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숲 속 진짜 숲과 강을 찾아서

[no more room] ⑧ 자연과 도시의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BRIQUE Magazine
에디터. 장경림  사진. 윤현기  자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환경을 둘러싼 크고 작은 목소리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다양한 관점에서 점검한 기획 연재 ‘no more room’을 시작합니다.
버려진 것들을 재해석해 활용한 공간과 서비스, 환경에 관한 고유의 철학을 가진 기업과 브랜드, 업사이클링을 실현하는 크리에이터, 도시 생태를 고민하는 공공과 개인의 활동을 고루 담았습니다.
재생과 순환, 공존이라는 무거운 키워드보다는 ‘지구와 도시를 지키는 일’이 곧 나를 위한 것, 우리 모두를 위한 것임을 자각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① 도로 위 트럭 방수포가 어깨 위 가방으로, 프라이탁FREITAG
② 홈퍼니싱 기업, 이케아IKEA가 지키려는 것

③ 복합문화공간 부천아트벙커 B39의 리모델링 이야기
④ 근대 양조장의 재탄생, ‘산양 양조장’
⑤ 플라스틱 프리에 도전하는 ‘알맹상점’
⑥ 새활용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공의 움직임
⑦ 동네공원의 파수꾼 ‘서울환경운동연합’

⑧ 자연과 도시의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끝)

 


 

서울 시민에게 한강은 어떤 의미일까. 도시의 낭만일까? 민족의 상징일까? 영화 ‹괴물›에 등장하는 배경일까?
서울시 총면적의 1/15에 달하는 한강공원은 서울 시민에게 가장 가까운 자연이다. 한강은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꼽히는 서울의 큰 강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태백산맥에서 발원해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물줄기 전체를 일컫는다. 그 길이만큼이나 거대한 생태계를 품으며 수많은 동물과 식물의 안식처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동식물뿐 아니라 한강이 한반도 전반에 미치는 영향 또한 크다. 경기도부터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충청북도, 강원도까지 한반도의 많은 지역은 한강 영향권 아래 있고, 이를 수자원으로 활용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강시민공원은 연간 방문자 수가 7,000만 명에 이를 만큼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여의샛강생태공원 ⓒBRIQUE Magazine

 

안타까운 것은 이런 한강이 인위적인 훼손으로 빠르게 오염되고 있다는 것. 사람들이 남긴 쓰레기뿐 아니라 생태계 교란종, 기후 변화 등 여러 이유로 생태계는 급속히 망가지고 있다. 이는 비단 한강의 이야기만은 아닐 터. 4대 강을 비롯해 수많은 크고 작은 하천들도 개발 논리에 떠밀려 파괴되고 있다.

이 가운데 생태계 복원이라는 사명을 갖고, 새로운 강 문화를 만들어 자연과 인간의 건강한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조은미 대표는 “수달이 건강하게 서식할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꿈꾼다”고 말한다. 인위적 손길 없이 자연의 생명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만났다.

 

조은미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대표 ⓒBRIQUE Magazine

 

그들이 ‘강’으로 모인 이유

강은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서 새로운 문화의 발상지였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한국의 강과 하천은 홍수를 막고, 용수를 공급하는 관리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그간 국토의 5%에 해당하는 하천 부지에서는 제방과 댐의 건설 그리고 벌목, 준설과 같은 공사만 이루어졌다. 이 덕분에 홍수 방어와 용수 공급의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강은 시민들의 삶과 멀어진 삭막하고 고립된 낯선 곳으로 남게 됐다.

이처럼 잊혀진 강을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새롭게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하 한강조합)이다. 하천의 생태계를 복원하고, 도시 속 새로운 강 문화를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이란 이름 아래 모인 이들은 공익적 성격을 갖는다. 사업을 통해 발생한 수익은 조합원에 배분되지 않으며, 공익 사업을 위해 환원하고 있다.

 

여의샛강생태공원 ⓒBRIQUE Magazine

 

수달이 돌아오는 강을 꿈꾸며

강이 건강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도시 하천에서 수달을 목격한다면, 그곳의 생태계가 깨끗하다는 지표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로, 건강한 환경에서 서식하는 동물이다. 또한, 생태계 교란종인 블루길, 배스, 황소개구리 등을 먹잇감으로 하여 하천의 생태계를 지키는 최상위 포식자이기도 하다.

한강조합은 핵심종 역할을 하는 수달이 살아갈 수 있도록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018년 진행된 ‘한강 밤섬 수달 복원 토론회’를 시작으로, 서식지를 관리하고 이를 모니터링하는 ‘수달 언니들’이라는 시민 참여 활동을 열었다. 이를 통해 한강 지류 몇 곳에서 수달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배설물에는 방습제와 플라스틱 쓰레기와 같은 이물질이 발견돼 이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달이 서식하고 있는 것만으로 하천 생태계 회복에 기대를 걸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 살아가는 생명과 사람이 건강하게 공존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대하는 시민 의식과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강조합원들의 활동 모습 ⓒSocial Cooperative HANgang

 

빌딩숲 옆 진짜 자연

한강조합은 자연과 시민 사이 관계를 바꾸고자 한다. 쓰레기를 배출하고, 오염시키는 관계가 아니라 무성한 자연을 그대로 살려 주고, 건강한 자연 안에서 인간 역시 치유할 수 있는 상호 작용을 바란다. 그들이 활동하는 주요 지역에서는 강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여의샛강생태공원에 거점을 두고 직접 공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강 하구에 위치한 장항습지에서 적극적인 자원봉사 활동과 생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여주 여강열린생태원의 주 구간인 약 300만 평을 강 생태 교육, 연구, 관광 등을 위한 복합 공간으로 지정 관리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여의샛강생태공원 ⓒSocial Cooperative HANgang

 

이들이 제1사업장으로 생태계 복원에 노력을 기울이는 곳은 여의도 금융가에서 멀지 않은 여의샛강생태공원이다.
‘샛강’이란 큰 강의 흐름에서 갈려 나온 줄기로, 하류에 가서 본래의 강에 합쳐지는 것을 말한다. 한강의 큰 흐름에서 흘러나와 자연의 군락을 이룬 이곳은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97년 형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생태공원으로 그 면적만 23만 평에 이른다.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는 인위적인 손길을 찾아볼 수 없다. 울타리와 표지판은 자연재해로 인해 생명력을 잃은 나무를 사용했고 흙 바닥은 포장 없이 그대로 길이 되었다. 청둥오리 탄생을 시민들이 축하하며, 밤에는 환한 불빛을 내리쬐기보다 모든 생명의 휴식을 보장한다.

“여의샛강생태공원을 가꾸며 중요했던 것은 원시적 자연 상태, 또는 생태계를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었어요. 이곳은 생태공원이지만, 도심 안에 사는 시민의 공간이기도 해요. 주 산책로가 4.6km 정도로 꽤 길죠. 도시 안에서 이렇게 큰 면적을 차지하는 자연이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고 있어요.
수도권만 해도 공원이 무척 많아요. 그렇지만 자연으로서 충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저희는 공원을 구획해 가꾸려고 해요. 어떤 부분은 사람들이 굳이 개입하지 않고 생태계를 그대로 보전하고, 어떤 곳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가꾸고 즐기고 참여하는 공원으로요. 도시인에겐 자연을 보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여의샛강생태공원 역시 치유의 숲이길 바랍니다.” 

– 조은미 대표

 

인문의 숲 사람들은 숲에 모여 시를 읊고, 철학을 배우고, 나무를 심고, 산책한다. 여의샛강생태공원에서는 기후 변화를 막는 행동 실천 캠프인 ‘기후캠프’, 철학을 자연 속에서 함께 향유하는 ‘노자생태교실’, 조류 관찰 프로그램 ‘샛숲학교’ 등 인문학을 녹여낸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을 그대로, 깊이 느낄 기회를 마련한다.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운영하는 샛숲학교 프로그램 ⓒBRIQUE Magazine

 

“도시인에게 자연을 보는 것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죠. 저희가 가꾸는 생태계가 치유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수달이 살 수 있고, 사람들이 모여 인문학을 배우고, 자연 안에서 회복하며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곳이길 바라요. 그런 모습을 생각하며 이 공간을 잘 조성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해요.”

– 조은미 대표

 

‘환경과 지구를 보존하자’라는 일회적 캠페인성 메시지가 아니라, 새로운 실험과 콘텐츠를 통해 사회에 긍정적인 파동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조은미 대표는 오늘도 숲과 강을 찾고 있다.

 

ⓒSocial Cooperative HANgang

 

 

You might also like

도시를 지키는 초록의 힘

[no more room] ⑦ 동네공원의 파수꾼 ‘서울환경운동연합’

미래를 위한 새활용 실험장

[no more room] ⑥ 새활용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공의 움직임

지구 말고 나를 위해

[no more room] ⑤ 플라스틱 프리에 도전하는 ‘알맹상점’

건축으로서 집, 그 열린 가능성에 관하여

[Interview] 조남호 건축가가 이야기하는 ‘문도방 주택’

도예와 생활 사이

[People] ‘문도방 주택’에서의 사계절

삶을 담는 그릇

[Space] ‘문도방 주택’ 공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