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함께 살기로 했습니다”

불안과 소외의 시대를 넘는 공유, 공동, 공동체 주거
화성진안 행복주택2 ⓒ Inkeun Ryoo
글. <브리크 brique>  자료. SAAI, 요앞 건축, 어반 토폴로지

 

21세기 현대인의 심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꼽을 때 ‘불안’과 ‘소외’는 단연 상위권을 차지한다. 청년과 노인, 비혼자가 주축이 된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20%에 육박하는 인구사회학적 통계 때문만은 아니다. 무한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 장기 불황에 따른 실업률과 경제적인 어려움의 증가, 수명이 늘어난 만큼 커지는 노후 대비에 대한 걱정 등이 상호작용하며 만든 거대한 흐름이다.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점점 더 시급한 과제가 되는 시대에 한 인간으로서 기본권을 확보하고 존엄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도시 생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창의적인 주거공간’을 찾아 기록하는 <브리크 brique>의 여정이 이 주제에 다다른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결과다.
불안과 소외의 시대를 홀로 감내하기보다, 다른 이들과 함께하며 심리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을 덜어 서로 든든해질 수 있는 공유 주거와 공동체 주거에 대해 살펴봤다.

 

공간도 나누고, 취향도 나누고… 노매드 생활 즐기는 셰어하우스와 게스트하우스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 주거 지원하는 사회주택과 행복주택
공동체적 삶을 지향하는 협동조합주택도 크게 늘어

 

자유로운 노매드의 삶 : 셰어하우스 · 게스트하우스

카페처럼 멋진 인테리어, 호텔 수준의 깔끔한 서비스
공간의 공유를 넘어 취향과 취미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우리들만의 아지트

요즘 젊은 세대에게 열풍처럼 다가가는 셰어하우스에 관한 광고 문구다. 당초 셰어하우스는 고시원과 옥탑방, 그리고 원룸 생활에 지친 청년이 월 30~50만 원대의 비용으로도 점유 공간을 넓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주거 대안으로 도입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은 사회적 기업 또는 협동조합이 운영 주체가 되어 청년 가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예로 자몽하우스, 녹색친구들, 단비하우스 등이 있다.

하지만 민간 임대 사업자가 늘어나는 1인 가구를 겨냥한 고급형 공유 주거 상품을 개발해 시장에 속속 진입하면서 셰어하우스도 점점 고가화되고 있다. 그 어떤 것보다 ‘스스로’를 중시하며 자신의 만족과 안정감을 위해서 월 100만 원 정도의 주거비용은 과감히 감당하는 노매드족을 끌어들이는 중이다. 대기업이 자회사를 만들어 별도의 브랜드를 내세운 셰어하우스를 내놓는가 하면, 공유 오피스 시장에서 활약하던 주자들도 공유 주거에 관심을 넓히며 두 가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서비스도 내놓는 상황이다.

또한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달 살기’ 주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우후죽순 생기던 게스트하우스가 이제 수도권과 지방 중소도시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아직까진 외국인 숙박 위주이지만 장기 투숙이 가능한 레지던스 호텔도 젊은 층의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확산 중이다.

 

셰어하우스 ‘어쩌다집@연남’ ⓒJaeyong Cho
셰어하우스 ‘틈틈집’ ⓒWoohyun Kang

 

 

공공주택 : 청년 주택 · 신혼부부주택 · 노인주택

 

공공의 안정적인 주거 지원으로 공동체 회복

현재 우리나라에는 영구임대주택 제도가 존재한다. 신축 아파트를 분양할 때 사회, 경제적 약자를 위해 의무적으로 일정 세대 이상을 마련하거나 별도의 집합 건물을 만들어야 하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런 제도가 도리어 약자의 소외감이나 계층 간 구분을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정부와 지자체가 새롭게 내놓은 대안은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도심 곳곳을 무대 삼아 수요층의 이용률을 높이고 공동체 형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공유 공간과 운영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역세권 2030청년주택’, ‘행복주택’, ‘사회주택’등이다.

‘2030청년주택’은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지역에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대학생,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가 주 타깃으로 최장 6년간 거주할 수 있고 임대 보증금도 4500만 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 단 보유 차량이 없어야 한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가 주관하며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강서구, 성동구 등 6곳을 시작으로 서울 전역에 확대할 예정이다.

‘행복주택’은 직장과 학교에 다니기 편하도록 대중교통이 연결되는 지역에 짓는 공공임대주택이다. 46㎡ 이하 면적의 주거 공간을 최대 6년까지 빌릴 수 있는데,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이다. 행복주택만의 특징은 공유 공간을 제대로 만들기 위한 설계에 재원을 추가적으로 마련하고, 내부 커뮤니티 형성을 돕는 운영 사업자를 따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전국에 15만 호 이상 운영되는 행복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사회주택’은 정부와 지역 자치단체의 지원 아래 임대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임대료로 최장 10년까지 장기 주거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서 도시생활밀착형 주거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다세대, 다가구 주택의 형태를 띠고 있고 주변 시세의 80% 수준으로 임대료를 제한했다. 입주자가 주도적으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다양한 커뮤니티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원한다. 노인과 청년 등 1인 가구를 위한 경우가 많으며 보린주택, 홍시주택 등이 대표적인 예다.

 

화성진안 행복주택1 ⓒ Inkeun Ryoo
안양관양 행복주택 ⓒInkeun Ryoo

 

자립형 협동조합주택 : 전원주택 · 공동체 주택

 

가족처럼 일상을 나누는 사회공동체 지향

여러 사람이 모여 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재원을 마련해 공동 주거 단지를 만드는 협동조합주택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전원 속의 삶을 꿈꾸며 제주도 등지로 이주한 사람들의 주택단지, 예술가 등 특정 직업군이 함께 만든 생활공동체, 종교를 기반으로 한 신앙공동체, 육아나 양육을 함께 하는 교육 공동체 등 그 목적과 구성원은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간을 공유하기보다는 공동체적 삶에 대한 욕구가 높다. 그래서 공동 활동을 위한 공간을 많이 배치하는 편이다.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과 하우징쿱협동조합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은혜공동체 주택 ⓒBRIQUE Magazine

 

You might also like

공간도 하이브리드 시대, 사람과 자동차를 함께 채우다

주유소 부지를 재탄생시킨 복합문화공간 ‘길동 채움’

‘뉴모던’을 발견하는 시간여행

‘에디티드 서울: 뉴 호-옴’ 전시 기획한 이미혜 꽃술 대표

공간에 ‘라이프스타일’을 불어넣다

[도시를 바꾸는 기획자들] ② 손지호 네오밸류 대표

‘서울엔 우리 집이 있다’…10년 거주 가능한 공동주택

에이라운드건축 박창현 소장이 제시하는 공동 주택의 청사진, ‘써드플레이스’

당신은 지금 ‘일하고 싶은 곳’으로 출근하고 있나요?

‘업무 공간’에 물음을 던지는 김란 디자이너와의 대화

도시 근로자를 위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랜드마크’

업무-상업-문화를 총망라한 라이프스타일 복합 공간 ‘성수낙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