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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을 구합니다.”

[People] 세입자가 집주인을 모집하는 집, '풍년빌라' 사람들 이야기
ⓒBRIQUE Magazine
에디터. 김윤선  사진. 최진보

 

풍년빌라는 건축가 임태병과 그의 아내 류은희, 딸 임서현, 일러스트레이터 허현경, 드라마 작가 오수진, 김여진 부부, 세 가족이 모여 사는 집이다. 그들은 이십여 년간 이어온 인연을 바탕으로 함께 집을 짓게 된 지인 공동체이자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공유하는 취향 공동체다. 풍년빌라는 그들에게 원하는 삶의 무드를 지켜내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자 대안이다.

 

ⓒBRIQUE Magazine

 

이십여 년간 인연을 이어온 지인 공동체라고 들었어요.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하며 집까지 함께 지을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요?

류은희 제가 비하인드B-hind와 다방D’AVANT에서 매니저로 일을 했는데, 당시 현경이는 비하인드 초창기 때부터 오던 손님이었어요. 여진이는 다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학생이었고요. 여진이는 저희 집에서 살던 사라라는 친구의 선배이자 친구이기도 했죠.
임태병 몇 년 동안 저희 집에 방이 하나 비어서, 비하인드나 다방에서 일하던 친구들이 살곤 했어요. 일종의 하숙이죠. 그중에 한 명이 사라예요.
김여진 제가 학교에 다닐 때 그곳을 통해 두 분과 인연을 맺은 회화과, 예술학과 친구들이 제법 있었어요. 두 분이 홍대와 그 근처에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들의 커뮤니티 중심에 계셨죠. 사라는 예술학과였고, 저는 회화과와 예술학과를 복수전공했거든요. 그때가 2005년쯤이었으니까, 벌써 15년도 넘었네요. 아마 인연의 연결고리는 은희 언니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저와 친구들 모두 언니를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했거든요.
류은희 저는 냉한 사람이라, 잘 몰라요. (웃음) 제가 카페에서 꾸준히 일하고 있었으니까, 이 친구들이 잊지 않고 계속 찾아왔죠.
김여진 본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티 나지 않게 어려운 지점을 챙겨주는 사람이었어요. 20대 초반 힘든 시기를 겪은 친구들을 언니가 엄마처럼 보살펴주셨죠.

 

그렇게 이어온 인연으로 함께 집을 짓게 되셨군요. 이 집에 살기 전에는 어떤 집에 사셨나요?

김여진 저는 홍대 근처에서 오래 살다가 이 집에 오기 직전에는 직장 때문에 강남에서 잠깐 살았어요. 철거를 앞둔 아파트였는데, 값이 저렴해서 들어갔지만,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너무 추웠어요. 안과 밖이 다를 바가 없었죠. (웃음)
류은희 주로 일터가 있는 홍대 근처 상수동 등지에서 살았어요. 아파트에서도 살아보고, 단독주택도 경험했죠.

 

우리나라에서는 ‘내 집 마련’ 이란 단어가 거의 구호잖아요. 그런데 이 집은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 있어요. 사고방식이 좀 다르실 것 같은데, 집을 사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으세요?

류은희 남편은 기본적으로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에요. (웃음) 집을 왜 소유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상 얘기했거든요. 저는 사실 한편으로는 불안했죠. 주인이 있는 집에 세 들어 사니 못도 제대로 못 박고. 근데 아마 계속 그럴 거예요. 이 집 이후에 우린 어디로 가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임태병 1년 후도 모르는걸요. (웃음) 보통 전세나 월세 계약 기간이 2년 정도인데, 이 집에서는 10년이 보장됐으니 그런 면에서는 안정적이죠.
김여진 집을 산다는 건 너무 요원한 일로 느껴져요. 필요하지만 현실적이지는 않죠. 회사 다닐 때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나누는 대화 중에 가장 큰 이슈가 아파트 분양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분양을 받더라도, 제가 원하지 않는 장소 혹은 저와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동네로 가게 될 확률이 높더라고요. 그렇지만 홍대 쪽에 오래 살다 보니 이 동네의 분위기와 사람들 간의 교류를 포기하고 어디론가 간다는 게 상상이 잘 안되더군요. 저희 부부가 둘 다 현실적인 타입은 못 되는 탓이기도 하고요.
오수진 저희가 현실 감각이 좀 떨어져요. 미래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설계하는 그런 감각이 없어요. (웃음) 우리나라에서는 내 집 마련이 거의 삶의 목표가 되어버린 것 같아요. 제가 주택청약 통장이 있어서 매달 돈을 부었는데 문득,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이사를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몇 년 전에 통장을 깨서 여행을 다녀왔어요. 이건 가치관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김여진 남들이 보기엔 바보 같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안 되어있는 것처럼 보이겠죠. 그런데 저희의 현재 수입과 인생 패턴을 봤을 때 현실적으로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까 자문해보니, 냉정하게 판단하면 못 살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어디서, 어떤 형태로 살아야 이번 생을 만족스럽게 살 수 있을까 생각하니, 이렇게도 한번 살아보고 싶어졌어요.
오수진 자구책이죠. 저희 부부는 넉넉하게 출발하지 않았지만, 어떻게든 저희가 추구하는 좋은 무드가 있는 공간에 남아있고 싶은데, 집값은 계속 상승하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도모하면 그 삶의 무드를 지키는 게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게 된 게 형님(임태병) 이야기를 듣고부터였어요.
여진 처음에는 개념이 너무 어려웠어요. 우리가 조합을 만들어서, 서울시에서 융자를 받고, 초기 건축비 충당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1~2년 지나가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어요. 지금도 사람들에게 설명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요.

 

ⓒDonggyu Kim

 

삶의 방식과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는 집에 살기 위해 꽤 치열한 고민을 해오신 것 같아요.

오수진 처음에는 전세 보증금 등을 모아서 서울시에서 대출을 받고 공동명의의 땅을 사려고 했었어요.
임태병 그게 ‘어쩌다 집 협동조합’이에요. 주거가 불안정한 홍대 근처에 있는 지인들이 모여서 공동명의로 땅을 사고, 집을 지어 살기 위해 만든 협동조합이었죠.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그만큼 집은 너무 무거운 존재예요. 변곡점이 많은 만큼 우여곡절도 참 많았죠. 자구책을 마련해 나가면서 여러 시도를 해보던 중에 장기 점유라는 개념으로 선회를 해서 땅을 빌려줄 토지주를 찾다가, 운 좋게도 땅도 사고 건물까지 지어 줄 건축주를 만났고 결국 풍년빌라가 탄생했어요.

 

혈연관계가 아닌 타인과 함께 사는 공동체적 주택을 경험해보신 적 있나요?

임태병 저희는 아까 말했듯이, 6~7년 정도 하우스 셰어링을 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 방을 거쳐 간 친구는 두 명뿐이었지만, 그 둘로 인해 많은 친구가 저희 집에 드나들곤 했죠.
오수진 저희는 처음이에요.
류은희 그렇지만 이 집은 함께 산다고는 할 수 없어요. 같은 공간을 쓰는 게 아니라 각자의 집이 있고, 문을 닫으면 종일 안 볼 수도 있는 구조거든요. 각자의 생활이 더 우선되는 집이죠.
임태병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집에는 딱히 공유 공간이 없거든요. 계단과 같은 공용 공간이 있을 뿐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년빌라에는 각 집의 현관을 중심으로 거주자 모두에게 개방할 수 있는 독특한 공간이 있어요. 열면 한없이 열릴 수 있는 공간이랄까요.

오수진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굉장히 어색하고 낯설었어요. 생각보다 내 사생활이 더 많이 오픈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웃사촌 같은 분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생활을 가까이서 본다는 건 또 다른 얘기잖아요. 피자를 배달 시켜 먹으려고 해도 우리 집만 먹어도 되나? 상의해서 다 같이 먹자고 해야 하나? 그런 사소한 고민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웃음)
류은희 공감해요. (웃음)
오수진 살면서 점차 그 낯섦에서 오는 거부감이 조금씩 희석되었죠. 이제는 1층에 내려가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고, 제 공간이 조금 오픈돼도 크게 신경이 안 쓰여요. 그런 단계가 되니까 원래 저희 집은 3~4층이지만 그 공간 외에도 내가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건물 전체로 조금씩 확장되더라고요.
임태병 처음에는 당연히 새로운 구조니까 적응이 어려웠을 수도 있어요. 오늘 참석하지 못한 현경 씨는 2~3층에 혼자 거주하는데, 여기에 와서 무척 큰 안정감과 마음의 위안을 느낀대요. 그동안 원룸이나 다가구주택 등지에서 여자로서 혼자 살아가면서 항상 불안했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은 사실 아무리 문을 잘 잠근다고 해도 위험한 상황들이 많잖아요. 하지만 여기에서는 내가 아는 누군가와 필요할 때 함께할 수 있으니까. 문밖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죠.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저 역시 위안이 되더라고요.
김여진 현관이 확장된 느낌의 그 공간이 처음에는 되게 애매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저희가 반려견과 함께 살다 보니 예상치 못하게 아주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반려견 산책 전후에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개수대에서 간편하게 발도 씻길 수 있고요. 아파트에서는 항상 현관 공간이 너무 옹색했거든요. 여러모로 만족스러워요.
오수진 일 때문에 외부인이 방문했을 때 짧은 시간 미팅을 하기에도 좋더라고요. 한쪽에 탕비실이 갖춰져 있어서 간단하게 커피도 대접할 수 있죠. 완벽하게 집 안으로 들이는 게 아니니까 부담이 덜해요.
류은희 손님이 왔을 때 이런 구조가 특히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친척들도 집에 잘 방문을 안 하는데, 여기는 집이지만 집이 아닌 것 같은 중간적인 공간이라, 타인이 와도 서로 머무르는 데 훨씬 편안함을 느껴요. 더군다나 신발을 신고 들어오니까 훨씬 부담이 줄어드는 것 같아요.
임태병 그러고 보면 우리의 생활에서 침실과 거실 외에도 일정한 카테고리에 담을 수 없는 행위들이 많이 있죠. 그런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이 집에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되게 애매한 공간이지만 그러면서도 유용한 공간.
류은희 저희는 2층보다 1층에 있는 시간이 많아요.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내려와서 일 끝나고도 여기에서 한참 머물다가 잠을 잘 때야 올라가니까. 그 사이엔 거의 안 올라가요.
임태병 2층은 아주 개인적인 공간이니까 일이 끝나면 2층에서 쉬는 게 더 편할 것 같은데, 이제는 1층이 더 편해졌어요. 이 공간이 저희의 생활 패턴을 바꿨죠.

 

ⓒDonggyu Kim
ⓒDonggyu Kim
ⓒDonggyu Kim

 

가구마다 층별로 공간을 나누는 게 일반적인데, 풍년빌라에선 한 가구가 두 개 층을 쓰면서 서로 공간이 겹쳐져 있어요. 그래서 반듯한 공간이 없죠. 살아보니 어떠세요?

오수진 설계할 때 여러 가지 계획안이 있었어요. 한 가구가 한 층을 온전하게 사용하는 안도 있었고요. 저희가 다 같이 모여서 회의하고 조율하면서 현재 모습으로 확정 짓는 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죠. 물론 다분히 기획자와 건축가의 취지에 부합한 설계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요. (웃음)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거주자들이 층마다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가끔 마주 보는 세대와 나란히 문을 열어 놓고 있자면 같은 집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문 열면 바로 앞에서 설거지하고 있고. (웃음)
일동 (웃음)
김여진 과도기를 지나고 나니 지금은 그조차도 너무 자연스러워졌어요.

 

ⓒDonggyu Kim
ⓒDonggyu Kim

 

집을 지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나 요구 사항은 무엇이 있었나요?

류은희 주방에서 보통 싱크대 상부에 수납장을 설치하는데, 그걸 없애고 아래쪽에만 수납공간을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제가 키가 작아서 항상 상부 수납장 사용하기가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임태병 처음 계획안에서는 싱크대가 벽 쪽에 붙어 있었어요. 하지만 상부 수납장을 설치하지 않기로 하면서 큰 창이 있는 쪽에 싱크대를 두었죠. 그렇게 하면서 거실이 마당으로 확장된 느낌이 생겼어요.
류은희 그리고 세면대와 샤워실, 화장실 세 가지를 분리해달라고 했어요. 그래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도 있고, 화장실을 건식으로 관리할 수 있으니 한결 깨끗하거든요. 또 한 가지는 넉넉한 수납공간인데, 집이 크지 않아 수납은 한참 모자라서 다 버렸어요. (웃음)
임태병 아파트에서는 한 공간 안에 세면대와 샤워실, 화장실이 다 같이 있잖아요. 그래서 한 명이 쓰고 있으면 아무도 못 쓰게 되는 게 너무 불편했어요. 이사 오기 직전에 살았던 집에서는 세면대만 밖으로 분리해서 썼는데, 그렇게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효용이 높아서 이번에는 세 가지를 다 분리했죠. 2~3층을 쓰는 현경 씨의 집은 제가 대신 이야기하면, 주거 공간과 작업실을 분리해달라는 게 가장 핵심이었어요. 공간이 작아도 층이 다르게 분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일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쉴 때는 온전히 쉴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메리트죠. 그리고 신발이 많아서 혼자 사는 집이지만 세 가구 중에 가장 넓은 신발장을 가지고 있어요.
김여진 저희는 식물 가꾸는 걸 무척 좋아해서 테라스 공간을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집에서 술 마시는 걸 즐겨서 술 마시기 좋은 분위기의 거실이 있었으면 했고요. 그리고 주로 집에서 일하니까 작더라도 작업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싶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피라미드처럼 기가 모이는 공간을 만들어주셨어요. (웃음)
오수진 건축주가 가끔 본인이 방문했을 때 옥상에서 고기도 구워 먹고 술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내놓으라고 하셔서. (웃음) 드라마에 나오는 옥탑방 같은 분위기를 원했죠. 결과적으로 그런 공간이 됐는데, 바빠서 아직 못 오셨어요.

 

ⓒDonggyu Kim
ⓒDonggyu Kim
ⓒDonggyu Kim

 

풍년빌라는 공유 주택은 아니지만, 함께 산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집인 것 같아요. 이 집에 대해서 나름의 정의를 해본다면요?

오수진 대안. 삶의 방식에 대한 대안일 수도 있고, 어떤 환경이나 경제적 여건에 있는 사람들이 시도해볼 만한 대안일 수도 있어요. 평형대에 따른 천편일률적인 집, 정형화된 집에 살다 보면 그로부터 갖게 되는 생각의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공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찾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도 새롭게 터득하고 있어요. 좋고 나쁨을 떠나서 조금 다른 방식의 삶을 살아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임태병 이 집이 더 나은 삶을 위한 정답이나 해답은 아니에요. 이 시대에 집이 소유 또는 임대라는 양극단의 굳어진 두 가지 형태로 치우쳐져 있는데 그 사이에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리라 생각해요. 그래서 그중 하나를 찾아 대안, 내지는 틈새를 잡아낸 거고요. 이렇게 라이프스타일이나 지향점이 같은 사람들끼리 계속해서 다른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의 발견이죠. 충분히 타당성이 있는 가능성의 발견.
류은희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는 집이 아니라 세입자가 집주인을 구하는 집.
일동 맞아요. 딱 그거네!

 

ⓒBRIQUE Magazine

 

여태까지 이런 집은 없었죠.

임태병 ‘세입자가 집주인을 찾은 집’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실제 거주할 사람이 직접 땅을 알아보고, 건축주에게 땅을 매입하게 하고, 건물을 설계하고, 어떻게 같이 살 건지, 풍년빌라를 위한 모든 세세한 준비를 세입자인  저희가 다 했거든요. 앞으로 사는 동안도 그럴 거고요. 건축주는 여기에 확인과 동의, 필요한 자금을 대는 역할만 하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10년이라는 장기 점유권과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 수준을 유지할 수 있죠.

 

이런 주거 형태가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류은희 그럴 수 있으면 좋겠어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게 없으면 집 사기가 너무 어려운 세상이잖아요.
오수진 정책으로 가면 좀 딱딱해질 것 같아요. 오히려 자본가들에게 하나의 재테크 방법으로 인식이 된다면 어떨까 싶어요. 다세대주택 지어서 월세만 받을 게 아니라, 이런 대안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금액적으로도 차이가 크지 않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이 집이 공론화되고 재고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제2, 제3의 풍년빌라가 지어질 수 있으니까.
김여진 저희가 몇 년 더 살고, 이곳의 지가가 좀 더 오르면 그때는 신뢰와 공감을 얻을 것 같아요. 이런 형식의 주택, 그리고 이런 삶이.
임태병 재테크로서 나쁘지 않은 모델이라는 건 확신해요.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겠죠.

 

풍년빌라 같은 집을 지을 때, 자본가 혹은 건축주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여진 지가 상승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임태병 자본가나 건축주가 엄청나게 많은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사실 이런 형태는 적합하지 않아요. 혁신성이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도 아니고요. 엄청난 시세 차익이나 급격한 이득 창출을 원하는 이들에겐 전혀 매력적이지 않을 거예요.
오수진 어디까지나 투기가 아닌 재테크 차원이죠. 건축주는 여기에 투자한 돈을 은행에 넣어놨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자 정도 수준의 월세를 받고 있어요. 하지만 그 외 집 관리, 예를 들어 세입자 관리나, 건물 유지 보수 등을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그건 저희의 몫이거든요. 게다가 보통 10년을 임대할 경우 일반적으로 2년 정도는 공실이라고 하는데, 적어도 10년간은 공실률이 제로이고요. 이렇게만 보면 큰 메리트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년 동안의 지가 상승 혜택을 추가로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저희가 집을 지을 땅을 물색할 때, 지가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의 요인이 있는 곳을 찾았어요. 10년을 바라봤을 때 잠정적으로 가능성을 가진 곳이어야 했죠. 폭발적으로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웬만한 투자보다 위험 부담이 적어요.
임태병 부동산 임대 사업으로 본인이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서 거기에서 수익을 올리는 일을 오랫동안 해왔던 분들은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에서 이게 새로운 모델이고 좋은 방향인 걸 알고 있어요. 마진율은 낮지만, 비용은 훨씬 적게 들고, 안정적이니까. 무엇보다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다는 게 은근한 장점이죠. 임대 관리가 보통 일은 아니거든요.
김여진 풍년빌라는 세입자들과 건축주가 지인 관계였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수월했던 것 같아요. 건축주가 투자를 투기성으로 하고 싶지 않다는 가치관과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고요.

 

장기점유권이 종료되는 10년 후에는 어떤 집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류은희 아직은 정말 모르겠어요.
김여진 10년 후면 저희가 중장년이 되고 지금과는 다른 시기에 접어드니까 그때 맞는 다른 삶을 모색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오수진 그땐 지금과는 달리 오히려 서로 더 깊이 공유해야 할 부분이 생길지도 모르죠.
임태병 5년 정도 지나면 아마 또 다른 대안을 찾으려고 시도하지 않을까 싶어요. 풍년빌라와 같은 방식이든, 아니면 또 다른 전혀 새로운 방식이든.

 


관련 기사 : 

풍년빌라 전체 스토리 담은 <브리크brique> 종이잡지 vol.2

 

ⓒBRIQUE Magazine

*책 자세히 보기           https://magazine.brique.co/book/brique-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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