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 공간에 가치와 경험을 더하다

[Scent in Space] ①향기 마케팅 전문 기업 ‘센트온’ 유정연 대표
ⓒScent On

공간에 가치를 더하는 그 무엇을 찾는 <브리크brique>의 여정이 지난호 식물Life in Greenery에 이어 이번에는 향Scent in Space에 다다랐습니다. 공간 사용자의 체험과 감성을 깨우기 위해 공간에 향을 입히는 노력을 앞서 해 온 이들과, 향 마케팅을 적용한 다양한 공간 사례를 담았습니다.

 

에디터. 김윤선  사진. 최진보  자료. 센트온

 

센트온은 1996년 창업한 향기 마케팅 전문 기업이다. 20여 년간 호텔, 패션 및 뷰티, 상업 시설, 금융 및 공공기관 등 여러 공간에 향을 전파하고, 다양한 브랜드와 공간의 향기 마케팅을 주도하며 향의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을 해왔다. 센트온을 이끌고 있는 유정연 대표는 향기는 소비자에게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는 세련된 마케팅 방법이며, 공간의 향은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선사하는 동시에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유 대표를 만나 향기 마케팅과 공간 기획, 기업과 브랜드의 향 개발 트렌드에 관해 들어봤다.

 

유정연 센트온 대표 ⓒBRIQUE Magazine

 

향기 + 공간 = 마케팅?

 

우연히 방문했던 한 쇼핑몰의 향기가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향기 마케팅’을 알게 된 것도 그로부터였죠. 향기 마케팅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향기 마케팅은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 가까이에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들이에요. 우리가 집에 손님이 오면 환기를 시키거나, 좋은 향기를 뿌리고는 하잖아요. (웃음) 그것 또한 일종의 향기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손님은 그 집의 향기로 인해 집, 그리고 초대해준 사람에게도 좋은 인상을 받게 되니까요. 그 개념을 기업과 고객 입장으로 바꿔보면 돼요. 고객에게 더 좋은 인상을 심어주고자 향기를 활용하는 거죠. 특정한 공간 또는 브랜드에 어울리는 향기를 디자인해서 그에 대한 좋은 기억을 선사하는 동시에 구매욕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 그게 바로 향기 마케팅입니다.

 

향기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언제인가요?

1996년 창업 당시에는 단순히 향기 캔을 수입해, 발향 장비를 통해 일정 시간에 분사하는 형태의 서비스 컨설팅을 진행했었죠. 그때는 새로운 향기를 전달한다기보다는 좋지 않은 냄새를 즉각적으로 없애는 데에 중점을 두었어요. 이제는 환경도 많이 개선되고, 위생 상태도 좋아져서 단순 소취보다는 공간에 어떤 향을 품을 것인가가 화두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10여 년 전부터 그런 움직임이 생겼다고 봐요. 2013년부터는 센트온이 불스원 자회사로 편입되고 보다 적극적으로 향기 마케팅에 나서면서, 미국 센트에어Scentair사와 제휴를 맺어 2,000여 종의 향기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게 되었고 뉴질랜드 에코미스트Ecomist사와도 독점 계약을 통해 다양한 향기 마케팅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Scent On

 

최근 왜 많은 브랜드와 기업들이 향기를 이용한 마케팅에 관심을 가질까요?

‘오감 마케팅’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예전에는시각과 청각 분야에 마케팅이 집중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오감 중에 가장 민감하고 강력한 것이 후각이에요. 미각에 비해 1만 배나 민감하다고 해요. 우리가 어떤 공간이 깨끗하다고 느낄 때는 정말로 깨끗해서가 아니라 좋은 향이 나기 때문이라고 할 정도니까요. 또 어떤 사람에 대해 기억할 때 외모보다 향기에 대한 기억이 100배나
오래간다고 해요. 따라서 기업이 고객에게 소구하고 싶은 이미지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서 후각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면서 향기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실제로 향기 마케팅을 통해 공간의 질이 개선되거나 매출이 오른 사례가 있나요?

향기만으로 매출이 올랐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특정 향이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있어요. 좋은 향기를 맡으면 감정적으로 풍부해지니 좋은 행동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향기 마케팅이 중요하고요. 처음 접한 그 기업의 향기가 평생의 이미지로 남을 수도 있으니까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될 수밖에 없죠. 어떤 공간에 들어갔을 때 그곳의 향기가 좋고 편안하면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매출이 오를 것이라 추측할 수는 있지만, 향기 하나만으로 매출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어요.

 

향기 마케팅, 어떻게 할까?

향기 마케팅을 위해 새로운 향기를 개발하거나, 공간에 맞는 향을 개발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카페의 향기 마케팅을 예로 들면, 카페에서는 당연히 향긋한 커피 향을 기대하잖아요. 하지만 커피 향이 나지 않는 카페가 훨씬 많아요. 직접 원두를 볶지 않는 매장에서는 그 향기가 거의 나지 않거든요. 그래서 아주 자연스럽게 카페 공간의 특성이 반영된 커피 향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어요. 계절이나 기념일에 맞는 향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죠. 크리스마스에는 와인과 시나몬 향, 딸기 축제에서는 당연히 달콤한 딸기 향이 빠질 수 없죠. 기업이나 브랜드에서 정체성을 담은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 기업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목적과 방향,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는 작업이 필수죠. 특히 그 기업이 대상으로 하는 고객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그다음 향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핵심 키워드를 뽑고, 향기를 적용할 공간의 분위기와 매칭을 시켜봐요. 좋은 향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고려할 것들이 무척 많아요.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개발이 필요한 작업이죠.

 

구체적으로 공간에 어떻게 향을 입히나요?

발향이 잘 되는가가 가장 중요해요. 보통 디퓨저나 뿌리는 스프레이를 생각하시는데, 공조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발향은 생각보다 그 종류와 방법이 다양해요. 그래서 향 개발뿐만 아니라, 효과적인 발향을 위한 연구 개발을 하고 있어요. 발향 장비는 일부 저희가 개발한 것과 미국, 뉴질랜드 등 해외 각국의 파트너사와 협업해 만든 전 세계적으로 검증된 장비를 보유하고 있어요. 집은 하루에 문을 열고 닫는 횟수가 거의 정해져 있고 천장고도 높지 않죠. 반면 상업 빌딩은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고, 아주 높은 천장고를 가진 공간도 있어요. 지하에 편의시설이 있어 여러 가지 냄새가 섞여 있는 곳도 많고요. 따라서 공간에 따라 발향 장비도 다르게 활용해야 해요. 공간의 특성과 공기의 흐름을 고려해 전문 발향 기기를 사용하고, 공조 설비를 통해 발향을 하기도 합니다.

 

공간의 형태나 규모에 따라 다른 적용 방법이 있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의 방향이에요. 공간에서 공기가 어떻게 빠져나가는지를 보고 발향 장비를 설치합니다. 고객에 따라 요구 조건도 천차만별이에요. 층마다 또는 실별로 다른 향이 나기를 원하기도 하고요. 복도에서 코너를 돌 때에만 살짝 향기가 났으면 좋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죠. (웃음) 요청에 따라 여러 가지 발향 장비를 복합해서 사용합니다. 조향도 잘 해야 하지만, 그 좋은 향기가 제대로 퍼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유지관리해주는 부분이 중요해요. 특히 상업 빌딩의 경우 365일, 24시간 안정적으로 발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입니다. 공간의 형태와 규모뿐만 아니라, 계절과 환경의 변화를 예측해서 그 적용 방법을 달리해야 해요. 여름철에는 발향이 훨씬 많이 돼요.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향기가 짙어지죠. 그래서 저희는 고객과 연 단위 계약을 맺어서 향을 개발하고, 그 공간을 지속해서 관리하는 업무까지 진행하고 있어요.

 

다양한 발향 장비들 ⓒScent On

 

IOT(사물인터넷)나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한 원격 시스템이 개발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현재 IOT 기술을 접목한 발향 기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 테스트를 거쳐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시시각각 변하는 공간의 환경에 따라 발향의 퀄리티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면 엄청난 메리트가 될 거라 봅니다.

 

향기 마케팅을 진행할 때 어려운 점은 없나요?

까다로운 법규가 꽤 많아요. 0.01%의 원료 차이로 향취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법규를 지키면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성과 세심함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향에 대한 각종 안전성 테스트를 거쳐야 해요. 단순히 좋은 향기를  만드는 일뿐 아니라, 법규를 제대로 지키고, 안전성 역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됩니다.

 

다양한 공간에서의 향기 마케팅

 

진행해오신 향기 마케팅 중에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소개를 부탁드릴께요.

최근 현대건설과 함께 ‘디 에이치THE H’ 아파트 커뮤니티 공간의 향기 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로 향기 마케팅을 시도한 아파트이기도 해요.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 되길 바라며, 스위스 융프라우의 청정함을 담은 향을 개발했죠. 청정 지역의 깨끗한 공기와 자연 속에 있는 모습을 상상했어요. ‘라뜰리에L’atelier’라는 테마파크에도 향기 마케팅을 적용했어요. 19세기 프랑스 명화를 여행처럼 만날 수 있는 체험 위주의 공간으로 꾸며진 곳이죠. 그중에는 카페나 꽃 시장으로 꾸민 공간도 있는데 카페를 지나갈 때는 빵 냄새가, 꽃 시장을 지나갈 때는 꽃향기가 나도록 했어요. 고흐의 작품 속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면 누군가 방금 그림을 그리다가 나간 것처럼 물감 냄새가 확 나기도 하고요. 공간과 향기가 완벽하게 접목되어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에요.

 

라뜰리에 ⓒScent On
라뜰리에 ⓒScent On

 

단순히 좋은 향기가 있는 공간이 아니라, 공간에서의 경험을 극대화해주는 사례네요.

향기가 공간의 분위기와 잘 어울릴 때는 그냥 그 공간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경우 특별히 향이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해도 좋은 느낌을 갖게 되죠. 누군가 헤어스타일을 바꿨을 때, 그 사실을 단번에 눈치채지 못하더라도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걸 느끼잖아요. 향은 그런 ‘은근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호텔의 시그니처 향 개발 작업도 하셨다고요.

서울 광화문에 있는 포시즌스 호텔과도 시그니처 향 개발 작업을 했어요. 광화문은 예스러움과 새로움, 상반된 것이 공존하면서 그 매력을 뿜어내는 곳이죠. 높은 빌딩과 화려한 전광판이 있는가 하면, 멀리 산도 보이고 경복궁도 있고. 그래서인지 글로벌 브랜드 호텔임에도 ‘한국적인 편안함’의 정서를 담기를 원했죠. 그래서 포시즌스 호텔과 잘 어울릴만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일까 자료 조사도 하고 호텔 담당자와 논의를 하다가, 햇빛으로 가득찬 우리나라의 숲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호텔 내부에도 나무 재료가 많이 쓰였거든요. 한국의 기와, 물매, 차양을 본떠서 만들기도 했고요. 소나무의 상쾌하면서도 부드러운 편안함이 느껴지는 향을 개발했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콘래드 호텔에서는 비즈니스맨들의 프로페셔널한 느낌을 담았어요. 주로 출장 목적의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머물거든요. 양복을 차려 입고 비행기에서 방금 내려, 어딘가에 중요한 비즈니스를 하러 가는
이의 향. 그런 자신감 넘치는 남자들을 모티브로 향을 만들었죠. 시그니엘 호텔은 롯데타워 135층에 위치해 있는데, 구름 속 하늘 정원에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는 느낌을 담은 향을 만들었어요. 같은 호텔 공간이라도 그 장소와 목적, 어떤 고객들이 오는지에 따라 향의 콘셉트가 천차만별입니다.

 

시그니엘 호텔 로비 ⓒHotel Avia (센트온 제공)

 

아이돌 그룹 비투비 콘서트에서도 향기 마케팅이 적용되었다고 들었어요. 콘서트장처럼 넓고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공간에선 어떻게 향을 쓰나요?

공간의 크고 작음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아요. 발향 장비와 기술을 통해서 얼마든지 적용이 가능하거든요. 어려운 것은 ‘잔향’이에요. 발향을 하는 것보다 공간에 남아 있는 향을 걷어내는 게 더욱 어려워요. 콘서트의 경우, 특정 노래가 나올 때 향이 확 나왔으면 좋겠다는 요구 사항도 더러 있지만 잔향을 완벽하게 걷어내는 게 어렵죠. 특히 대공간에서는 그걸 컨트롤하는 게 쉽지 않아요. 앞서 설명드린 라뜰리에는 공간마다 다른 향기가 가능했던 것이 공조 시설이 잘 되어 있기 때문이었어요. 향이 잘 빠져나가니까 새로운 향으로 쉽게 채울 수 있었죠.

 

서울시의 초대형 공공 헌책방인 ‘서울 책보고’에서는 향기 마케팅뿐만 아니라 책을 소독하는 시스템까지 제안한 걸로 알고 있어요.

저희 제품 중에 셀프 책 소독기 ‘북 마스터’가 있어요. 항균 기능이 있는 향으로 책 속 세균을 소독해 주는 기능이 있죠. 서울책보고에 이 ‘북 마스터’와 향기 마케팅 서비스를 같이 제안했습니다. 그때 진행한 향의 이름이 ‘책보고원’인데, 책보고와 정원을 합쳐서 만든 합성어예요. 풍경 좋은 누각에서 바람에 실려오는 풀과 꽃 내음을 맡으며 독서를 즐겼던 옛 선인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향이에요.

 

서울 책보고 ⓒScent On

 

향기, 공간에 가치와 경험을 더하다

 

향에 관심 갖는 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추세죠. 앞으로 향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앞으로는 향이 우리의 마음뿐만 아니라 의학적인 치유 목적으로도 활용이 가능해질 거라고 봐요. 또 향기가 우리의 삶에서 대안이나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아침에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을 하듯, 어떤 향수를 뿌릴지 고민을 하잖아요. 옷을 고르듯 그날 그날 내가 원하는 향기를 고르죠. 향은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서 공간을 보다 아름답고 가치있게 만들고 새로운 감각과 경험을 제공해주는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될 것 같아요.

 

인상적인 ‘향’이 깃든 공간이나 장소를 소개해 주세요.

경상남도 산청. 센트온에게 큰 영향을 준 곳이기도 해요. 향은 허브로부터 시작해요. 한약재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의 향을 찾자는 생각으로 산청에서 열리는 약초 축제에 방문했다가, 이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졌죠. 지리산의 깨끗함과 땅의 에너지, 온갖 허브 향을 느낄 수 있는 곳이거든요.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서 산청의 숲속 향, 산청의 꽃 향을 개발하기도 했어요. 사람이 나라와 지역마다 그 모습과 성향이 다른 것처럼, 향도 그 땅과 물과 환경에 따라 달라져요. 장미 향도 프랑스의 장미와 한국의 장미 향이 다르죠. 저는 그 나라, 그 지역에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친숙한 향이 가장 좋은 향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계절과 날씨, 기분과 분위기에 맞춰 변주를 이루는 것이 향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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