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의 탐구, 오브제의 탄생

[업사이클링 디자인] ③ 제작부터 폐기까지 환경을 고려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위켄드랩'
ⓒWKND Lab
에디터. 김지아  사진. 윤현기  자료. 위켄드랩 WKND Lab

 

버려진 것들에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이 최초의 쓸모를 다한 제품을 수거해 재사용하는 것까지를 의미한다면, 디자이너의 개입을 통해 버려진 제품의 새로운 쓸모를 찾아주는 일이 바로 ‘업사이클링upcycling’ 디자인이다.

친환경을 넘은 필(必)환경의 시대를 살아가는 다섯 명의 디자이너에게 업사이클링 디자인에 대해 물었다. 다루는 재료와 쓸모는 각기 다르지만, 이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작업관이 있다면 ‘쓰레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 다섯 명의 디자이너가 전해준 쓰레기의 미래. ‘버려진 것들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자.

 

① 폐마스크 재활용한 의자로 환경 메시지 전하는  ‘김하늘 디자이너’
② 버려진 유리병 재활용하는 리:보틀Re:bottle 메이커  ‘박선민 작가’
③ 제작부터 폐기까지 환경을 고려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위켄드랩’
④ 쓰레기를 소재로 일상의 물건을 만드는 ‘저스트 프로젝트’
⑤ 버려진 소재와 자연물의 쓰임을 확장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뉴탭-22’

 


 

 

ⓒWKND Lab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플라스틱 사용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면서 플라스틱 대체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생분해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이 유효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바이오 플라스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모색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위켄드랩’이 있다.

위켄드랩은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 제약 회사에서 사용되고 남은 오리알 노른자, 커피 찌꺼기 등의 잉여 생산물을 원재료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해 다양한 쓰임을 가진 리빙 소품을 제작한다. 생분해성 폐기물을 사용해 만든 제품인 만큼, 폐기되는 과정에서도 자유롭다. 제작부터 폐기까지 환경을 고려한 디자인 작업을 보여주는 위켄드랩을 만났다.

 

전은지 대표(왼쪽)와 이하린 대표 ⓒBRIQUE MAGAZINE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위켄드랩의 모토로 적어두셨더라고요. 두 분이 함께 스튜디오를 열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저희는 대학 동기인데 둘 다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업사이클링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어요. 시각 디자인을 전공한 언니(이하린 대표)는 졸업 전시로 쓰레기를 그래픽화하는 작업을 하고, 산업 디자인을 전공한 저(전은지 대표)는 소재 관련한 졸업 작품을 했거든요. 졸업 시기도 맞고, 환경을 키워드로 한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같아서 함께 스튜디오를 열게 됐어요.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해 제품화하는 작업을 하신다고요.

생분해가 가능한 플라스틱 대체재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바이오 플라스틱이라고 시중에 나와 있는 것들이 꽤 있잖아요. PLA(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 수지) 필라멘트나 일회용 컵이 대표적이죠. 처음에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니까 막연히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특정 환경이 갖춰지지 않으면 결국에는 플라스틱이랑 똑같이 분해가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의 목적은 어떤 환경에서도 생분해되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것이었어요.

 

우유 폐기물과 오리알 노른자를 활용한 샘플 칩 ⓒBRIQUE MAGAZINE

 

작업에 활용하는 바이오 플라스틱의 원재료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우유나 오리알 노른자, 달걀 껍데기, 커피 찌꺼기 등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공급받을 수 있는 자연 물질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중이에요. 코코넛 섬유도 활용하고요.

 

리코타Ricotta 시리즈 샘플 ⓒWKND Lab

 

바이오 플라스틱은 아직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작업 과정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폐기된 우유나 상품 가치가 없어진 오리알 노른자를 공장이나 산업체에서 받아와서 작업해요. 물에 정화 작업을 하고, 거기서 단백질만 추출해요. 어렵게들 생각하시는데, 산성 물질과 단백질이 만나면 단백질이 응고되잖아요. 치즈처럼요. 그걸 분리한 다음 거기다 알코올성 용액을 넣어 소독하고, 당이라든지 지방이라든지 하는 부분을 분리한 후에 순수한 단백질로만 작업을 해요. 화학 작용이긴 하지만 쉽게 말하면 ‘쿠킹’ 같은 거죠. (웃음) 단백질을 분리한 후에는 건조와 성형, 샌딩 과정을 거쳐 제품이 탄생해요.

 

건조 작업 중인 샘플 ⓒBRIQUE MAGAZINE

 

지금까지 진행해 온 작업에 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우유 부산물로 사이드 테이블을 만드는 리코타 시리즈는 ‘From Peels to Casein’이라는 초기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됐어요. 낙농업이 발달한 스위스와 독일에서 생활하며 폐기되는 유제품이 많다는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껴 작업으로 진행하게 됐죠. 오리알 노른자를 활용해 캔들 홀더나 촛대 등의 오브제를 만드는 뮤닛, 템페라 시리즈는 최근에 작업한 것들이에요. 제약 회사에서 일정 성분을 추출한 후 폐기되는 오리알 노른자를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어요.

 

리코타Ricotta 시리즈 ⓒWKND Lab

 

사이드 테이블과 캔들 홀더, 접시까지. 이렇게 다양한 리빙 소품이 탄생할 수 있다니 놀라워요. 심미적으로도 아름답네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런 소재로도 일상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고요. 그 과정에서 저희가 디자인을 전공한 만큼 실용성뿐 아니라 형태에 대한 고민도 수반되어야 했어요. 무엇보다 우리가 갖고 싶은 걸 만들자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어렵고 복잡한 제품보다도 우리가 일상에서 잘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죠.

 

뮤닛Münit 시리즈 ⓒWKND Lab

 

아무래도 생분해성 제품이다 보니 취약점도 있을 것 같아요.

내구성은 경도계로 직접 측정해 본 결과 플라스틱 블록과 안전모 사이의 단단함을 가졌어요. 다만 물이나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워요. 코팅의 과정을 거쳐 평범한 실내 습도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물에 계속 접촉하면 썩기 시작해요. 나무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템페라Tempera 시리즈 ⓒWKND Lab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디자인 작업을 하는 분들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많지 않잖아요.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하고 싶은 건 너무 많은데, 다양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장비가 필요해요. 아직은 작은 스튜디오다 보니 그런 것들이 어렵죠. 원료를 수급하는 과정에서도 사업체나 공장에 연락해서 ‘바이오 플라스틱을 소재로 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라고 말씀드리면, 관심 없다는 반응이 돌아올 때가 많아요. 또 언젠가 양산을 한다면, 공장이 필요할 텐데 공장주분들은 처음 다뤄보는 소재이다 보니 기계가 고장 나거나 손실되는 경우에 대한 우려가 크신 것 같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어 지금으로서는 저희 둘이 모든 작업을 인하우스에서 진행하며 공방처럼 운영하고 있죠.

 

위켄드랩 작업실 전경 ⓒBRIQUE Magazine

 

준비하고 계신 또 다른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제품 개발이 이제는 어느 정도 된 것 같아서 더 많은 분들께 작업을 선보일 수 있도록 5월 중순에서 6월 사이에 와디즈에서 펀딩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다양한 클라이언트분들과 협업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소재를 연구하고 상황에 적합한 디자인을 제시하는 스튜디오인 만큼 유의미한 작업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지속 가능한 디자인이란 무엇일까요?

이제는 지속 가능성이 디폴트가 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해요. 더 이상 지속 가능과 디자인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거죠. 디자인은 지속 가능해야만 한다, 라는 명제가 성립하는 시기가 찾아온 거예요. 디자인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에서 점차 그렇게 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위켄드랩의 지속 가능한 디자인 작업이 계속될 수 있도록 폐기물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은 연락 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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