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와 커뮤니티가 만나야 하는 이유

[Interview] SK D&D 김도현 본부장이 말하는 삶과 삶이 마주하는 순간으로서의 주거
ⓒBRIQUE Magazine
에디터. 박경섭 자료. SK D&D

 

주거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SK D&D는 그 변화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SK D&D가 소셜 아파트먼트 ‘테이블t’able’에 이어 ‘에피소드 성수 101’을 선보였다. SK D&D에서 주거사업을 이끄는 김도현 본부장은 “에피소드는 주거 서비스 브랜드”라고 말한다. 새로운 주거 문화를 실험하고 전파하는 장(場)으로서의 에피소드를 탐구하기 위해 김도현 본부장에게 이야기를 청했다.

 

김도현 SK D&D 본부장 ⓒBRIQUE Magazine

 

‘집 생각뿐’인 브랜드가 한데 모였을 때

 

SK D&D의 주거 브랜드인 에피소드와 t’able 간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t’able은 엄밀한 의미에서 현재 SK D&D에서 시도하려 하는 주거 서비스 브랜드의 모습은 아니에요. 공유주거 공간을 시도하는 데 앞서, 몇 가지 도전과제를 테스트해보는 중간 단계에서 나온 공간이었죠. t’able과 달리 에피소드는 시작점부터 커뮤니티 기반의 주거 브랜드라는 명확한 방향성이 존재했어요. 에피소드는 t’able 이후에 온전한 주거 서비스 브랜드를 정립해보려는 결과물이에요. 다만 t’able을 통해 배운 점들이 에피소드에 많이 반영 되었어요. 커뮤니티 라운지 공간이 지역 주민과 외부 인원에게 개방한 점이 대표적이에요. 또 t’able에서 단기 거주와 풀 퍼니시드 시스템full furnished system에 대한 수요가 확실히 존재한다는 걸 확인했어요.

에피소드 성수 101은 오픈 당시, 이케아와 최중호 스튜디오와 협업한 점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기존 오피스텔 공간은 굉장히 전형적이잖아요. 모든 방이 비슷하게 생긴 탓에, 방 번호를 제외한 차이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예요. 거주자의 개성과 취향이 아니라 공간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인 거죠. 에피소드 공간 디자인의 핵심 과제는 전형성에서 벗어나는 거였어요. 에피소드 성수 101이 무엇보다 거주하는 분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이케아와 최중호 스튜디오와 협업을 결정한 건 그 때문이었죠.

 

에피소드 성수 101, 1층 무인마켓 ⓒSK D&D

 

두 브랜드와의 협업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케아는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브랜드예요. 상당히 높은 수준의 디자인이 가미된 제품을 대중화했잖아요. 2018년 가로수길에서 열린 이케아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팝업 스토어 입구에 ’75년째 집 생각뿐(75 years of Love for the Home)’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더라고요. 그 문장을 읽자마자 이케아라는 브랜드 안에 어떤 역량이 있을지 알고 싶어지는 거예요. 이케아가 협업을 많이 하는 브랜드는 아닌데, SK D&D 직원들의 노력으로 9층에 여섯 개의 이케아룸을 만들 수 있었어요.

최중호 스튜디오는 8층과 10층 룸 설계뿐만 아니라, 에피소드 성수 101의 전체적인 디자인 전략을 함께 수립했어요. 최중호 스튜디오는 산업 디자인 쪽에서도 작업을 해온터라, 기능 중심적이면서도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추구하는 곳이에요. t’able과 에피소드 모두 마스터 리스Master Lease(*이미 지어진 건물을 장기 임차한 뒤, 재임대하여 이익을 얻는 사업 방식) 를 도입한 소규모 주거 공간이다 보니까, 디자인 영역에서 커다란 시도를 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는데, 최중호 스튜디오 덕분에 세밀한 설계와 기획이 가능했죠.

 

에피소드 성수 101, 지하 1층 제로라운지 ⓒSK D&D

 

서비스로서의 주거, 변화하는 가치

패스트파이브·코오롱 등 많은 플레이어가 주택 시장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장 전망을 어떻게 내다보시나요.

도시생활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가 단절이라고 생각해요. 1인 가구가 늘어나고 가족 간 교류는 점점 줄어들고 있잖아요. 단절 문제가 점점 가속화되면서, 외로움과 스트레스는 증가하고 삶의 질은 떨어지는 거죠. 서구에서는 이런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공유주거가 많이 논의되어 왔어요. 최근 커뮤니티와 살롱 문화가 주목받는 현상은 단절 문제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에피소드를 비롯한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주택 시장에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고요.

사회 구조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소비 스타일의 변화도 주거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간 주택 시장은 사람들에게 그리 많은 선택지를 제공하지 않았어요. 동네를 제외하면 원룸·오피스텔·아파트·단독주택 중 어디서 살지 선택하는 게 고작이었어요. 소비자들은 선택의 폭을 넓히고 싶어 해요. 구독형 비즈니스, 체험과 경험 위주의 소비가 이슈가 되는 까닭 역시 그 때문이라고 봐요. 주택 시장도 바뀌어야죠. 개인이 어떤 삶을 살지 고민하는 데 주거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주거는 사는 곳으로서보다 부동산 가치 위주로 평가되어 왔잖아요. ‘좋은 집’이 특별한 가치를 담고 있는 곳이 아니라, 비싼 가격에 사고 팔리는 집을 이야기하는 단어로 쓰였고요. 주거 공간이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동안 삶의 맥락이 생겨나는 공간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핵심은 ‘사람들의 시간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느냐’인 것 같아요. 에피소드가 사는 곳을 넘어, 시간을 쓰는 장소로서 사람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SK D&D가 포착한 한국 주택 시장의 또 다른 문제도 있을까요?

미국이나 일본은 기업형 임대주택 시장이 큰 규모로 형성되어 있어요. 반면 한국의 주택 시장은 주로 개인 간의 거래로 돌아가죠. 개인 간 거래에 기반하다 보니까,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있어요. 일단 계약의 불안정성이죠. 집에 하자가 있는데 집주인에게 고쳐달라고 말을 하자니, 혹여 계약 연장이 거절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을 흔히들 겪잖아요. 임차인 입장에서 보자면 응당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보호받기가 힘든 거예요.
임대인 입장에서도 어려운 점이 많죠. 층간 소음이나 쓰레기 배출 문제를 놓고 세입자 간 문제가 생겨도, 보통 집주인이 서로 다르다 보니까 임대인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이에요. 주거의 질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문제인데도 말이죠. 기업형 임대주택은 기업이라는 강한 신뢰성을 가진 주체가 시스템을 통해 그런 문제들을 예방하고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전세 제도 때문에 기업형 임대주택 제도가 발달하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역사가 깊은 모델이에요. 에피소드는 단순 임대주택은 아니지만, 기업형 임대주택의 장점이 있죠.

 

에피소드 성수 101 출입구 ⓒSK D&D

 

사는 곳으로서의 커뮤니티, 만나는 곳으로서의 주거

에피소드가 지향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주거는 국내에서 생소한 모델인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 브랜드를 기획하는데 영감을 준 해외 사례나 브랜드가 있을까요?

벤치마킹 사례는 아니지만, 영국의 ‘더 콜렉티브 올드 오크The Collective Old Oak’에서 큰 시사점을 얻었어요. 올드 오크에는 546개의 방이 있는데, 각 방의 크기는 작은데 임대료가 상당히 비싸요. 그런데도 인기가 높아요. 올드 오크는 방이 작은 만큼 공유 공간을 키웠어요. 공유 공간에 커뮤니티 기반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채운 거예요. 사는 곳으로서의 주거 공간을 넘어서 삶의 교차점이 생기는 곳으로서의 주거 공간을 구현해낸 거죠.

에피소드의 커뮤니티 활동의 방향성은 무엇일까요?

에피소드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핵심은 강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타인과의 교류와 마찬가지로 혼자만의 고독도 삶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는 데 필요하잖아요. 내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서로 간의 교집합을 늘려가는 일이 커뮤니티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에피소드 커뮤니티를 통해 형성된 관계가 거주자분들의 삶에 새로운 선택지가 되기를 바라요. 일상에서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타인과 같이 경험함으로써 내일의 나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삶의 양식을 주거 공간에서 구현하는 일에 계속 도전해보고 싶어요.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조만간 내부 거주자분들 위주의 소규모 모임을 진행해보려고 해요. 이후에는 당초 기획했던 것처럼 헤이그라운드나 패스트파이브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성수동에 거주하는 주민분들도 참여할 수 있는 오픈형 커뮤니티로 발전시켜 봐야죠.

 

김도현 SK D&D 본부장 ⓒBRIQUE Magazine

 

사는 곳으로서의 에피소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으로서의 에피소드가 어떤 사람들이 머무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입주 상담을 진행할 때, 주거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거주자분들이 주거 공간을 내가 사는 곳이자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곳으로서 바라보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에피소드는 주거 공간이자 가치 지향적인 커뮤니티 공간이기도 하니까요. 입주율을 높이는 일 역시 중요하지만, 입주 상담을 받으러 내방하는 분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에피소드가 커뮤니티 공간과 합쳐진 곳이다 보니까 많이 낯설 수도 있어서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 드리려고 하는 편이기도 하고요. 새로운 경험을 갈망하거나, 조금 다른 가치를 지향하거나, 혹은 그냥 짧게 머물 공간을 찾고 있든, 주거 공간에 관한 고민이 있는 모든 분이 머무를 수 있는 곳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에피소드 성수 101, 96 ROOF BAR ⓒSK D&D
에피소드 성수 101 ⓒSK D&D

 


관련 기사 :

에피소드 성수 101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3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brique.co/book/brique-vol-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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