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공간이 삶을 바꾼다

[Story] 코사이어티 - 라이프스타일 크리에이티브 기업 ‘언맷피플’ #3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지일  사진. 이동웅  자료. 언맷피플

 

글 싣는 순서 

 

언맷피플은 건축 기획, 설계, 운영에 걸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티브 기업을 지향한다. 20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된 언맷피플은 세분화된 업무 분담을 통해 ‘좋은 공간이 삶을 바꾼다’는 기업 철학을 실현시켜 나간다. 인터뷰를 진행한 언맷피플의 권효윤 디렉터는 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한 디자이너로, 공간 디자인과 건축설계, 다른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 프로젝트의 매니징을 담당한다. 그는 업무를 하면서 느껴지는 답답함을 해소 혹은 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주변에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빌리지의 디자인을 위해 실제로 다양한 환경에서의 워케이션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빌리지 디자인에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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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사이어티 빌리지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과정이 궁금합니다.
코사이어티는 도심과 거점으로 구분해 접근하고 있어요. 도심에서는 라운지를 매개로 다양한 시설군에 접목될 수 있는 모델을 지향하고 있고, 지방 거점에서는 워케이션을 콘셉트로 라운지에 주택이나 스테이를 접목시키는 모델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방 거점에서는 ‘빌리지’라는 아이덴티티를 부여하게 된 거죠. 사실 이 프로젝트는 5년 전에 현 부지에 단독주택 단지의 디자인을 의뢰받으면서 시작됐어요. 디자인과 단지 조성에 대한 허가를 받으면서 일단락되었던 상태였죠. 이후 코사이어티 브랜드가 론칭하게 되었고 지방 거점에 대한 니즈가 있었던 저희와 제주 클라이언트가 단지 콘셉트에 대한 사업적 니즈와 가치 지향점을 공감하여, 저희가 이 사이트를 운영하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된 것이 운영 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의외의 시작점이네요.
현재 빌리지의 모습은 코사이어티에서 사업적으로 검토했던 여러 선택지 중 하나였어요. 숙박 시설은 물론, 기존 기획안 그대로 단독주택을 분양하는 내용도 있었고, 한 달 살기나 워케이션 수요를 수용하는 장기 숙박 프로그램까지 다양했죠. 이를 모두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검토했어요. 지금의 코사이어티도 추후 비슷한 유형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고려했고요. 스테이라는 고정된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겠다고 결정하지 않고 10년 후, 혹은 그 이후에 또 다른 형태나 프로그램으로도 운영될 수 있도록 유연하고 가변적으로 계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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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라는 개념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처음에는 레지던스와 스테이 구분 없이 주택 용도의 건물 12채와 지금은 프라이빗 라운지라고 불리는 커뮤니티 시설 1채가 계획되었어요. 오랜 옛날 물이 있는 곳에서 마을이 시작되었듯이, 본래 우물이 있던 자리에 지어진 커뮤니티 시설에는 문화를 나누고 향유할 수 있는 빌리지의 핵심 역할을 부여하고자 했습니다.

 

코사이어티 서울숲점은 공유, 빌리지는 숙박과 휴식에 기반을 두고 있죠. 분명 다른 프로그램이지만 그것을 아우르는 공통된 개념이 있을 것 같아요.
공통된 개념보다는 공통된 무드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 같아요. 성수동은 서울숲, 뚝섬역 인근의 상권, 연무장길로 인해 사람들로 번잡하면서도 오가는 차도 많은 밀도 높은 지역이에요. 코사이어티 서울숲점은 이런 복잡함에서 한발 벗어날 수 있는 곳이에요. 기다란 진입로를 통해 공간으로 들어설 때의 기대감 같은 정제된 감정이나, 밀도 높은 곳에서 조용한 곳으로 변화되는 공간감, 도심 속에서 갑자기 불쑥 나타난 정원 등 공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여유와 콘텐츠를 통해 무형의 영감을 얻어가길 기대했어요. 빌리지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속세를 벗어난 일종의 자발적 고립이죠. 이곳에 머무는 동안 계속 대자연과 마주하고, 탁 트인 대지를 걷고 사색하며 머릿속을 환기하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죠. 개인이 재충전이나 리셋을 하는 데 공간이 도움이 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이곳의 슬로건도 ‘Work & Rest with Inspiration’이고요.

 

표제어인 ‘Work & Rest with Inspiration’의 이야기를 해보면, Rest와 Inspiration의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Work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했었습니다. 작은 단독주택 1층 주방의 커다란 식탁에서 밥을 먹고 일도 하곤 했어요.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작은 유채꽃밭이 보였는데 그것만으로 엄청난 힐링이 되더라고요. 그 풍경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보곤 했어요. 근처 전통시장에서 5일장이 열리면 가보기도 하고요. 모두 ‘업무 시간’에 행했던 일들입니다. 스스로 정한 업무 시간에 따라 자유롭게 일을 하다 보니 생활에도 자유로움이 생기더군요.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고, 거기서 얻는 만족감이 컸습니다. 빌리지 방문객들도 그런 경험을 공유하길 바랐어요. 레지던스 같은 경우는 실제로 기업들의 워케이션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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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하셨지만, 빌리지를 형성하는 계획은 분명 쉽지 않은 도전인데요.
많이 힘들었어요. (웃음) 처음부터 모든 공간이 계획된 것은 아니었고 단계별로 진행됐죠.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스테이만 고려됐고, 라운지는 그 이후에 진행됐어요. 전체 상업 공간의 경우는 서울숲점의 구조와 유사하게 가져가려는 노력이 있었습니다. 특정한 목적을 부여하기보다는 하나의 공간 혹은 여러 공간에서, 가끔은 전체 공간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연한 배치를 계획했죠.

 

건물의 주요 언어나 콘셉트가 궁금합니다.
‘Work & Rest with Inspiration’ 같은 표제어는 있었지만, 단일한 공간 콘셉트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는 ‘빠르게 소비되지 않는 공간’에 대한 욕구가 있어요. 너무 개념적이거나 가벼운 인상을 주지 않으려고 했어요. 코사이어티는 지속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언제든 함께하고 싶은 편안함을 우선순위로 삼고 있습니다. 너무 제주답거나, 너무 감성적이거나 하는 식의 접근은 지양하고 제주도가 가진 풍부한 자연환경을 최대한 강조하고자 했어요. 자연과 잘 어우러지면서도 평온함이 느껴지는 스위스의 느낌과 절제된 아름다움과 모던함을 강조하는 일본의 느낌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절충이 된 것 같아요.

 

제주의 수많은 지역 중 송당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제주도는 바닷가 주변으로 발달되어 있어요. 마찬가지로 많은 관광지가 대부분 바닷가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고요. 반면 이곳 송당은 한라산 중턱에 위치해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곳입니다. 또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오름들 때문에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제주도의 풍경과는 약간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죠. 또 이곳은 지리적 특성상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인데, 비가 많이 오거나 습도가 높은 날에 인근의 숲의 짙은 녹음이 신비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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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공사를 진행해 특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공사 과정에서의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다만 건물의 자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죠. 본토와 동일한 자재를 사용하더라도 워낙 습한 날이 많다 보니 원목 자재를 많이 사용한 실내 공간에 특히 주의를 기울였죠. 벌레가 많고 바람도 많이 부는 곳이라 빈틈이 있으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기밀성 확보를 위해 좀 더 섬세한 시공을 해야 했어요.

 

‘제주다움’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특별히 제주라고 하는 지역성을 그대로 드러내려 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주변의 풍경 속에서 튀지 않고 조화롭게 보이려 집중했죠. 그래도 조경의 경우는 다른 부분에 비해 조금 더 신경을 쓴 것 같아요.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사용할 나무를 일일이 보러 다니지는 않았어요. 이전에는 조경 회사나 디자이너가 찍어서 보내준 사진만 보고 적합한 수종을 선정했다면, 제주의 경우 새롭게 조성할 조경이 심어진 그 공간이 쉽게 그려지지 않았어요. 수없이 많은 농장을 돌아다니며 그 대상이 왜 좋은지, 심을 수 없는 이유는 뭔지 등을 보고 듣다 보니 이해의 폭이 많이 넓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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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와 레지던스 건물은 하나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방사형으로 퍼져나가는 배치가 특징적인데, 어떤 의도인가요?
스테이의 경우 바로 앞 오름의 풍경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해 오름과 최대한 가깝게 배치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뒤에 있는 레지던스의 전망이 약간 가려지는 문제가 발생했어요. 그래서 멀리 보이지 않는 전경보다는 마치 한옥처럼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이기 위한 디자인 해법을 도출했죠. 스테이에서는 오름이 최대한 많이 보이도록 건물들을 교차 배치해 최종적인 형태로 도출했습니다.

 

반면 머무는 공간과 그 외의 공간은 명확한 분리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여요. 프로그램별로 기능을 통합하고 분리하는 기준이나 동선의 흐름 등은 어떻게 계획되었나요?
앞서 언급했듯 송당에 워낙 비가 많이 와요. 그래서 대지의 높이가 0이 아닌 0.6m 정도 올라간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높아진 일종의 ‘단’을 통해 건물들을 둘러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죠. 내부 공간으로만 이어지게 하기보다는 중간에 중정이나 작은 유리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정원이나 식재 등을 통해 내부와 외부를 오가는 실제적인 행위 이외에도 시선적인 교차를 유도했어요. 스테이에서 상업 시설로의 이동은 자유롭지만, 반대의 경우 갑자기 담을 세워 분리를 시킬 수는 없었죠. 적절히 통제하는 방법 이외의 건축적 해법은 생각하기 힘들었어요. 추후 어떤 프로그램으로든 다르게 사용될 수 있는 가변성을 가지게 된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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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보틀은 빌리지에서 아주 중요한 이웃인 것 같은데, 함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블루보틀과는 성수동에서부터 동네 이웃으로 좋은 인연을 맺고 있었어요. 코사이어티가 제주 송당리에 터를 잡고 건축 계획을 진행하는 시점에 때마침 블루보틀도 제주에 진출 계획을 가지고 장소를 물색하고 있었고, 그 시점과 추구하는 가치가 잘 맞아서 이웃의 연을 제주도까지 이어가게 되었죠. 블루보틀 역시 제주 로컬리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지고 있고, 공간과 브랜드 경험에 진심인 브랜드인만큼 빌리지 콘셉트와 추구하는 가치를 함께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블루보틀과 제주맥주 코너숍 이외에도 추가 예정인 다른 브랜드가 있나요?
현재 빌리지는 모든 공간을 오픈한 상태가 아니라 각 블록을 단계별로 나누어 오픈을 계획하고 있어요. 스테이나 레지던스의 경우 음식을 할 수 있는 주방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빌리지가 너무 외진 곳에 있다 보니 요리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오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블루보틀 옆 건물에는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블루보틀처럼 빌리지의 가치를 더욱 명확하게 해주면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좋은 레스토랑 브랜드를 이웃으로 모시고 싶어요. 현재 언맷피플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연을 맺은 여러 브랜드와 지속해서 교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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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공간의 ‘터널’을 지나 보이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의도된 연출인가요?
시퀀스를 갖게 하는 연출은 분명 의도한 부분이기는 합니다. 차량을 주차하고 숙소로 오는 그 길부터 라운지까지 쭉 연결되는 하나의 축으로 계획했어요. 거기에 우리가 브로콜리라 부르는 나무가 위치하고 있다는 것은 공사하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요. 라운지의 1층 출입문으로 들어가기 전 건물 너머로 광활한 잔디마당이 보이고, 통로를 지나 잔디마당으로 넘어가면 광활한 자연과 마주하게 돼요. 대자연 속에 서있는 그 순간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장소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멋집니다. 사실 스테이를 이용하는 고객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이기는 해요. 지금도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는 까닭에 전부 통제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는 것은 좋지만 훼손에 대한 우려도 있고, 스테이에 머무는 분들만이 누릴 수 있는 주요한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도 방문하는 하나의 목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곳은 온전히 스테이를 이용하는 분들만 향유하도록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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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를 통해 이용객에게 어떤 경험이나 가치를 전달하고자 하는지 궁금합니다.
온전한 고립이었으면 해요. 웅장한 대자연 앞에서 인간은 누구나 초라해지기 마련이죠. 그런 공간에서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유튜브, 넷플릭스를 보기보다는 대자연을 온전히 향유하면서 현재와 멀어지는 시간을 만끽해봤으면 해요. 직장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아침에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실 여유도 없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그런 여유를 가지면서 소소한 행동들을 통해 나의 삶을 지탱하는 혹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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