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건축을 빛내는 ‘공(共)’의 새로운 가치를 찾다

2019 한예종 건축과 포럼 '공-' : 각 분야 전문가들 참석해 발제와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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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김윤선  사진. 최진보

 

지난 2일,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미술원 건축과에서 ‘공-‘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행사가 열렸다. 보통 공공 영역을 지칭하는 ‘공(共)’은 사실 다양한 개념을 포괄한다. 머무름, 정착, 안주에서부터 일, 이동, 공공까지. 이번 행사는 이런 ‘공’의 변화상이 건축에서 어떻게 의미를 발현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의견을 듣고 토론의 기회를 마련한 자리였다. 공공 공간은 물론이고, 오피스와 주거시설까지 거의 모든 생활 공간에 적용할 수 있는 ‘공’의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기에 아쉬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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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민 교수가 포럼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BRIQUE Magazine

 

한예종 건축과 이강민 교수의 개회사로 막을 올린 포럼의 오전 세션에서는 총 4명의 연사가 참여해 각자의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나누며 머무름과 정착, 안주로 바라보는 공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서울소셜스탠다드의 김하나 대표는 주거의 형태가 반드시 주택이 아닐 수 있다는 다소 파격적인 말로 좌중의 시선을 끌었다. 김 대표는 “주거의 많은 기능이 도시로 확장되면서 주거의 물적 경계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좋은 집은 잘 만든 ‘방’이 아니라 지역과 동네에서 영위하는 삶이다. 그렇다면 주거 형태로 주택만 꼽으란 법이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김하나 대표 ⒸBRIQUE Magazine

 

주택협동조합 은혜공동체의 박민수 이사장은 1인 가족부터 5인 가족까지 다양한 형태의 구성원이 한 공간에서 함께 거주하는 은혜공동체주택의 사례를 소개했다. 총 21가구, 51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원이 머무는 은혜공동체주택은 요즘 나타나는 공동체주택 중 그 독특한 특성 때문에 화제가 된 바 있다. 박 이사장은 “혈연을 탈피해 사회적 개념의 가족인 ‘부족’들이 사는 은혜공동체주택은 거실과 부엌, 도서관과 작업실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의 지혜가 풍요로운 곳”이라고 소개했다.

에어비앤비 코리아의 미디어정책을 총괄하며 도시건축전문작가로 활약 중인 음성원 작가는 ‘팝업 시티’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망했다. 팝업 시티란 특정 용도가 일시적으로 튀어나와 기존 용도를 대체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공유 개념을 적용한 팝업 시티는 그 유연한 특성 덕분에 공간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단다. 더불어 그는 “도심 오피스의 빈 사무실이나 호텔의 빈 객실이 바로 팝업 시티의 개념을 도입한 공유주택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집의 가치는 3억이지만, 이웃의 가치는 30억이다.” EMA 건축사사무소 이은경 소장은 자신이 설계한 제주에 협동조합주택에 거주하는 입주민의 얘기를 이렇게 전했다. 은퇴 세대 16가구가 함께 살아가는 제주 오시리가름 협동조합주택, 30대 부부와 70대 노부부 등 다양한 세대가 모인 제주 눈뫼가름 협동조합주택의 설계 과정을 설명하면서 이 소장은 협동조합주택이 활성화시킨 마을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음성원 도시건축전문작가 ⒸBRIQUE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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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의 오후 세션은 일, 이동, 공공 영역에서 나타난 ‘공’에 대해 3명의 연사가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며 질답과 토론을 통해 이야기를 되짚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루트임팩트에서 스페이스 익스피리언스를 총괄하는 김은영 디렉터는 우리나라 공유 오피스에서 독특한 위상을 가지는 헤이그라운드 1호점의 메이킹 과정을 소개하며 이제 막 착공에 들어간 2호점에서 주목할 점을 귀뜸했다. “단순히 공간을 공유하는 오피스 개념을 넘어, 지역의 소상공인과 공간을 공유하는 ‘라이프스타일 스페이스’를 고층에 배치했다.” ‘지역’의 가치를 담은 새로운 공유오피스의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김은영 디렉터 ⒸBRIQUE Magazine

 

한양여대 소셜혁신연구소 안지훈 소장은 우리에게 다소 낯선 소셜벤처에 대한 지식을 전했다. 소셜벤처란 사회적 기업가가 사회에서 떠오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한 기업 또는 조직을 지칭한다. 금전적인 이익보다 사회 문제 해결을 중시하고 그 혜택을 사회 전반과 나누는 것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일반 벤쳐기업과는 태생부터 다른 존재다.  그 대표적인 예로 16세의 나이에 의료 부문에서 혁혁한 공로를 세운 잭 안드라카(Jack Andraka)를 들었다.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진단의 난이도가 높고, 비용마저 비싸기로 악명이 높은데, 안드라카는 창의적인 해법으로 췌장암을 조기 발견하는 간단한 키트를 개발해 소셜벤처의 스타로 떠오른 인물이다. 사회적 가치의 확산과 공유의 중요성을 다시금 인지할 수 있는 기회였다.

포럼의 마무리는 경계없는 작업실의 문주호 대표가 맡았다. ‘공급+경험’이라는 다소 어려운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낸 문주호 대표는 도시에서 저층 상업시설은 길을 활성화하고 사람들이 경험할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준공공적인 역할을 맡는 가능성에 꾸준히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주호 대표 ⒸBRIQUE Magazine

 

한편, 포럼이 열린 예술정보관의 디지털정보실은 원래 컴퓨터 검색실로 쓰였으나 최근 도서관의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이용 빈도가 낮아진 컴퓨터 검색실을 예술정보관 도서관팀과 한예종 건축과, 정보관리팀, 시설관리과 및 총무과가 협력해 한정된 예산으로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진행한 결과다.
포럼을 주최한 한예종 건축과 김태영 교수는 “디지털정보실은 공(共)의 가치를 새롭게 실현하기 위한 실험 공간으로, 이번 포럼의 주제인 ‘공-‘과도 맞닿아 있다”며 포럼의 취지와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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