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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다단한 도시, 복합주거의 시대

[Space] 경계없는작업실 ‘후암동 복합주거’
ⓒBOUNDLESS
에디터. 김윤선  자료. 경계없는작업실

 

‘후암동 복합주거’는 지하1~지상2층 근린생활시설과 3~4층 임대 주거세대, 5층 주인 주거세대로 구성돼 있다. 경사지의 삼각형 땅이라는 제약 조건을 활용해 창의적인 디자인 해법을 제시하며, 은퇴 세대를 위한 수익형 복합주거를 제안한 프로젝트다.
복잡다단한 서울 도심에서, 이 복합적인 집이 탄생하기까지의 집의 건축에 관한 심도 있는 면면을 경계없는작업실 문주호 소장에게 들어 봤다.

 

ⓒBOUNDLESS

 

집의 목적,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하기

 

근린생활시설과 주택 함께 짓기

대지를 조사하면서 이 동네가 가진 위치적인 매력이나 상권으로서의 가치를 확인했다. 해방촌 오거리에서 일어나는 상업 공간의 변화와 주거지로서 좋은 환경 조건을 고려해 주거와 상가가 복합된 주택을 제안했다. 지하1~지상2층까지는 근린생활시설을, 3~4층에는 임대용 원룸 2세대와 투룸 1세대를, 5층은 건축주 세대로 프로그램을 결정했다.

2층 상가는 여러모로 리스크가 있는 부분 중 하나다. 당시만 해도 2층 상가가 잘 될 정도로 동네가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았고, 주변에도 주택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현재 2층은 각각 가죽 제품 판매숍과 수제화 판매숍이 임차하고 있다. 1층은 주차장 때문에 확보할 수 있는 면적이 크지 않아 지하 1층과 엮어서 임대를 냈다. 지금 아이스크림을 파는 카페가 들어와 있는데 장사가 꽤 잘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주변 시세에 비해 높은 임대료를 받고 있다. 애초에 건축주가 여기에서 노후를 보내실 계획이었기 때문에 집을 제대로 짓고 싶어 하셨다. 건축주 세대뿐만 아니라 임대하는 공간 역시 거주의 쾌적성을 확보할 수 있는 집을 지어야겠다고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부동산 가치 극대화를 위한 개발 과정 ⓒBOUNDLESS

 

집의 시작, 땅 파헤치기

 

경사지의 삼각형 땅

대지는 경사지에 삼각형 모양을 가진 땅이다. 건물을 네모반듯한 형태로 앉힐 수 없으니, 평면적으로 풀기에 까다롭고 제약이 많은 조건을 가졌다. 그래서인지 주변 다른 땅에 비해 저렴하게 매입이 가능했다. 단점으로 여겨졌던 땅 모양을, 반대로 장점으로 받아들여 땅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과 형태의 매력을 살리고 싶었다. 오히려 이로 인해 건물 형태에서 돋보일 수 있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확보했다.

 

1층 배치도. 삼각형 모양의 대지. ⓒBOUNDLESS
오른쪽 두텁바위로에서부터 내려가는 경사지에 위치해 있다. ⓒBOUNDLESS

 

21m 남산 고도제한

도심 밀집 주거지에서 최대한의 면적을 확보하는 것은 첫 번째 전제조건이다. 기본적으로 건폐율과 용적률을 최대로 맞춰 최대한 높이 짓는다. 하지만 이 땅은 북측 일조사선제한과 더불어 남산 고도제한을 적용받고 있었다. 남산 고도제한으로 옥탑을 포함해 최대 21m까지 지을 수 있었다. 이에 5층 건축주 세대의 층고는 조금 높이고, 아래층 층고를 적절히 조절해 높이를 맞췄다.

 

북쪽에 도로가 있으면 유리하다?

건축주에게 땅을 검토해서 매입을 추천할 때, 물리적으로 공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주로 북쪽에 도로가 있는 땅이다. 일반주거지역에서는 보통 북측 일조사선제한이 적용되기 마련인데, 북쪽에 도로가 있으면 도로 너비까지를 포함해서 적용할 수 있어 면적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도로가 없으면 사선제한이 대지 끝선부터 적용되고, 도로가 있으면 도로 끝선에서 적용된다. 당연히 도로가 있는 쪽이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면적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이 집은 북측 일조사선제한을 적용해야 하지만, 북쪽에 도로가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형태의 제약이 있는 이 북쪽 면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이 필요했다.

 

북쪽 두텁바위로에서 본 집의 모습 ⓒKyungsub Shin
북측 입면도 ⓒBOUNDLESS

 

집의 생각, 어떻게 지을까?

 

견고한 형태·미감의 최전선, 벽돌

주변에 비해 규모가 큰 집이라 그 존재감은 이미 충분했기에 이 집만의 미감을 가지면서도 주변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재료를 찾고자 했다. 처음에 생각했던 재료는 1970년대에 유행했던 붉은 톤의 유약 발린 벽돌이다. 크기가 조금 작고 표면이 반짝거리는 느낌이 좋아서다. 그러나 요즘에는 국내에서 잘 생산이 되지 않아서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그나마 찾은 외국 제품은 값이 너무 비쌌다. 그래서 약간의 붉은 톤을 내면서 따뜻한 느낌을 주는 벽돌 대안으로 찾은 게 현재 쓰인 장당 250원짜리 점토벽돌이다. 많은 건축주가, 특히 본인이 살 집을 지으려고 하는 건축주가 외벽 재료로 벽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따뜻하면서도 견고한 느낌을 주고, 관리 또한 다른 재료에 비해서 쉽기 때문이다.

벽돌을 사용한 데는 건물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였으면 하는 이유도 있었다. 벽돌 줄눈에 들어갈 모르타르는 흰색, 회색, 붉은색, 금색, 검은색 이렇게 다섯 가지 색상이 있는데, 현장에서 색을 배합해 벽돌과 비슷한 색깔로 맞췄다. 건물 하단 일부분은 금속으로 마감을 했는데, 그 또한 벽돌과 비슷하게 톤을 맞췄다.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게 하려는 이유는 건물의 형태적인 감각을 살리기 위해서다. 벽돌이 가진 장점이 세그먼트Segment가 잘게 쪼개져있어서 시선을 멀게 하면 덩어리처럼 보인다는 거다. 금속이나 돌은 세그먼트가 커서 그래픽적인 선들이 나온다. 그렇게 하면 덩어리보다는 선이 강조되면서 건물이 가벼워 보이는 효과가 있다.

 

건물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이게 하기 위해 벽돌과 줄눈의 색상을 맞췄다. ⓒKyungsub Shin
하단 금속판의 색상도 외벽 색상과 통일했다. ⓒKyungsub Shin

 

계단 형태의 테라스

일조사선제한을 적용받는 북쪽이 건물로 진입할 때 가장 주요한 정면이 되기 때문에 사선제한에서 나오는 형태를 건물 전체의 디자인 모티브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사선으로 잘린 경사 지붕이나 불법 증축한 테라스 공간들을 도시에서 많이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도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최소한 건물을 본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끼게 하지 말자고 했다. 북쪽에서 남산타워가 제대로 보인다는 점을 십분 살려 외부공간과 전망을 즐길 수 있는 테라스를 만들었다. 사선과 테라스에 의해 생기는 ‘계단 형태’를 건물 전체에 적용해 건물이 통일감 있는 모습을 완성했다.

 

사선과 테라스에 의해 생기는 ‘계단 형태’를 건물 전체에 적용해 통일감을 주었다. ⓒKyungsub Shin

 

비워낸 저층부

신축을 하기 전에 이 자리에 2층짜리 단독주택이 있었다. 설계하기 전에 현장에 답사를 갔는데, 두텁바위로에서 그 건물을 쳐다봤을 때의 장면이 참 재밌더라. 경사지라 길을 따라 건물로 진입할 때 2층 부분이 1층처럼 보인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이 집에서 2층까지 올라가는 동선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어떤 위치에서는 2층이 정면으로 보인다는 걸 아이디어 삼아 시각적인 부분을 물리적으로 연결했다.

 

북쪽의 두텁바위로에서 내려오는 길. 건물의 2층 부분이 1층처럼 보인다. ⓒKyungsub Shin

 

이 집의 설계에서 주안점은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공간이다. 그래서 2층 바닥면적에서 2~3평 정도를 덜어내 외부공간으로 만들었다. 사실 강남에서는 이런 결정을 할 수가 없다. 면적이 곧 돈이기 때문에. (웃음) 이렇게 한 데는 사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 한 가지는 상가와 길의 속성이 일치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곳은 당연히 상업적으로 매력이 있는 곳이다. 길에서도 좋고,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좋다. 이 공간을 보고 도시를 위해 비웠다는 표현을 종종 해주시는데, 사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성취함에 있어서 그 목표가 하나만을 위해 성취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어떤 공간은 컨셉이 강해야 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영향력이 꼭 하나의 목표점을 가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건물의 형태감, 그리고 길의 속성을 반영해 비워낸 공간이지만, 건물이 사람을 환영하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서 지나가던 행인들이 들어와 보기도 하고, 자유롭게 2층으로 올라가게 되니 상가도 활성화되더라. 한 가지의 목표나 관점은 없다. 복합적인 관점으로 읽고 접근해야 한다.

 

길에서 연결되는 2층 상가 ⓒKyungsub Shin
ⓒKyungsub Shin

 

평면과 동선

땅의 형상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건물을 배치했다. 건물 외곽선은 땅의 형상을 거의 그대로 따랐다. 삼각형 땅의 형상을 살려 건물 형태를 잡고 나니 평면적으로는 풀어내기가 어려웠다. 공간의 중심 동선과 주 공간의 축이 틀어지게 되는데 이걸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계단실을 사선이 생기는 쪽에 두고 계단실과 주요 공간 사이에는 반듯한 공간이 아니어도 사용에 불편이 없는 화장실이나 창고를 배치했다. 동선의 축이 약간 틀어지니까 실내공간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자연스럽게 다이내믹해지는 장점이 생겼다.

 

4층 임대 세대 평면도 ⓒBOUNDLESS

 

인테리어와 가구

내부는 미니멀하고 따뜻하게 마감했다. 내부 공간이 넓지 않아서 공용 공간과 개인 공간을 확실하게 분리했다. 공용 공간은 최대한 통합해서 쓸 수 있도록 해 주방과 거실을 적극적으로 연결했다. 바닥은 나무를 써서 질감에서 오는 따뜻함을 주고, 벽은 간결하게 화이트 도장으로 마감했다. 주방은 거실과 연결되어 있어서 주방 가구가 전면에 드러나기 때문에 가구를 오브제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현관에는 이중문 역할을 하는 가벽을 뒀다. 거실에서 현관이나 화장실이 보이면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큰 문을 열고 닫아 벽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미니멀하고 따뜻한 느낌의 내부 공간 ⓒKyungsub Shin
ⓒKyungsub Shin

 

파노라마 전망을 위한 입면 디자인

주택에서는 창문의 위치를 자유롭게 배치하기가 어렵다. 기능적인 이유로 결정되는 창문의 위치가 있기 때문이다. 창문은 입면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에서 창문 위치를 섬세하게 조정해 입면에서 최선의 리듬감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남쪽 입면을 보면 5층 건축주 세대는 파노라마 창을 갖는다. 남쪽 면 끝선에서 창문을 한번 꺾어서 파노라마 창으로 만들었다. 약 90cm를 더 확보했다. 거실에서 남산타워가 보이게 하기 위함이었다. 입면의 리듬감을 유지하기 위해 창문의 사이즈는 통일하되, 기능상 바닥까지 긴 창문이 있을 필요가 없는 부분에는 금속판을 덧댔다. 서쪽면은 계단실이 위치한 부분으로 각종 유틸리티 공간을 배치했는데, 건물의 전체적인 형태 언어를 연속적으로 이어가도록 창문을 디자인했다.

 

전망을 위한 파노라마 창문 ⓒKyungsub Shin
남쪽에서 바라본 모습 ⓒKyungsub Shin
동쪽에서 바라본 모습 ⓒKyungsub Shin
서쪽에서 바라본 모습 ⓒKyungsub Shin

 

옥상 정원과 거실 테라스

이 집의 옥상은 후암동에서 가장 좋은 뷰를 가진 곳이 아닐까 싶다. 설계 전에 현장을 답사하러 왔는데, 기존 2층 집 옥상에만 올라가도 서울 시내가 너무 잘 보이더라. 사방이 트여있는 어마어마하게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첫 번째로 이 집에서 이걸 잘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옥상 정원은 5층 주인 세대에서 바로 연결되도록 설계해서, 건축주가 여기에서 텃밭을 가꾸신다. 시공할 때 현장에서 시공사와 투닥거리다가도 같이 옥상에 올라가면 저절로 화해가 되곤 했다. (웃음)
정말 만들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공간은 거실에서 이어지는 테라스다. 사실 테이블 하나 놓을 수도 없는, 많아야 세 명 정도 서 있을 수 있는 폭이 좁은 테라스다. 하지만 앉아서 뭔가를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바깥바람을 쐬면서 도시 풍경에 한 발짝 나갈 수 있는 느낌이 아주 좋다. 면적과 상관없이 도심에서 이런 외부공간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꼈다.

 

좁지만 알찬 거실과 연결된 테라스 ⓒKyungsub Shin

 

집의 미래, 100년 이상 살기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 작동되는 집

100년 이상 유지되는 집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집이 계속해서 잘 작동되고 가치를 인정받아 오랫동안 남아 활용되었으면 한다. 나는 집을 부수는 게 너무 싫다. (웃음) 도시의 물리적 환경은 마치 지층이 쌓이듯이 누적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건물 하나 짓는데 정말 수많은 에너지가 들어가지 않나. 노동력과 자본, 자원, 돈, 시간 등…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이 시대의 변화나 가치에 대응하지 못하고 부서지거나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게 되는 게 제일 두렵다.

 

ⓒKyungsub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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