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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사한 여름을 지어 줄 건축 다큐멘터리

안도 타다오, 인생 후르츠, 이타미 준의 바다 등 3편 소개
에디터. 이현준  자료. 영화사 진진, 엣나인필름

 

마블의 새 어벤저스 시리즈가 극장가를 강타한 이튿날인 지난 4월 25일, 시게노리 미즈노 감독의 <안도 타다오>가 개봉했다. 건축계 전문가들이 함께한 영화 간담회에는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고, 관객들의 얼굴 근육을 주무르던 타다오의 말풍선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야 가슴 저변에서 터져올랐다.
지난 겨울엔 후시하라 켄시 감독의 <인생 후르츠>가 한국에 소개됐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일본의 국민 어머니, 배우 ‘키키 키린’의 나직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작품은 관객들의 응원에 힘입어 일본에서 무려 1년간 상영됐다. 건축가 할아버지와 야무진 할머니 부부의 일상을 2년간 40분 분량 테이프 400개에 담아 매만진 영화다.
그런가하면 올 여름 한가운데 개봉이 확정된 <이타미 준의 바다>가 있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자신만의 길을 걸었던 재일 한국인 건축가 이타미 준의 삶과 그 온기 가득한 작품 세계를 정다운 감독이 스크린에 옮겼다. 

 

안도 타다오 (2019)  |  누구나 구할 수 있는 콘크리트로 누구도 만들 수 없는 건축을

 

Ⓒ영화사 진진

 

영화 <안도 타다오>는 젊은 시절 트럭 운전사와 권투선수, 그리고 건축 현장에서 일하다가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하고 마침내 현대 모더니즘 건축에 한 획을 그은 거장이 된 안도 타다오의 드라마같은 삶의 발자취를 담담한 시선으로 다루고 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말겠다는 건축에 대한 의지, 콘크리트를 통해 고요하고 내면적인 사유의 공간이자 하나의 소우주를 만들어내는 안도의 정신은 관객들에게 예술적 울림과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사 진진
Ⓒ영화사 진진

 

영화는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건축에 깃든 정신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의 대표 건축물을 가까이 훑어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건축, 출판, 미술 등 예술 분야에 관심있는 관객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것이다. 세련된 영상미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서는, 최고가 되기까지 치열했던 그의 삶을 따라 풍성하게 사유할 수 있다.

 

Ⓒ영화사 진진
Ⓒ영화사 진진

 

인생 후르츠 (2018)  |  집은 삶의 보석상자여야 한다

 

아이치현 가스가이시 고조지 뉴타운의 한 단층 주택에 아흔살 쓰바타 슈이치와 여든일곱살 히데코 부부가 살고 있다. 젊은시절부터 오랫동안 건축가로 일하며 슈이치는 과거 고조지 뉴타운 개발에 참여한다. 마을에 숲을 그대로 두고 숲과 바람, 도시가 어우러지는 건물을 만들고 싶었지만, 경제 발전에 우선순위를 두어야했던 시절, 뜻을 굽힐 밖에 도리가 없었다. 프로젝트 중간에 손을 떼고 ‘느리게 살기’로 삶의 노선을 바꾸기로 한 슈이치는, 마을에 성냥갑같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모습을 바라보며 숲속에 작은 땅을 산다.   

 

Ⓒ엣나인필름

 

15평짜리 삼나무 단층집을 짓고 아내 히데코와 50년째 살림을 꾸려왔다. 슈이치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건축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이다. 초록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50가지의 과일과 70가지의 채소를 키워 단출하지만 정갈하고 깨끗한 식사를 한다.

부부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마치 의식처럼 그 긴 세월을 지켜온 부부의 모습은 ‘일상’과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케 한다. 허겁지겁 쳇바퀴돌기 바쁜 현대인의 삶, 효율과 경제논리에 절어버린 우리네 사는 모습을 반추하는 동안 영화는 내내, 따뜻한 울림으로 말을 건넨다. 

 

Ⓒ엣나인필름
Ⓒ엣나인필름
Ⓒ엣나인필름

 

“둘이 합쳐 177살, 65년을 함께한 두 사람. 집은 삶의 보물상자라고 말하는 뚝딱뚝딱 90살의 건축가 할아버지, 차근차근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못하는 게 없는 87살의 할머니” 라고 인물을 소개하는 목소리는 어쩐지의 안도감이 들만큼 포근하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차근차근, 천천히” “집은 삶의 보석상자여야 한다” “오래 살수록 인생은 아름다워진다”

영화의 내레이션이 읽어주는 문장을 곱씹다 보면 어느순간 우리 삶이 잿빛 빌딩 숲이 아닌 피톤치드 가득한 진짜 숲 한가운데 있는 것만 같다. 

 

이타미 준의 바다 (8월 개봉 예정) | 재일 건축가 유동룡의 삶

 

재일 건축가 이타민 준의 삶과 건축이야기를 농축한 영화 <이타미 준의 바다>가 올 여름 개봉한다. 제 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분에서 CGV 아트하우스 배급지원상을 수상했다.

<이타미 준의 바다>는 일본에서 재일한국인으로 성장한 건축가 ‘유동룡’이 ‘이타미 준’이라는 필명으로 빛과 어둠, 장소성과 물성을 살린 자신만의 건축세계를 구축하게 된 이야기를 담았다. 재일한국인이 흔치 않은 지역에서 한국 이름을 고수하며 교육을 받았지만, 일본에 없던 한자 성 ‘유’씨였던 그는 결국 ‘이타미 공항’에서 성을 따와 ‘이타미 준’이라는 필명을 만들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지만, 세계에 속한 디아스포라diaspora 건축가로 독자적인 건축세계를 창조했다. 

 

Ⓒ영화사 진진

 

이타미 준의 딸이자 대를 이어 건축을 하고 있는 유이화 ITM건축연구소 대표와 재일한국인 작곡가 양방언, 일본의 저명한 건축가 쿠마 켄고, 반시게루와의 인터뷰는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인간 이타미 준에 대한 심도있는 성찰을 담았다. 특히 ‘수풍석 미술관’, ‘포도 호텔’, ‘방주교회’ 등 이타미 준이 제주에 만든 건축을 찾았던 관객이라면 이런 건축이 탄생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영화가 될 것이다. 

강경호 CGV아트하우스 사업부장은 “한 건축가의 삶과 건축물들에 담긴 역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라며 “<이타미 준의 바다>를 통해 독립영화의 폭넓은 감동과 재미를 더 많은 관객들이 경험할 수 있길 바란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영화사 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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