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커다란 행복

[People] 그 시절 우리가 바랐던 집, '오카 드 코히' 건축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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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장경림  사진. 최진보, 송인탁  자료. 디자인오

 

건축주 이성식, 임정희 씨는 6살인 딸 시아와 함께 살고 있는 젊은 부부다. 주말이면 성식 씨는 아내를 도와 카페 직원이 되기도 하고, 친구와 가족을 불러 카페와 집에서 여가를 즐기는 단란한 일상을 꾸리고 있다. 두 사람이 들려준 삶의 지향점과 따뜻한 대화는 그들의 작은 집과 무척 닮아 있었다.

 

(왼쪽부터) 건축주 이성식 씨와 딸 시아, 임정희 씨 ⓒBRIQUE Magazine

 

결혼 전 두 분이 도쿄에서 몇 년간 거주하셨다고요.

임정희 워킹홀리데이 붐이 일어나던 시기였어요. 저희도 타국에서 살아 보자는 생각으로 유학을 떠났죠. 처음엔 영어권 국가로 준비를 했는데 더 익숙한 나라를 찾던 중 일본으로 결정했어요. 남편이 일본 유학을 먼저 떠났고, 저는 1년 뒤에 시작했죠. 남편은 3년, 저는 2년 정도 도쿄에서 살았네요.

이성식 한국에서 늘 똑같은 동네만 보고, 비슷한 생활 방식으로만 살다가 타국에서 살아보니 견문이 넓어지더군요. 도쿄에서 살며 평소 누리던 일상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점이 눈에 보였어요.

 

어떤 점이 인상 깊으셨나요?

임정희 지인과의 대화나 일본식 집, 자주 갔던 카페가 기억에 남아요. 특히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면 마음의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모토가 그때 생겼죠. 유학 생활 중 만난 지인 중엔 부모님 세대도 있었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와 수다 떨듯 대화가 잘 통하는 분이었죠. ‘나이 들면 저렇게 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또 몇 년간 일본에서 살아 보니 생활 속에서 절약을 지향하고, 대체로 소박한 게 인상 깊었어요. 한국에서 협소주택을 짓게 된 데도 영향을 받았겠군요.

이성식 일본은 집값이 비싸요. 그 덕분인지 몰라도 검소한 문화를 갖고 있더라고요. 누가 보면 구두쇠 같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웃음) 그렇지만 새로운 문화를 접하면서 와닿는 부분이 많았어요. 특히 작은 땅에 지은 아기자기한 협소주택의 모습에 흥미를 갖게 됐죠.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집을 짓기 전에도 조그맣게 세 식구만 살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큰 땅으로 알아보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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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살기 전에는 어떤 곳에 사셨어요?

임정희 둘 다 어렸을 때부터 아파트에서 생활해 왔고, 딸 시아를 임신했을 때도 아파트에서 신혼 생활 중이었죠. 그때 위층에 아이들이 살았는데요. 층간소음을 직접 겪어보니까 힘들고, 우리 가족도 나중에 이웃에게 피해를 줄 수 있겠더라고요. 또 아파트는 겉에 아무리 페인트를 칠하고, 리모델링해도 근본적인 공간 구조를 바꾸기 어렵잖아요. 차라리 주택을 지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고칠 수 있고, 뜯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식으로 생각하니 어느 순간 주택을 지어 살고 싶더라고요.

이성식 전세로 아파트에 살다 보니 2년마다 오르는 가격도 무시 못 했어요. 2011년에 결혼해 인천 청라신도시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땐 유령 도시처럼 사람도 얼마 없고, 집값도 그리 비싸지 않은 동네였는데 2년마다 전세가 몇천만 원씩 뛰었어요. 고작 2년 사이에 감당하기 어렵더군요. 이럴 거면 집을 직접 지어보는 게 어떨까 싶었어요.

 

ⓒIntak Song

 

어떤 집을 짓고 싶으셔서 디자인오를 선택하셨나요?

임정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유행을 타지 않는 집이요. 물건을 샀던 경험에 비춰보면 비싸고 좋은 물건을 사기 전에 가성비를 따져 값싼 물건을 고르는 단계를 누구나 겪게 되죠. 대체재로 산 물건은 금방 낡아 버리게 되니, 저는 더 좋은 물건을 사야 결국 만족이 되더라고요. 하나를 사도 고심해서 고르고, 마음에 드는 선택을 해야 오랜 시간 아껴 쓰게 된다는 걸 알았어요. 집도 마찬가지예요. 협소주택을 짓는다고 하면 저예산에 값싼 자재로 최고의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저희는 이왕 집을 짓는다면 좋은 자재를 고르고, 훗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만족스러운 집을 짓기 위해 고심했어요. 설계와 디자인을 맡은 디자인오의 작업을 평소 지켜보고 있었어요. 우리 집을 맡기면 몇 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막상 짓겠다고 생각하니 떠오르는 곳이 여기밖에 없었죠. (웃음) 집이 너무 차갑지 않으면서 깔끔하고 따뜻하길 바랐어요. 카페도 나무와 패브릭보단, 나무와 유리를 써서 도시적이고 간결하길 원했고···. 유학 시절 좋아했던 카페가 딱 여기와 비슷해요.

이성식 금방 더러워지는 자재보단 외관과 내부 모두 관리하기 쉽고, 청소가 용이해서 오래갈 수 있는 자재가 좋겠더라고요. 층고도 높게 부탁드렸어요. 옆집이 4층이고, 이 집은 3층 건물인데 높이가 같아요. 그만큼 층마다 천장이 높은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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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시절의 기억이 카페를 운영하는 데 영향을 미쳤군요.

임정희 원래 카페에 가는 걸 좋아하고, 오래전부터 직접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히 했어요. 그러다 도쿄에서 생활하며 1층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위층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종종 봤어요. 영감을 많이 받았고, 도쿄에서 경험한 문화 덕분에 그 꿈이 확고해졌죠. 제가 카페를 운영한다면 임대를 놓기 위한 상가 말고, 가정집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가게였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요. 그래서 1층에는 카페를 열고, 2~3층에는 우리 가족이 살아 보자는 계획을 갖게 됐죠.

 

‘오카 드 코히’라는 이름은 어떤 뜻인가요?

임정희 언덕이 일본어로 ‘오카おか’예요. 건물이 언덕에 있으니까 ‘언덕의 커피’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일본어로 쓰자면 ‘오카 노 코히 おかのコーヒー’지만 지인이 프랑스어 조사 ‘de’를 제안해서 넣었어요. 일본 유학 생활 추억을 떠올리며, 한국에서 잠시나마 외국으로 놀러 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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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주거 지역 안쪽에 있어 손님이 찾기 어려울 수도 있을 텐데, 많이들 찾아오시더라고요. (웃음)

이성식 카페가 있는 줄 모를 수 있는 위치죠. (웃음) 주로 사진을 보고 찾아와주시는 분이 많아요. 젊은 층이 주로 오고, 실제로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 사람들도 많이 방문하세요. 이 주변은 아파트 단지도 없고, 오래전부터 살고 있던 어르신이 많은 동네예요. 그렇다 보니 타지역에서 오는 분의 비율이 더 높죠.

임정희 멀리까지 찾아와주시는 게 참 감사하죠. 지금까지 손님 때문에 힘든 점은 딱히 없었어요. 단골도 많이 생기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어요. 동인천 곳곳에 카페가 많이 생기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여길 찾아오시는 걸 보면 뿌듯하기도 하고요.

 

집과 같은 건물에서 일하는 생활에 불편함은 없으세요?

임정희 정말 좋아요. 한 건물에 집도 있고, 직장도 있는 셈인데 일석이조예요. 출퇴근이 짧아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웃음) 출퇴근이 편하고 아이가 있다 보니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좋아요. 가끔 휴무일을 모르고 찾아오시면 죄송해서 마음이 쓰이긴 하지만요. 카페가 바쁠 땐 부모님이 오셔서 아이랑 놀아주시기도 하고, 여러모로 제겐 장점이 많네요.

이성식 주말에는 아내가 혼자 일하기엔 벅찰 때가 많아요. 제가 내려가 직원으로 일하기도 하고. (웃음) 메인 디저트가 수플레 팬케이크예요. 미리 만들어 두는 게 아니라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하나씩 공들여 만드는 디저트다 보니 손이 부족할 때가 많아서 내려가 돕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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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두 분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나 라이프스타일이 어떤가요?

임정희 간소한 삶을 지향해요. 생활에서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고, 옷이나 물건, 냉장고 정리도 자주 하려고 노력하죠. 도쿄에서 생활하며 얻은 깨달음 중 하나예요.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1인 가구를 위한 간편 식품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물건이나 재료를 살 때 단위가 큰 편이더라고요. 그런 점이 아쉬워요. 지금은 시아의 장난감이 많아져 저희를 ‘맥시멀리스트’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웃음) 집 자체의 면적이 크지 않아도 불편함은 없어요. 층이 나뉘어 있을 뿐이지 필요한 공간도 다 있어요. 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세 식구가 살기에 적당해요.

 

어린 아이를 위해 집 안에서 고려한 부분도 있었나요?

임정희 언젠가 아이도 큰다는 걸 먼저 생각했어요. 안전장치를 영구적으로 만들기보다는 떼고 붙일 수 있는 것으로 사용했죠. 지금은 같이 자고 있지만, 언젠가 따로 자야 하니까 방 위치도 미리 고려했어요. 뭐든지 너무 어린 나이에 맞추지 않으려 했죠. 얌전한 성향이라 크고 난 뒤를 먼저 생각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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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식구가 집에서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은 어디인가요?

이성식 저는 평일에 직장을 다니고, 아내가 주말에 바쁘다 보니 집에서 같이 쉴 시간이 별로 없어요. 세 식구가 모이면 거의 주방이나 거실에서 이야기해요.

임정희 오래 머무는 건 아니지만, 화장실을 갈 때마다 기분 좋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신경 썼어요. 다른 카페에 방문했을 때 화장실이 사용하기 불편하거나 지저분하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더라고요. 집에서는 화장실을 건식으로 요청했어요. 화장실과 샤워실 둘 다 작은 공간이지만 생활하기엔 더 편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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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내내 두 분이 집에 애정이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어요. (웃음) 언제 가장 만족스러우세요?

이성식 친구들을 불러 마음껏 놀 수 있을 때요. 소음 걱정에서 벗어났어요. 지금은 코로나19로 모여서 놀기 어려워졌지만, 이 집을 짓고 지인과 모임을 자주 했어요. 저희는 홈 파티를 좋아해요. 동네 이웃들도 초대해서 식사하고, 고등학교 친구들도 주변에 살다 보니 집에서 자주 모였어요. 밤늦게까지 놀아도 피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그 점이 참 좋아요.

임정희 시아 친구들을 부를 때도 걱정이 덜 되죠. 예전엔 아래층에 피해를 끼칠까봐 염려를 많이 했거든요. 또 지인뿐만 아니라 손님과도 친해져서 자주 놀러오세요. 1층엔 카페가 있고, 위에 집이 있다 보니까 지금껏 하지 못했던 경험을 많이 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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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소주택을 지으려는 예비 건축주에게 조언해주신다면.

이성식 양날의 검과 같아요. 좋은 점이 있지만, 불편한 점도 물론 생길 거예요. 다만 건물의 주변 환경이 주택을 짓기에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그 어려움이 확실히 감소하겠죠. 만족과 불만족의 경계선에서 본인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우면 되는 거라 생각해요. 요즘 집과 관련된 TV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누구나 작은 집을 지어 미니멀리스트로 살 수 있다’는 꿈을 심어주기도 해요. 하지만 막상 집을 짓게 되면 챙길 것도 많고, 아무리 저예산으로 잡아도 비용적인 부분을 무시하지 못하죠. 저희에게도 비용은 무시 못 할 부분이지만, 한 번 짓는 집이니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 신중히 고려하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갔어요.

임정희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잘해 보자’는 생각이 둘 다 있었죠. 저희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계획을 앞당긴 경우예요. 아이에게 편안한 주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주택을 짓고 살아가는 게 최종 목표 중 하나라면 빨리 저질러 보자는 생각도 있었고요. (웃음)

 

먼 훗날, 이 집이 가족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이성식 첫사랑? 첫 연애? (웃음) 집을 지을 때 서툰 게 참 많았어요. 아내는 다음에 집을 짓는다면 더 잘 지을 수 있겠다는 말도 해요. 땅을 사는 법도 잘 몰랐고, 부동산에 서로 먼저 들어가라며 쭈뼛대기도 했죠. 진짜 집을 지어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어요. 뭐든지 처음이었고, 설렘 반, 두려움 반의 마음으로 짓다 보니 이런 표현이 생각나네요. 결과적으로는 잘 돼서 다행이에요.

임정희 저는 반대로 안정감요. (웃음) 우리 가족의 생활에 맞춰 만든 집이라 혹여라도 나중에 여기서 다른 사람이 살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해요.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커온 집이니 가족의 추억도 많이 담겨 있어요. 일본에서 생활했을 때부터 막연하게 생각했던 삶의 모습을 실현하게 된 건데, 지금 생각하면 이 집을 짓고 일어난 모든 일이 신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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