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이 공존하는 동네, 일과 삶이 공존하는 집

[QnA] 소수건축의 ‘3/1(일삶)빌딩’ ②
ⓒKyung Roh
글. 김윤선  자료. 소수건축사사무소

 

30년 넘게 성수동에 살아온 건축주에게 성수동은 집이자, 일터이며 고향이다. 누군가에겐 지속되는 일상의 공간이자, 누군가에게는 치열한 일터가 되는 동네. 또 누군가에게는 재미있는 즐길 거리가 있는 동네. 성수동은 다양한 빛깔의 마음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새로운 것이 밀려오는 가운데 성수동 만의 고유함을 지켜내며 ‘동네에서 환영받는 집’으로 거듭난 노부부의 ‘3/1(일삶)빌딩’ 이야기를 소수건축사사무소의 고석홍, 김미희 소장에게 들어본다.

 

ⓒKyung Roh

 

집 이름이 ‘3/1(일삶)빌딩’이예요. 어떤 의미인가요?

‘3/1(일삶)빌딩’은 필로티인 1층을 제외한 2~4층의 저층부는 근린생활시설, 5~7층의 고층부는 임대용 원룸 6세대와 건축주의 집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즉 저층부는 누군가의 일터가 있고 고층부는 누군가의 집이 있는, 일과 삶이 공존하는 집인 거죠. 일을 1로 표현하고, 삶을 3으로 재미있게 표현한 거예요. 또 집의 형태가 3/1과 같은 가분수이기도 하고요. (웃음)

‘3/1(일삶)빌딩’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성격의 공간이 공존한다. ⓒSOSU ARCHITECTS
저층부는 근린생활시설, 고층부는 주거시설로 구성된 일과 삶이 공존하는 집 ⓒSOSU ARCHITECTS

 

고층부는 전부 원룸인데, 성수동에 원룸 수요가 많은가요?

보통 건축주들이 신축할 때 초기 투자비를 임대 가구의 전세금으로 충당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에요. 때문에 임대 가구를 얼마큼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죠. 건축주와 함께 주거 형태에 관한 수요 조사를 했을 때 원룸이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처음에는 원룸 6세대로 할지, 투룸 4세대로 할지 두 가지 대안을 놓고 검토했었죠. 하지만 결국 주차 대수가 계획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었어요. 1층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계단실과 엘리베이터 부분을 제외하면 대지가 워낙 좁아서 가능한 주차대수는 최대 5대더라고요. 그래서 주차대수를 5대만 확보하면서 임대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이 원룸이었어요. 현행 법규상 원룸은 가구당 주차대수가 0.5대면 되거든요. 

 

5~6층 원룸 평면도 ⓒSOSU ARCHITECTS
빌트인 가구 설치로 효율적인 공간활용이 돋보이는 원룸 ⓒKyung Roh

 

어떤 아이디어로 설계를 진행하셨어요?

성수동은 참 독특한 동네예요. 특히 ‘3/1(일삶)빌딩’이 있는 골목은 겉으로는 전형적인 주택가처럼 보이지만 준공업지역이라 주거지역에서 적용받는 법규와는 전혀 다른 법규가 적용되고 있죠.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잘 활용해서 건물을 지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또 이 골목을 개발하는 예를 보여주는 선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조금은 있었고요. (웃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좁은 4m 도로가 이 건물로 인해 삭막해지거나 답답해지지 않으면서도 동네의 맥락을 유지하고 특유의 분위기를 잃지 않도록 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 시발점이 저층부에 대한 생각이었죠. 이 높은 건물이 들어섰을 때 어떻게 하면 예전 느낌 그대로 가져가면서 더 쾌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건물의 밀도를 세밀하게 조정했고, 건물의 저층부를 최대한 비워서 가로에서 느끼는 밀도를 낮추기로 했죠. 도시와 동네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도로 같은 인프라 시설은 그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건물을 지을 때 건축가가 그런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층부를 최대한 비워 가로에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도록 했다. ⓒKyung Roh
ⓒKyung Roh

 

초기 계획안에는 발코니가 있어요. 현재의 모습과 사뭇 다른데요.

근처 주택들이 가로를 향해 발코니를 가지고 있어요. 사람들이 그 발코니에 나와 있는 모습이 동네 특징이랄까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발코니를 통해 주변 주택과 가로의 모습을 서로 연결하고 싶었어요. 물론 외부공간을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죠. 그렇게 옛 모습을 이어가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법규 상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서 포기했어요. 원래 발코니는 건축 면적에 속하지 않는데 완공 후 이를 불법으로 개조해 내부 공간처럼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구청과 협의하던 중 발코니 때문에 건축심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서 마음을 접었죠. 그러다 새롭게 찾은 대안이 현재 모습이에요. 길에 접하는 저층부를 과감히 비워 동네 광장처럼 보이게 하자는 아이디어였습니다.

 

초기 계획안 ⓒSOSU ARCHITECTS
근처 집에는 층마다 발코니가 존재한다. ⓒSOSU ARCHITECTS

 

건물 형태가 독특해요. 거꾸로 뒤집은 3단 케이크 느낌인데, 진짜 이름처럼 ‘가분수’네요.

2~4층 근린생활시설 중에서 2층이 가장 임대료가 높거든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층이 가장 면적이 작아요. 어떤 의미로선 건축주가 대단한 결심을 해주셨기 때문에 이런 과감한 시도가 가능했죠. 건물 형태를 가분수로 만들게 된 건 동네와 가로의 환경에 대한 고민 때문이예요. 너무 높이 올라가는 것에 대한 반감을 줄이고자 저층부를 비운 겁니다. 주변의 대부분이 주거시설이라서 그들로부터 물리적인 거리를 조금이나마 넓혀주는 방법이기도 했고요. 건축주가 이 동네에서 계속 살아오셨고 앞으로도 살아가실 거기 때문에 장소에 대한 애착이 많이 반영된 것 같아요. 내가 짓는 건물 때문에 동네 사람이 피해를 보거나 동네 분위기를 헤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거예요. 그리고 저런 독특한 형태가 단순히 형태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거나 건축가의 의도가 반영되었다기보다는 동네의 맥락에 맞춰 필연적으로 계획한 것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요.

 

ⓒKyung Roh
ⓒKyung Roh
ⓒKyung Roh
입면 다이어그램 ⓒSOSU ARCHITECTS

 

7층 건물인데 1층이 비어있어도 구조적으로 안전한가요? 

1층에 주차를 위해 최대한 공간을 확보해야 했어요.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편심 코어’를 적용했죠. 계단실과 엘리베이터를 대지 중심에 두지 않고 가장자리에 두는 건데요. 덕분에 지상층을 넓게 확보했고 2~4층의 근린생활시설도 기둥이나 벽으로 막히지 않아 시원하고 온전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근린생활시설을 트인 공간으로 만들자는 건 건축주의 요구사항이기도 했어요. 그래야 임대가 잘 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1층이 비워진 필로티 형태의 건물에 편심 코어를 적용하는 것이 이제는 힘들어졌어요. 한쪽에 치우쳐 있는 코어 때문에 불안해지는 구조를 제대로 푸는 게 쉽지 않아서인지 서울시에서 요즘 편심 코어를 지양하길 권장하고 있거든요. 철근도 많이 필요하고 시공도 어려워서 공사비가 증가하기도 하고요. 1층에 있는 비정형의 ‘ㄱ’자 기둥도 사실 안정적인 구조를 위해 존재하는 거랍니다.  

 

편심 코어를 적용해 1층의 주차대수를 최대한 확보했다. ⓒSOSU ARCHITECTS
ⓒKyung Roh
기둥이나 벽으로 막힘이 없는 온전한 공간으로 설계한 3층 근린생활시설 ⓒSOSU ARCHITECTS

 

큰 상업 건물에 주로 쓰이는 BIM*을 이번 설계에 활용한 것도 흥미로워요.

기술적으로 어려운 구조를 풀어내는데 BIM이 품질 확보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BIM 프로그램을 활용해 설계한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요. 시공사는 현장에서 구조상 간섭이 있는 부분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고, 건축주와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도 아주 좋아요. 건축주가 궁금해하는 모든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거든요. 공사에 필요한 물량을 예측해 시공사 선정 시 견적을 비교할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 설계를 할 때, 창문 하나를 변경했다고 쳐요. 기존 캐드 프로그램을 통한 설계 방식은 일일이 모든 도면에 그 창문이 변경된 내용을 입력해야 해요.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하면 분명 놓치는 부분들이 생길 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BIM은 그 변경된 사항을 세세하게 잡아내기 때문에 아주 섬세한 접근이 가능하죠.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란? 3차원 정보 모델을 기반으로 시설물의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하는 모든 정보를 통합하여 활용이 가능하도록 시설물의 형상, 속성 등을 정보로 표현한 디지털 모형을 뜻한다. 기획, 설계, 시공, 유지관리 단계의 사업정보 통합관리를 통해, 설계 품질 및 생산성 향상, 시공오차 최소화, 체계적 유지관리가 가능하다.


 

Revit 프로그램을 활용해 설계했다. ⓒSOSU ARCHITECTS

 

성수동의 특징 중 하나가 벽돌 건물인데, 3/1빌딩도 붉은 벽돌로 지었네요.

‘3/1(일삶)빌딩’은 건축주에게 편히 쉴 수 있는 ‘집’이기도 하지만 임대를 위한 ‘상품’이 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이걸 잘 팔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사람들이 성수동을 찾는 이유를 생각해봤죠. 성수동의 매력은 공장 지대 특유의 투박하고 터프한 느낌이 남아있다는 점이거든요. 가장 ‘성수동’ 다운 건물을 위해 저희가 제안한 게 바로 재료였어요. 성수동에는 준공업지역의 역사를 담고 있어 철거가 불가능한 건물이 몇 군데 있어요. 지역적인 의미가 커서 보존 가치가 있기 때문에 구청에서 지정한 창고, 공장 같은 곳인데, 그게 다 벽돌 건물이에요. 성동구가 특히 지역의 가치를 살리고 유지하는 데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건축심의 과정에서 빨간 벽돌을 권장하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저희는 심의도 단번에 통과했어요. (웃음)

 

성수동에는 유난히 벽돌 건물이 많다. ⓒSOSU ARCHITECTS
벽돌로 지은 ‘3/1(일삶)빌딩’ ⓒKyung Roh

 

7층짜리 벽돌 건물인데 신기하게 가벼운 느낌이에요.

아마 벽돌을 엇갈리게 비워 쌓아 그럴 거에요. 근린생활시설은 창문이 많고 개방감이 클수록 임대에 유리해요. 그래서 처음에는 내부 공간의 개방감을 극대화하려고 커튼월(통유리벽)로 계획했어요. 근데 주변이 다 주택이라 근린생활시설과 주변 주택 간에 시선이 오고 가는 것에 대한 민원이 많았어요. 늦은 밤까지 불이 켜 있으면 민폐기도 하고요.그래서 일단 커튼월을 세운 후 그 바깥 부분에 벽돌을 비워 쌓는 방법으로 차단막을 만들었어요. 사생활 보호라는 아주 기능적인 이유 때문이었죠. 

 

커튼월 바깥에 벽돌을 비워 쌓아 프라이버시 문제를 해결했다. ⓒKyung Roh
천장을 지탱하는 보를 없애는 공법을 적용해 더욱 트인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Kyung Roh

 

그렇게 기능적으로 접근해 주변의 환경에 대응하는 방법이 가져다 준 이점도 있었는데요. 벽돌 덕분에 여름에는 햇빛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서 실내 냉방을 상대적으로 적게 해도 괜찮아요. 그리고 벽돌을 비워 쌓았기 때문에 내부로 빛이 들어오는 모습이 꽤나 멋스러워서 일부러 치장하거나 꾸미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공간이 연출되기도 하죠. 그래서 완공하기도 전에 사진 스튜디오가 미리 공간을 채갔다고 해요. (웃음) 그리고 천장을 지탱하는 보를 없애는 공법을 적용해 특별한 마감 없이 골조 그대로 깨끗하게 남겨 내부를 최대한 트인 상태로 두려고 노력했어요.

 

ⓒKyung 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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