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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을 더하면 When Yellow Adds

밀레니얼 세대, 인스타그램 세대를 대변하는 아티스트 '비디 그라프트'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
에디터. 이현준  자료. 스튜디오 파런테즈 Studio Parenthèse

 

편집과 차용, 큐레이션과 컬래버레이션의 시대.
글과 시, 그림과 비디오, 조각과 사물, 음악과 몸짓은 이제 다 무얼까, 그리고 이윽고는 무엇이 될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활동 중인 아티스트 비디 그라프트 B.D Graft 가 되묻기로 대답을 대신한다. “Is it mine if I add some yellow?” 현대미술을 멸시하던 히틀러의 금서에도, 데스틸 De Stijl 움직임 당시 타인의 생각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리트벨트의 의자에도, 2019년 신인류의 우주 ‘인스타그램’에도, 그의 노랑은 기쁘고 우아하게 포진한다.

<The Art of Yellow>전은 아시아 최초로 B.D. Graft를 소개하고 그의 대표작부터 최신작까지 총 60점 이상을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아울러 그가 국내 가방 브랜드 ‘뮤트뮤즈’만을 위해 창작한 아트워크 디자인을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Studio Parenthèse
전시장 외부 전경 ⓒStudio Parenthèse

 

B.D. Graft, 핸드메이드 밀레니얼

 

“우리는 모든 것을 차용하고, 리믹스하고, 리포스팅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그런 행위가 빈번해서 사람들이 일종의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여전히 다루어볼 가치가 있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성수동 전시 현장을 찾은 B.D. Graft ⓒStudio Parenthèse
그의 암스테르담 스튜디오 ⓒStudio Parenthèse

 

‘콜라주, 컬래버레이션, 인스타그램’. 암스테르담에서 활동 중인 B.D. Graft의 작품 세계는밀레니얼 세대가 사랑하는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스케이트 컬처와 음악을 사랑하는 소년이었던 그는 영화와 영문학을 전공하며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다. 밤샘 분석과 작문에 지친 어느 날 한 아티스트 친구의 권유로 콜라주를 시도했고, 우연과 호기심에 시작한 작업은 곧 그만의 스타일로 자리 잡아 마니아 층을 빠르게 키워나갔다.
‘편집의 시대’라 불리는 요즘, 그가 누렇게 변색된 헌책에서 뜯어낸 피카소의 그림이나 빈티지 엽서 위에 독특한 형태로 잘라낸 노란 종이 조각을 붙여 ‘개입’한 콜라주Collage 작업들. 가장 먼저 알아본 건 젊은 예술 애호가들과 패션 브랜드들이었다.

 

ⓒStudio Parenthèse
ⓒB.D. Graft <Turtle, 2019> 10.1 x 14.4 cm Paper and acrylic collage
ⓒB.D. Graft <Crowd, 2019> 111.0 x 84 cm Paper and acrylic collage

 

B.D. Graft의 콜라주 작품은 별다른 해설 없이 “Is it mine if I add some yellow? (노란색을 더하면 내 것이될까요?)ˮ라는 슬로건만으로도 명확하고 일관된 컨셉트를 전달하고, 무엇보다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감각적인 비주얼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인스타그램을 타고 금세 유명해진 B.D. Graft는 다양한 협업을 통해 아트신scene 뿐만 아니라 패션신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노랑’ |  Yellow Statements

 

“노란색은 (빨간색이나 검은색에 비해) 그렇게 많은 의미를 담은 색깔은 아니에요.
그래서 노란색이 저만의
의미를 갖게 된 거죠.”

 

“Is it mine if I add some yellow? (노란색을 더하면 내 것이 될까요?)” B.D. Graft의 콜라주 프로젝트 ‘Add Yellow (@addyellow)’의 슬로건은 예술 작업의 주체와 소유권에 대한 작가의 도발적인 질문이자 성명이다. “내가 무언가를 덧입혀 누군가의 작업물에 변형을 가했다면 그것은 누구의 것인가? 누구의 소유인지 판가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긴 한가?” 이는 오늘날 우리가 SNS에서 서로의 게시물을 리포스팅하고 큐레이션하면서 머릿속 한편에 떠오르는 의문이다.

 

ⓒStudio Parenthèse

 

20세기 초 브라크와 피카소, 두 입체파 작가가 유화의 한 부분에 신문지나 악보 등을 풀로 붙여 콜라주를 고안해낸 이래, 예술가가 예술적인 맥락에서 내놓은 재료는 변기부터 거대한 강아지 풍선까지, 그 자체로 ‘예술’이 되었다. 더 나아가 타인의 작품을 ‘편집’하거나 ‘변형’ 또는 ‘개입’을 가하는 것도 음악을 샘플링하거나 리믹스하는 것과 같은 창작의 개념으로 이해되는 오늘날, 콜라주 역시 ‘편집의 예술’로서 재조명되고 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이미지를 만든다는 목표가 복고적인 가치가 된 시대, 창작과 소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논쟁의 한복판에서 B.D. Graft는 ‘Add Yellow’ 프로젝트를 통해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샛노란 유머와 오픈 마인드를 담아.

 

ⓒB.D. Graft <Areca, 2019> 23.3 x 31.7 cm Paper and acrylic collage
ⓒB.D. Graft <Biographies2, 2019> 25.5 x 33.6 cm Paper and acrylic collage

 

이 시대의 금기? |  Stick It to the Banned

 

“히틀러와 나치는 현대미술을 싫어했지,
그렇다면 그들에게 현대미술로 어떻게 한 방 먹일까?’ 하고
생각했죠.
말 그대로 그들의 책에 ‘현대미술을 붙여 넣은’ 거예요.
증오로 가득한 히틀러의 말들을
무장해제시키기 위해서.”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중 하나는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Mein Kampf (나의 투쟁)>으로 만든 <MK>시리즈다. 젊은 시절 미술가를 꿈꾸기도 했던 히틀러는 고전 화풍에 집착한 나머지 일체의 모던 아트를 혐오했다. 1937년에는 뮌헨에서 <퇴폐 미술전>을 열고 칸딘스키, 클레, 에른스트 등 거의 모든 당대 작가들의 작품을 퇴폐 미술로 낙인찍어 지하실에 처박거나 불태웠다. 그의 자서전 <Mein Kampf>는 오랫동안 세계적인 ‘금서’로 분류되었을 정도로 문제적인 책으로,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거래는 물론 소유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일종의 상징적인 오브제다. B.D. Graft의 <MK> 시리즈는, 암스테르담의 한 고서점에서 <Mein Kampf>의 1936년 출간본을 구입한 후 마음껏 찢어 콜라주 시리즈로 재탄생시킨 작업이다. 모던아트를 혐오한 히틀러와 나치의 상징을 유쾌하게 또 하나의 ‘모던 아트’로 만들어버린 B.D. Graft 역시 독일인이라는 사실도 이 작품에 의미를 더한다.

 

<MK> 시리즈 ⓒStudio Parenthèse
ⓒB.D. Graft <MK, 2019> 12 x 19.5 cm Paper and acrylic collage
ⓒB.D. Graft <MK2, 2019> 12.2 x 18.6 cm Paper and acrylic collage
ⓒB.D. Graft <MK5, 2019> 12.2 x 18.6 cm Paper and acrylic collage

 

재해석과 오마주 |  Red and Blue… and Yellow Chair

 

“원작자는 당연히 인정받아야 합니다. 매번 그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더라도
마음속으로는 항상 원작과
원작자의 존재를 명심해야 합니다.
저는 종종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티스트에 대한 오마주로 ‘Add
Yellow’ 프로젝트를 활용합니다.
만약 제가 피카소 작품에 노란색을 더한다면 그건 “피카소, 당신 작품은 내
거야.” 라는 뜻이 절대 아니에요.
제가 사랑하는 피카소의 예술에 저만의 현대적인 해석을 담고 싶은 거죠.”

 

B.D. Graft의 암스테르담 작업실에는 익숙한 형태지만 생경한 컬러의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바로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 게리트 리트벨트Gerrit Rietveld가 1918년 디자인한 ‘Red Blue Chair (적청의자)’의 노란색 버전이다. 처음에는 오로지 검은색 일색이었던 이 의자는 ‘단순한 형태와 명쾌한 구조’의 네덜란드 데스틸De Stijl 운동의 예술적 이상을 명징하게 보여주었다. 첫 버전을 완성한 후 리트벨트는 데스틸의 또 다른 주요 멤버인 피에트 몬드리안 그림의 조형적인 요소를 차용해 빨강, 노랑, 파랑 삼원색을 입혔고, 디자인 도면을 오픈소스로 공개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즉 ‘누구나 따라 만들 수 있는’ 가구로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리트벨트의 그러한 바람은 당시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후대에는 실제로 많은 가구 디자이너, 조각가 지망생들이 학생 시절 한번쯤 만들어보는 대표적인 의자가 되었다.)

 

ⓒStudio Parenthèse

 

B.D. Graft는 이 의자를 자신의 상징적 컬러인 노란색으로 칠했다. 타인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참조해 당대 새로운 미학적 관점을 제시한 리트벨트의 의자를 보며 B.D. Graft는 자신의 예술적 방법론과 부합하는 점을 발견했고, 거기에 노란색을 덧씌운 것이다. 노란색의 강력한 힘을 내뿜는 이 의자는 B.D. Graft의 작품 세계에서 2차원을 벗어난 유일한 설치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된다.

 

ⓒStudio Parenthèse

 

이번 전시 <B.D. Graft : THE ART OF YELLOW>는 뮤트뮤즈 팝업 전시장(서울시 성동구 서울숲 6길 19)에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만날 수 있다.

한편, 전시를 주최한 스튜디오 파런테즈 Studio Parenthèse는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인 창작 집단이다. 일상의 고요함에서 발견한 영감을 담아내는 라이프 패션브랜드 뮤트뮤즈 MUTEMUSE를 2017년부터 전개해왔다. B.D. Graft와의 협업과 전시를 기념하며 출시된 ‘Collage Yellow (콜라주 옐로우)’ 컬러의 아뮤즈 백을 한정판으로 만날 수 있다.

 

ⓒStudio Parenthèse
ⓒStudio Parenthèse
ⓒStudio Parenthèse
ⓒStudio Parenthèse
ⓒStudio Parenthè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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