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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벽돌집을 짓는 일에 대하여

운중동 단독주택 : 앤드건축사사무소 'L-HOUSE'
ⓒKyungsub Shin
글. <브리크 brique>  자료. 앤드건축사사무소

ⓒKyungsub Shin

 

“(점토)벽돌은 만들기도 쉽고, 운반하기도 쉬우며 건축에 활용하기도 쉬운 재료이다. 게다가 진흙은 실내 공기를 쾌적하고 서늘하게 만들어준다. 벽돌은 이렇게 장점이 많다. 하지만 말려서 만든 탓에 강도가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중략) 결론적으로 벽돌은 일단 고온에서 구운 다음에야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굽는 온도는 최소한 900도가 되어야 하고, 비바람을 잘 견디는 외벽용으로 쓸 벽돌이라면 1300도에서 구워야 한다.”

<초보자를 위한 건축수업ARCHITEKTUR FÜR EINSTEIGER> _롤프 슐렝커, 카트린 그뤼네발트 지음

 

벽돌집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마 서로 다른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 골목길에 주택들이 떠오를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Santa Maria del Fiore’ 대성당과 같은 웅장한 벽돌 건축물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는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음악이 흐르던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의 뉴욕 뒷골목 공장지대가 떠오른다. 물론 ‘아기돼지 삼형제’에서 셋째가 만들던 튼튼하고, 따뜻하며, 믿음직한 벽돌집이 연상되기도 한다.

 

ⓒKyungsub Shin

 

무심하게 지나치던 벽돌이 상당한 역사, 기술, 유행, 그리고 문화의 집합이며 결과물 중 하나라는 사실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르네상스 시대에 신을 위해 만들던 건축물들의 주 재료였으며, 중세 유럽의 성을 짓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으며, 목재기둥과 초가지붕을 대신해 대도심을 화재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건축자재였다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대단한 발명품이었다는 감탄이 새삼 들기도 한다.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많은 용도로 사용되었다는 말이고, 그렇기 때문에 새롭게 재료를 만들어 내거나, 스타일을 창조해 내는 것이 힘들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Kyungsub Shin

 

그런 의미에서 앤드건축사사무소aanddd의 ‘엘하우스L-HOUSE’는 벽돌집이다. 하지만 익숙하게 보아오던 붉은 색의 벽돌집의 이미지는 외피에 머문다. 지붕의 경사는 수평을 거부하는 느낌이고, 외형은 모던한 스타일을 띈다. 마치 네모 반듯한 벽돌집을 손으로 잡아서 쑤욱 뽑아끌어낸 듯한 모습이다.

Section Diagram

 

각각의 공간들을 수평으로 길게 풀어낸 단면도Section Diagram을 보면 마치 아르헨티나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의 단편소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처럼 이 집의 내부는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으로 새로운 방들이 나타나는 느낌이 든다.

 

ⓒKyungsub Shin

 

계단은 사실 많은 공간을 점유한다. 그리고 배치하기도 힘들다. 만들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 이유는 고려해야하는 사항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계단이란 편안하게 오르내리면서도 만약을 대비할 수 있게 안전해야 한다. 갑작스럽게 손을 뻗었을때 잡거나 기댈 무엇이 존재해야 하고, 어린이와 성인이 모두 편하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높낮이와 폭이 일정하게 유지되야 하고, 너무 가파르지 않게 적정한 경사가 이뤄져야하며, 머리가 부딪히지 않을 만큼 공간이 확보되야 하고, 밤에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조명이 있어야 하고, 미끄럽지 않은 소재가 사용되어야 한다.

거기에 무엇보다 공간과 공간을 수직으로 이어주는만큼 어쩔수 없이 낭비되는 공간을 최소화하면서도 활용가능한 공간을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소형주택들이 계단 밑을 수납의 공간으로 이용하는 이유는 공간의 활용측면이 강하다. 그런 반면 대지면적 230.30㎡에 세워진 이 집의 경우에는 계단 밑의 공간을 그대로 놔두고, 많은 창들을 계단 곳곳에 기하학적으로 배치하며 오히려 공간감을 드러낸다.

 

ⓒKyungsub Shin

 

벽돌집이 갖는 장점은 그 익숙함이다. 익숙한 벽돌집이 변형되고, 그 내부는 지극히 사적이고, 취향적이며, 그러면서도 현대적인 감성으로 공간화가 이루어질 때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 익숙함에서 오는 변화는 받아들이기가 수월하지만 낯섦에서 오는 변화는 거부감이 강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반대로 새로운 스타일의 시도가 가득한 집이 벽돌의 외피를 입으면 우리는 그것을 벽돌집이라고 받아들이며 쉽게 용인할 수도 있다.
물론 벽돌집이 착시효과로 심리적인 저항감을 무뎌지게 하기 때문에 굉장히 실험적인 구조의 건축물의 외피를 벽돌로 지으면 일반 대중이 쉽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벽돌의 색상, 벽돌의 크기, 벽돌의 재질, 전체를 감싸느냐 일부를 감싸느냐, 내부로 들어오느냐 외부에만 머무느냐에 따라 그 느낌은 달라진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몫이며 그 취향과 선택은 살아가는 사람들의 몫이다. 예술작품이 감상에만 머무르는 반면 건축물은 역시 실생활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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