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가까이, 그보다는 멀리

[People] 두 부부가 말하는 굽은집과 갈래집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경섭  사진. 최진보  자료. 에이라운드 건축 a round architects

 

장마가 시작될 무렵 양평에 위치한 신화리 주택을 찾았다. 방혜현·정관호 부부, 이유진·황재우 부부와 함께 굽은집 응접실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부부의 동갑내기 아들 아일과 시유는 집 주변에서 채 마르지 않은 흙을 밟으며 놀고 있었다. 흙을 뚫고 나오는 새싹 같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배경으로, 두 부부가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또 신화리 주택에서 살아가며 품고 있는 이야기를 청했다.

 

(왼쪽부터) 정관호·방혜현 부부, 황재우·이유진 부부 ©BRIQUE Magazine

 

올 초에 이사 오셨으니 신화리 주택에서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하고 계시네요.

이유진 올해 1월에 이사를 왔으니까, 눈 오는 모습부터 여름 장마까지 보고 있네요. 눈 내릴 때는 되게 적막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또 달라요.
방혜현 이사를 막 왔을 때는 겨울이기도 했지만, 조경이 안 되어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웃음) 봄에 조경 작업이 끝나고, 여름을 맞으면서 집과 정원이 청록색으로 물들었는데 참 좋아요. 가을에는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어요.

 

하시는 일이 비슷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이유진 저와 남편인 재우 씨는 ‘어쩌면 잘’이라는 아동복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방혜현 저도 ‘하트에잇’이라는 아동복 브랜드를 운영 중인데,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어요. 관호씨는 SPC그룹에 재직 중이고요.
정관호 네 명 중 유일하게 서울로 출퇴근을 하고 있어요. (웃음)

 

두 부부가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BRIQUE Magazine

 

두 가족 모두 오랜 기간 대전에서 살았다고 알고 있는데요. 함께 양평에 집을 짓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황재우 원래 저랑 혜현 씨가 대학교 같은 과 동기였어요. 저와 아내 그리고 혜현 씨는 대학교 때부터 친한 사이였죠.
정관호 유진 씨랑 재우 씨가 먼저 같이 양평에 가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어요.
방혜현 저희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고 첫 아이를 가졌거든요.
이유진 사실 저와 재우 씨는 예전부터 단독 주택에서 사는 게 꿈이었어요. 어디에 집을 짓든 지역은 상관없었어요. 마침 친한 친구가 양평이 좋을 것 같다고 추천해서 양평에 관심을 가지게 됐던 거예요. 만일 다른 지역을 추천받았다면 그곳으로 갔겠죠. (웃음) 혜현 씨와 관호 씨에게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본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이었어요. 시유와 아일이는 태어나자마자 쭉 붙어 자랐거든요. 문득 이사를 하게 되면 시유가 아일이를 많이 그리워할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시유가 아일이가 자기 마음을 가장 잘 알아준다고 한 적이 있을 정도거든요.
정관호 아일이가 자라면서 둘째 이새를 가지게 되었어요. 이새가 태어난 후에 아내가 다시 일을 시작했죠. 그러면서 저희 역시 어느 지역에 살든 상관이 없어진 면이 있어요. 요즘 양평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양평으로 온 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대도시에서 조금 떨어지는 것만으로도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있거든요. 일단 집과 집 사이에 충분한 거리가 있잖아요. 주변의 많은 분들이 집에 관해 이야기를 할 때 주로 투자 가치에 대해 말해요. 어디가 집값이 오른다더라는 이야기가 주로 오가죠. 도시의 각박함에 이런 생각도 포함되는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집은 삶을 사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방혜현 제가 결정을 가장 늦게 내렸어요. 한 달 정도 고민한 것 같아요. 사실 아예 다른 도시로 이사하는 것치고 한 달이면 짧게 고민한 편이죠. 남편과 친구들이 워낙 빨리 결정한 거죠. 셋이서 압박을 어찌나 하던지. (웃음)

 

아일과 시유가 굽은집 침실에서 놀고 있다.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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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으로 이사를 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시유, 아일, 이새가 자유롭게 자라길 바라서였다고 들었어요.

황재우 저희 넷 모두 시골에서 자랐어요. 저는 경기도 연천군이 고향인데, 어렸을 때 기억이 정말 행복한 추억이거든요. 시유도 자연 속에서 자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자연을 관찰하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너무 신기한 일이 된 시대잖아요.
정관호 오면서 보셨겠지만, 오늘 아일이와 시유가 신은 장화를 신고 있잖아요. 요즘 걔들 필수품이에요. 매일 같이 흙을 밟고 놀거든요. (웃음)

 

아일과 시유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시점에 양평으로 이사 왔는데요. 요즘 어떻게 지내나요?

이유진 요즘 시유는 이사 와서 곤충이랑 개구리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좋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요. 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면서, 이곳에 사는 게 아이들한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도시에 있는 아이들은 밖에 나가기가 힘들잖아요.
정관호 아일이도 비슷해요. 이곳에 오고 난 뒤부터 부쩍 저나 아내에게 이것 좀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주변이 얼마나 신기하겠어요. 시유랑 다른 점은 곤충을 만지고 싶어 하지는 않아요. 떨어져서 구경하는 것만 좋아해요. 성격 차이죠. (웃음)
방혜현 아파트에서 지낼 땐, 주말이 되면 아이들이 오늘은 어디 가냐고 물었어요. 요즘은 질문이 바뀌었어요. 밖에 나가도 되느냐고 물은 다음에 자기들끼리 나가 놀아요.

 

신화리 주택 ©BRIQUE Magazine

 

에이라운드건축 박창현 소장님과 처음 만난 날 바로 설계를 의뢰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방혜현 제가 이새를 임신하고 만삭이던 시기였을 거예요. 2018년 8월이었는데 엄청 더운 날이었어요. 아마 날이 더워서 결정이 더 빨랐던 것 같아요. (웃음)
이유진 소장님을 만나기 전에 이미 에이라운드건축 포트폴리오를 다 찾아봤어요. 해오신 작업이 정말 마음에 들더라고요. 상담을 마치고 대전에 내려가기 전에 식사하는데, 굳이 계약서를 쓰러 다시 올라올 날짜를 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황재우 소장님에게 설계를 의뢰하기 전인 2018년 7월쯤 양평에 땅을 미리 사둔 상황이었어요.
이유진 땅을 산 것도 결정이 되게 빨랐어요. 보통 땅을 여기저기 많이 본다고들 하는데, 저희는 처음 본 땅을 샀어요. 날을 잡고 하루 동안 여러 땅을 몰아 봤는데, 처음 온 곳인 여기가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사실 땅의 정확한 모양은 나중에야 알았어요. (웃음)
황재우 저희가 바라던 부분이 잘 갖춰져 있긴 했어요. 일단 주변에 마을이 어느 정도 형성이 되어 있을뿐더러, 마을 초입과도 거리가 있어서 독립적인 위치에 있는 땅이었거든요.
정관호 학교가 바로 앞에 있어요. 아이들이 자랄 환경에 대한 고려 때문에 양평에 온 게 컸는데, 아이들 걸음걸이로도 5분이면 학교에 걸어갈 수 있더라고요. 저도 어렸을 때 과수원 길을 따라 학교를 걸어 다녔는데, 딱 그런 느낌의 길이더라고요.

 

©BRIQUE Magazine

 

에이라운드건축에서 네 분께 제안했던 초창기 설계안 두 가지를 직접 보고 왔는데요.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어요.

이유진 지금 굽은집과 갈래집으로 이뤄진 신화리 주택의 모습이 마음에 무척 들긴 하지만, 다른 안도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일단 모양새가 범상치 않았거든요.
황재우 첫 번째 안은 전체 주택이 두 개로 나누어져 있지만, 두 번째 안은 대지 위에 여러 개의 실이 나누어진 형태였어요. 하나의 지붕 아래 있지만, 실에서 실로 이동하려면 외부로 나가야 하는 구조였죠. 재미있는 모델이라 끌리긴 했는데, 현실적인 상황을 따져 봤을 때 첫 번째 안이 선택된 거죠. (웃음)
정관호 소장님과 만나고 난 뒤 집에 대해 넷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먼저 두 집이 각기 다른 집이지만 연속성이 있으면 좋겠더라고요. 밖에서 보면 한 집처럼 보이는 거죠. 또 멋이라는 게 상투적인 멋은 아니었으면 싶었어요. 펜스를 낮게 두어도 외부와 자연스레 구분되었으면 좋겠다는 것도 있었네요.
방혜현 자연과 집이 이어지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으려면 무척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옥상과 마당에서 아이가 소풍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싶었죠.
정관호 소장님께서 이런 희망 사항을 듣고 난 뒤에 alt 1과 alt 2를 보여주신 거예요.

 

alt 1(좌)과 alt 2 컨셉트를 담은 모형 ©BRIQUE Magazine

 

alt 1을 선택하시긴 했지만, 굽은집과 갈래집도 특이한 형태의 집인 것 같습니다. 일단 전체적인 매스에서 직각을 찾아보기 힘들잖아요. 처음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이유진 집을 설계할 때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되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황재우 같이 집을 짓기로 하고, 여러 사례를 찾아봤어요. 실제 지어진 집도 많이 살펴봤고요. 하나의 땅에 두 개의 집을 어떻게 지을지 생각해봤을 때, 막연히 나란히 있는 모습 정도로만 상상했거든요. 사실 그런 건 재미가 없긴 하잖아요. 새로 집을 짓는 의미를 살리려면 새로운 시도를 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관호 처음에 소장님이 땅 모양새가 흥미롭다고 하시더라고요. 땅의 생김새를 최대한 살려서 설계해주신 것 같아요. 가끔 지나가던 이웃 주민들 중에는 땅 모양대로 집을 지었다고 신기해하는 분들도 있어요.
황재우 굽은집이랑 갈래집에 각각 누가 살지는 카카오톡 사다리 타기로 정했어요. (웃음) 어느 집에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거든요.

 

보통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더 맞는 집을 택하려고 고민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사다리 타기는 예상하지 못한 방법이네요.

이유진 조금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집에 맞춰 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집마다 장단점은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정관호 설계가 끝나고, 집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굽은집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눈이 가기는 하더라고요. 제가 귀가 되게 얇거든요. (웃음) 집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각 집이 가진 멋스러움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설계안이 확정되고 소장님이 저희한테 그러시더라고요. 지금부터 두 집의 건축 과정이 갈라지는 거라고요. 굽은집의 메인은 내부 중정이고, 갈래집의 메인은 천창이 될 거라고 하셨어요.

 

갈래집 거실과 천창 ©BRIQUE Magazine

 

각자 살 집이 정해지고 세부적인 요소를 정하게 되면서, 두 가족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이야기되기 시작했을 것 같습니다.

황재우 아내 이야기처럼 조금 불편한 건 충분히 맞춰 살 수 있잖아요. 불편하다는 건 익숙하지 않아서인데, 살다 보면 적응되어서 괜찮아지기도 하고요. 저희는 굽은집이 멋있는 집이 되기를 바랐어요. 보여지는 부분 이상으로 멋이 있는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진 그래서 침실 앞 내부 중정과 천창, 부엌 앞 통창이 저희에게는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황재우 2층 소재도 아내랑 많이 고민한 부분 중 하나였어요. 집이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이잖아요. 똑같이 가는 것보다 원목 느낌을 살리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방혜현 디자인이야 에이라운드에서 워낙 잘해주시리라 생각이 되어서, 실용적인 부분에 대해 주로 말씀드렸어요. 그래서 소장님께 갈래집에 수납공간이 많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죠. 또 아이가 둘이다 보니까 집이 통해 있어, 중앙인 거실에 있으면 모든 곳에 시선이 미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정관호 아이들이 어리다 보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으면, 걱정되더라고요. 아내 작업실이 필요해서 2층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그러고 보니까 수납이 정말 중요했어요. (웃음) 빛도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시간에 따라 바뀌는 햇볕을 모두 느끼고 싶었거든요. 창과 출입문을 동향, 남향, 서향에 모두 두어서 집에 있는 날이면 다양한 빛을 누릴 수 있어요.

 

굽은집  중정 ©BRIQUE Magazine

 

신화리 주택의 큰 특징 중 하나가 링크 스페이스인데요. 지난 몇 달간 직접 사용해 본 소감이 궁금합니다. 급수와 배수를 위한 공간인 부엌이나 화장실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이 유동적으로 하나가 되기도, 나누어지기도 한다는 개념이 되게 특이했어요.

이유진 가끔이긴 하지만 살다 보면 집 구조를 바꿀 일이 있긴 하잖아요. 쓰기 나름이겠지만, 저는 판과 문을 이용해서 공간을 나누거나 합칠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아이 친구들은 무척 좋아해요. 미로 같다고요.
방혜현 처음에는 조금 어리둥절하긴 했어요. (웃음) 집에 놀러 온 분들도 많이들 신기해하시죠. 지금은 상황에 따라서 공간을 다양하게 바꿔 사용해요. 문을 어떻게 여닫는지에 따라 가지각색의 공간이 만들어져요.
이유진 이사 올 때 되게 웃겼던 일이 있었는데, 이삿짐센터 직원들이 공간에 짐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 가늠을 못 하시더라고요. 벽인 줄 알았던 판이 움직여서 문이 되기도 하니까요. 결국 짐만 옮겨주시고 정리는 저희가 전부 다 했죠. 개인적으로 아이가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데 이런 집 구조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게 있다고 봐요.

 

굽은집 링크 스페이스 ©BRIQUE Magazine
굽은집 링크 스페이스 ©BRIQUE Magazine
갈래집 링크 스페이스 ©BRIQUE Magazine
갈래집 링크 스페이스 ©BRIQUE Magazine

 

굽은집과 갈래집 내부 공간은 벽(판)을 마 소재의 텍스쳐로 마감했다고 들었습니다.

황재우 박창현 소장님이 제안해주신 부분이에요. 제주도에 있는 한 호텔이 이런 식으로 내부 공간 벽에 염색한 마 텍스쳐를 씌었는데, 되게 멋있더라고요.
이유진 두 가족 모두 패브릭 관련 일을 하고 있어서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정관호 처음에는 손때가 잘 타는 게 신경 쓰이긴 했는데요. 지금은 시간의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웃음)

 

신화리 주택 ©BRIQUE Magazine

 

신화리 주택은 마운딩 조성이나 수종 선정 등 조경 면에서도 많은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정관호 박창현 소장님이 전체적인 콘셉트와 방향성을 계획하신 뒤, 안마당더랩이라는 조경 업체와 함께 진행하셨어요. 창에서 보이는 풍경을 어떻게 연출할지, 바깥에서 조경이 어떻게 집과 어우러지게 할지 고민을 많이 해주셨어요. 나무를 바꾸거나 다시 심기도 하시면서요.
황재우 마운딩을 만들어주셔서 펜스를 설치하지 않아도 집의 영역이 구분되도록 해주셨어요. 아이들의 놀이 장소로 쓰이고 있기도 해요. (웃음)
방혜현 조경 이후에 집이 확 살아난 느낌이에요. 신화리 주택을 지으면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가 조경을 전문적으로 한 일인 것 같아요. 박창현 소장님과 안마당더랩 대표님들의 노고 덕분이죠.
정관호 올해 5월 중순에 비가 꽤 많이 온 적이 있잖아요. 그때 꽃봉오리가 터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깨달았어요. 새싹과 꽃봉오리가 정말 터지듯이 피어나더라고요. 집이 살아있다는 걸 느꼈죠.

 

갈래집 거실에서 정관호 씨(좌)와 방혜현 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BRIQUE Magazine

 

각자의 집에서 살고 계시지만, 함께 지내고 있는 사이잖아요. 이웃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거리감을 서로 유지하고 계시는데 어떠신가요?

이유진 저나 혜현 씨 모두 기본적으로 개인주의자예요. 각자 어떤 지점에서 존중과 배려가 필요한지 잘 알고 있는 사이죠. 집이 붙어있으니까 항상 서로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각자의 집과 영역이 있는 거니까요. 어울릴 때는 스스럼 없이 어울리고요. 아무래도 오래 봐 온 덕분에 서로를 어려워하지 않아서, 이런 관계가 가능한 것 같아요.
방혜현 맞아요. 그 덕분에 오랫동안 관계가 유지됐다고 생각해요. 오해가 없는 사이이거든요. 내가 이런 행동을 하면 저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는 일이 거의 없어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높으니까요. 각자 생활을 존중하는 가운데, 자연스레 교감이 이어지는 거죠.
이유진 규칙이나 약속을 정하고 지내거나 만나지는 않아요. 오늘 고기를 구워 먹을까 싶었는데, 마당에서 마주치면 물어보는 거죠. 오늘 같이 저녁 먹자고요. 자연스럽게 동선이 겹쳐서 생기는 좋은 점 같아요.
정관호 서로 배려한다는 사실이 전제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눈치를 본다는 말이 나쁜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족끼리도 가끔 싸우잖아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배려가 없어서 갈등이 생기는 일이 잦거든요. 하물며 혈연이 아닌 관계를 유지하려면 더 열심히 배려하고 존중해야죠.

 

갈래집 2층 ©BRIQUE Magazine

 

굽은집과 갈래집에서 살면서 발견한 의외의 디테일이나 좋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이런 걸 좋아했다고 깨닫게 된 것도 있지 않을까 싶고요.

이유진 집에서 하늘이 잘 보여요. 천창도 있고, 부엌에 통창도 있어서요. 늘 보고 있는 건 아니지만, 문득 고개를 들었다가 하늘을 보게 되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지붕 선이 조형적이어서 내부 천장에서 생겨나는 선의 변화나 그림자의 모습도 좋고요. 안방 침대 바로 위에 천창이 있는데, 아침이 되면 자연스레 눈이 떠져요. 빛이 쏟아 들어 오거든요. 늘 좋은 건 아니긴 하지만요. (웃음)
황재우 가끔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밤에 시유랑 침대에 누워서 천창을 올려다보는데, 하늘에 별이 가득해요. 그런 순간이 정말 좋더라고요.
방혜현 일상에서는 크게 인식하지 않다가, 내가 사는 집의 공간감이 눈에 확 들어올 때가 있어요. 눈에 들어오는 게 아파트와는 딴판이거든요. 눈을 둘 곳이 많아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풍경도 그렇고요.
정관호 갈래집 침실은 벽이 사선 방향으로 집 안으로 들어와 있어요. 바깥 공간은 그만큼 여유 공간이 있는 구조인데, 거기에서 의자와 스토브를 가져다 놓고 휴식 공간으로 쓰고 있어요. 이사 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쓰일지 몰랐는데, 지금은 저만의 공간이 되었죠. 거기서 주변 경관을 보고 있으면, 별다른 걸 하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BRIQUE Magazine

 

신화리 주택, 굽은집과 갈래집에서의 일상이 어떻게 흘러가기를 바라시나요?

이유진 양평으로 이사하자고 결정했을 때,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됐어요.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요.
황재우 이곳에 와서 아내와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이 정말 편해졌어요. 미래를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히 계획하는 일은 불가능하잖아요. 막연한 기대이지만 지금처럼 지내면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끼리 대화도 한층 많아지면서 함께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거든요.
정관호 집이 다 지어지고 이사 와서 마당 흙을 한 움큼 쥐어 만지는데, 느낌이 참 이상하더라고요. 내 흙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어요. 아파트에 살 때는 내 흙이라는 게 있을 수가 없잖아요. 다 콘크리트이거나 시멘트이니까요. 아내 뿐만 아니라, 유진 씨와 재우 씨가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삶이 한층 다채로워진 것 같아요. 누군가와 집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한다는 건 참 많은 변화를 가능케 하는 일인 것 같아요.
방혜현 작은 규모지만 텃밭에 여러 작물을 심었어요. 상추, 애호박, 방울토마토, 대파 같은 것들인데, 쑥쑥 자라더라고요. 벌써 조금 수확해 본 것도 있고요. 이런 것들이 일상에 활력을 주는 것 같아요. 기대감을 품게 하기도 하고요.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지 텃밭을 가꾸는 마음으로 기대 중이에요.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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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리 주택’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4

*책 자세히 보기           https://brique.co/book/brique-vol-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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