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바람이 흐르는 건축

[Interview] 김진호 디자인오 소장이 말하는 '미니멀리즘'
ⓒBRIQUE Magazine
에디터. 장경림  사진. 최진보, 송인탁  자료. 디자인오

 

오카 드 코히의 설계와 공간 디자인을 맡은 디자인오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으로 현재는 건축 설계, 공간 디자인, 브랜딩 컨설팅, 아트 디렉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서울 사무실은 건축주의 집에서 느꼈던 공간의 분위기와 흡사했다. 건축주와도 궁합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김진호 소장의 말을 들으니 그들의 만남이 좋은 시너지를 냈다는 것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김진호 디자인오 소장 ⓒBRIQUE Magazine

 

사무실이 무척 멋지네요. 오카 드 코히에서 느꼈던 분위기와 비슷해서 놀랐어요. 서울과 광주, 두 곳에 거점을 두고 계시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웃음) 광주에서만 작업하다 서울에 온 지 5년 정도 됐어요. 전국적으로 업무가 진행되다 보니 미팅할 때 편리해요. 팀의 기동성도 높아졌고 현장 작업에 유리해졌죠.

 

이 집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단순한 형태와 내부 디자인 때문이었어요. 지향하는 작업 스타일이 있나요?

대체로 간결한 디자인 작업을 선호해요. 좋아하는 건축가가 여러 명 있는데, 특히 미니멀리즘 건축가로 불리는 존 파우슨John Pawson의 작업을 좋아합니다. 이분의 디자인을 좋아한다는 건 작업의 성향을 존중한다고 해석되죠. 기능주의 건축, 미니멀리즘, 유기적 건축에 관해 관심이 많고, 그게 이상적이라 생각해요. 이런 코드가 잘 맞는 분이 저희 스튜디오를 좋아해 주시더라고요.

 

디자인오 사무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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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 드 코히 건축주와의 만남은 어땠나요?

첫 만남을 아직 기억해요. 지금의 사무실을 열기 전, 광주에만 사무실이 있을 때였어요. 인천에서 광주까지 직접 찾아오신 두 분의 모습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죠. (웃음) 먼 거리를 직접 와주셨다는 자체로 정성을 느낄 수 있었고 무척 감사했어요. 두 분은 도쿄에 살았던 경험이 있고, 남편 분께서 일본 계열사에 근무하고 계셔서 일본 문화에 익숙한 부부셨죠. 유학 시절 동네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으며 보내는 시간이 좋았고, 그 기억을 담아 일상의 소소함이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집이 협소해 화려하지 않아도 알차게 사용하고 싶다는 요청도 해주셨죠.

 

건축주 두 분도 소장님처럼 간결한 디자인을 좋아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전체적인 설명을 듣고 작업을 하며 자재나 구성 요소를 제안했는데 제가 바라보는 이상과 두 분의 취향이 잘 맞았나 봐요. 저는 건축주와도 궁합이 있다고 생각해요. 오카 드 코히에서는 ‘미니멀리즘’의 성향이 곳곳에 잘 드러나요. 건물 외부 계단과 입구 공간을 이룬 콩자갈 노출 포장이나 송판노출콘크리트 마감은 장식을 배제했지만,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요소예요. 애써 멋 내거나 치장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완결성 있는 마감재죠. 주택 내부도 작은 부분까지 단순하게 표현하되, 곳곳에 동양의 색과 선을 사용했어요.

 

ⓒIntak Song
ⓒIntak Song

 

협소주택은 제한적이고, 고민도 많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요. 영감이나 힌트를 얻었던 사례가 있나요?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초기작 중 건물 외부에 창문이 없고, 안으로 들어가면 중정이 있는 ‘스미요시 주택’이 기억에 남아요. 처음 그 집을 봤을 때 충격을 받았죠. 내부를 노출하지 않아도 마당을 통해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동선이 불편하고 단점도 많겠지만, 매력적인 집이라 생각합니다. 한옥도 무척 좋아해요.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당이 있고, 건물이 둘러싸고 있어 외부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어요. 덕분에 마당에서 사색을 즐길 수 있고, 집 안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죠. 오로지 사는 사람만 볼 수 있는 풍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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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에서도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단 말씀이시군요.

협소주택이라 하면 보통 15~20평의 대지에서 그보다 더 작은 평수의 집을 지어요. 그래서 빛도 잘 들어오지 않고, 좁다는 편견을 갖게 됩니다. 이 집은 3층에 중정을 만들었어요. 아이의 놀이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고, 여름엔 가족끼리 물놀이도 할 수 있죠. 기능적으로 보면 중정은 협소주택에서 빛을 집 안으로 들이는 역할을 해요. 좁은 면적이지만 빛의 흐름을 통해 집 안을 쾌적하게 만들어줘요. 중정 옆 계단의 폭을 넓히고, 바로 옆에는 천창까지 내어 아래층에 빛을 풍부히 들일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중정 덕분에 환기도 잘 되고, 집 안에서도 나무와 바람을 통해 자연과 유기적으로 연결됩니다. 아이 방에서 중정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치한 것도 아이가 좀 더 커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때 중정이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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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주택을 짓기 전, 예비 건축주가 알아야 할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어쨌든 좁은 면적의 집이니, 여유 공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겠죠. 정리정돈은 필수예요. 기본적으로 수납을 통해 짐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해요. 집이 깨끗하지 않고서는 휴식의 공간이 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요. ‘미니멀리스트’를 지향하는 분이 협소주택 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포기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본인이 어떤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깊게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또 집 안에서 생활이 즐거워지려면 구성에 재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협소주택은 좁고 높게 쌓은 형태라 계단이 필연적이에요. 그렇다면 오르내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한옥을 표현할 때 쓰는 ‘일보일경一步一景’이라는 표현을 빌려올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는 말처럼, 작지만 공간 곳곳에서 서로 다른 풍경을 담아낼 수 있는 요소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Intak Song

 

집뿐만 아니라 카페까지 함께 작업하는 프로젝트였어요. 1층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나요?

메마르지만 간결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차가움 속의 따뜻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웃음) 마감재는 내외부의 경계를 흐리는 자재를 선택했죠. 건물의 정면부와 내부의 콘크리트 색채도 비슷해요. 또 1층 입구와 반대편 입구까지 투명한 유리로 이어져요. 대지가 양쪽 건물 사이에 있어 좁고 길어서 1층에 빛을 들일 수 있는 곳이 두 출입구밖에 없었죠. 공간이 폐쇄적이지 않고, 바람이 흐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두 문을 투명하게 만들어 연결했어요.

 

ⓒIntak Song

 

평소 상업 공간의 디자인과 브랜딩 작업도 맡고 계시죠. 집과 비교해 접근법이 어떻게 다른가요?

상업 공간은 특히 오감을 통해 느끼는 공간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작업해요. 인간이 능동적으로 성취해 느끼는 만족감이 아닌, 본능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이나 삶의 질은 오감이 충족된 원초적 감각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 싶어요. 모든 요소가 합이 잘 맞을 때 아름답고 완벽한 공간이 되겠죠. DESIGN5의 5는 오감에서 따온 숫자예요. 저희 스튜디오는 실내 건축으로 일을 시작해 설계와 브랜딩 작업까지 확장한 경우인데요. 공간을 만들다 보니 단순히 보여지는 이미지나 기능을 넘어 그 속에 이야기가 부여될 때 모두의 기억에 남는 곳으로 오래 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모든 작업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아직 먼 이야기지만 같은 이유로 프로젝트마다 과정을 담아내는 스토리 북을 만들어 보고 싶어요.

 

이름에 그런 뜻이 있었군요. (웃음) 그렇다면 주택 작업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갖고 계시나요?

집은 살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멋과 유행을 좇기보단 기능을 중시하고, 사는 사람의 생활 방식이 그대로 묻어나야 하죠. 또 어느 정도 폐쇄적이되, 자연과 동화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야 하고요. 바람도 흐르고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도록요. 모두가 마당을 가질 순 없지만, 작은 집도 중정을 통해 허전함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사용자 입장에서 본다면 집에 머무르는 시간 동안 스트레스가 없어야겠죠. 기존에 살던 집을 포기하고 새로 짓는 건데 후회로 남으면 안 되잖아요. (웃음) 설계부터 시공, 공간 디자인까지 다 책임지게 된 것도 이런 점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집은 사람이 가진 소유물 중 가장 비싸고 큰 재화예요. 짓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도 많죠. 그런데 건축주의 돈이 낭비되거나,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쓰인 경우를 많이 봤어요. 결과적으로 건축주는 집을 짓고도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게 되죠. 시간이나 자원을 효율적으로 써서 하나의 목소리로 일관되게 집을 풀어내고 싶었어요.

 

ⓒIntak Song

 

집을 짓는 게 행복을 위한 과정이 되어야겠군요. 많은 건축주가 공감하실 것 같아요.

저희 제안이 건축주에게 잘 맞고, 집으로 보다 큰 행복을 느낀다면 그걸로 만족스러워요. 제가 어렸을 때 살던 주택을 떠올려 보면 마당에서 강아지도 키우고 이리저리 누비며 다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거든요. 집 곳곳을 드나들며 다니던 동선에 대한 기억도 남아 있어요. 아이가 훗날 커서 추억이 많은 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중정에서 물놀이도 하고, 나무도 보면서 어린 시절을 회상했을 때 행복할 수 있는 집으로 남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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