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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한라산 중산간에 세운 마을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 #1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지일  사진. 이동웅  자료. 언맷피플

 

송당리는 한라산 동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마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소나무와 신당은 지역을 특정하는 상징물로, 약 900년 전부터 송당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별다른 특색없이 신화에 의존한 ‘소원 비는 마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전부인 이곳이 최근 외지인들로 북적이고 있다. 스쳐 지나가듯 찾아오는 사람들은 아직까지 ‘다른 이유’로 이곳을 찾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에 ‘와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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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좋은 공간의 확장
코사이어티는 ‘모든 사람이 누군가의 영감이 될 수 있다’는 모토motto 아래,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여러 생각을 자유롭게 교류하는 커뮤니티를 추구하는 언맷피플의 공간 브랜드다.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일하고 쉬는지가 일의 생산성과 창의성에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코사이어티는 공간을 통한 콘텐츠 실험을 시도했고, 지난 2019년 첫 번째 지점인 성수동 서울숲점을 통해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이후 이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 확장하고자 하는 의사를 피력했고, 그 시작으로 제주행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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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코사이어티 빌리지는 제주도의 동쪽에서 남북을 가로지르는 97번 국도가 1112번 도로와 만나는 지점인 송당리 인근에 자리 잡고 있다. 송당리는 높고 푸르른 나무들과 들판 너머의 오름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비가 오면 녹음의 대비가 짙어지면서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도심에서 물리적으로 떨어진 데다 자연을 벗삼아 약간은 고립되어 있는 터라,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환기시키기엔 적격인 장소다.

오렌지색 표지판을 발견하고 도로에서 우회전을 하는 순간 기다란 길을 따라 정면으로 보이는 녹음 가득한 길이 ‘먼 길 오느라 수고했다’며 두 팔 벌려 환대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조금 더 가서 높은 삼나무 군락을 지나면 수많은 나무에 둘러싸여 외형적으로도 하나의 마을처럼 보이는 코사이어티 빌리지를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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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개념의 빌리지
‘코사이어티 빌리지cociety VILLAGE’는 송당리에 오픈한 코사이어티의 두 번째 공간이다. ‘코사이어티 서울숲’과는 다르게 제주점의 이름은 ‘코사이어티 빌리지’다. 주목할 것은 빌리지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다. ‘마을, 부락, 촌락’이라는 사전적 의미처럼 제주에 단순히 하나의 건축물이 아닌, ‘마을’을 만들기 위한 코사이어티의 새로운 실험이다.

서울숲점이 크리에이터 밍글링을 통한 커뮤니티 형성과 공간 플랫폼으로서의 시도를 보여줬다면, 제주점은 ‘리모트 워크remote work’와 ‘워케이션workation’에 대한 새로운 공간 문화를 제시함으로써 일과 휴식이라는 상충하는 요소의 공존 가능성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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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의 구성
총 1만9835m²(6000평) 면적의 빌리지는 크게 전시 시설 및 상업 시설, 숙박을 위한 공간과 이용객을 위한 프라이빗 라운지 등 4개의 구역으로 구분된다. 숙박을 위한 공간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장기 임대형 레지던스 6채와 개인에게 오픈된 6채의 스테이, 두 유형으로 분류했다. 상업 시설에는 블루보틀 제주점과 제주맥주 코너숍이 이웃하고 있고, 스테이와 나란한 전시 공간에서는 얼마전까지 개관전 ‘PURE LAND: 바람이 머무는 땅’이 진행됐다.

4개의 구역은 각기 다른 프로그램의 성격을 구분해 배치됐다. 차량을 이용해 빌리지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전시 공간과 상업 시설로 동선이 유도된다.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주차장 안쪽에 설치된 차단기가 프라이빗한 공간이 시작됨을 알려준다. 프라이빗 라운지는 이곳에서 숙박을 하는 이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제주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실내 공간에서 홀로 조용한 시간을 갖거나 집중하고 싶을 때 이용하기 좋은 장소다. 라운지는 대관 전용으로, 상업 시설은 빌리지를 방문한 모두가 이용 가능한 매장으로 재오픈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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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을 들어올 때부터 시작되는 경험’은 코사이어티가 서울숲점에서도 연출했던 기대감을 만들어내는 건축적 장치다. 서울숲점의 경우 조경의 힘을 빌려 건물의 삭막한 느낌을 희석시켰고, 이를 통해 무채색 콘크리트가 가진 경직된 느낌과는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반면 빌리지에서는 웅장한 자연 풍경이 의도하지 않은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공간의 변화를 이들은 시퀀스sequence라 표현한다. 시퀀스는 건축에서 흔하게 사용되지만 사실 정확하게 무어라 꼬집어 정의할 수 없는 관념의 용어다. 주로 설계자가 의도한 공간의 변주를 표현하거나 극적인 느낌을 강조하고자 할 때 사용된다.

쉽게 설명하면, 장면이 바뀌는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날만큼, 기대하지 못한 공간이 ‘짠’ 하고 등장하는 순간의 표현이다. 코사이어티가 의도한 이러한 시퀀스는 빌리지와 서울숲점을 관통해 그들의 건축적 지향점을 나타내는 하나의 언어로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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