 커뮤니티가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다. 공유주거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공유경제이자 ‘부동산’과 ‘아파트’로 제한된 주거공간에 새로운 상상력을 부여하는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했다. 무엇보다 도시에서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기도 하다.

ⓒMGRV

 

그 취지와 가치는 바람직하지만 그것을 실제 공간에서 구현해내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의 독립된 영역을 보장하면서도 사람 사는 온기가 느껴지는 커뮤니티를 경험할 수 있도록 공유 공간과 공간 활용, 동선을 고민하여 건축의 언어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유주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맹그로브의 공간 구성과 설계는 그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느슨한 연결과 가벼운 스침’을 공간 콘셉트이자 원리로 제시했는데 단어들의 조합에서 건축가 루이스 칸의 명제를 떠올리게 되었다.

칸은 “거리는 합의로 구성된 방(The street is a room of agreement)”이라고 주장했다. 방을 개인의 공간이라는 작은 스케일부터 도시 전체로 확장되는 개념으로 바라보았고 방과 거리를 분리하면 성립되지 않는 불가분의 구성요소로 이해했다.

그런데 현대 도시의 생활양식에 비추어보면 방과 거리는 상반된 공간이거나 완전히 동떨어진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다. ‘원룸’형태의 주거공간을 생각하면 방과 방은 방과 거리만큼이나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어쩌면 그 같은 분리와 단절이 원룸 공간의 문제를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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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그로브 숭인(1호점)’의 공유 공간은 입주자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면서도 이웃과 만날 수 있도록 하여 자연스러운 만남을 유도하도록 했다. 먼저 입주민 전용 출입구로 건물에 진입하면 신발을 바로 벗고 실내화를 갈아 신도록 했다. 신발을 신고 벗는 행위를 통해 이웃 간의 접촉을 유도하고, 계단과 복도를 지나며 가벼운 스침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출입구는 거실보다 살짝 높게 배치해 거실에 있는 사람들을 보며 눈인사라도 할지 아니면 그냥 지나칠지 시선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거실 옆에 마련된 공유주방과 식당의 경우 주방과 식탁의 높이차를 두어 서서 요리를 하는 사람과 식탁에 앉아있는 사람이 시선을 교환할 수 있도록 했다. 2,3층에 마련된 샤워실과 탈의실, 세면대, 화장실이 배치된 워터팟은 여러 명이 동시에 사용 가능하여 순환 동선을 만들어 공간 사용의 과부하를 막고, 이웃과의 마주침을 가능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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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주거에서 공유 공간은 방과 방 사이에 형성된 일종의 거리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만나는 것처럼 입주자들에게 적절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이웃과 마주치고 부담스럽지 않은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칸의 명제에서 중요한 것은 ‘합의’로 구성됐다는 점일 텐데, 개인의 사생활과 공동체적인 경험의 경계선에서 분리와 접촉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으로 이해해도 좋을 것같다.

여러 개의 방을 죽 늘어 세우거나 단순히 나열하는 것으로 하나의 공간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방과 방 사이의 연결성과 방의 집합이 만들어내는 관계가 그 공간의 특성을 만들어내게 될 것이다. “평면도는 여러 방의 공동체(the plan is a society of room)”라는 칸의 또 다른 명제는 공유주거 뿐만 아니라 집이라는 공간이 갖춰야할 관계성을 말해주는 듯하다.

(*맹그로브 숭인의 공간 구성은 <브리크매거진> vol.4를 참고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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