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마을을 세우다

[도시를 바꾸는 기획자들] ①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
ⓒBRIQUE Magazine
대담. 정지연 편집장  정리. 박종우 에디터  사진. 이동웅  자료. 작은도시기획자들, 사회혁신기업 더함

 

인류가 팬데믹 터널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2021년. 끝 모를 지난한 여정에 지치기 십상이지만, 도시 공동체를 만드는 일에 묵묵히 열심을 다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려울수록, 위기일수록 더 단단하게 몸을 곧추세우고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런 이들이 있기에 도시는 여전히 살만합니다.

<브리크brique>는 새해를 맞아 회색의 도시에 온기를 덧입히는 기획자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도시를 바꾸는 기획자들’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이들과 함께 달라질 도시의 미래에 대해, 달라질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가늠해 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2020년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인 지난 12월 31일, 도시기획자(the urbanist)들의 모임인 ‘작은도시기획자들’이 주관한 ‘2020 작은도시기획자들 어워즈’의 발표가 있었다. 회원들이 선정하는 상이라지만 후보들은 도시에 공간을 만들고, 도시인들을 위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서비스를 기획하는 민간 기획자, 공공 담당자, 투자자까지 그 폭이 꽤나 넓다. 선정 분야도 디벨로퍼, 사회주택, 공간 공유, 공동체 공간, 지역 건축에 이르기까지 도시 개발과 운영의 전반적인 분야를 아우른다.

수많은 신진 플레이어들을 제치고 회원들의 중지가 모인 대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지난해 팬데믹 상황에도 아파트형 공동체 주거 ‘위스테이 별내’, 오피스와 리테일을 아우르는 소셜 커뮤니티 타운 ‘페이지 명동’을 잇따라 선보인 사회혁신기업 더함(이하 더함)이 주인공이었다. 어려운 가운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더함이 세상에 내놓은 공간과 커뮤니티는 말그대로 ‘신박’했다.

코로나19의 영향 때문에 임시 운영 체제인 ‘페이지 공백기’ 프로그램을 가동하던 지난해 11월 페이지 명동에서 양동수 더함 대표를 만나 그들이 바라보는 도시와 공간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셜 커뮤니티 타운 ‘페이지 명동’ ⓒBRIQUE Magazine
양동수 더함 대표 ⓒBRIQUE Magazine

 

코로나19가 한창인데 ‘위스테이 별내’와 ‘페이지 명동’까지 잇따라 오픈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지나가는 시민들이 리모델링 현장에 쳐진 펜스를 보고 “이 시기에도 건물 짓나?”라며 종종 되묻곤 했습니다. 근데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이미 결정한 것이라…(웃음)

 

‘공백기’라는 게 참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공간 콘텐츠실에서 스스로 의견을 내서 이름도 만들고 준비도 했는데, 사서 고생했죠. (웃음) 본격적으로 공간을 오픈하기 전, 코로나로 무대를 잃어버린 아티스트, 제품을 선보일 기회를 놓친 셀러 등 인생의 피치 못할 공백을 맞이한 사람들에게 서울 최고 상권에 속한 명동의 공간을 경험할 기회를 준다는 의미였는데, 운영하고 지원하는데 노력과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투입되더군요. 정식 오픈이랑 다를 바 없었어요.

 

더함이라는 회사 이름 앞에 ‘사회혁신기업’이라는 슬로건이 붙던데, 보통명사인가요? 

나름 의미를 담아 지은 것이고, 실제로 있는 분류 체계는 아니에요. 우리의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왜 기업을 하게 됐고 지금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죠. 물론 형태로는 일반적인 주식회사, 법인체예요.
사회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이 제도의 틀 속에서 인정 받고 있지만, 보다 본질적으로 왜 기업을 하는지를 고민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더 나은 사회에 대한 혁신적인 생각을 갖고 틀과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담았어요.

 

지금의 사업 방향은 언제쯤, 어떻게 정하셨나요?

저는 사업하기 전에는 사회적 경제 전문가였고, 인권 공익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한국 사회의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많은 문제의 전제되는 원인이라고 봤어요. 그 관계망들이 무너져서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 각자도생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이 많은 것 같았고요. 그걸 풀어내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는데, 제게는 그 대안이 커뮤니티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렇다고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 과거의 고루한 공동체인 것은 아니에요.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방향에서 각자의 세대, 지역, 상황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커뮤니티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존 것들을 참고하되, 재구조화하고 재편집해야하며, 특히 사는 사람들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봤어요.

 

그런 커뮤니티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게 바로 공간 사업을 하게 된 이유입니다. 공간 문제가 안 풀리면 커뮤니티가 안 되고, 커뮤니티가 안 되면 사회적 안전망을 회복하는 것이 어렵다고 봤어요. 역으로 공간의 문제를 잘 풀어내면 커뮤니티를 잘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게 되고, 커뮤니티를 잘 만들게 되면 그 커뮤니티에 기반해서 여러가지 사회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저희는 전통적인 부동산 개발 구조를 생각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 안에 관계망을 만들기 위한 커뮤니티가 잘 안착되려면 개발 방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운영방식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소유구조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라고 역으로 생각했어요. 원래부터 부동산업에 있었으면 절대 이렇게 안 했을 것이고, 만일 제가 건설 회사 쪽에 자문을 하는 부동산 변호사였으면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전혀 몰랐던 다른 영역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되게 스스럼 없이 접근할 수 있었어요.

새로운 형태의 부동산 개발방식, 운영방식, 소유방식을 고안하고 실험하려 했고,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풀어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감사한 부분이에요. 지금 돌이켜서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걸 미리 다 알 수 있었으면 절대로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양동수 더함 대표 ⓒBRIQUE Magazine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은 원래 ‘위스테이’용 모델하우스였다죠?

위스테이 별내와 위스테이 지축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조합원을 모으고 만나야할 공간이 필요했어요. 원래는 더 규모가 작은 도심이나 원도심 내에서 앵커시설처럼 코워킹 스페이스, 카페, 공연장도 다 들어가는 복합공간이나 사랑방 역할을 해서 지역의 플레이어들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100~200평 정도 규모의 공간을 생각했어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시설처럼요.

제가 과거 비영리, 사회적 경제 쪽 공익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개별적인 지원 이상으로 주민들이 지속가능하게 움직이려면 결국에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임대료는 약간의 지원만 있으면 낼 수 있어요. 그런데 초기 자본이 없으니까 공간을 못 만들고 임대료만 들어가 있으니 임대료 상승 문제 때문에 흩어지게 되죠. 시너지를 못 내니까 그런 조직들조차 각자도생하게 되고요. 그걸 계속 구조적으로 봐왔던 과정이 있었습니다.

모델하우스 만들어서 한 달 만에 부수는데 20~30억원이 드는 것도 너무 아깝더라고요. 이 업계 사람들에게는 그리 큰 돈이 아니겠지만 일반 사람들이 알면 놀라죠. 그 비용을 아끼면서 입주 전까지 커뮤니티를 만드는 준비 작업을 위한 공간을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명동이었나요? 

대다수 입주자들이 서울 전역과 경기도 곳곳에 흩어져 있었어요. 그래서 3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서울 한복판인 명동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졌죠. 
마침 저희 회사와 협력 관계에 있던 한국YWCA연합회가 운영하던 한국YWCA연합회관 옆에 주차장으로 사용하던 나대지가 있는 걸 알게 됐죠. 그래서 위스테이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며 그 곳에 커뮤니티 거점 공간을 세워 사용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델하우스 기능을 넣겠지만, 향후에는 좀 더 시민에게 열린 복합문화공간으로 쓰면서 조합원 교육, 커뮤니티 관련 행사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공감해 주셔서 가능했죠.

 

‘페이지 명동’의 기획 과정도 궁금합니다.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을 운영하면서 명동을 좀 더 들여다보게 됐어요. 처음에는 마실 운영에 집중했는데, 점차 명동을 둘러싼 환경을 보게 된 거죠. 왜 관광객만 많고 서울 시민은 잘 오지 않는 곳이 됐을까. 페이지 명동이 위치한 곳은 역사적으로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생가 터이기도 하면서, 1967년에 한국YWCA연합회관이 들어섰고, 포스코가 처음으로 사업을 시작한 곳이기도 해요. 독립운동의 역사, 산업화의 역사, 민주화의 역사가 켜켜히 쌓인 근사한 동네가 바로 명동이죠.

그래서 자발적으로 지역 주체들이 모아 명동을 새로운 방식으로 탈바꿈하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혁신가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의 중심의 중구, 중구의 중심인 명동에 그런 공간을 마련한다면,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판만 잘 만들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오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명동성당이 한 눈에 보이는 페이지 명동 ⓒBRIQUE Magazine
ⓒBRIQUE Magazine

 

4~5년 전부터 공간 관련해서 사회적 경제, 사회 혁신 영역에서 앵커시설은 공공 주도로 계속 공급하고 있어요. 수요자들은 그냥 와서 싸게 임대할 수 있으니 쓰라는 정도인데, 그걸로는 절대 주인의식이 생기지 않아요.
이런 걸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시민 자산화’입니다. 지역 주민들, 이해 관계자 그룹들이 당장은 매입 할 수 없어도 단계적으로 시간을 들여 자산화하는 구조를 유럽처럼 짜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페이지 명동’을 시민 자산화의 도심용 모델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의 도심은 시민 자산화 하기에는 너무 비싸죠. 반면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그게 충분히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어요.

그래서 한국YWCA연합회한테도 20년 이상은 빌려달라고 요청했어요. 그렇게 되면 위스테이 모델처럼 어느 정도 정해진 구조 내에서 서로가 합의한대로만 임대료를 상승시키고, 급격한 상승을 제한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거죠. 그럼 서로 윈윈할 수 있어요. 20년동안 임대할 수만 있다면 20년 계획을 짤 수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생기게 되죠. 임대차보호법이 있음에도 임대료의 급격한 상승으로 언제 쫓겨날 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되니까요.

외형적으로는 더함이 마스터 리스를 통해 임대차 계약을 하는 것으로 보여지지만, 이 공간을 같이 점유하고 함께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공간을 계획했습니다.

 

페이지 명동은 어떻게 운영되고, 누가 들어올 수 있을까요? 이곳에 입주하면 특별한 이득이 있나요?

어느 정도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이 세워져 있어요. 그런데 다른 공유 오피스들과는 많이 달라요. 저희는 명동 한복판, 도심 내 공간은 누가 이용하고 누가 소비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먼저 짜놓은 러프한 프레임은, 어쨌든 여기에는 오피스 수요가 필요하기 때문에 3개 층 정도, 4~6층을 오피스로 잡아 놨어요. 나머지 지하 1층과 2층, 3층은 주변 사람들, 명동을 지나는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기획했어요.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리테일이 필요해요. 주변에서는 보통 2층 이상은 모두 오피스로 하라고 하더군요. 2층 이상에는 리테일이 잘 안 들어 온다는 거죠. 그런데 리테일이라는 게 소비 측면도 있지만, 행위를 통해 관계망을 형성하거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 있어요. 당장에 돈이 되고 도움이 된다고 해서 오피스만으로 다 채우면 머지 않아 후회할 것 같았어요. 이 시기에 리테일 도전하는 게 무리지만, 리테일과 오피스의 비율을 견지하고 있어요.

더함이 만든 오피스는 코워킹 스페이스는 아니예요. 4층에 한국YWCA연합회와 여성 창업 스타트업인 ‘놀담’이 입주했고요, 5층에는 마케팅 및 브랜딩 관련 기업이 들어와요. 6층 공간웰컴은 저희가 직영하는 커뮤니티 공간이예요. 나름 방향이 맞고 명동을 새롭게 바꿀 혁신가들이 모였을 때 그들을 지원해줄 수 있는 주체들을 먼저 입주시키려고요. 미디어도 포함해서요.

 

페이지 명동의 커뮤니티 공간 ‘공간 웰컴’ ⓒBRIQUE Magazine
공간 웰컴 ⓒBRIQUE Magazine

 

‘공간 웰컴’은 어떤 용도인가요?

커뮤니티 공간입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커뮤니티는 지역과 위치, 건물의 특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위스테이 별내’의 경우, 별내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하고, 아파트형 주거공동체라는 점도 고려했죠. 입주 이후 정말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페이지 명동’은 혁신적인 사람들을 고려한 공간입니다. 혁신가라는 것이 대단한 게 아니라, 자기 삶에서 조금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고, 좀 더 나은 삶을 먼저 고민하는 사람들이라고 봐요. 새로운 취향, 취미, 지식, 네트워크에 대한 고민과 갈증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여러 가지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요. 그래서 코워킹 스페이스와 다른 결이라는 겁니다.

도심 한 가운데 있지만 일종의 동네 주민처럼 생각한 거죠. 바쁜 직장인들이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공간. 자극적인 리테일 공간이 아니라 집 밥처럼 담백함을 주는 곳. 조금은 편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과 커뮤니티. 그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 커뮤니티 모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공간 웰컴’입니다.

 

공간 웰컴 ⓒBRIQUE Magazine
공간 웰컴 ⓒBRIQUE Magazine

 

리테일과 커뮤니티는 무슨 관계가 있죠?

처음에는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하부 층에는 임대가를 조금 높일 수 있는 리테일 브랜드를 받아 수익을 확보하려고 했어요. 유동인구가 많은 명동성당 앞인데다가 이렇게 확보한 임대료를 좋은 일에 쓰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었죠.

그런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명동 상권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임대료가 떨어지고 공급자보다 수요자가 위인 시장으로 바뀌었죠.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신규로 공간을 만드는 것을 보류한 상황이 된 거죠.
급하게 전략을 수정해서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은 리테일을 만났고, 거절도 많이 당했습니다. 그러면서 차라리 우리가 직접 리테일을 하는 건 어떨까도 생각했어요. 직접한다면 좋은 파트너와 함께 하되, 임대료 리스크나 매출 리스크를 우리가 지고, 리테일 공간 자체를 거대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도 시도 중입니다.

 

지난해 11월 페이지 명동 3층에서 진행한 창작자 그룹 ‘오디어’ 전시 ⓒBRIQUE Magazine
‘오디어’ 전시 ⓒBRIQUE Magazine
‘오디어’ 전시 ⓒBRIQUE Magazine

 

1층은 가장 메인이고 핵심이에요. 임대료가 제일 비싼 공간 일 수 밖에 없고요. 그래서 오히려 여기를 직영으로 운영해요. 여기에 더함이 지향하는 가치들을 계속 보여주려 해요.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누리고 즐기는 기능들은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어요. 그 가운데 사회적 가치들을 조금씩 경험하고, 낯선 것들과 친해지고, 관심이 생기면 추가적인 후속 모임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드는 거죠. 

그래서 페이지 명동의 가장 전망이 좋은 공간은 주변의 직장인들과 동네 주민들의 쉴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어요. 3층 테라스도, 7층 옥상도 이용할 수 있어요. 예전에는 접근이 불가능했던 곳이예요. 여기를 개방해서 사람들이 오가게 하고, 골목길을 만들어서 지나다니게 하고. 그런 방식으로 이 공간 전체를 이웃들이, 행인들이 산책하고 쉴 수 있는 곳이 되는 겁니다.

리테일 매장에서는 여러가지 소비적인 행위도 하는데, 거기에 사회적으로나 환경적으로 가치를 가진 브랜드를 노출시켜 시즌별로 로테이션시킬 예정이예요. 

 

사회적 기업 제품을 소개하는 페이지 명동 1층 리테일 공간 ⓒBRIQUE Magazine
페이지 명동 1층 리테일 공간 ⓒBRIQUE Magazine
페이지 명동 1층 리테일 공간 ⓒBRIQUE Magazine

 

더함이 만드는 커뮤니티는 특정 용도나 특정 산업군에 있는 모임이 아닌데, 그렇다면 어떤 커뮤니티인가요?

‘자산화’라는 개념을 앞서 설명했는데, 특정 공간을 특정 목표나 이해 관계에 있는 지역 주민이나 기관들이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것을 의미해요. 그렇다면 20년 동안 있을 이 페이지 명동은 누가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운영할까요? 법적인 소유는 한국YWCA연합회이고, 형식적으로는 더함이 임대인이죠. 하지만 진짜 소유자는 이용자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곳을 이용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묶을 거예요. 위스테이 별내에 입주한 500세대뿐 아니라 주변 이웃 주거단지까지 1만 명의 커뮤니티를 만들려는 것처럼요. 이 공간을 중심으로 1만 명의 커뮤니티를 만들 예정입니다.

요즘에는 하드웨어가 중요하지 않고 공간 콘텐츠 기획자들이 각광받는 시대라고들 해요. 하지만 누군가가 기획하고 나머지는 소비의 대상이 되는 구조가 아니라, 1만 명의 커뮤니티가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본인들이 원하는 걸 이 공간에 투영하는 것을 보고 싶어요. 어렵고 실패할 가능성도 높지만요. 이용자들이 이 공간에서 특별히 보고 싶은 것들이 유지가 되고, 사고 싶은 것, 누리고 싶은 것, 경험하고 싶은 것이 영리적, 가치적인 것 포함해서 다양하게 만들어지는 그 구조가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해요. 정체성을 잘 모르겠다며 전문가들이 얘기하는 일반적인 구분은 저희에게 의미 없어요.

 

페이지 명동 2층 휴게 공간 ⓒBRIQUE Magazine

 

위스테이 별내는 의무임대기간이 8년이라던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저희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요. 이미 사업 구조적으로 8년 뒤에도 계속해서 주민들이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를 해놨어요. 그게 협동조합 구조인데, 쉽게 얘기하면 주인이 누구냐, 소유구조가 누구냐 했을 때, 주인이 건설사가 아니라 사회적 협동조합이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이죠. 본인한테 해가 되는 행위를 하지 않을 테니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아요.

다만 거주자들이 예측가능하도록 정책에서 명확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데, 모호하게 만들어서 나중에 결정하자고 하는 것은 무리가 많다고 봐요. 사람들이 자꾸 가수요나 투기 수요에 관심을 갖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봐요. 

 

더함이 운영 중인 아파트형 공동체 주거 ‘위스테이 별내’ ©BRIQUE Magazine
‘위스테이 별내’의 커뮤니티센터 ©BRIQUE Magazine

 

20년 마스터 리스 방식이 갖는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너무 짧다는 게 단점이에요. 50년은 빌렸어야 했는데. (웃음) 도시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려면 한 50년은 꽉 잡고 있었어야죠. 당시에는 제가 너무 배포가 작았어요. 한 50년 빌려달라고 할 걸. (웃음) 근데 그 이후에도 저희한테 맡기지 않을까 싶어요. 왜냐하면 훨씬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가치들을 안겨줄 수 있다면, 저희를 파트너로 삼는 게 건물주에게도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공간 운영을 통해 더함이 추구하려는 비전을 설명한다면.

저는 건축과도, 인테리어 디자이너도 아니고, 부동산 개발사란 정체성도 사실 별로 없어요. 그렇다보니 공간을 엄청 예쁘게 만들어야 된다던지, 아주 기능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늘 고민하는건 그 안에서 누가, 어떤 사람이 쓸 건지, 그 사람이 쓸 때 어떤 게 문제여야 하고 어떤 게 좋은지가 대부분이죠. 사람들이 여기서 더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 맺기에 좋은 곳인지가 더 중요해요. 공간은 철저하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기여되어야 하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굉장히 좋은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고, 커뮤니티를 어떻게 만드는 지에 따라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게 되겠죠.

저희 운영 철학은 공간 서비스를 잘 하고, 소위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로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 공간이 진짜 기여해서 정말 좋은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게 만드는 것이에요. 우리 사회가 정말 좋은 사회로 거듭나면,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비용들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계망이 깨지고 있어서 생기는 여러가지 비용들 말이죠. 그 안에서 제일 마지널marginal한 쪽에 있는 사람들은 결국 절벽에서 계속 뛰어내릴 수 밖에 없어요. 그런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그에 대한 복지 비용도 줄어드는 것이죠. 그래서 더함은 앞으로 더 많은 공간들을 확보하게 될 것 같아요. 지금까지 주거, 도심 속 오피스와 리테일에서 고민을 이어 갔는데, 이와 유사한 고민이 지식산업센터 같은 공간에서도 펼쳐질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 저희가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마곡에 지식산업센터 하나를 수주하게 됐어요. 여기서 더함은 커뮤니티 운영, 관리 등을 맡을 예정인데, 지식산업센터 내에서는 커뮤니티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기존 지식산업센터 공모는 대개 부동산 개발자의 입장에서 제안서를 내죠. 그런데 저희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커뮤니티 관점에서 어떻게 운용 구조를 만들 것인지, 입주자 모집은 어떻게 할 것이며,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건지의 관점을 녹여 냈어요. 공간 사용자의 삶의 질이 풍요로워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

 

더함의 2021년과 이후를 살짝 귀뜸해주신다면.

2021년은 더함에게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그동안은 씨를 뿌리는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좀 더 전방위적으로, 주거 사업을 하더라도 도심형 청년주거, 시니어 주거 등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더함이 생각하는 커뮤니티 기반 주거 모델들이 얼마만큼 전문적이고 고도화될 수 있는지 실험하며 진행될 것 같아요.

주거 뿐만 아니라 리테일, 오피스, 물류, 지식산업센터 등 횡적으로도 다양한 공간으로 확대하는 과정을 거치게 될 예정이고요. 본질적으로는 결국 공간 안에서 정말 커뮤니티가 만들어진다고 전제했을 때, 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커뮤니티 기반의 플랫폼들을 차곡 차곡 쌓아서 그 안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산업, 새로운 정책이 연계될 수 있는 구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해요.

위스테이 별내의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주변에 2000~3000세대와 1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 안에서 이미 먹거리 문제를 생협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어요. 금융 문제, 모빌리티 문제를 플랫폼 업자가 제공하는 게 아니라 커뮤니티가 소유한 방식에서 실험할 수도 있고요. 정책 부문에서 역시 보건복지부·남양주시와 함께 방과후 돌봄인 ‘다함께 돌봄 센터’ 사업에 대한 협력을 하고 있어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공공기관이 직접 주도하지 않더라도, 여러가지 형태의 사회적 안전망과 새로운 형태의 산업과 비즈니스 정책을 연결할 수 있는 판이 생겨요. 

 

위스테이 별내 커뮤니티센터에 자리한 동네 책방 ©Deoham
위스테이 별내 커뮤니티센터에 자리한 마을 휴게실 ©Deoham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인프라가 깔리면 자연스럽게 함께 해요. 위스테이 별내 주민들 중에 자신의 일이 육류 유통과 관련된 분이 있어요. 당일 도축한 신선한 돼지고기를 혼자 드시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몇십 명의 주민에게 계속 일정하게 도축할 때마다 공급해서 주민들이 저렴하지만 신선한 돼지고기를 얻을 수 있게 됐어요. 그 사람들끼리 ‘고기 사랑 모임’이라는 모임을 만들어서 매주 모여서 바베큐를 즐기고 있어요. 이런 방식의 수요자 기반 비즈니스들이 커뮤니티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어요. 화폐 거래 기반의 비즈니스가 아니더라도 가능해질 수 있는 판이 열리는 거죠.

자본과 플랫폼 기업들이 독점해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아니라 수요자 기반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아지면 전체적인 사회적 비용이 다 낮아지고, 그 안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봐요. 그랬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문제인 사회적 관계망이 회복되고, 일자리 문제나 소득 불균형 문제까지 풀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은 허황되고 비약적이긴 하지만 저는 가능할 것이라 봐요. 더함이 가려는 길도 그것이예요.

 

페이지 명동 ⓒBRIQUE Magazine
페이지 명동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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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집 줄게, 새 집 가꿔 다오

[Edit your space] ⑧ 서울 가꿈주택 집수리 보조사업

꼼꼼한 추천으로 누리는 식물 생활

[Edit your space] ⑦ 식물 큐레이션 서비스 ‘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