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탐구·조정하는 젊은 건축가들

'2020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들의 고민과 도전을 담은 책
ⓒahngraphics
에디터. 박종우  자료. 문화체육관광부, 안그라픽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지난해 7월 발표된 2020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젊은 건축가 : 상상하고 탐구하고 조정하다>가 출간됐다. 이 상을 수상한 비유에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이하 비유에스 건축)의 우승진, 박지현, 조성학 소장, 온건축사사무소(이하 온건축)의 정웅식 소장, 지요건축사사무소(이하 지요건축)의 김세진 소장이 모두 저자로 참여했다.

책은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건축가들이 직접 쓴 건축가 노트와 대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 역대 수상자들과의 대담, 비평가의 리뷰 등 총 4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대담 코너는 선배 수상자들과 후배 수상자들이 건축과 작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며 상의 역사를 상기시키며 책에 깊이를 더해준다.

비유에스 건축은 푸하하하 프렌즈 한승재 소장(2019년 수상), 지요건축은 숨비건축 김수영 소장(2014년 수상), 온건축은 조호건축 이정훈 소장(2010년 수상)과 짝지어 젊은 건축가로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공유했다. 책 곳곳에는 젊은 건축가가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건축가 자신만의 철학에 대해 사색하는 바가 담겨있다. 

더불어 수상자의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를 증강현실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온라인 전시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ahngrapics

 

동화적 상상을 현실로, ‘비유에스 건축’

 

의도적으로 엉뚱한 과정을 집어넣어 건축에 의외성을 만들려고 시도한다. 돌이켜보면 헛웃음 나오는 것도 많다. (중략) 이러한 엉뚱한 과정이 완성된 건축물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즐거운 이야기를 통해 건축을 만들어가는 행위 자체는 매우 기쁘다.
– 18p, 「건축가 노트 : 사소하지만 진지한 소통의 기술」 중 일부

비유에스 건축의 우승진, 조성학, 박지헌 소장 (왼쪽부터) ©B.U.S Architec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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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에스 건축의 우승진, 박지현, 조성학 소장이 직접 쓴「건축가 노트 : 사소하지만 진지한 소통의 기술」섹션에는 세 소장이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함께 일하는 법, 영감을 얻는 법 등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중 박지현 소장은 지난해 7월 ‘2020 젊은 건축가상’ 발표 주제였던 ‘동화적인 상상하기’를 언급하며 그들만의 방향성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과정을 고백한다. 이후 이어지는 프로젝트 설명 섹션에서는 ‘당진 우-물’, ‘쓸모의 발견’, ‘후아미’ 등 대표 프로젝트들의 진행 과정과 함께 비유에스 건축만의 ‘동화적인 상상’이 어떻게 비롯되어 발현되었는지 등을 서술한다.

대담 섹션에서는 ‘2019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인 푸하하하 프렌즈 한승재 소장과의 대담을 통해 젊은 건축가의 삶과 고민, 관심사 등을 이야기한다. 특히 조성학 소장은 소규모 사무실을 운영하며 ‘오래도록 함께 일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비슷한 형태로 사무실을 운영하는 한승재 소장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였다. 이후 마지막 섹션에서는 현명석 평론가가 비유에스 건축의 작업물과 그들만의 방향성을 분석하며, 이들만의 ‘낯설게 보기’ 전략이 앞으로 더 큰 힘을 발휘하기를 주문한다.

 

때로는 비유에스의 낯설게 보기가 낯설게 하기의 층위로 넘어가 조금은 더 위험해지면 좋겠다. 일상을 향한 집요한 천착이 가끔은 예술적 야심으로 발현돼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힘을 가지면 좋겠다.
– 106p, 「크리틱 : ‘버스’와 ‘규정되지 않는 스케일로’ 사이 어딘가」 중 일부

 

비유에스 건축의 당진 우-물 ⓒKyung Roh
비유에스 건축의 후아미 ⓒKyung Roh

 

담담하고 유연하게, ‘지요 건축’

 

나는 나의 건축이 고요함과 담담함의 세계 내에 있으면 좋겠다. 설령 지금은 아니어도 다른 이에게
그 세계의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건축을 언젠가는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건축이 스스로 깊이를 가지고 폭은 넓어져 다수가 공감하고 그 감각이 선명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 116p, 「건축가 노트 : 담담함 너머의 것」 중 일부

지요건축사사무소 김세진 소장 ©Jiyo Archite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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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요건축 김세진 소장의「건축가 노트 : 담담함 너머의 것」섹션에서는 김 소장 본인이 건축 과정에 임하는 주요한 태도인 ‘담담함’에 대해 다룬다. 김 소장은 상황이 어려울 수록 원칙과 함께 유연함이 필요하고 담담해져야 한다며, 각 프로젝트마다 내재된 맥락, 재료, 감각에 따라 중요시하는 가치의 위계를 다르게 정한다고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세션에서 김 소장은 ‘체부동 생활문화센터’, ‘해양생태체험관’ 등의 주요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공간 구획 및 배치 의도 등을 서술한다.

대담 섹션에서는 ‘2014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 숨비건축 김수영 소장과의 대담을 통해 공공 건축 실무의 어려움, 건축 개념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 등을 이어나갔다. 특히 김세진 소장은 어떤 단어를 말했을 때 다른 사람도 비슷한 느낌을 받기를 바란다며, 건축의 기본 개념어가 제대로 정리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지는 마지막 크리틱 섹션에는 장용순 평론가가 김세진 소장과 만난 순간을 비롯하여 김세진 소장의 성장 과정과 함께 지요건축의 주요 프로젝트들을 비평한 글을 수록했다. 장용순 평론가는 지요건축의 프로젝트가 외적으로 무심한 듯 무덤덤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절제된 치열함과 깊은 고민이 담겨있다며, 앞으로 김세진 소장과 지요건축의 발전을 기대하는 글을 남겼다.

 

김세진이 어린 시절에 경험한 빗소리, 눈의 촉감, 자연의 감각, 진해와 서울의 도시 감각이 종합된 건축은 이제 시작단계에 있다. 심사위원이 그의 건축에서 찾아낸 ‘선하고 착하고 진지함’이 치열함과 깊이를 더해갈 때, 김세진이 존경하는 알바로 시자나 페터 줌토르보다도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 194p, 「크리틱 : 스펙터클에 저항하는 깊이의 건축」 중 일부

 

지요건축의 체부동 생활문화센터 ⓒNamgoong Sun
지요건축의 해양생태체험관 ⓒNamgoong Sun

 

자연의 움직임을 담는 ‘온건축’

 

자연에는 항상 고요함 속에 거친 움직임이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이 역동성은 생명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중략) 움직임은 유동성을 만들고 쉼 없이 관계를 형성한다.
(중략) 이런 자연의 원리를 건축으로 담는 것이 나의 관심사다.
– 204p, 「건축가 노트 : 자연의 원리와 시간을 담은 디자인메이드」 중 일부

 

온건축사사무소 정웅식 소장 ⓒOn Architec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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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식 소장은 「건축가 노트 : 자연의 원리와 시간을 담은 디자인메이드」에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자연의 움직임, 디자인메이드, 지역 재생 등 여러 건축 주제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를 서술한다. 특히 정 소장은 무심코 지나칠 만한 여러 자연 현상들을 관찰하는 것을 즐긴다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연의 원리를 건축으로 표현하는 것이 본인의 관심사라고 밝힌다. 이어지는 세션에서는 ‘닫힌집, 열린집’, ‘동네가게 녹슨’ 등 온건축의 대표 프로젝트들을 설명하며, 자연 환경과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공간을 설계하는 과정을 이야기했다.

2010 젊은 건축가상’를 받은 조호건축 이정훈 소장과의 대담에서는 젊은 건축가상 수상의 의미와 기회, 젊은 건축가로서 가진 고민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훈 소장은 내공 있는 건축가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화두를 가져야 한다며, 화두를 어휘로 정리해 정립하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크리틱 세션은 임성훈 평론가가 온건축의 풍경과 주요 프로젝트들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글로 마무리된다. 임성훈 평론가는 온건축이 작업한 일련의 프로젝트들에서 ‘단순함’과 ‘균형’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도출해 정웅식 소장이 추구하는 건축의 특징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의 건축이 과격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자연과 전통에 대한 우리의 통념 안에서 과격하다는 것일 뿐이다. 과격함과 균형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균형’은 ‘평형’이 아니다.
정웅식 건축의 핵심은 문제를 직시하여 평형 상태가 아닌 불균형 상태에서 해답을 찾아내고,
이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방안을 모색한다는 것에 있다. 이 둘을 더해 ‘균형의 지점’을 찾아낸다.
– 286p, 「크리틱 : 균형의 건축」 중 일부

 

온건축의 닫힌집, 열린집 ⓒYoon Joon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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