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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식물의 귀환

식물의 건축가, 남정민이 말하는 식물과 공간 이야기
ⒸAmazon
글. 남정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자료. 아마존Amazon

 

근래 들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건축 및 디자인 매체에서 식물을 적극적으로 포용한 공간에 대한 소개를 자주 접한다. 매체뿐 아니라 일상에서 마주치는 카페와 식당, 오피스 등 다양한 장소에서 식물이 과거보다 한결 세련된 형태로 자리하고 있는 모습은 이제 우리에게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러한 흐름은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높아진 관심으로부터 시작해, 식물이 공간과 사람에게 실제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사실의 발견에 그 까닭이 있다. 2014년 영국의 카디프, 엑세터, 호주 퀸즐랜드 대학이 오랜 기간 추적 조사해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업무공간에 풍부한 식물이 있는 경우 최대 15%의 업무 생산성 향상 효과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식물이 실내 공간의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있고, 식물을 곁에 두고 가꾸면서 눈으로 보고, 향기를 맡으면 사람의 두뇌활동과 사고 및 기억력,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 또한 다수 발표되었다.
과거에는 식물을 곁에 두는 것을 심미적인 기능이나 취향으로만 여겼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식물의 순기능이 점차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BRIQUE Magazine

 

식물과 공간의 관계 역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양상을 보인다. 과거에는 식물을 다루는 일이 ‘조경’이나 ‘원예’라는 이름으로 건축과 별개의 업역으로 분류되었다. 또한 식물이 공간 구성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공간이 완성된 후에 빈자리를 메워주는 부차 적 요소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는 업역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식물을 엄연한 공간 구성의 요소로 인식해 건축 계획에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통합된 접근이 나타나고 있다.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를 조합해 만든 합성어인 ‘플랜테리어planterior’나 ‘반려 식물’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이는 실내 공간뿐만 아니라 외부 공간에서도 점차 확대되어 어느덧 식물은 도시 열섬현상의 완화와 햇빛 조절, 홍수 예방, 공기 질 개선, 더 나아가 생태계 조성 등 도시의 중요한 환경 요소로 점차 그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인간이 곁에 식물을 두고자 하는 것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인간 활동의 연속선 상에 있다. 도시와 건물을 건설하며 인간을 위한 삶의 터전을 만드는 과정에서 인간은 자연을 밀어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편에 식물이 들어설 자리를 마련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도시에는 산과 숲을 남겨서 보존하고, 마을에는 땅을 비워 공원을 만들고, 주택에는 정원을 만들고, 방에는 작은 화분을 들여 식물을 곁에 두고자 했다. 식물과 삶의 공간을 연결하려는 시도는 모순과 대립 속에서도 계속되어 온 우리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인지도 모른다.

해외에서는 식물과 공간을 연결하려는 고무적인 흐름이 보다 명확하게 감지된다. 2018년 시애틀에 새로 들어선 ‘아마존 스피어스Amazon Spheres’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아마존 스피어스는 미국의 거대 온라인 쇼핑 업체인 아마존Amazon의 본사 건물로, 세 개의 투명한 유리 돔 안에 온실을 조성했다. 전 세계 5개 대륙에서 가져온 400여 종 4만여 개의 식물이 자라고 있는 흡사 식물원과도 같은 이곳은 아마존 직원들을 위한 업무 공간으로 활용되며, 일부 공간은 일반에 개방하여 도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탈리아의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Stefano Boeri가 지속해서 선보이고 있는 ‘버티컬 포레스트Vertical Forest’ 프로젝트와 베트남 건축가 보 트롱 니아Vo Trong Nghia가 설계한 다수의 건축물도 식물이 건축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그리고 얼마만큼 중요한 요소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잘 나타낸다. 이들 사례는 식물이 공간의 의미와 기능을 한결 고조시키고, 더 나아가 도시 환경과 인간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스피어스Amazon Spheres는 아마존Amazon이 직원들을 위해 마련한 업무 공간이다. ⒸAmazon

 

우리나라의 경우 식물을 공간 계획의 주요 요소로 고려하는 접근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실내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외부 공간에 식물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도시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더운 여름과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는 겨울을 가진 우리나라의 기후 조건으로 인해 많은 제약이 따르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길을 걸으며 경험하는 식물은 무척 제한적이다.

2019년 현재 서울시의 1인당 공원녹지 면적은 12㎡로 세계보건기구(WHO: World Health Organization)가 제시한 기준 면적인 9㎡를 상회한다. 하지만 스웨덴 스톡홀름시와 서울시의 위성 사진을 비교해 보면, 스톡홀름은 거주지역에서 반경 300미터 안에 공원녹지가 고루 분포되어 있지만, 서울시는 특정 지역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실제로 서울 시민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체감 녹지 면적은 그리 높지 않다.

체감 녹지 면적은 ‘녹시율綠視率(Index of Greenness)’의 확보와 깊은 연관이 있다. 녹시율은 일정 지점에 서 있는 사람의 시계視界 내에서 식물의 잎이 점하고 있는 비율로, 생활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시각적인 녹지의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녹시율을 높이기 위해선 도시 환경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이자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공공 영역인 길과 공지, 블록 등에서 녹지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과 가까이 맞닿아 있는 개별 건축물 내에서 건축물의 외부 공간에 식물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노력 또한 뒷받침되어야 한다.

얼마 전 개봉했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Tadao Ando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안도 타다오(Tadao Ando–Samurai Architect, 2016)’를 보면, 그가 건축물과 함께 어떻게 식물을 대하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노출콘크리트와 빛의 건축으로 대변되는 건축가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가 식물 또한 건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로 대해 왔음을 보여준다.

“집을 설계하는 데 자신이 없으면 3~4년생짜리 작은 나무를 도로변 앞마당에 심어라. 그 나무가 10년쯤 자라면 집을 다 가릴 것이고, 그 집은 나무가 있는 좋은 집이 되고, 아름다운 도시 풍경을 만들어 낼 것이다.”

현관문을 나서고, 거리를 걸으면서 만나는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 그리고 풀 한 포기가 우리의 삶을 얼마나 이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우리는 이제 안다. 지금이야말로 그들을 우리 곁에 다시 귀환시켜야 할 때다.

 


  • 남정민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이자 서울시 공공건축가이다. 오에이랩(OA-Lab) 건축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도시에서 담장에 놓인 화분들, 벽 틈에서 자라나는 식생에 주목해 일상의 풍경을 건축화하고자 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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