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창고는 필요하다

[Near my home] ④ 삶을 담는 그릇, ‘미니창고 다락’
ⓒdaLock
글 & 사진. 김현경 에디터  자료. 세컨신드롬

 

“환경을 바꿔 사용자의 생활을 바꾸고, 생활을 바꿔 사용자가 좀 더 쾌적한 삶, 소유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입니다. 스토리지 서비스는 공간을 구성할 때 필수적인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 

 

1인 가구가 늘면서 도시의 집은 점점 작고 가벼워지고 있다. 반면에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점점 다양화돼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 또한 아주 복잡해졌다. 이 때문에 갈수록 보관 기능, 즉 스토리지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다. 다양한 물건을 보관할 적절한 공간과 서비스가 필요해진 것.
도시인들을 위한 도심형 창고 서비스 ‘미니창고 다락’을 운영 중인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를 만나 스토리지 서비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들어 보았다.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 ⓒBRIQUE Magazine

 

세컨신드롬은 어떤 뜻을 가진 이름인가요?

‘두 번째 삶’을 의미해요. 좀 거창하죠? 저는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환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첫 번째 삶은 나에게 주어진 삶이라고 볼 수 있죠.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 등이죠. 반면에 두 번째 삶은 이런 주어진 삶을 떠나 내가 살고 싶은 삶이예요. 이런 꿈을 가진 이들을 응원하고 돕는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미니창고 다락’을 기획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경직적인 나라 중 하나죠. 오르기만 하고 떨어질 줄은 모르니까요. 저도 ‘어떻게 하면 내 집을 살 수 있을까?’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내 집 장만은 정말 어렵더라고요.
그 가운데에도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풍요로워지고 있어요. 소득도 늘어나고, 전자상거래도 발달하면서 소비생활도 다양해졌어요. 그런데 집을 살 수가 없으니 풍요로워진 내 삶을 담을 그릇이 없는 거에요. 아파트도 면적이 계속 작아지고, 젊은 세대들은 독립적인 주거공간을 크게 갖기가 힘들어졌죠. 그것을 미니창고라는 것으로 해결해보자 하고 시작한 거예요.

 

ⓒdaLock

 

‘미니창고 다락’은 어떤 서비스인가요?

이름 그대로 다락방과 같은 공간이에요. 다락방은 집에 있는 물건들을 보관하는 장소였죠. 도심의 집과 가까운 곳에서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다락같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요. 무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24시간 언제든지 필요할 때마다 이용할 수 있죠. 마치 PC의 외장하드와 같은 공간이에요. 다양한 크기의 외장공간을 제공해 원하는 만큼 담을 수 있도록 했죠.

 

대여한 공간에 자신의 물건을 직접 옮겨 보관하는 형태인가요?

저는 ‘셀프 스토리지’라는 말에서 셀프를 빼고 싶어요. 셀프는 내가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지만 사람들은 갈수록 편한 서비스를 원하고 있어요. 이에 발맞춰 저희도 운송 서비스를 함께 제공 중이예요.
현재 저희 서비스를 셀프로 이용하는 고객과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비율은 꼭 반반이예요. 편리함을 원하는 고객은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자신의 물건이 다른 사람의 손을 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고객을 셀프로 물건을 옮겨 보관해요.

 

ⓒdaLock

 

주로 주차장 근처에 스토리지가 있던데, 어떤 기준으로 입지를 정하나요?

사람의 공간과 짐을 보관하는 공간은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사람의 공간은 밝고, 쾌적해야하죠. 반대로 짐이 보관되는 공간은 온습도가 일정해야 하며, 해가 들지 않아야 더 좋아요. 저희는 도심 내의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는 건물의 유휴 공간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사람은 계단과 같은 장애물이 있어도 이동하는 데에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물건이 드나드는 공간은 하나의 계단이나 턱이 있어도 굉장히 불편해져요. 지하의 유휴 공간은 실제로 사람이 이용하기엔 불편하지만, 물건을 옮기고, 관리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어요. 박물관의 수장고같은 공간들이 지하에 위치한 것과도 같은 이유죠.

 

ⓒdaLock

 

도심에 스토리지를 두는 이유가 뭔가요?

주거지와 가까운 곳을 중점적으로 봤어요. 접근성을 고려했죠. 그 다음 중요한 것이 차량동선이에요. 주거지가 많은 곳이어도 차량이 이동하기 불편하다면 차를 타고 오는 고객에게 좋은 공간이 되지 못해요. 마지막으로 주변 지역의 특성을 보죠. 1인 가구 많은지, 4인 가구 많은지, 이런 지역의 성격에 따라서 수요를 예측해 스토리지의 사이즈를 구성하고 있어요.

 

스토리지 서비스의 발전이 도시의 주거 환경에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도심의 스토리지 서비스는 앞으로 편의성에 초점을 맞춰 더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건을 보관하던 창고와 옷장이 밖으로 나오고, 또 다른 기능을 대체할 공간이 생기면서 주거 공간에 영향을 미쳐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봐요. 저희는 수납 공간을 외장하드와 같이 필요한 경우에 선택할 수 있는 옵션으로 만들었어요. 외부 공간의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집을 고르는 경우의 수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어요.

 

미니창고 다락 서울숲점 ⓒdaLock

 

‘컬렉터를 위한 공간’이라는 특화된 서비스가 있더라고요. 아이디어가 굉장히 신선한데요.

처음부터 컬렉터 분들을 위한 공간을 기획했던 것은 아니에요. 한번은 고객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레고같은 완구류를 모으는 분이 있었죠. 필요로 하는 공간이 굉장히 까다로웠어요. 햇빛을 받아서도 안되고, 땅바닥에 내려놔서도 안되고, 심지어 박스 포장도 그대로 보관해야 한다고요. 그 분과 이야기를 하면서 그런 컬렉터, 이를테면 오타쿠들을 위한 공간을 기획해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유리 외관을 적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래의 목적은 쇼룸으로 창고 보관의 예시를 보여줄려고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고객 중에서 수집한 물건을 전시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그래서 실제로 강남역점 같은 곳에 가면, 다른 분들도 보실 수 있게 유리룸에 고객님의 물건이 보관돼 있어요.

 

미니창고 다락 서울숲점 ⓒdaLock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소유의 개념이 약해졌지만 개인들이 물건을 소장하는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네요. 소유하는 것보다 이용의 개념이 널리 퍼진 것은 맞아요. 한 번 쓰는 물건들은 빌려서 쓸 수 있겠죠. 차를 가끔 탄다고 하면 빌려서 타면 되겠죠.
그렇지만 개인의 물건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거기에 내 추억과 손 때와 애정이 담길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찍어온 사진을 담은 앨범처럼 디지털과는 다른 아날로그의 감성이 분명히 있어요. 이런 것들은 버리기 보다는 보관할 장소가 필요해지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 드렸듯이 미니창고 다락이라는 이름을 지을 때부터 다락방과 같이 누구나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시작했어요. 그러려면 우리집 주변에 있어야 하고, 내가 가기 굉장히 편한 위치에 있어야 하잖아요. 누구나 편리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다락이라는 시설을 최대한 멀리 퍼트리고,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에요.

 

홍우태 세컨신드롬 대표 ⓒBRIQUE Magazine
ⓒdaLock
ⓒdaLock

 

 

가격

월 3만 원~50만 원대. 작은 크기의 짐부터 이삿짐까지 모두 보관이 가능하다. 스토리지 크기와 지점, 기간별로 가격 차이가 있다.

이용방법

최초 이용 시 지점을 직접 방문해 이용 계약을 체결하고 지문 등록, 비밀번호 등을 설정한다. 무인 원격제어시스템이라 365일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다. 
직접 방문하지 않고 짐을 맡기고 보관할 수도 있다. 이 때에는 운송팀 직원이 직접 방문해 짐을 픽업하고 원하는 지점에 보관한다.

지점

강남역점, 서초점, 대치점, 잠실점, 공덕역점, 학동역점, 휘문고점, 서울숲점, 서울숲 2호점, 대학로점, 용산점, 오목교점, 청담점, 명일동점, 코엑스점, 한남점 등

 

 


[Near my home] 동네가 내 집이 된다면

글 싣는 순서 :

집 밖으로 나온 우리집 공간 ‘프로젝트 후암’
커피향 흐르는 해방촌 세탁방 – 세탁기와 커피가 함께 있는 카페 ‘론드리 프로젝트’
③ 쌓인 책은 줄이고, 없는 책은 빌리고 – 온라인 공유 도서관 ‘국민도서관 책꽂이’
④ 누구나 창고는 필요하다 – 삶을 담는 그릇, ‘미니창고 다락’
⑤ 짐을 비우고 삶을 채우세요 –  짐에 대한 연구보고서 ‘오호’
누구나 주인이 되는 술집 – 매일 주인이 바뀌는 영등포 커뮤니티 바 ‘삼만항’
연남·연희 ‘플레이’ 리스트 – 동네의 숨은 콘텐츠를 찾아서, 어반플레이의 ‘쉐어빌리지’
⑧ 슬기로운 동네생활 – 직주근접 동네 생활자, 심영규 주식회사 정음 대표
⑨ 우리 동네에서 살아볼래요? – 블랭크가 만드는 공간, 동네, 지역
⑩ 오래된 동네를 밝히는 여덟 개의 풍경 –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거점시설
회현동 골목 어귀에 숨겨져 있는 동네 사랑방 – 여든다섯살 적산가옥의 새로운 쓰임 ‘회현사랑채’
서계동을 밝히는 색다른 시도 – 서울을 품은 마을카페 ‘청파언덕집’

 

 

‘미니창고 다락’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3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brique.co/book/brique-vol-3/

 

You might also like

빵 굽고, 논 매고, 손님 묵는 땅끝마을 집

제2 인생을 위한 베이커리 겸 농가주택 해남 '삼산브레드'

버려진 마스크, 의자로 다시 태어나다

폐마스크 재활용한 의자로 환경 메시지 전하는 김하늘 디자이너

오뚜기, ‘공간’이라는 새 옷을 입다

‘롤리폴리 꼬또’의 브랜딩과 공간디자인 이야기

상상·탐구·조정하는 젊은 건축가들

'2020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들의 고민과 도전을 담은 책

도시에 마을을 세우다

[도시를 바꾸는 기획자들] ①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헌 집 줄게, 새 집 가꿔 다오

[Edit your space] ⑧ 서울 가꿈주택 집수리 보조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