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집 사용 평가서

'집 안에 골목' 건축주가 보내온 집에 관한 짧은 소회
ⓒKyung Roh
에디터. 김윤선  글 & 사진. 정범희 건축주

 

‘집 안에 골목’ 건축주 정범희 씨는 집에서는 남편이자 두 딸의 아버지이지만, 집 밖에서는 자동차 회사 인포테인먼트UX 개발팀의 책임연구원이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인포테인먼트UX’는 자동차와 사용자, 생활 환경과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경험을 말한다. 우리가 차를 탈 때 접하는 기능의 인터페이스, 이를테면 계기판,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외부에서 차량을 컨트롤하고 관리하는 모바일 앱 UX 디자인이 그의 주된 업무다. 그가 직업적 역량을 발휘해, 생활하면서 느낀 집에 관한 소회와 짤막한 평가를 모은 몇 개의 문장을 보내왔다. 애정이 가득 담긴 사진과 함께.

 

창과 문

  • 집안 곳곳 높은 곳에 창을 두어 채광과 개방감이 좋다. 시간대마다 빛이 들어오는 방향이 다르고, 그에 따라 집안 분위기도 달라진다.
  • 다만 창이 높아 여닫기가 불편하다. 좀 더 편한 도구가 있었으면.
  • 무작정 큰 창을 두지 않고, 외벽으로 바깥 시선을 차단하니 사생활 노출이 덜 신경 쓰인다.
  • 라운드 창을 조금만 크게 했으면 개방감이 더 좋았을 것 같다.
  • 곧 추운 겨울이 오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미닫이문은 방음이 부실한 편이다. 눈에 띄지 않게 틈새를 막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

 

ⓒBumhee Chung

 

움직임

  • 계속해서 도는 형태의 동선이라 아이들이 집 안을 돌아다니며 재미있어한다. 청소도 편하다.
  • 주차장 입구의 커브 덕분에 차를 대기 쉽다. 주차 스트레스가 없으니 삶의 질이 한결 높아졌다.
  • 내 키를 과소평가했는지 가끔 침대와 통로 사이 천장에 머리를 부닥친다. 천장 높이는 여유를 두는 편이 좋겠다.
  • 캐노피는 문이 열리는 모양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문도 나도 비를 피할 수 있을 텐데.
  • 2층 바닥과 계단 사이, 설계에 없던 애매한 높이의 턱에 잊을만하면 한 번씩 발이 걸린다. 사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Bumhee Chung
ⓒBumhee Chung
ⓒBumhee Chung

 

가구와 디테일

  • 세탁기를 돌리고 문을 닫아 놓으면 불을 끄고 켤 수가 없다. 물론 끄고 닫으면 되지만 항상 까먹는다. 스위치가 좀 더 중앙에 있었다면 좋을 텐데.
  • 계단에 손잡이가 없으니 벽에 아이들의 손자국이 생겨 잘 안 지워진다.
  • 사다리는 손잡이가 바닥 면보다 더 높이 있어야 오르고 내리기 편하구나. 수영장 사다리가 왜 그렇게 생겼는지 이해하게 됐다.
  • 콘센트 위치를 미리 좀 더 고민해 볼걸. 안 쓰는 곳도 생기고, 막상 없어서 아쉬운 곳도 있다.

 

ⓒBumhee Chung
ⓒBumhee Chung

 

시선

  •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하늘과 초록이 보인다.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마주하는 좋은 기분이란···
  • 천창과 그 아래를 지나는 골목이 마치 바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어 집 안에만 있는 날에도 답답함이 덜하다. 코로나 시대에 갖춰야 할 집의 덕목이 아닐까?

 

ⓒBumhee Chung

 

공간

  •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인 주방은 싱크대와 식탁의 배치가 탁월하다. 온 가족이 식탁을 중심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 계단 폭이 넉넉해 아이들이 계단에 앉아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 생각보다 숨겨진 수납공간이 많다. 틈새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이 늘고 있다는 건 덤.
  • 1층 현관에 안과 밖을 구분하는 턱이 없어 슬리퍼를 벗어 둘 공간이 마땅치 않다. 외국처럼 신발 신고 드나든다면 모를까.

 

건축

  • 벽돌과 줄눈은 너무 거칠어 보였는데,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든다. 주변과도 참 잘 어울린다.
  • 노출콘크리트는 특별히 미장을 하지 않아 시공이 쉽고 저렴할 줄 알았는데, 마감에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고. 그래서인지 신경을 덜 쓴 곳은 완성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건물 안팎의 비례감이 좋아 멍하니 서서 감상하곤 한다. ‘그래, 여기가 우리 집이구나. 좋다!

 

 

‘집 안의 골목’ 전체 이야기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5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magazine.brique.co/book/vol-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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