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지키는 초록의 힘

[no more room] ⑦ 동네공원의 파수꾼 ‘서울환경운동연합’
©BRIQUE Magazine
에디터. 김윤선  사진. 윤현기  자료.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을 둘러싼 크고 작은 목소리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점검한 기획 연재 ‘no more room’을 시작합니다.
버려진 것들을 재해석해 활용한 공간과 서비스, 환경에 관한 고유의 철학을 가진 기업과 브랜드, 업사이클링을 실현하는 크리에이터, 도시 생태를 고민하는 공공과 개인의 활동을 고루 담았습니다.
재생과 순환, 공존이라는 무거운 키워드보다는 ‘지구와 도시를 지키는 일’이 곧 나를 위한 것,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자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① 도로 위 트럭 방수포가 어깨 위 가방으로, 프라이탁FREITAG
②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IKEA가 지키려는 것

③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 B39의 리모델링 이야기
④ 근대 양조장의 재탄생, ‘산양 양조장’
⑤ 플라스틱 프리에 도전하는 ‘알맹상점’
⑥ 새활용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공의 움직임
⑦ 동네공원의 파수꾼 ‘서울환경운동연합’
⑧ 자연과 도시의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끝)

 


 

지난해 7월, 전국적으로 도시공원 일몰제가 실효되었다. 도시공원 일몰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토지를 사들여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은 경우, 토지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공원 기능을 상실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일몰’이란 표현은 해가 지듯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법률의 효력을 자동으로 없어지게 한다는 의미. 지자체가 토지 보상을 통해 공원 용지를 사들이거나 행정 방안을 마련해 실효 위기에 대응해왔으나 그 효력이 충분하지는 않았던 터. 서울시는 대상 공원 중 세 곳의 공원 지정이 끝내 해제되고 말았다.

해제 위기로부터 지킨 공원도 있다. 한남공원은 1940년 지정된 우리나라 최초 도시공원으로, 실효를 3개월 앞둔 2020년 4월, 시립공원 추진이 결정되었다. 무엇보다도 도시 속 공원과 녹지의 중요성을 인식한 시민들의 참여가 바탕이 되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는데, 또 하나의 주역은 서울환경운동연합이다. 이들은 풀뿌리 환경보호 활동을 하는 비영리 시민단체로, 국제적 환경보호단체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의 한국 본부인 ‘환경운동연합(Korean Federation for Environmental Movement)’ 서울지역 조직이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팀의 최영 활동가를 만나 도시공원 일몰제, 그리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한 공원의 역할에 관해 물었다.

 

최영 활동가 ©BRIQUE Magazine

 

어느 날 공원이 사라졌다

도시공원은 도시의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시민의 건강과 휴양, 정서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공원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산업화와 도시화로 도심 속 녹지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국공유지건 사유지건 상관없이 녹지 연결성이 좋은 곳이나 공공성이 높은 빈 땅을 도시공원으로 지정했다. 지정된 토지는 도시계획시설인 만큼 엄격한 행위 제한을 받았는데, 1999년 10월 헌법재판소가 도시계획시설을 짓기로 하고 장기간 이를 집행하지 않으면 재산권 침해라며 ‘도시계획법 4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00년 4월 도시공원 일몰제를 고시, 2000년 7월 시행해 20년이 지난 2020년 7월 실효되었다.

 

지난해 도시공원 일몰제로 사라진 도시공원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국적 추산은 어려우나 서울시에서는 2019년 12월 기준 도시공원 116개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20년 7월 1일, 세 군데의 공원 지정 시효가 해제되었습니다. 그중 한 곳인 북한산 도시자연공원은 행정상 관리 주체가 환경부로 통합되면서 국립공원으로 바뀌어 공원 기능을 상실하지는 않았고요. 영등포구 메낙골근린공원과 구로구 구로본근린공원은 해제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어요. 구로본근린공원은 근처에 있는 한 공단 조합 소유였는데 공단이 공원 조성을 원치 않아 방치된 채로 있다가 결국 해제되었고요. 메낙골근린공원은 국방부 소유로, 국가 시설인 서울지방병무청이 들어서 있어 공원 조성이 불가능했어요. 전체 면적 중 약 20%는 대체 부지에 공원으로 조성되었고요. 관리 주체인 영등포구는 3,000억 원에 달하는 토지 보상비와 건물 이전 용지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었는데, 애초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한 부지에 어떤 연유로 건축 허가가 났는지, 어떻게 건물을 지을 수 있었는지 의문으로 남아있죠.

 

그간 공원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있었나요?

서울시는 우선보상대상지를 선정해 보상 작업을 계속해 왔습니다. 사유재산에 과도한 침해 소지가 있거나, 실효되었을 때 공원 기능 상실 위험이 있는 땅을 우선 보상했죠. 일부 국공유지 부지는 실효를 10년 유예했고요. 국토부가 정부 부처에 해제 희망 여부에 대한 의견을 받았고, 거의 유예가 되어 다행히 공원 기능이 상실된 토지는 별로 없어요. ‘도시자연공원구역’이라는 행정 대응 방안도 만들어 도시자연공원구역 68개가 새로 지정되었죠. 도시자연공원구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용도구역’이라, 도시계획시설에 해당하지 않아 일몰 대상으로부터 제외되었거든요. 2002년부터 준비를 했으니 꽤 오래 대비를 해온 셈이죠. 물론 도시자연공원구역 지정은 일시적 대응 방안이고, 앞으로도 토지 보상은 계속해 나가야 해요. 서울시도 그렇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고요. 그러나 지금 같은 속도의 예산 투입으로는 대단히 많은 시간이 걸릴 거라 짐작합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도시공원

한남공원은 우리나라 최초 도시공원으로, 조선총독부 고시 제208호에 의해 1940년 3월 12일에 지정되었다. 한남공원을 비롯해 남산공원, 인왕산공원, 효창공원 등이 이때 지정되었다. 국방부는 정부로부터 약 2만 8,000㎡ 면적의 한남공원 소유권을 귀속 받아 1951년부터 미군기지로 활용했고, 미군이 철수한 2015년부터는 공터로 방치해왔다. 그사이 매매, 상속, 신탁 등으로 소유권이 여러 차례 변경되었고 2014년 부영주택이 사들여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는데, 공원 해제 시 주택 건설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어있는 한남공원 부지 ©BRIQUE Magazine

 

시민들과 서울환경연합의 활동을 통해 한남공원을 실효 위기로부터 구해냈죠.

재작년부터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가 힘을 합쳐 실효를 막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국회, 서울시의회, 용산구의회, 서울시 도시공원시민협의체 등 다양한 곳을 찾아 꾸준히 목소리를 냈고요. 그 결과 일몰제 적용을 3개월 앞둔 2020년 4월, 시립공원 조성 추진이 결정되었고, 6월 실시계획 인가가 고시됐습니다.

 

한남공원을 위한 캠페인 활동 ©Seoul KFEM
최영 활동가 ©Seoul KFEM

 

서울의 공원 중에서 드물게 생활권 공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졌다고요.

우리나라는 국토의 76%가 산이라서 공원 역시 대부분 산지형이에요. 인왕산과 북악산 등 주요 산도 도시공원이죠. 예전에 한 전시에서 개화기 우리나라에 대해 서양인이 남긴 기록을 봤는데, ‘조선인들은 산을 좋아한다. 애나 어른이나 일하러 산에 가고, 밥 먹으러, 놀러, 쉬러 산에 간다’라고 쓰여 있더군요. (웃음) 아무튼 쟁점은 공원 문화가 원래 서양에서 왔다는 점입니다.

서양의 공원은 대부분 평지형이거든요. 프랑스나 영국 같은 왕정국가가 붕괴하면서 왕실의 거대 정원을 시민에게 개방한 것이 공원의 시작이죠. 산지형과 평지형의 가장 큰 차이는 접근성인데, 산지형은 평지형보다 접근이 어렵고 이동도 힘드니, 누구에게나 평등한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원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한남공원은 5~10분 안에 접근할 수 있는 평지형이라 생활권 공원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요. 1인당 생활권 공원 면적이 1.3㎡로 서울시 평균에 한참 미달하는 한남동 지역에서는 더욱더 그렇죠.

 

한남공원 부지는 이제 공원으로 조성되나요?

한남공원 부지는 2020년 11월, 약 70년 만에 미군으로부터 반환되었는데요. 그간 주한 미군을 위한 운동장과 여가 시설이었고, 이전에는 미사일 기지, 군용 차량 보관소로 사용된 적도 있어 토양과 지하수의 유류 오염이 예상돼요. 공개되지 않았지만, 국정 감사에서 오염 수준이 심각할 거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죠. 다만 오염 정화 책임을 미군에 묻기는 쉽지 않은데, 그들이 조사 결과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제4조 1항에 따라 환경 정화 책임에 대해 원상회복 의무가 없다며, ‘KISE’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정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죠.

KISE는 ‘Known, Imminent, Substantial, Endangerment to Human health’의 약자로, ‘인간 건강에 대해 알려진, 임박한, 실질적인, 급박한 위험’을 나타내는데, 정량적인 측정치가 없는 주관적 기준이라는 게 맹점이에요. 이건 한남공원뿐 아니라 미군기지 전체에 해당하는데, 최근 사우스 포스트와 스포츠 필드, 캠프킴을 조사한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캠프킴의 경우 발암 위해도가 환경부 기준의 2,000배나 높다고 해요. 당장 출입 금지를 해도 모자라죠. 게다가 캠프킴은 주택 개발 예정 부지라서 더 심각하고요. 공원 조성을 위해선 먼저 오염에 대한 명확한 조사와 그에 따른 정화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해서,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BRIQUE Magazine

 

초록으로 서울을 지키는 방법

서울환경운동연합은 공원 외에도 도시의 초록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가로수 보호와 산책로 조성 활동이 대표적. 가로수는 시민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그린 인프라이지만 예상외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최근에는 도시연담화를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태릉골프장 유지를 촉구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공원 외에도 가로수 보호와 산책로 조성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요.

가로수의 본래 기능은 가로에 그늘을 제공해 쾌적한 보행 환경을 만드는 거예요. 공기를 맑게 하고 온도를 조절하는 효과도 있고요. 그러려면 오래 살고 크게 자라는 나무를 심어야 하고 뿌리를 내릴 적당한 공간이 필요하죠. 그렇지 않으면 뿌리가 보도블록 위로 올라오거나 나무가 쓰러져 통행에 지장을 주고 시민의 안전마저 위협할 수 있거든요. 과거 도시를 개발할 때 가로수를 마구잡이로 심은 게 가장 큰 원인이고 수종과 크기,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편의만 앞세운 무분별한 가지치기도 문제예요. 이를 해결하고자 올바른 가지치기 방법을 알리고, 인식을 개선하는 활동을 해 나가고 있어요. 또 인왕산로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습니다. 인왕산로는 단군성전에서 북악스카이웨이3교까지 약 2.4km의 2차선 도로예요. 교통 체증이 심할 때 대체하는 길인데, 인왕산의 주요 진입로이기도 해서 차량보다 보행자 통행이 압도적으로 많아요. 좁은 보도에서 사고 위험을 줄이고 보행 환경을 개선하고자 일부 구간을 주말 동안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는 게 골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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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골프장을 주택 개발 계획으로부터 막기 위한 활동도 진행 중이죠.

1966년에 건설된 태릉골프장은 운영한 지 50년이 넘어 지역 생태계와 어느 정도 안정을 이루고 있어요. 연못에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살고 맹꽁이와 올챙이가 발견될 정도니, 도시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위상이죠. 그런데 지난해 정부가 8.4주택공급대책에서 여기에 주택 1만 호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환경단체가 골프장에 문제를 제기할 때는 생태계 파괴가 그 원인인 경우가 많은데, 태릉골프장은 관점이 좀 달라요. 주택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로는 먼저, 도시연담화에 대한 우려가 가장 커요.

도시연담화는 중심도시가 팽창하고 시가지화를 확산하면서 주변 중소도시와 합쳐져 도시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는 기반시설 부족에 따른 차량정체와 주거환경 악화, 환경 오염 등 다양한 도시 문제를 일으켜요. 태릉골프장은 서울시 노원구와 경기도 구리시 갈매 신도시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지리적으로 도시연담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요. 이곳은 그린벨트로 지정된 곳인데, 그린벨트는 생태계 보호 같은 환경적 기능도 있지만 도시 성장 억제도 그 목적이에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태릉골프장을 유지하는 것이 마땅하죠. 무엇보다도 현재 법적으로 그린벨트에 주택을 건설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대응할 계획입니다.

 

태릉골프장 ©Seoul KFEM
태릉골프장엔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산다. ©Seoul KFEM

 

그럼에도 주택 공급이 더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을 것 같은데요.

서울은 애초 1,000만 명이 살도록 설계된 도시가 아니에요. 심각한 과밀화에 시달리고 있죠. 서울이 건강한 도시 환경을 유지하려면 해체, 그리고 분산되어야 해요. 신도시를 짓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계속 유지되면 수도권은 과밀화되고 지방은 점차 소멸할 겁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에 주택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에 공감하기 어려워요. 무주택자인 제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서울에서 제가 살 수 있는(buy) 집은 없지만 그렇다고 살 수 있는(live) 집이 없진 않거든요. 5년 후든, 10년 후든 지금과 같은 형태가 아니라 누구든 거주권을 인정받는 공공주택이 생긴다면 주거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봐요.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활 영역을 꾸리는 주체적인 주거 형식과 다양한 공동체가 계속 생겨나고 있잖아요. 공유주택과 사회주택도 그중 하나고요. 정부와 시민이 협력해 해결책과 대안을 찾아 나가야겠죠.

 

단순히 생태계 파괴 문제를 떠나, 인구 집중이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말씀이시죠.

환경뿐 아니라 주거와 노동, 문화 등 어느 하나 서로 엮여 있지 않은 문제가 없어요. 결국, 도시에서의 삶이란 이것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균형을 맞출 때 가능하죠. 어느 하나를 위해서 다른 하나를 희생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돼요. 이대로라면 앞으로 서울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어요.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건 공원 녹지를 유지하고 무분별한 주택 건설을 지양해 서울의 확장을 막는 일이죠. 여기에서 나아가 서울은 해체되고 흩어져 인구가 서서히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야만 미래에도 지속 가능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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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1인당 공원녹지 면적은 9㎡ 이상. 2020년 기준 서울의 1인당 공원녹지 면적은 도시공원은 11.5㎡, 생활권 공원은 5.7㎡로 권고 기준을 한참이나 웃도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서울 시민들은 충분한 그린 인프라를 누리고 있을까?

 

서울의 공원녹지 면적은 WHO의 권고 기준을 상회합니다.

실질적으로 허상이에요.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나라 공원은 대부분 산지형 공원이라,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곳 중에 임야가 많거든요. 보통 산이나 맹지 안에 수목 밀도가 높은 곳을 공원으로 인식하거나 실제 이용하지는 않잖아요. 일반적으로 해외에서는 산을 국립공원이나 자연공원으로 지정해 관리하는데, 이렇게 생활권 공원으로 운영하는 건 우리나라뿐일 거예요. 이에 비추어 볼 때 수치로 면적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충분한 그린 인프라가 확보되어 있지는 않다는 게 모순이죠.

 

결국 도시에서 공원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일까요?

요즘 ‘숲세권’이란 말 많이 하잖아요. 사람들이 학교나 도로처럼 숲도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도시공원이 갖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생물 다양성 체험, 자연으로부터 얻는 정서 함양 등의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권 그린 인프라’라는 점이에요. 약 41%의 미세먼지와 4.5°C의 기온 감소 효과도 있어, 천연 에어컨이자 공기청정기죠. 2019년 생태도시포럼에서 ‘자연 결핍 장애’라는 개념이 소개되었어요.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숲에 다녀왔을 때와 다녀오지 않았을 때의 스트레스 지수를 비교했는데 당연한 결과겠지만, 숲에 다녀오지 않은 사람의 지수가 더 높았대요.

 

앞으로 서울에서 공원과 녹지를 늘릴 가능성이 있을까요?

한남공원은 약 2만 8,000㎡인데, 서울 인구 1인당 면적으로 환산하면 약 0.0028㎡예요. 시민 한 명에게 고작 0.00284㎡의 녹지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돈이 5,000억 원이라면, 과연 의미 있는 수치적 변화일까요? 아닐 겁니다. 1인당 공원 면적은 자치구별로 보면 그 상황이 다 달라요. 종로구는 인구는 적고 산은 많아 11㎡이지만, 금천구는 인구는 많은데 공원이 적어 2.2㎡예요. 그럼에도 지역 간 불평등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서울이란 큰 틀에서 수치를 보기 때문이죠. 그러나 생활권으로 보면 격차가 무척 커요. 단순히 1인당 면적을 늘리는 건 의미가 없고, 생활권 곳곳에서 작더라도 그린 인프라의 개소 수를 늘리는 게 실효성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최근 많은 기업이 ‘지속 가능 경영’을 말하고, 산업 차원에서도 환경에 대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개인은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알기 위해 노력하는 것, 무책임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중요해요. 지금 이 순간에도 정말 많은 사회 문제가 일어나고 있어요. 범주도 넓고 종류도 많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무지로부터 비롯되고 또 반복되거든요. 문제를 알게 되었을 때 지나치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죠. 최소한 모른 척하지 않으면 사회적 책임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 무엇이든지 행동하게 돼요. 그로부터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시민들로부터 그런 힘을 끌어내는 게 저희 같은 시민단체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고요. 이건 개인이든 기업이든 마찬가지예요.

 

©Seoul KFEM


지속해서 활동해 나갈 수 있는 동기, 활동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남공원의 경우 1년 정도 활동했을 때 실시계획인가가 났는데, 그게 저희에게 큰 전환점이었어요. 작지만 뭔가를 꾸준히 만들어 내면서 직접적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성취가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동기가 돼요. 시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전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시민들이 스스로 변화하고 조직해 긍정적인 선례를 남기도록 돕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을 통해 도시에서 의미 있는 사회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Seoul KF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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