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d to Collection

막다른 길 없는 집…사람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고

[QnA] 준 아키텍츠의 '평창동 벽돌집' ① 내부 : 동선, 공간, 인테리어
3층 대형 테라스 ⓒKyungsub Shin
글. 이현준  자료. 준 아키텍츠  June Architects

 

아파트로 점철된 글쓴이의 사적인 주거사를 돌아보며 억하심사가 들었다.
모로 가도 막혀있는 천편일률적 구조의 집에서 우리는, 아이들은 무얼 느껴야 할까.
‘평창동 벽돌집’에서는 사람도 바람도 흐르고 있었다.
거실이 마당과 이어질 때, 
초록이 시야에 들 때, 천장의 팬이 돌아갈 때,
심지어 빨랫 거리를 떠나보낼 때마저도 유유히.
이 집을 설계한 건축가 김현석을 만나 그가 풀어낸 집과 사람, 그리고 건축에 대한 얘기를 전한다.

 

현관을 들어서면 거실과 부엌, 마당으로 이어진 동선이 트여있다 ⓒKyungsub Shin

 

아파트의 평면을 보면 보통 막다른 길 구성이다. 현관으로 들어와 거실을 중심으로 나뭇가지처럼 막다른 길로 뻗어나간다. 이쪽 방으로 가도 끝, 저쪽 방으로 가도 끝. 한 길로만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동선에서 아무런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러다 보니 공간 자체에서 느껴져야 할 힘이나 에너지는 간 데 없이 그저 꽉 막힌 공간만 남는 것이다. 그래서 평창동 벽돌집에는 동선의 옵션과 공간의 흐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모든 층의 평면을 보면 동선의 순환을 볼 수 있다. 한 공간을 가더라도 흐르는 동선을 따라 다양한 경로를 거쳐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테면 현관으로 들어와 곧장 거실로 갈 수도, 수납장이 줄지어 선 복도를 가로질러 갈 수도 있다. 공간의 이러한 다이내믹한 요소와 흐름이 성인뿐 아니라 활동량이 많은 아이들에게도 좋다고 판단했다.

 

동선이 순환하는 2층 ⓒMAGAZINE BRIQUE

 

거실과 마당

 

땅의 조건 때문에 둥근 형태나 예각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능적인 측면을 따랐다. 내 집을 짓는다는 건 ‘외부 환경과 소통하며 살기’라는 고민과 욕구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거실의 일부가 마당과 같은 레벨에서 관계하며 반 외 부공 간처럼 느껴지도록 계획했다. 마당에는 일부 비슷한 재료를 빌려 내부와 크게 괴리되지 않는 공간감을 주고자 했다.

 

단을 내려 부엌과 공간을 구획함과 동시에 마당과 연결을 꾀한 거실 ⓒKyungsub Shin
다이닝 공간 ⓒKyungsub Shin
거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마당 ⓒKyungsub Shin

 

거실에 단 차이를 둔 건 규제 때문이다. 자연경관지구인 평창동엔 주택의 층고와 높이제한이 있어서 마냥 높게 지을 수 없다. 공용공간뿐 아니라 나머지 층의 층고도 덩달아 높여 최대한 공간감을 부여하고 싶었다. 높은 공간과 낮은 공간이 혼재되어있다. 거실을 보면 평면상으로는 쭉 이어져 있지만, 바닥에 단차를 둠으로써 공간감에 변화가 주면서도 공간 구획도 가능하다. 거실은 3m가량, 다이닝 공간은 2.4m다.

 

초록의 스케일

 

건폐율 40% 제한은 건물을 크게 짓고자 하는 사람에겐 불리하겠지만, 건물보다 넓은 정원을 두고 싶은 사람에겐 유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엔 정원으로 둘러싸인 집을 생각하고 접근했다. TV 위 기다란 창밖에 곧바로 뻗은 대나무가 보인다. 커다란 창을 통해 7~8m 건너서는 마당의 나무들이 멀찍이 보인다. 다양한 스케일의 초록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 창이 기능하는 것이다.  

 

온실

 

1층 마당 한쪽엔 온실이 있다. 화분을 놓거나 널찍한 공간에 빨래를 널 수 있다. 전면 폴딩도어를 완전히 열면 봄이나 가을에는 완연한 개방감을 집 안으로 들일 수 있다. 요즘엔 가정에서 건조기를 많이 쓰지만, 풍성한 햇빛을 받으며 옷가지를 널 수 있는 공간은 항상 필요하기 마련이다.

 

다양한 용도로 쓰일 수 있는 왼편의 온실공간 ⓒKyungsub Shin

 

가구와 인테리어

 

식탁과 식탁의자만 기성품이고 그 외는 모두 맞춤이다. 기본이 되는 분위기와 디자인 방향, 재질 등은 우리가 가이드를 하고 제작 업체에서 도면을 그려 구현해낸다. 구체적인 구성, 컬러 등은 건축주의 취향을 반영한다.

싱크대 같은 경우는 늘 제작을 해야 한다. 요즘엔 붙박이장도 거의 맞춤 제작한다. 재질과 구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제작하는 쪽이 물론 비용이 더 든다. 대신 공간에 최적화된, 집의 분위기와 가장 잘 어우러지는 가구를 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수납장을 짜 넣은 벽면. 문은 아이방으로 통한다 ⓒKyungsub Shin

 

계단 판이나 핸드레일에는 원목을 쓸 수 있지만 판재 가구는 비틀어짐의 우려가 있어 원목 대신 무늬목을 쓴다. 바닥도 마찬가지다. 벽은 일반적으로 석고보드를 쓰지만 색다른 재질감을 원하면 한정적으로 다른 재료를 쓰기도 한다. 이 집에도 일부에 한정해 고급스럽지만 튀지 않는 재료들이 쓰였다. 온라인에 평창동 벽돌집이 공개됐을 때 집이 아니라 호텔 같다는 댓글도 있더라. (웃음)

 

2층으로 통하는 계단 ⓒKyungsub Shin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재료로 마감한 화장실 ⓒKyungsub Shin

 

다른 프로젝트보다 건축주와 정말로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전체적인 것과 세세한 것을 가리지 않고 동선, 기능, 분위기 등 사소한 아이디어들까지 모두 공유했다. 이를테면 2층 마스터존의 드레스룸에서 떨어뜨리면 1층의 세탁실로 단숨에 세탁물을 옮길 수 있는 린넨 슈트(Linen Chute)와 거실 바닥과 마당의 레벨을 맞추는 것 등은 건축주가 제안했고, 한창 물놀이를 좋아할 아이들을 위해 거의 실내 수영장에 필적하는 널찍한 욕조를 화장실에 두는 아이디어 등은 건축가의 것이다.

 

2층 드레스룸. 린넨슈트가 있어 세탁물을 편하게 흘려보낼 수 있다 ⓒKyungsub Shin
3m에 달하는 천장고의 화장실과 커다란 욕조 ⓒKyungsub Shin

You might also like

보편적인 섬세함을 짓다

[Interview] 김대균 착착 건축사무소 소장의 ‘배려하는 건축’

‘공유’하지 않고도, ‘함께’ 사는 집

[Space] 'Not Shared but Together Whom' 풍년빌라의 공간 이야기

“집주인을 구합니다.”

[People] 세입자가 집주인을 모집하는 집, '풍년빌라' 사람들 이야기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방법

[Lifestyle] 취향공동체 세 가족의 집, '풍년빌라'의 시작과 과정

도시와 집 사이 어딘가, 가벼운 집을 향한 주거실험

[Interview] 임태병 문도호제 소장의 ‘중간주거’ 이야기

남산골 나그네의 ‘출근하는’ 집

[People] ‘해방촌 해방구’ 건축주 한재훈 씨의 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