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달리는 디자인

[no more room] ① 도로 위 트럭 방수포가 어깨 위 가방으로, 프라이탁FREITAG
©︎Roland Taennler
에디터. 김윤선  자료. 프라이탁FREITAG, 슈필만 엑슬레 아키텍텐Spillmann Echsle Architekten
사진. Roland Tännler, Lukas Wassmann, Claudia Zalla, Nils Clauss, Adisorn Ruangsiridecha, Philip Frowein, Ivo Kuhn

 

환경을 둘러싼 크고 작은 목소리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점검한 기획 연재 ‘no more room’을 시작합니다.
버려진 것들을 재해석해 활용한 공간과 서비스, 환경에 관한 고유의 철학을 가진 기업과 브랜드, 업사이클링을 실현하는 크리에이터, 도시 생태를 고민하는 공공과 개인의 활동을 고루 담았습니다.
재생과 순환, 공존이라는 무거운 키워드보다는 ‘지구와 도시를 지키는 일’이 곧 나를 위한 것,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자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① 도로 위 트럭 방수포가 어깨 위 가방으로, 프라이탁FREITAG
②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IKEA가 지키려는 것
③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 B39의 리모델링 이야기
④ 근대 양조장의 재탄생, ‘산양 양조장’
⑤ 플라스틱 프리에 도전하는 ‘알맹상점’

⑥ 새활용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공의 움직임
⑦ 동네공원의 파수꾼 ‘서울환경운동연합’
⑧ 자연과 도시의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끝)

 


프라이탁은 스위스의 대표적인 가방 브랜드로, 트럭 방수포와 자동차 안전띠, 자전거 바퀴 튜브 등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선보여 왔다. 모든 제품은 폐기된 트럭 방수포를 활용해 만들어 내구성이 높고, 같은 디자인이 없는 세상에서 하나뿐인 가방이라는 점이 큰 특징.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기에, 개인의 취향뿐 아니라 신념을 반영한 ‘의식 있는 소비’를 실천하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스위스에서는 성별과 연령 불문 ‘국민 가방’ 칭호를 얻은 지 오래. 국내에서도 정식 매장 오픈 전부터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한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프라이탁 타워 ©︎Roland Taennler

 

창립 이래 30여 년 가까이 창의적인 업사이클링 아이디어와 환경 의식을 가진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온 프라이탁. 여느 때보다도 환경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지금, 프라이탁은 제품과 공간, 일하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고유의 ‘순환’ 철학을 바탕으로 일관된 메시지를 전하며, 이 시대 소비재를 생산하는 브랜드에 본보기가 될 만한 태도와 관점을 보여준다. 그들이 실현하고 있는 환경 철학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간에 관해 물었다.
10년간 프라이탁의 홍보 책임자로 일해온 엘리자베스 이세네거Elisabeth Isenegger가 질문에 답을 보내왔다.

 

엘리자베스 이세네거 ©︎Roland Tännler

 

 

트럭 방수포가 가방이 되기까지

 

1993년,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프라이탁 형제는 내구성이 좋고 방수가 가능한 가방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스위스 취리히의 한 화물용 도로가의 아파트에서 창문 밖을 내려다보다 각양각색의 방수포를 감싼 대형 트럭들이 오가는 것을 보게 된 그들은 문득 트럭 방수포로 가방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방수포로 만든 가방은 질기고, 빗물을 막아 줄뿐더러,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그렇게 프라이탁의 첫 번째 메신저 백을 탄생시켰다.

 

1993년 제작된 프라이탁의 첫 번째 가방 ©︎FREITAG
서울 압구정 매장 ©︎Nils Clauss

 

프라이탁은 창립 이래 30여 년 가까이 최초의 재활용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제품을 만들고 있죠.

1993년 당시 프라이탁은 재활용으로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가방이었어요. 이미 설립 단계부터 자원 친화적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죠. 그때만 해도 ‘업사이클링’이나 ‘지속 가능성’, ‘순환 경제’라는 용어는 무척 생소했는데요. 프라이탁 형제는 낡고 오래된 재료에 생명을 줄 수 있다면 굳이 가방을 만드는 데 새로운 재료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은 여전히 유효해요. 저희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버려야 할 쓰레기나 폐기물처럼 보이는 재료를 가져와, 거기에 다른 맥락의 새 삶을 부여하려고 해요. 가방이라는 기능을 새로 부여함으로써 트럭 방수포의 수명을 연장한다는 의미만은 아니에요. 재료를 가능한 오랫동안 순환시키고 싶어서죠. 

 

프라이탁 형제 ©︎Roland Tännler

 

‘업사이클링upcycling’이 브랜드를 관통하는 큰 주제인 만큼, 환경 문제에 대한 프라이탁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순환대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프라이탁 형제가 버려진 트럭 방수 천을 가방으로 제작한 이래 ‘순환’이란 키워드는 프라이탁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는데요. 이는 단순히 재활용을 통해 가방을 제작한다는 개념을 넘어선 브랜드의 철학이기도 해서, 총체적인 방법으로 그에 부응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녹슬고 버려진 화물 컨테이너를 매장에 쌓아두거나, 취리히의 공장 옥상에서 모은 빗물에 트럭 방수포를 씻는 방식으로 물을 절약하거나, 제품 포장을 고객들이 재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죠.

 

Noerd 공장에서 가방을 제작하는 모습 ©︎Roland Tännler
Noerd 공장에서 가방을 제작하는 모습 ©︎Roland Tännler

 

‘F-ABRIC’ 의류 라인도 개발도 그 일환입니다. 셔츠의 단추, 라벨, 실 등과 같은 요소가 낡으면 완전히 생분해될 수 있도록 디자인했죠. 마지막까지 지구상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떠날 수 있도록요. 의류는 보통 헴프hemp와 리넨linen으로 만드는데, 최소한의 자원을 사용해 유럽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을 이뤄내기까지 5년이나 걸렸으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F-ABRIC’ 의류 라인 ©︎Lukas Wassmann
‘F-ABRIC’ 의류 라인 ©︎Lukas Wassmann

 

기업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생산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시대에 지속 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디자인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제품이 버려지는 마지막까지 미리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프라이탁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이해는 외부의 정책이나 원칙에 의존하지 않아요. 부서에 상관없이 프라이탁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은 스스로 환경적·사회적 책임 원칙을 정의하죠. 프라이탁에 입사하면 출근 첫날, 프라이탁의 사회적 책임을 모은 규칙이 담긴 책자를 받아요. 프라이탁 형제는 이러한 원칙의 본질을 나타내는 ‘사이클리스트 매니페스토Cyclist Manifesto’를 개발해 업무의 포부로 삼았어요.

 

©︎Roland Tännler

 

 

순환 철학을 담은 공간

 

프라이탁의 모든 공간은 해당 도시의 특성을 고려하고 기존 건축물을 존중하여 선정된다. 전 세계 28개 매장과 약 300개의 딜러 스토어dealer store는 이와 같은 기조 아래 동일한 콘셉트로 계획되었다. 특히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프라이탁 타워FREITAG Tower’는 프라이탁의 상징과도 같은 공간. 스물일곱 개의 녹슨 폐컨테이너를 겹쳐 쌓은 이 건물은 프라이탁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투영한다.

 

프라이탁 타워 ©︎Roland Tännler

 

가방뿐 아니라, 프라이탁의 여러 공간에서도 브랜드의 일관된 정체성이 느껴집니다.

최첨단 기술이나 화려한 특수 효과를 활용해 아무리 대담하고 놀라운 경험을 제공한다 해도 브랜드 정체성과 관련해 설득력 있는 연결 고리가 없다면, 브랜드는 곧 잊혀지고 말 겁니다. 일관되게 의미 있는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대체 가능한 존재로 남게 될 뿐이죠. 버려진 소재에 새로운 삶을 부여하고, 다시 맥락을 부여하는 것은 프라이탁 가방의 필수적인 두 가지 기본 원칙입니다.

매장에서도 이런 가치를 외부적으로든 내부적으로든 두루 전달해, 고객과 방문객이 직관적으로 이를 경험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브랜드를 공간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프라이탁의 시도는 취리히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프라이탁 타워’로 증명되기도 했는데요. 녹슬어 버려진 화물 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든 건물은 저희가 추구하는 가치를 강력하게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이미 프라이탁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죠.

프라이탁 타워 단면도 ©︎Spillmann Echsle Architekten
©︎Roland Taennler

 

프라이탁의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기초적이고 직접적인, 거친 느낌을 무척 선호합니다. 빌딩의 기본 구조를 복원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존 건물의 구조에 추가되었던 벽을 철거한 적도 많아요. 그러면서 덮개 패널, 니스, 접착제, 페인트 같은 불필요한 자재나 마감재들도 없앴죠. 저희가 가장 좋아하는 색상인 ‘인더스트리얼그린industrial green’은 제외하고요. (웃음) 2006년 지어진 프라이탁 타워를 비롯해 베를린, 밀라노, 시부야 매장과 취리히의 마크할레Maag Halle 그리고 현 본사인 너드Noerd까지. 지난 15년 동안 취리히에 기반을 둔 건축 사무소인 슈필만 엑슬레 아키텍텐Spillmann Echsle Architekten과 함께 수많은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작업했어요. 저희는 그들과 아주 긴밀하게 협력하며, 그들이 가진 공간 개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들은 프라이탁이 무엇을 계획하는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요.

 

취리히 매장(프라이탁 타워) ©︎Roland Tännler
취리히 매장(프라이탁 타워) ©︎Roland Tännler
방콕 매장 ©︎Adisorn Ruangsiridecha

 

매장 위치와 건물을 선정하는 기준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어요?

저희는 자전거로 도시 구석구석 탐험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떤 도시에 매장을 열고자 할 때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그 도시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려 하죠. 걷는 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지하철로 이동하면 도시의 분위기를 반쯤은 놓치는 것 같아요. 도시를 온전히 느낄 수 없죠. 자전거로 이동하는 게 훨씬 재미있어요. 어떤 도시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지도에서 대략적인 위치만 정하고 부동산 중개인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떠오르는 지역이면서도 진보적이고, 적절한 분위기와 합리적인 가격을 가진 장소를 선호해요. 역사를 간직한 건축적 특징이 도시 전반을 이루고 있는 곳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죠.

밀라노 매장은 오래된 벽돌 아치형 회랑이 있어 독특한 모습을 자랑하는데, 이 완벽한 장소를 찾는 데에는 꼬박 3년이 걸렸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알맞은 장소를 찾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기다리는 편을 택해요. 저희에게 맞는 장소를 찾는 데 꽤 좋은 본능을 가졌거든요. (웃음)

 

밀라노 매장 ©︎Claudia Zalla
밀라노 매장 ©︎Claudia Zalla

 

특히 지역적 특성을 보존하려고 노력하는데요. 1950년대 모습을 가지고 있는 비엔나 매장의 창문처럼, 그 기원과 역사를 복원하기도 하죠. 일본의 미적 본질인 ‘와비사비’ 개념에서도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근본적으로 ‘닳는 것’을 제품이나 장소의 불행한 필연으로 보지 않고, 불완전한 아름다움으로 보려고 해요. 닳는 것은 그 자체로 진실하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밀라노 매장 ©︎Claudia Zalla
밀라노 매장 ©︎Claudia Zalla

 

지난 2017년부터 서울 이태원을 시작으로 압구정과 제주에 이르기까지, 한국에도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꾸려졌나요?

사업적 관점에서 보면, 서울에서 이태원과 압구정, 이렇게 두 개의 매장을 오픈한 이후 보통은 부산을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섬 전체를 둘러싼 해안가의 자전거 전용 도로와 항구 지역인 제주만의 독특한 지형에 매료되어, 아라리오Arario,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 밀리미터밀리그람MMMG, 포터블Portable과 의기투합하기로 했죠. 제주에서의 도전은 기존의 노후한 버거 가게 건물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 건물은 골조만 남긴 채 일본의 스키마타 건축Schemata Architects, 이각건설과 함께 3개 층의 건물로 재건했어요. 그 결과 내부와 외부, 상업성과 비상업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서울 압구정 매장 ©︎Nils Clauss
제주 매장 ©︎Nils Clauss
제주 매장 ©︎Nils Clauss

 

최근 많은 기업과 브랜드가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간이자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프라이탁은 항상 벽돌과 모르타르를 공간의 재료로 활용해 왔어요. 오프라인 매장을 브랜드의 비주얼 아이덴티티이자, 리테일의 미래를 위한 실험적 기반으로 여기기 때문에 벽돌과 모르타르로 대변되는 오프라인 매장에 계속해서 투자할 생각이에요. 이런 맥락에서 팬데믹 상황에도 제주와 암스테르담, 방콕 매장을 순차적으로 오픈했죠.

몇 달 전에는 프라이탁 타워를 자전거 도로처럼 바꿔 특별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기도 했어요. 취리히의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해 좀 더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요구하는 지역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이벤트였죠. 건물 전면을 자전거 전용 도로 형태로 디자인해 ‘Ja Sicher(Yes Sure)’라는 거대한 문구를 내걸었어요. 그만큼 프라이탁은 자전거 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어요.

 

‘Ja Sicher(Yes Sure)’ ©︎Roland Taennler
©︎Ivo Kuhn
©︎Philip Frowein

 

 

재미있고 유용한 경험을 위한 쇼핑

 

프라이탁의 판매 공간은 ‘모어 댄 스토어More than a store’라는 목표를 따른다.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쇼핑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연결된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목적으로 한다.


 

방콕 매장 ©︎Adisorn Ruangsiridecha

 

매장을 구성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원칙이 있나요? 그 원칙은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졌나요?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직관적으로 연결되면서도, 재미있고 유용한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를테면 암스테르담 매장에는 고객이 ‘순환’의 의미를 발견하고 각자의 순환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 그 전기 에너지로 가방의 제작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체험 공간이 있어요. 또 일부 매장에는 고객이 무거운 짐을 옮길 경우를 대비해 화물용 자전거를 구비해 두기도 했죠. 프라이탁은 순환 경제에 뿌리를 두고 있고, 저희는 사이클리스트 매니페스토에 기록된 ‘소유권에 대한 접근(access over ownership)’이란 아이디어를 좋아해요. 그런 의미에서 작년 가을에는 서울과 제주 매장을 비롯한 전 세계 26개 매장에서 ‘자전거 백팩 무료 대여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올해도 5월부터 7월까지 프라이탁 매장에 방문하면 무료로 힙색hip sack 가방을 빌려주는 ‘#ridewithfreitag’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특히 중요한 부분으로 ‘포장과 진열 시스템’을 꼽았는데요. ‘Freitag Skid V30’ 진열장은 매장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죠.

가방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으면서도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받침대와 선반 형태의 진열 방식을 찾던 중, 당시 프라이탁 직원이었던 콜린 섈리Colin Schaelli가 진열장을 고안해냈어요. 맞춤형으로 제작 가능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었죠. 뛰어난 모듈성으로 쉽게 분리되어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한 점과 거친 외관 역시 프라이탁의 판매 목표와 지향점을 완벽하게 충족했어요.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과 판지로 제작해 견고하면서도 오래가는 장점도 있고요. 취리히와 도쿄, 서울 등 필요한 곳 어디에서나 재사용할 수 있죠. 맞춤 제작된 V30은 모든 매장에서 그 고유성을 드러내며 프라이탁만의 독특한 개성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스위스 디자인협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답니다.

 

서울 이태원 매장 ©︎Nils Clauss
방콕 매장 ©︎Adisorn Ruangsiridecha

 

온라인으로도 새로운 쇼핑 방법을 제안하는 여러 가지 시도를 했어요.

글로벌한 세계 상황에 빠르게 적응하고 좀 더 스마트한 디지털 쇼핑 경험을 제공하려고 노력해요. 보다 새로운 방법으로 고객이 프라이탁을 만날 수 있도록요. 취리히 다운타운에 위치한 ‘스웨트 유어셀프 숍Sweat-yourself-shop’이 대표적인데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사전 예약을 한 다음, 온라인 공방에 화상 전화를 걸어 자기만의 독창적인 토트백(F718 BUH)을 디자인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했어요. 매장 직원이 컨베이어 벨트를 작동시키면 고객이 원단을 선택해 취향에 맞게 직접 가방을 조립하고 최종 제작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팬데믹 상황에 적합한 대안이죠.

 

©︎Adisorn Ruangsiridecha

 

지난 5월에는 방콕에도 스웨트 유어셀프 숍 코너가 있는 신규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DIY에 관심 있는 고객들이 프라이탁 가방을 조립하고 최종 작업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어요. 이런 온라인 및 오프라인 DIY 시도는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요. 수개월에 걸쳐 사전 예약이 모두 꽉 찼을 정도죠. (웃음) 코로나19로 셧다운되었을 땐 전 세계 14개 매장에서 ‘다이얼 인 쇼핑Dial–in-shopping’ 세션을 마련해 고객들에게 실시간 영상통화로 쇼핑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했어요. 2000년 다보스 첫 매장에서 프라이탁 형제가 이런 서비스를 제공했던 것에 영감을 받았죠.

 

방콕 매장 내 스웨트 유어셀프 숍 ©︎Adisorn Ruangsiridecha

 

 

내일을 달리는 디자인

 

지난 30년간 혁신적인 업사이클링 브랜드의 명맥을 유지하며 많은 디자이너와 기업에 귀감이 되어 온 프라이탁. 제품 개발 외에도 브랜드의 ‘순환’ 철학을 구현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도로 위를 달리던 트럭 방수포는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의 어깨 위에서 새로운 내일을 그리며 달리고 있다.

 

©︎Roland Tännler

 

가방을 바꿔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 ‘스왑S.W.A.P’을 운영하고 있죠.

프라이탁 가방은 매우 견고한 트럭 방수천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싫증을 느끼거나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위해 플랫폼을 만들었는데요. 기존에 보유한 제품을 다른 고객의 제품과 비용 없이 맞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인 S.W.A.P(Shopping Without Any Payment)이 바로 그것입니다. 2019년 출시 이래 5,000개가 넘는 제품이 S.W.A.P에 업로드되었고 약 1,000건가량의 거래가 성사되었어요. 특히, 작년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에는 하루 동안 공식 온라인몰을 닫고 S.W.A.P만 오픈해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권장하는 캠페인도 진행했죠.

 

프라이탁은 국내에서 업사이클링 관련 산업 전반에 큰 귀감이 되고 있어요. 프라이탁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가치와 지향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미래 지향적이고 환경친화적인 디자인을 목표로 합니다. 프라이탁은 매년 수백 톤의 트럭 방수포를 재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이전에 없던 새로운 생산과 소비 방식의 상징으로 영감을 주는 브랜드라고 생각해요. 순환하는 세계 경제에서 꼭 필요한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Roland Tännler

 

새로운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앞서 언급했다시피 프라이탁의 브랜드 콘셉트와 목표는 트럭 방수포를 재활용한다는 맥락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아요. 100% 생분해성 의류 라인을 출시하는 등 여러 시도를 하면서 저희의 철학이 다방면으로 펼쳐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최근에는 재활용 페트로 만든 가방 컬렉션도 주요 라인으로 출시했습니다. 앞으로도 가능성이 있는 소재에 대한 모험을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에요. 이를 위해 타 브랜드와 협업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어요. 새로운 제품에 대한 탐구뿐 아니라, 순환 경제 개념에 기반을 둔 흥미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겠죠.

몇 년 전 프라이탁 형제는 회사 조직도에 위계질서를 없앤 자율 경영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대다수의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소수의 감독관이나 관리자에게 달린 의사 결정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는데요. 프라이탁이 선보이는 제품뿐 아니라 이러한 일하는 방식은 올바른 인재를 끌어들이는 혁신적인 방법이며, 안팎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실현하는 힘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Roland Tänn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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