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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을 편히 드러내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요.”

[people] 스타일리스트 김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홈퍼니싱
ⓒBRIQUE Magazine
인터뷰. 전종현 편집위원 사진. 최진보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대표.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 대중성으로 막강한 팬덤을 자랑하는 그가 홈퍼니싱 분야에서도 남다른 식견을 갖고 있는지 아시는지. 최근 ‘나인원 한남’으로 주거지를 옮긴 그는 가구와 조명, 소품에 이르기까지 홈퍼니싱을 주도, 독창적인 스타일로 인테리어를 완성해 관심을 모으고 있죠. 집을 꾸미고 사랑하는 데 집중하는 그에게 좋은 홈퍼니싱은 어떤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스타일리스트 김우리 대표 ⓒBRIQUE Magazine

 

올해 초에 이사를 하신 걸로 알아요. 새로운 환경에 노출된 지 3개월이 훌쩍 넘었는데 영향을 꽤 받으셨겠어요.

저는 집의 환경에서 새로움이 연출된다고 믿어요. 살다 보니, 평생 살 집을 선택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만해도 평생 살려고 13년 전에 집을 마련했거든요. 근데 새집으로 이사를 왔죠. 15년 융자라 아직도 2년 융자가 남아있어요. 보통 남자들은 사회생활하면서 평생 살 집 한 채 마련하는 걸 중시하는데, 그렇게 해서 자식 다 키우고 보니까 삶이 달라지네요.

아이들에게 전념하던 시간, 부부간에 전념하는 시간 등 각자의 상황에 적합하게 환경을 바꿔야 해요. 이번에 이사한 것도 ‘한 집에 오래 머무르지 말자’는 계획의 일환이에요. 지금 집에서 얼마나 오래 살지 저희도 모르거든요. 어느 정도 살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기존과 다른 삶을 영위해 보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새로운 환경은 삶에 엄청난 변화를 주거든요.

 

집의 지리적인 위치가 바뀌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테리어를 새로 하고, 가구를 장만하는 등 집 내부에 변화를 주며 생동감을 유지하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정말 그래요. 인테리어가 선사하는 삶의 질이란 엄청나죠. 보통 남자들이 소파 바꾼다고 기분이 확 좋아지는 것 같지는 않고요. 하하.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감성에 맞추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봐요. 저희 와이프만 해도 주로 생활권이 집 안이니까 가구를 바꾸려고 할 때 어떤 브랜드,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 그녀에게 위임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저희가 특정 브랜드를 따지지는 않아요. 매장에 가서 앉아보고 체험하면서 느낌이 좋으면 저렴한 브랜드라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거든요. 특히 큰 가구가 아니더라도 소파나 쿠션의 커버, 각종 소품 등 포인트가 될 만한 부분을 바꾸면 집이 새롭게 변하면서 자기 스트레스가 풀린다 하더라고요. 더불어 꼭 구매를 하지 않아도 새로운 걸 보고 만족하는 윈도쇼핑에 대한 마음을 이해하는 터라 저도 맞춰서 행동하고 있어요. (웃음)

 

대표님은 스타일리스트로 유명하시잖아요. 세련된 감각과 트렌드를 보는 눈이 필요한 직종인데 집 인테리어, 가구, 소품을 바꾸는 데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아내 취향에 맞춘다고 하셨지만 대표님 느낌으로 꾸미고 싶은 욕망은 어떻게 절제하시죠?

저희는 이미 다 절충이 된 상태에요. 동선에 따라 스타일링을 함께 하는데 무조건 아내의 느낌만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식구 네 명이 모여서 가장 합리적인 스타일을 서로 제안하면서 협업한다고 봐야죠. 공간을 보고 여기에 어떤 소파를 놔야 할까 고민할 때 누군가 골라놓은 게 과도하게 비싸다면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죠. 누구는 개성 넘치는 물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얘기를 다 들어보면서 가족 의견을 수렴해요.

 

ⓒBRIQUE Magazine

 

그래도 대표님이 주로 쓰는 공간에는 특유의 감각이 녹아나지 않을까요?

개별 활동을 위한 공간이 넉넉히 존재할 만큼 집이 운동장처럼 크진 않답니다. 하하. 그러려면 족히 100평은 넘어야 할 거예요. 집에서 저와 관련된 주요 공간은 침실, 서재, 거실 정도예요. 부엌과 딸 둘 방은 제가 건드리면 안 되고요. 그나마 침실에서 제일 오래 머물지만 아내와 저는 지금까지 각 방을 쓴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늘 한 침대에서 잤죠. 아내가 책을 좋아해서 서재도 훨씬 자주 이용하고요. 100평이 넘으면 공간 하나가 똑 분리돼서 저만의 공간이 있을 텐데 4인 가구 기준으로 보통의 집에서 가장의 공간이란 건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특히 저처럼 같이 사는 가족이 모두 여자일 경우 남자의 공간을 말하려면 사실 저 혼자 살아야죠. 그래서 각 가정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공간의 모습도 완전히 달라진다고 생각하는 거랍니다. 덧붙여서 저랑 아내는 스타일링 방법이 달라요. 저는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예전에는 최대한 빨리 세팅을 한 번에 싹 바꿔야 마음이 편했어요. 반면에 아내는 가구 하나를 바꿀 때도, 한 번 보고, 두 달 있다 또 보고, 세 달 있다 또 보면서 구매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구가 바로 집에 오지 않고 몇 달 지나서 들어와도 이젠 신경 쓰이지 않아요.

 

그럼 집 내부 환경을 조성할 때 시간이 좀 걸리시겠어요.

살아보니까 급하게 마음먹고 세팅을 하면 꼭 후회를 하게 돼요. ‘아, 그때 이거 하지 말걸, 저거 하지 말걸, 좀 더 좋은 걸로 놓을 걸 그랬나?’ 하면서 돈이 이중으로 드는 거죠. 게다가 요즘은 스타일링을 자주 바꾸는 흐름이 생기면서 보다 합리적인 제품을 찾게 돼요. 계속 바꿔야 하니까 비싼 거 하나 사서 계속 쓰기보단 ‘이걸 사서 얼마나 쓰면 괜찮으려나’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전에 살던 집은 세팅 끝내는 데 1년이 넘게 걸렸어요.

인테리어 공사를 했는데 반 년 지나서 공간이 익숙해졌다고 다시 뜯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죠. 대신 가구나 소품을 바꾸면서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즐겨요. 주변 지인들 보면 처음에 비싼 거 엄청 쟁여놓고 나중에 다 후회해요. 몇 천만 원짜리 가구 사면서 너무 좋다며 평생 쓸 거라고 하던 사람도 막상 나중에 모임에서 얘기해보면 ‘이걸 왜 다 샀을까, 중고로 팔기도 힘든데 어쩌지’ 이렇게 말해요. 옷보다 주기만 느릴 뿐이지 리빙 쪽도 신상품이 계속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옷 갈아입듯 집도 갈아입히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거죠. (웃음)

 

김우리 대표가 자택에 있는 침대와 같은 제품이라며 사용 모습을 연출했다. ⓒBRIQUE Magazine

 

이번 집은 인테리어 측면에서 기존 집과 어떻게 다르게 접근하셨나요?

젊었을 때는 남에게 보이는 집, 예쁘게 꾸민 집이 좋았는데 지금은 편안하고 공간마다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아이들 키울 때만 해도 주방이 편안하지 않았어요. 저희 딸들이 모두 발레를 했거든요. 발레에는 식단 관리가 필수라서 한 끼 때우고 말고 이런 식이라 주방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어요. 그래서 이번에 이사하면서 주방을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죠. 원래 설치돼있던 제품들이 다들 유명 브랜드라서 굳이 바꿀 필요는 없었지만 저희가 원하는 스타일과 맞지 않는 건 제거하고 다른 제품을 설치했어요. 멋있는 주방보다는 앉았을 때 편안한 분위기가 감싸는 곳이었으면 해서 원목을 이용했죠. 그 위의 조명은 다른 조명으로 교체해서 자연적이고 평온한 느낌을 집중적으로 끌어냈고요. 이번에 블링 블링은 자제했어요.

근데 제가 인테리어를 하면서 늘 답답했던 게 인테리어 디자이너 분들이 대부분 주방에 관심이 없으세요. 집에서 생활하는 와이프에게 욕실과 주방은 정말 중요한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키친 바의 높이나 콘센트 구멍 위치나 이런 거에 민감한데, 전문가들은 아직도 옛날 기준을 적용하려고 해요. 그래서 좀 바꿔달라고 하면 ‘원래 이렇게 안 해요’란 말이 나와서 속상해요. 자기 고집이 있는 건 이해하지만 그래도 실제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서 고민을 해주셔야 하는데 고집을 계속 부리셔서 전에 살던 곳을 조성할 때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여러 번 바꿨어요.

 

말씀을 들어 보니 집 내부의 환경을 만드는 데 굉장히 적극적이고 실질적으로 접근하시는 것 같아요. 공간을 실제로 사용하고 가꾸는 사람이라는 게 마음으로 와닿아요.

유명한 인테리어 디자이너 분들은 자꾸 트렌드를 말하세요. ‘요즘 그런 거는 안 해요, 요즘은 조명도 이렇게 해야 해요.’라는 말을 계속 들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와 와이프는 전문가인데 왜 전문적인 기질이 부족해 보이는지 고민에 빠지게 되죠. 만약 사용자가 어떤 조명이 싫다고 하면,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듣고 왜 이 조명을 싫어할까 분석한 뒤에 이 집주인의 기준은 이런가 보다 생각하면서 알맞은 대안을 제안해야 하는데 너무 본인들 의견만 앞세우는 터라 저희 라이프스타일을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 때가 종종 있어요.

게다가 본인들이 관심 있는 부분에 강하고 관심 없는 부분은 신경을 아예 안 써서 아까 말한 주방 같은 경우에는 단점이 극명하게 보여요. 실제 손이 닿는 부분의 디테일은 고려하지 않고 마치 페어에 나오는 공간처럼 만드시더라고요. 겉모습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주방은 무수히 사용하는 공간이라 내부 수납공간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근데 저희가 어떻게 주방을 쓰는지 묻지도 않고 그냥 내부 수납공간을 세 개로 나눈 후에 알아서 쓰라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서 결국 저번 집은 아예 기능 별로 파티션을 다 나눈 후 그걸 손으로 그려서 건넸어요.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쉬운 점. 무조건 비싼 게 좋다며 권하는 분들이 계세요. 저는 옷 추천할 때 비싼 게 좋다며 강요하지 않아요. 자기한테 잘 맞는 게 명품이거든요. 집도 보이는 것보다 실질적인 내면을 탄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사용자의 성격에 맞게 집이 변하지 않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김 대표님 인스타그램 팔로워라고 말씀드렸잖아요. 18만 ‘인친’ 중에 한 명입니다. 하하. 이사 간 집에 ILVA 제품이 많다고 알고 있어요. 근데 포스팅에서 발견하려면 매의 눈이 필요하더군요. 브랜드 홍보대사지만 대놓고 내보이기보단 일상 풍경에 녹아있어서 그런가 봐요. 가구나 소품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시죠?

옮긴 집이 좀 특이한 곳이라 홈퍼니싱을 어떻게 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문의가 와요. 게시물에 ILVA라고 태그까지 걸어놨는데… 저는 자발적인 궁금증이 무척 중요하다고 봐요. 제가 만약 ILVA 홍보대사라고 하면서 제품을 소개하면 대중은 갖고 싶지 않을걸요? 저만해도 제 지인이 올린 사진에서 마음에 드는 걸 발견하면 바로 물어보거나 혹시 태그가 달리지 않았는지 확인하면서 적극적으로 알아봐요. 사람들은 일단 갖고 싶은 마음이 들면 어떻게든 찾아내더라고요.

소파 같은 가구는 쉽게 바꾸는 물건이 아니에요. 한번 보고 훅 빠져서 사는 게 아니라 정확한 계획 하에 구매가 이루어지죠. 이사를 가거나 인테리어를 하거나 소파를 바꿀 때가 됐거나. 이미 마음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려놓고 이 정도 예산을 써야겠다 정해놓은 상태여야 필요한 정보가 궁금해져요. 제가 ILVA 제품을 인스타그램에 올린다고 한들 질문은 많지만 막상 사는 사람은 극히 드물어요. 잠깐 오는 마음의 변화에 가깝거든요. 진짜 사고 싶은 사람들은 매장에 가서 물건을 확인하죠.

지인들에게 ILVA를 알려주면 엄청 좋아해요. 왜냐하면 가격이랑 퀄리티랑 동시에 만족시키는 브랜드가 진짜 드물거든요. 여기 소파가 3~4백만 원 정도 하는데,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브랜드 제품은 형태가 좋으면 패브릭이 마음에 안 들고, 패브릭이 좋으면 형태가 좀 애매하고 뭔가 하나가 꼭 아쉬워요. 이런 건 스스로 집을 세팅하는 사람들에게 엄청나게 예민한 이슈에요. 주변에 감각 좋은 지인들이 물어본다는 것만으로도 ILVA 제품에 대한 검증은 어느 정도 끝난 거 같아요.

 

ⓒBRIQUE Magazine

 

인스타그램을 유심히 살펴보니 각 콘텐츠마다 대표님 고유의 맛이 있더라고요. 정제되지 않고 재미나고 친근한 느낌이랄까. 근데 실제로 뵈니 인스타그램에서 느껴지는 모습과는 너무 다르게 조용하셔서 인터뷰가 잘 되고 있는 건가 걱정이 들었어요.

제가 뭐 그렇게 시끄러운 사람은 아니에요.(웃음) 지금은 인터뷰 시간인데 격없이 행동할 수는 없죠. 하지만 콘텐츠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 과거와 현재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곳이니까 좀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죠. 현실과 콘텐츠의 경계를 잘 즐기는 타입이라고 생각해요. 세상 사람 누구나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있거든요. 하지만 타인의 시선 때문에 가리거나, 숨기는 경우가 많죠.

저는 제 자신을 최대한 감추지 않는 공간을 찾아서 제 스타일대로 만들어놓고 많은 분들이 호응하고 공감하는 게 참 좋아요. 김우리의 공간에 온 순간만큼은 다들 솔직해져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남 모르는 속사정을 풀고 가는 거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치는 대나무 숲이랄까요. 동시에 그분들을 보면서 저도 계속 배우고 성장해요.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행복해지고, 걱정 있는 분들을 보면 어떻게 위로할 수 있나 고민하죠. 특히 자녀 문제에 있어서 방향성을 잃은 분들에게 저희 얘기를 해주면 도움이 될 때가 꽤 있어요. 부모가 자식을 위해 희생할 수 있지만, 자식이 부모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믿거든요.

 

대표님은 식구들이랑 격의 없이 지내시는 것 같아요. 비결이 뭐죠?

진실게임이요. (웃음) 비밀을 털어놓는다기보다 서로 살면서 인지하지 못한 것들, 서운했던 것들에 관해 얘기를 나눠요. 아이들 입장에서는 부모가 별말 없이 내뱉은 말이 알게 모르게 상처로 남을 수 있고, 동시에 아이들이 편하게 던진 말에 부모는 섭섭하게 느낄 때가 있거든요. 바라보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점을 주고받다 보니 의외로 많은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정말 의외로요.

딸 둘이 다들 연애를 하니까 남자친구들도 집에 와서 같이 얘기를 나눌 때도 있고요. 어떻게 슬기롭게 연애할지 조언을 하는 거죠. 근데 부모 입장이 아니라 인생 선배 입장에서 말해야 해요. 부모가 되면 ‘안 된다’라는 말밖에 하지 않잖아요. 하하.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하니 서로 몰랐던 이야기를 진중하게 나누게 되죠. 근데 사실 저도 적응이 잘 안되긴 해요. 긴가 아닌가 늘 헷갈리죠. 집에 저 빼고 다들 여자니까 이렇게 얘기하면서 제가 배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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